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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잔나비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태양의 열기가 식어가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때면 빼앗긴 것도 잃은 것도 없으면서 괜히 허탈했다. 약간의 서늘함에도 마음은 쉽게 베였다. 그럼에도 여름과 가을 사이, 이토록 선명한 계절을 뭐라 부르면 좋을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노래를 생각했다. 원숭이의 개구진 얼굴을 하고 아주 오래된 표정을 짓는 잔나비가 노래를 부를 때, 난 항상 지금 같았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00:04:03
그땐 난 어떤
마음이었길래
내 모든걸 주고도
웃을 수 있었나
그대는 또 어떤
마음이었길래
그 모든걸 갖고도
돌아서 버렸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 품 없지만
또다시 찾아오는
누군갈 위해서
남겨두겠소
다짐은, 세워올린 모래성은
심술이 또 터지면
무너지겠지만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 품 없지만
또다시 찾아오는
누군갈 위해서
남겨두겠소
그리운 그 마음 그대로
영원히 담아둘거야
언젠가 불어오는 바람에
남몰래 날려보겠소
눈이 부시던 그 순간들도
가슴아픈 그대의 거짓말도
새하얗게 바래지고
비틀거리던 내 발걸음도
그늘아래 드리운 내 눈빛도
아름답게 피어나길
‘잔나비’는 1992년생 원숭이띠 친구 다섯으로 이루어진 밴드다(‘잔나비’는 원숭이를 뜻한다). 2012년 최정훈, 김도형, 유영현, 세 명이 밴드를 결성해 2014년 디지털 싱글 앨범 [로켓트]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이후 2015년 장경준과 윤결이 합류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2016년 8월 첫 정규 앨범 [몽키호텔MONKEY HOTEL]을 발표했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이 곡은 언제 만들었나요?
최정훈 노래를 만든 건 2015년 장마철이었어요. 아니, 여름이 끝나가는 때였나? 아무튼 2015년 중순쯤 멜로디를 처음 썼어요. 몇 주 동안 골머리를 썩다가 나온 멜로디였는데, 한번 물꼬를 틀고 나니 원래 있던 노래를 부르듯 쉽게 나왔어요.
곡을 만든 다음에 가사를 붙인 거네요.
최정훈 저희는 멜로디를 쓰고 나서 그 멜로디에 어울릴 만한 단어를 찾아 옷을 입혀주는 편이에요.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하 ‘뜨거운 여름밤’)’이라는 가사를 쓴 계기가 있나요?
최정훈 제가 고등학교 때 메모장에 수필 같은 걸 많이 썼어요. 거기에 되게 오그라드는 게 많은데, 저도 오그라들어서 분기별로 한 번씩 보거든요(웃음). 그런데 마침 단독 콘서트 때 팬을 위해 노래를 써주는 코너가 있었어요. 팬이 보낸 어떤 사연을 골랐는데, 그 사연에 내가 썼던 글을 붙여도 괜찮겠구나 싶은 거예요. 아무튼 사연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되게 길고 장황하게 써놓은 글을 축약해서 썼어요.
어떤 사연이었어요?
최정훈 남녀 사이의 사랑과 이별 얘기였어요. 사연의 주인공이 자신의 모든 걸 줬는데도 불구하고 배신을 당한 것에 대해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았어요. 음, 상처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그만큼 뜨겁게 사랑했고 남김없이 사랑했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사랑한 나의 마음은 그만큼 성숙해졌고 볼품없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썼던 글도 사랑에 관한 얘기였어요?
최정훈 뭐라고 했더라. 그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길래 내 마음은 이리도 빨리… 아, 내 마음의 초록은 이리도 빨리 저물어 가을을 보게 하는가. 사랑이라는 사랑스러운 말론 다 못 할 방패였을까, 였어요.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었나 봐요.
최정훈 네, 좋아했었죠. 그때가 아마 첫사랑이었을 거예요.
“다짐은, 세워올린 모래성은 심술이 또 터지면 무너지겠지만”이라는 가사에서 ‘심술’은 어떤 마음이에요?
최정훈 그것도 고등학교 때 써놓은 거예요. 짝꿍이 여자애였는데 얘가, 아, 사랑에 대한 얘기는 아니에요. 하루는 “나 이렇게 해서 1등급 받을 거다, 정훈아.” 그래요. 그런데 다음 날이 되면 “난 안 될 거야.” 이러더라고요. 어릴 때니까, 여자애들은 하루에도 모래성을 이렇게 쌓았다 허물었다 하는구나, 했죠.
예상했던 거랑 다른데…. 제가 너무 멋있게 생각했나 봐요(웃음).
김도형 이런 게 매력인 거 같아요. 정훈이는 자기 감정을 단순하고 솔직하게, 조금은 유치한 느낌의 단어로 표현한 거잖아요. 저는 이게 보기 좋아요. 엄청난 의미를 내포한 게 아니라 그냥 솔직한 자기 느낌.
최정훈 그 가사가, 도형이한테 미안한 얘기지만, 도형이가 책을 많이 안 읽어요(웃음). 근데 그게 너무 좋은 게 제가 가사를 고심해서 이건 이런 뜻을 내포한 문장이고 이건 이런 문장이야, 써서 보여주면 도형이가 그래요. “뭔 개소리야?” 그럼 속으로 ‘아, 오케이. 내가 어렵게 썼구나.’ 하죠(웃음). 그러다 보면 계속 쉽게, 쉽게. 그 쉽다는 말이 결코 나쁜 건 아니거든요.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죠.
최정훈 저번에 [몽키호텔] 작업하면서 쓴 가사를 다시 봤는데, 한 곡당 열 개씩은 입혀봤더라고요. 그중에 돌이켜 보면 큰일 날 뻔 했던 것도 있고.
왜요?
최정훈 한번은 ‘뜨거운 여름밤’의 1절 가사가 통째로 날아갈 뻔 했어요. 제가 이상한 음악에 사로잡혀서 저렇게 음악을 하겠다, 나의 감성보다는 사람들에게 상상 속의 뭔가를 그려주는 가사를 쓰겠다고 바꿨는데, 형(정훈의 친형이 잔나비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한다)이 듣고 막 뭐라고 그러는 거예요. 왜 가사를 바꿨냐고. “형 내가 뮤지션이야, 형이 모르는 거야, 이게 진짜 대단한 가사야.” (웃음) 형이랑 싸웠어요.
그런데 결국 형 말을 들었네요.
최정훈 싸우고 나서 길을 걸으며 다시 들어봤는데, 형 말이 맞더라고요. 기억도 안 나는, 말도 안 되는 가사였어요.
사실 ‘뜨거운 여름밤’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긴 해요.
최정훈 그것도 의도하긴 했어요. 곡이나 가사를 쓰고 편곡을 할 때, 이미지를 만드는 게 우리의 가장 첫 번째 목표예요. 그러니까 항상 곡에 대한 레퍼런스를 잡는데, 레퍼런스라는 게 음악적으로 이 곡을 따라 하자, 이 곡과 비슷하게 만들자는 아니고요. 이런 이미지를 심어주자, 만들어보자, 이런 식으로 작업하는 거죠.
가사는 거의 대부분 정훈 씨가 쓰나 봐요.
장경준 가사는 정훈이가 다 써요.
최정훈 써서 애들한테 검사 맡아요. 그것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보여주면 이건 네 가사야, 이건 네 가사가 아니야, 이렇게 얘기해주기도 해요.
오랫동안 봐온 친구라서 할 수 있는 말 같아요.
김도형 네. 원래 [몽키호텔]이 나오기 전에는 가사를 곡 쓰는 셋이 같이 고심해서 썼어요. 그렇게 하면 특이한 단어는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면 부르는 사람이 눈물을 뚝뚝 흘릴 만큼, 그런 진정성이 담긴 가사는 아닐 수가 있잖아요. 세 명의 감정이 섞인 거니까요. [몽키호텔]이 나오고 나서부터 가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확실히. 그걸 보고 이제 딱 느꼈죠.
사랑에 관한 사연을 듣고 만든 곡이라고 했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뜨거운 여름밤’의 이미지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무언가에 몰입하고 났을 때, 혹은 한 시기가 지나고 났을 때의 허탈함을 떠올렸거든요.
김도형 저는 아무래도 작업할 때나 공연할 때 생각이 많이 나요.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했던 시간이 이 노래로 완성된 거잖아요.
최정훈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건강은 볼품없지만…. 저희가 지금 다 감기에 걸려서(웃음).
장경준 저희끼리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우리 그래도 이번 해 되게 열심히 보낸 것 같다고. 여름이 뜨겁잖아요, 페스티벌도 많고요. 열심히 여름을 달리고 이렇게 선선한 가을 날씨를 느낄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가사 대로 사랑이라는 이미지가 컸는데,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 대한 생각이 더 커요.
신곡이 나왔는데도 제가 이 노래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하니, 다들 좋다고 했어요. 이 곡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유영현 저마다 다 다른 추억을 갖고 있는데, 그걸 구체화시킬 수 있는 노래인 것 같아요. 추억을 기억할 수 있게. 그래서 제일 좋아해요.
장경준 딱 저희가 하고 싶었던 것, 잘하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모은 결정체 같은 느낌이에요.
이 곡이 잔나비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정훈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은 여러 가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곡이 커다란 한 축을 담당하는 건 맞아요. 저희가 밴드이긴 하지만 신나는 록 음악보다는 발라드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니까요. 만약에, 극단적인 예를 들어 저희가 댄스 음악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걸 길잡이 삼아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가사와 멜로디를 쓸 때의 감정, 편곡 작업을 할 때의 느낌, 그 모든 상황들을 잣대로 해서요.
김도형 세상에 음악 하는 사람도 많고 밴드도 많지만 굳이 잔나비여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곡 같아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이요.
오늘이
어제의 꿈이었을 때
다섯 명이 동갑내기 친구예요. 어떻게 함께 음악을 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최정훈 저랑 경준이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같이 나왔어요. 제가 중학교 때 스쿨 밴드를 만들었는데, 베이스가 없었어요. 그런데 마침 경준이가 베이스를 친다는 거예요. 경준이랑은 초등학교 때 친했다가 중학교에 올라가며 잠깐 멀어졌거든요. 그래도 그냥 막무가내로 경준이한테 가서 베이스를 쳐달라고 했어요.
장경준 저도 마침 악기를 배우고 있던 때라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제가 되게 소심했거든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먼저 와주니까 고마웠죠.
최정훈 그때부터 밴드를 시작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니까 부모님들이 다 반대해서 흩어지게 됐어요. 그러다 우연히 도형이를 만난 거예요. 제가 보컬로 도형이네 밴드에 들어가서 음악을 하다가 그 밴드도 공부 때문에 해체되고, 도형이, 경준이, 다시 음악 할 친구 몇 명만 남아 밴드를 만들었어요. 되게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김도형 저랑 정훈이가 전생에 뭐가 있었는지, 그 관계가 신기해요.
아니 어떤 관계길래 전생 얘기까지….
김도형 서로 평생 안 볼 거 같기도 했었는데(웃음). 고등학교 때 같이 음악 하다가 진짜 안 볼 것처럼 다퉜거든요. 그런데 음악 때문에 다시 찾게 되고, 같이 밴드를 만들고. 지금 이 밴드가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지는 게 신기해요, 저는.
영화 〈싱 스트리트〉의 OST를 커버한 영상을 봤어요. 영화 속 주인공들과 비슷한 학창 시절을 보냈을 것 같은데, 어때요?
장경준 그 영화 다 같이 봤어요.
최정훈 완전 똑같았어요. 영화도 기타 치는 애랑 보컬이랑 먼저 만나잖아요. 물론 경준이랑 제일 먼저 만나긴 했지만 “야, 이렇게 모으자.”라고 작당 모의했던 건 저랑 도형이거든요.
장경준 정훈이 인생 영화래요.
김도형 다른 학교 수소문해서 잘하는 애 있으면 “야, 좀 보자.” 하고 연락해서 짜장면 사주고 그랬어요(웃음).
장경준 영현이도 “피아노 치는 친구 있대.” 이렇게 해서 같이 하게 된 거예요.
영현 씨도 밴드 음악을 하고 있었어요?
유영현 아니요. 저는 학창 시절에도 혼자 음악을 했지 누구와 같이 한 적은 없어요. 도형이가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같이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대학교 입시에 떨어지고 삼수 할 때 도형이가 같이 밴드를 하자고 해서….
최정훈 그때 저는 어디 회사 연습생이었어요. 그게 사실 도형이랑 싸워서(웃음). 그리고 다시 같이 음악을 하기엔 도형이도 다른 회사에 계약이 되어 있어 어쩔 수 없었어요. 엇갈린 운명이었던 거죠. “도형아 우린 엇갈린 운명이니까 같이 음악은 하되 밴드는 아니고 내가 앞으로 데뷔하게 될 밴드의 프로듀싱을 같이 하자, 같이 곡 쓰자.” 그랬는데, 얘가 자꾸 꼬드기는 거예요. 어릴 때처럼 같이 음악 하자고.
장경준 옛날 생각나지 않아(웃음)?
최정훈 그러니까 진짜 밴드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둘 다 회사 나와서 영현이랑 셋이 시작하게 됐죠.
심하게 싸웠다고 했는데, 그래도 완전히 연락을 끊었던 건 아니었나 봐요.
최정훈 안 볼 것처럼 싸웠어요.
김도형 그때 제가 정훈이한테 앰프를 하나 빌렸는데, 싸우고 나서 정훈이가 저한테 전화해서 “야, 내가 너한테 빌려준 거 다 가져와.” 그러는 거예요.
최정훈 아니, 빌려준 건 받아야 하잖아요. 선물로 준 게 아니니까.
김도형 그리고 앰프가 고등학생이 갖기엔 조금 비싼 거였어요. 그래서 돌려줬는데, 제가 그 앰프 안에 편지를 하나 써서 넣어놨어요.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언젠간 읽겠지 하고 숨겨 놨죠.
최정훈 그게 약간 화해의 실마리였어요. “우리는 언젠가 같이 음악을 하게 될 거야.”라고 써 있더라고요. 그거 보고 “개소리하고 있네.” 그러면서도 잘 접어서(웃음). 혹시 모르니까. 아마 집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도형 씨는 왜 계속 정훈 씨에게 음악 하자고 연락했던 거예요?
김도형 저는 그때 정훈이한테 꽂혀 있었어요. 이 목소리에. 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아, 우리는 진짜 난리 날 거야, 우리는 스타가 될 수 있어, 이런 느낌이 있었거든요. 한참 엄청난 짝사랑에 빠져 있었죠. 그래서 음악을 한다면 보컬은 얘가 해야 된다(웃음).
결론적으로는 같이 하게 됐어요.
최정훈 네. 영현이 들어오고 셋이서 활동하다가 이제 경준이도 꼬드겨서 다시 시작하고.
학창 시절부터 친구였고, 앞으로도 별일 없는 이상 비슷한 인생을 살겠죠? 이런 친구들이 옆에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장경준 저희가 지금 스물여섯인데, 아직도 이렇게만 있으면 학생인 것 같아요. 그때 얘기도 많이 하고 노는 것도 비슷하니까. 저희가 술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사우나 가고 작업실에서 같이 작업하고 놀고 그러거든요(웃음).
김도형 그때랑 달라진 게 없어.
공연하고 연습하는 시간 말고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나요?
최정훈 공연하고 연습하는 시간보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요. 공연을 안 할 때는 컨디션 관리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 다 같이 작업실에서 살고.
오늘도 그렇고 요즘 윤결 씨의 부상으로 네 분만 활동하고 있는데 결 씨의 빈자리가 느껴지나요?
최정훈 많이 느껴요. 걔가 말이 제일 많았는데…. 도형이가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도형이가 두 번째로 말이 많거든요.
공식적인 자리에서 결 씨가 말을 많이 했나 봐요.
최정훈 아니요. 나가서는 말을 제가 많이 하는데.
장경준 나가면 말 안 해요. 정훈이 혼자 말해요(웃음).
최정훈 결이가 개그맨처럼 웃길 때가 있어요. 분위기 메이커가 도형이 아니면 결이고, 둘이서 주고받는 콩트가 있거든요. 근데 그걸 못 보니까….
모이면 주로 무슨 얘길 해요?
장경준 ‘She’가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요즘에는 그 얘기를 제일 많이 해요.
최정훈 ‘She’가 생각보다 사랑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좋은 노래의 힘이 연속해서 두 번 발휘된 느낌이에요. ‘뜨거운 여름밤’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이 기대감을 갖고 들었는데 만약 안 좋았으면 실망해서 반응이 더 안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노래를 만들면 되는구나, 생각했어요.
잔나비 음악을 ‘빈티지 팝’이라고 스스로 소개하는 걸 봤어요. 빈티지 팝은 어떤 장르인가요?
최정훈 저희도 그렇게 붙일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뜨거운 여름밤’이 들어있는 그 앨범을 듣고 많은 분들이 ‘빈티지 팝’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빈티지 팝인가보다(웃음). 사실 저희가 빈티지한 걸 좋아해요. 옷도 거의 다 빈티지거든요. 오늘 입은 것도 그렇고요.
오늘 입은 게 다 자기 옷이에요?
장경준 아니요. 다 정훈이 옷이에요. 영현이만 빼고.
유영현 저는 그냥 이렇게 입고 왔는데 정훈이가 이대로 나가도 될 것 같다고 했어요.
김도형 작업실에 옷 모아놓고 다 같이 모여서 아바타 맞추는 것처럼 이렇게 골랐어요.
다들 정훈 씨가 리더라 어쩔 수 없이 입은 거 아니에요(웃음)?
최정훈 그런 사람들은 아니에요. 결이는 체육복 입고 다녀요.
김도형 입혀도 어울리지 않아서(웃음).
장경준 저희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거를 끄집어 내줬어요, 정훈이가.
잔나비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요?
김도형 잔나비로서는 명곡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최정훈 저희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기 시작할 때쯤 ‘뜨거운 여름밤’이 나왔어요. 그 전까지는 뭣도 모르는 것들이 히트곡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곡을 만들었거든요. 그러다가 아니야, 히트곡 말고 명곡을 만들자, 생각했어요. 둘은 엄연히 다르잖아요.
둘의 교집합도 있잖아요. 명곡이 히트곡이 될 수도 있으니까.
김도형 히트만 생각하고 만드는 곡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트렌드에 엄청 민감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서. 저희는 그냥 저희가 좋아하는 걸 해서 좋은 곡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모두 스케줄이 끝난 밤 시간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인터뷰가 끝나면 뭘 할 계획이에요?
김도형 저는 생각해둔 게 몇 개 있어요.
아, 혼자 할 건가 봐요?
김도형 아니요. 저는 혼자 하는 건 없어요(웃음). 아직 모두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일단 가서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기타를 조금 친 다음에, 믹스할 게 하나 있어서 믹스 조금 하고, 그 다음에 애들이랑 같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인가? 그 영화를 보자고 할까 생각 중이었어요.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때요?
최정훈 오늘 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김도형 아, 그랬어(웃음)? 그러면 이건 내일로 미루는 걸로!
리더의 결정에 따라 집에 들어가는 걸로.
장경준 아니 근데 이러고 또 작업실 들어갔다가 집 가기 싫으면… 그냥 유동적이에요(웃음).
김도형 저희는 그냥 저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든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우린 뭐가 될까? 철없는 우리가 자신을 향해 항상 던지는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철없는 대답 또한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되었다.
– 패티 스미스, 《저스트 키즈》 중에서
에디터 김혜원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