노래를 만드는 마음

신연아, COSMOS

노래를 만드는 마음
Cosmos

신연아가 누구야? 다들 그랬다. 처음 그녀의 이름을 말했을 때 단번에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의 진짜 이름 세 글자보다는 빅마마라는 그룹의 일원으로 더 많이 불렸던 그녀가 무대 위에 혼자 서있다. 그녀는 때때로 시를 읽는 듯 가사를 읊조리기도 하고, 아주 무거운 연극처럼 슬프고 처절하게 가슴 속 울음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마치 어느 방향으로 손바닥을 쓸어도 부드러운 무늬가 그려지는 자주색 벨벳 커튼처럼, 아주 담담하고 낮은 목소리로 진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Cosmos
00:04:51

둘이 전부인 세상
하나 떠나가면
남겨진 채로
티끌보다 더 초라하고
먼지보다 작아

하나, 나눌 수 없는
운명, 절대적인
사랑, 그 이름으로도 부족한
우주를 보게 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완벽한

게으른 밤에도 죄스럽지 않은 건
너의 변함없는 심장소리
다른 욕심을 내지 않게 하고
모든 걸 감사하게 하는 이유
사랑

다른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도
그대 남긴 흔적의 그림자를
내 빛으로 여기리라
그리 여기고 따르리라

1995년 제10회 강변가요제를 통해 처음 얼굴을 알린 신연아는 4인조 보컬 그룹 빅마마의 리더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빅마마와 빅마마 소울을 거쳐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번째 앨범 [Vagabonde]를 내기까지 20년의 시간이 걸렸다. 화려한 기교에 기대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 Cosmos’는 ‘사랑’이라는 절대적이고 간절한 감정에 대한 일종의 고백과도 같은 노래이다.

빅마마와 빅마마 소울 이후에 소식이 뜸했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지냈어요. 학기와 방학이 반복되는 패턴 속에 있었죠.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최근에는 학부장 일을 함께하면서 좀 더 여유가 없기도 했고요. 수업 외에도 전반적인 학교 업무를 병행해야 했으니까요. 그러면서 틈틈이 나의 정체성, 그러니까 나와 음악의 관계라든지 음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했어요. 그룹 활동을 할 때는 잘 짜인 스케줄에 맞춰 정신없이 일이 진행되다 보니 특별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기도 했는데, 지금은 천천히 그리고 진지하게 음악적인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고민의 답을 찾았나요?
거의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처음 음악을 할 당시만 해도 경제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어요. 회사의 시스템과 스케줄의 부속처럼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경제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거죠. 차곡차곡 쌓여서 이제 뽑아내도 되겠다 싶을 때, 충만해졌을 때 음악을 내고 또 조금 바닥났다 싶으면 다시 채우는 시간을 갖는, 그런 자연스러운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그럼 지금이 정말 신연아의 목소리네요.
예전에는 음악을 할 때 기술적인 것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공식처럼 어떤 부분에서 터져줘야 하는지, 혹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코드가 무엇인지 찾는 일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단순히 잘하는 걸 보여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해요. 그저 요즘 사람들에게 시대적으로 필요한 마음이랄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 방식으로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어요. 그러면서 가요라는 포맷 안에 담긴 기승전결의 흐름도 배제하고 자연스럽게 작업하려고 노력해요.

자연스러운 음악이라면 어떤 건가요?
‘내가 쉴 때 듣는 음악은 뭐지?’ 하는 생각에 대한 대답 같은 거였어요. 아무래도 음악 자체에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은데, 집에 돌아와서도 늘 무언가 듣기는 들었거든요. 지쳐있을 때 약간 재지Jazzy한 성향의 어쿠스틱 음악들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저 역시 큰 박수를 받는 화려한 음악을 만들기보다는 가만히 들을 때 친구가 되는 음악을 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죠.

편안한 소파에 누워서 힘을 빼고 음악을 듣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네, 맞아요.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듣기에도 좋고 막 잠에서 깨어나 들어도 부담 없이 괜찮은 음악 말이에요. 어떤 화려한 음악들은 그 나름의 에너지로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들어도 버겁지 않은 음악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확실히 첫 번째 앨범 [Vagabonde]를 들으면 빅마마 시절에 비해 많이 여유로워진 듯한 느낌이에요.
당시에는 강한 음악들이 많았죠. 아무래도 네 명이 함께 소리를 내다 보니 분명한 자기만의 목소리를 보여줄 수 없던 것도 사실이고요. 반면에 이번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작업할 수 있었어요.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기간이 길어질수록 서로 배려하는 사운드가 나오거든요. 앨범 작업을 할 때도 조금 덜 깔끔하더라도 함께 어우러져서 나오는 감성에 주목하자는 생각에 연주와 노래를 함께 녹음하기도 했어요.

1995년 강변가요제 수상으로 이름을 알리고, 정확히 20년 만에 솔로 앨범이에요. 준비할 때 마음이 특별했을 거 같아요.
그러게요. 정말 게으름뱅이네요(웃음). 한 번은 남편한테 “음악 하지 말까?”라고 했더니, 그래도 솔로 앨범 하나는 만들고 그만두는 게 낫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적어도 한 번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다음 나중 일을 생각해보라고요. 그렇게 솔로 앨범을 준비했어요. 처음에는 무언가 대단한 걸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러다 곧 혼자서 작업을 하는 건 처음이니까 부담을 갖지 말자고 생각을 고쳐먹었죠. 소박하게 해보자. 그렇게요.

소박한 마음이요.
네.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하다 보니 예전 생각도 많이 나더라고요. 팀원들과 함께했던 커다란 무대들이 모두 꿈처럼 느껴졌어요. 내 생애에 일어난 일이 아닌듯한 기분이에요. 자고 나니 없어진 것 같은.

커다란 무대가 그리운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이미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그립거나 하진 않죠.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고,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저는 그런 걸 좋아하는 성향이 아니더라고요. 커다란 무대와 화려한 조명 같은 것들 말이에요. 남들 다 입는 옷이지만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 있잖아요. 유행이 아니어도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 있으면 그게 내가 평생 입을 스타일이 될 수도 있는 거겠죠. 지금은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려고 해요

그렇다면 단지 무대의 크기를 떠나서 빅마마의 음악과 신연아의 음악은 어떻게 다른가요?
빅마마 때는 아무래도 제가 언니이다 보니까 다른 멤버들한테 늘 강요하다시피 말했던 것이 있었어요. 각자가 좋아하는 취향보다는 하나의 팀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생각하자는 이야기요. 아무래도 네 명의 목소리가 만나면 음악이 화려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연령대도 다양했으니까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굳이 그런 음악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아요. 그런 걸 원하지도 않고요. 엄청 많은 사람들이 나를 다 좋아해줘야 하는 건 아니고, 다만 내 목소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몇은 있겠지 하는 마음이에요. 

장르적으로 구분하는 게 큰 의미는 없겠지만, 빅마마의 음악은 발라드와 R&B에 가깝고, 지금은 재즈나 샹송이에요. 언제부터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었나요?
빅마마는 네 명이 함께 했을 흑인 음악적인 소울이 어울렸어요. 하지만 각자의 특징이 있었고 저 같은 경우는 재즈에 조금 더 마음이 끌렸던 거죠. 아주 오래전 조그만 클럽에서 재즈 가수 박성연 씨의 공연이 있었는데 정말 집중해서 봤어요. 그때 그 좋았던 기억으로 재즈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 학교 근처 재즈 동호회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그게 재즈학교로 이어진 거죠. 가만히 보니 늘 재즈를 곁에 두고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빅마마 앨범 안에서도 재즈 연주자분들과 계속 끈을 이어가고 싶었어요. 많은 건 아니지만 앨범 곳곳에 그런 느낌의 곡들이 숨어있어요.

프랑스 재즈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느낌을 살리는 데 크게 작용했겠네요?
아무래도 그런 점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유럽 사람들 역시 소울이 담긴 미국적 감수성을 좋아하지만 워낙 클래식 음악을 오랫동안 들었던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조금 더 클래식적인 성향이 많이 섞여 있어요. 샹송의 경우 멜로디 안에 텐션을 많이 넣는 편이고요. 무엇보다 대중음악에서 재즈 연주자와 팝 연주자 간의 경계가 없어요. 보컬도 재즈 보컬이 따로 나뉘어 있는 게 아니고요. 각자의 색깔들이 한 데 모이면서 묘한 분위기가 되는 거예요. 장르를 나누기가 애매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유독 그런 경계에 민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그게 우리의 전통적인 음악이나 감수성이 아니다 보니 배운 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은 자유롭게 음악을 하는 것이 재즈가 되고 또 다른 음악들로 파생될 수도 있는 건데 말이에요. 우리는 너무 착한 학생들이 아니었나 싶어요. 언젠가는 디제이와 색소폰, 전자 기타가 만나서 연주를 하고 거기에 아랍 전통 라인의 노래가 얹어지는 잼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어요. 낯설었지만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조금 바보 같은 질문이 되어버린 듯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연아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무엇일지 궁금해요. 이를테면 ‘R&B가수 빅마마’처럼 말이에요.
그게 저도 관건인데요. 사실 우리는 무엇이든 카테고리 안에 넣어서 설명하고 싶어 하잖아요. 글쎄… 그럼 난 어디로 들어가야 하나. 저도 애매해서 처음 연주자들과 이야기했던 것도 그런 거였어요. 재즈도 아니고 대중음악도 아닌 것. 그렇지만 이것이기도 하고 저것이기도 한 것(웃음). 차라리 싱어송라이터라고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샹송으로 한정 짓자면 장르로 보기에는 힘들고, 재즈 연주자들과 함께하지만 제 음악은 대중음악에 가깝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는 앨범이 적어도 세 장은 더 나와야 색깔이 확실해지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이번 앨범에는 샹송이 포함돼있기도 한데, 사실 조금 낯설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샹송이 어떤 장르처럼 인식되는데, 사실 샹송은 ‘프랑스 노래’라는 말로 그게 특정한 음악적 장르를 일컫는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아마 프랑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어떤 묘한 분위기가 장르처럼 보이기도 하나 봐요. 그걸 공식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샹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언어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불어 발음에서 풍기는 묘한 울림이 있거든요. 남편이 프랑스 사람이다 보니까 프랑스 말로 생활하고 그 사람이 듣는 음악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그 문화에 스며드는 걸 느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제 성향도 완전히 100퍼센트 한국 사람은 아닌 거 같아요. 그렇다고 온전히 프랑스 사람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요.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샹송이라고 부르는 음악의 특징은 뭔가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샹송은 시적 사유와 철학이 담긴 가사의 비중이 크고 멜로디가 아름다워요. ‘느 무 퀴뜨 빠Ne Me Quitte Pas(떠나지 말아요)’ 같이 멜로디가 단순하게 반복되는 노래가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감정의 다이나믹한 느낌이 살아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지금의 샹송은 많이 달라졌어요. 이슬람계 이민족 느낌과 미국의 팝 느낌도 조금씩 섞여들면서, 어딘가 멜랑콜리하고 야시시한 분위기가 나는 샹송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죠(웃음).

앨범의 타이틀곡이 ‘Cosmos’예요. 어떻게 나온 곡인가요?
저는 멜로디를 먼저 쓰고 나중에 가사를 붙이는 편이에요. 멜로디의 경우 그 당시 김동률 씨의 앨범을 들었는데 여전히 아름다운 멜로디가 주는 감동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만들게 됐어요. 가사는 남편을 생각하면서 쓴 건데요. 둘이 언제나 사랑하고 좋은데 어느 날 문득 혼자가 되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죠. 둘이 있을 때는 외롭거나 두려운 마음도 없고 세상의 중심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하나가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자 세상 바깥으로 튕겨 나갈 것 같은 두려움이 들더라고요. 내 전체 우주가 사라지는 느낌. 이건 단순히 하나와 둘의 문제가 아니고 전체와 아니냐의 문제였어요.

사랑을 우주라는 커다란 단어에 담았어요.
사랑은 규정하기 참 어려운 단어인 것 같아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랑은 나보다는 상대를 위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상대가 나에게 느끼는 마음으로만 사랑이라는 단어를 규정할 수 있다는 얘기죠. 제 남편을 보고 있으면 가끔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에 대해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고 그저 100이면 100 전부를 이해해줘요. 상대에 대해 무엇도 고치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그걸 알고 난 다음부터는 저 역시 그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죠. 처음에 연인이 만났을 때의 뜨거운 감정, 즉 질투는 사랑의 범주 안에 포함시킬 수 없는 별개의 내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나의 질투로 인해 상대가 힘들다면 그건 사랑이 아닌 거죠.

사랑은 이유가 따로 필요한 게 아니고 사랑이 곧 모든 것의 이유가 된다고 표현한 가사가 조금은 이해되네요. 지어낸 단어가 아니라 실제의 감정이라는 것도 느껴지고요. 그럼 남편은 결점이 없는 사람인가요?
생활에서 결점은 있죠(웃음). 하지만 철학을 했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형이상학적인 면에서 결점은 모르겠어요. 저는 철학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버퍼링에 걸려버려서 그 부분이 먼저 해결돼야 하거든요. 별 것 아닌 것 같은 고민도 어떤 자세로 들어주느냐가 중요하잖아요. 마음을 다해서 듣고 기다려줄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완벽한 사람인 것 같아요.

이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정한 이유가 뭔가요?
사실 원래는 ‘늙은 어미의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듣기에도 제일 편안할 것 같고. 코스모스는 사실 큰 기대를 안 했거든요. 그런데 녹음이 생각보다 너무 잘 나온 거예요. 어떻게 하지 생각하다가 제 기준에서 조금 더 신선한 걸 해보자 해서 코스모스를 선택하게 됐어요. 싱겁죠(웃음).

‘늙은 어미의 노래’ 역시 반복해서 듣게 되더라고요. 말 그대로 가사 내용은 늙은 어미가 말하는 사랑이야기인데 단순히 모성애의 느낌은 아니었고, 굳이 이름 붙이자면 일종의 ‘유언장’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노래의 초점을 남겨진 자식들에게 맞추려고 했어요. 저희 어머니는 항상 ‘나 죽고 나면 이것도 걱정이고 저것도 걱정이고’ 늘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정작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건 끝내 당신의 어떤 것보다 남겨진 자식들이 어떻게 살까? 하는 문제였던 것 같아요. 요즘같이 힘든 시대에 혼자 남겨진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누구든 당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늙은 어미’ 같은 사람이 있으니 힘을 내라는 게 이 곡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예요.

울지 말고 강해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품에 안겨서 소리 내어 울라고 말하는 것이 진짜 위로라는 것을 아는 사람 같아요.
한번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잖아요. 강해지라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약한 모습으로 울 수 있는 곳이 엄마의 품이기도 하고요. 

방랑Vagabonde과 Cosmos, 늙은 어미의 품까지 모든 게 하나로 연결 되어있는 듯 보여요.
결국 음악이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저는 저만의 음악을 찾아서 여기저기 떠돌아왔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서 긴 여행을 다닌 게 아닌가 하고요. 하지만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의도했던 건 또 아니었고, 여기서 쿵 저기서 쿵 머리 찧고 다니면서 방랑했던 거 같아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늘 자신의 음악을 찾아서 떠돌아다니기도 하니까요.

여전히 방랑 중인가요?
여기서 또 언제 다른 방향으로 바뀔지 모르니까요. 이게 정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큰 그림 안에서는 분명히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될 것 같거든요. 한 장르에 몇십 년을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저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다른 것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나? 계속 쳐다보기도 하고요. 확신은 잠깐이고 나머지는 불안하거나 지루하거나, 그저 지나친 익숙함이 싫어서 방랑을 멈출 수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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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포토그래퍼 박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