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만드는 마음

야야 夜夜

노래를 만드는 마음

야야
夜夜

거미의 숲

야야를 처음 본 건 텔레비전 방송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My Favorite Things’을 불렀다. 그 아름다운 곡이 야야의 목소리를 거치자 낯선 분위기로 변했다. 심사위원 대부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심사를 거부했다. 무슨 일일까. 잔뜩 어두워진 경연장 안에서 야야는 혼자만 조금 웃고 있었다.

거미의 숲
00:04:20

말라버린 밤아
밤바람을 타고 숲을 찾아올 때
음음음음 음음음음
말라버린 밤아
밤바람을 타고 숲을 찾아올 때
음음음음 음음음음
검은 몸뚱이를 봐 그 뱃속을 봐
분노에 뒤엉킨 질투의 흔적

BA JA BHIE SALHIFE LAJLA FAJ SA BO BHIJE
NAE MWT NA FO NO DAE
BHI NAC JOJDWN NEFAF LOA
BA LAEM MOB
LWC CO NAE ZAC PHIB NAF LOA

말라버린 밤아
밤바람 타고 거미숲으로
음음 음음음음 음음음음
말라버린 밤아
밤바람 타고 거미숲으로 올 때
음음음음 음음음음

검은 몸뚱이를 봐 그 뱃속을 봐
분노에 뒤엉킨 질투의 흔적
늙어버린 안개
짙은 밤을 떠나 새벽으로
음음 음음음음 음음음음
죽음도 허락지 않았던
가여운 생물의 숲
음음 음음음음 음음음음

‘2010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을 수상하며 처음 목소리를 알린 야야는 이듬해 첫 번째 앨범 [곡예(曲藝)]로 많은 관심을 받는다. ‘신비롭고 어두운 밤’과 ‘화려하고 찬란한 밤’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더 깊은 밤의 트랙 속에서 ‘거미의 숲’은 한마디로 수식하기 어려운, 낯설고 화려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노래다.

새 앨범이 나온 지 한 달이 채 안 된 걸로 알고 있어요.
벌써 그렇게 됐나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잠을 잘 못 자서 조금 두서없이 말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야야를 처음 본 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예요. 인상적이었어요.
여기에 그 이야기는 안 들어가죠? 만약에 들어가더라도 알아서 잘 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사실 제 음악 인생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이거든요. 당시 제가 했던 말이 앞뒤 다 잘려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되어서 나왔더라고요. 악마의 편집이라고 하죠. 아무래도 외모나 그런 것이 조금 세게 느껴지니까 편집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견딜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거 같아요. 사실은 전혀 반대인데.

전혀 몰랐어요. 상처 같은 거 전혀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그 이야기를 몇 번 했는데, 그것조차 욕을 먹었어요. “얘는 성격이 되게 소심한 것 같다”라는 식이었죠. 내가 왜 이런 걸로 비난받아야 하는 걸까? 속이 많이 상했어요. 

그럼 노래를 말하기 전에 이것부터 물어야 할 것 같아요. 야야는 어떤 사람인가요?
직설적이고 쿨하고 ‘언프리티 랩스타’에 나오는 사람 같다고들 많이 이야기해요. 하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스테레오타입이에요. 음악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에도 준법정신이 투철하거든요. 무단횡단하지 않고,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고, 평소에도 그런 게 생활습관이 되어 있다 보니까 음악적으로도 더 깊이 공부하고 연구해서 확신이 있는 음악만 발표하게 되고요.

프로그램 출연 당시 ‘My Favorite Things’을 불렀잖아요?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될 만큼 파격적인 편곡이었던 거 같은데, 그것 역시 확신이 있었나요?
그럼요. 확신이 있었어요. 논란이 되었던 건 분명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음악이 그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가 싶어서 재미있기도 했고요. 당시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금 저의 음악으로 당신들이 곤란해진다면 제가 여기서 그만 두어도 괜찮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데 함께 무대를 준비한 세션들이 말리더라고요.

저는 음악의 공식 같은 건 전혀 몰라요. 그저 느낌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인데, 야야의 노래를 들으면 확실히 불편해요. 동시에 그걸 들으면 제가 괴짜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취향과 생각이 다른 음악은 있지만 틀린 음악은 없다고 생각해요.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세상에 호불호가 안 갈리는 건 없어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할 것 같은 비틀즈도 분명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테고요. 언젠가 수박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수박을 싫어해? 그런데 막상 제가 저의 음악에 대한 반응을 듣고 나니 그럴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쩌면 야야의 음악이 까마귀나 해골 같은 죽음의 이미지를 품고 있어서 한층 그렇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싶어요. 평소에 오컬트나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나요?
저의 주된 관심사라고 할 수 있죠. 책장에 꽂힌 책 대부분은 미스터리와 호러, 공포에 관련한 내용이에요. 영화도 B급 공포 영화를 즐기고요. 어릴 적에는 피의 느낌과 색이 아름다워서 사진을 모으기도 했어요.

야야의 노래를 들으면 이미지가 곡을 지배하는 느낌이에요. ‘거미의 숲’이 담긴 [곡예]에서 역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서커스 풍경이 그려지고요.
저에게 음악과 시각은 하나예요. 음악 외에도 그림이나 영상을 직접 만들다보니 확실히 서로 영향을 끼치더라고요. 그림을 생각하며 음악을 만드는 게 표현이나 아이디어 면에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곡을 만들 때 어떤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음악이라는 형식을 사용하는 건가요?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하는 느낌인데요. 리듬을 먼저 찍어놓고 작업하는 중에 그림이 생각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날은 영화를 보다 떠오르는 심상이 음악이 되기도 하고요.

‘거미의 숲’은 어떻게 나온 곡인가요?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 아라크네Arachne의 이야기가 있어요. 그녀는 베를 짜는 여인이었는데, 제 실력을 자부한 나머지 아테나Athena 여신에게 도전을 한 거예요.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교만한 태도로 신들의 화를 사고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돼요. 한편 아테나 여신은 그녀를 불쌍하게 여겨 목숨을 살리고, 대신 평생 거미로 살도록 만들어버려요.

신화를 모티브로 삼은 거네요.
신화를 읽는데 저의 학창시절이 생각나더라고요. 저는 매년 반장에 전교회장을 했던 모범생이었어요. 동시에 왕따를 당하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했죠. 학교 언니들이 저를 굉장히 싫어했어요. 제 사진을 출력해 눈을 파기도 하고 죽으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계속 당당하게 제 할 일을 하니까 그게 더 화가 났나 봐요. 아라크네의 이야기가 말하는 교훈이 ‘그러므로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래요. 하지만 저는 반대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살면서 스스로 자존감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겸손만 가르치다 보면 튀거나 잘난 누군가가 나타나도 우르르 몰려서 집단 광기를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상대가 누가 되었든 나보다 힘이 약하거나 잘났다고 한들, 타인을 해치려 하는 건 일종의 자만인 거예요. 아라크네의 자신감과 아테나의 자만심, 노래를 통해 그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가사로는 알 수 없지만 음악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는 거 같아요.
바로 그거예요. 모든 가사가 정직하고 직설적일 필요는 없거든요. 인상파 미술을 생각하면 쉬울 것 같아요. 설명하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와 닿는 느낌으로 신화와 그 안에 담긴 저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어요. 학창시절,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언니들에게 혼나던 때 느꼈던 수치심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어요. 그때 학교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하필 문이 잠겨 있는 거예요. 그때 주저앉아서 막 울었어요. 죽는 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거미의 숲’을 보면 ‘죽음도 허락지 않은 가여운 생물’이라는 가사가 나와요. 죽음이 허락되지 않고 거미로 변한 아라크네에게 저의 이야기를 빗댄 거죠.

자기고백적인 노래였네요.
어떤 노래든 저의 이야기를 담는 편이에요. 다만 인상주의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으로 전달할 뿐이죠.

하지만 의미를 듣지 못했다고 해도 음악 자체가 살갗에 닿는 느낌이 매력적이에요.
의미전달을 목적으로 해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게 와 닿는 노래도 있지만 ‘거미의 숲’은 그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았어요. 가령 저는 월드뮤직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스페인어나 불어를 알지 못해도 그 노래가 다루는 감정이 전해지거든요. <아임 낫 데어>라는 영화를 보면 어떤 사람이 밥 딜런에게 당신의 노래가 어떤 의미인지 묻는 장면이 나와요. 거기서 밥 딜런은 그냥 별생각 없이 만든 거라며 시크하게 지나가죠. 되게 많이 공감되더라고요. 여느 예술작품과 마찬가지로 노래 역시 처음 창작자의 의도를 감춰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도라는 말이 나와서 생각난 건데, 작품을 내가 아는 범주 안에 놓고 이야기해야 안심이 되거든요. ‘거미의 숲’을 장르적으로 분류한다면 어디에 묶을 수 있을까요?
어떤 것은 트립합Trip Hop 요소를 차용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클래식을 기반으로 삼기도 해요. 캬바레나 세계음악의 요소를 가져오기도 하죠. 굳이 이야기하자면 아방가르드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거미의 숲’ 스타일의 곡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은 없어요. 지금이야 익숙해졌지만 처음 함께했던 세션들도 이런 음악은 처음이라고 말하곤 했고요. 저 역시 어떤 장르로 묶고 싶지는 않고, 그저 야야의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굳이 규정하고 싶지 않은 거네요.
네, 그렇죠. 어딘가에 갇히지 않는 방식으로 노래를 만들다 보니 장단점이 있어요. 일단 단점은 되게 외롭다는 거예요. 완전히 재즈도 아니고 완전히 록도 아니고 완전히 월드뮤직도 아니며 완전히 클래식도 아니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거예요. 참고할 규칙이 없으니 외롭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반면에 장점은 어디에도 속할 수 있다는 거예요. 록페스티벌에도 나갈 수 있고 월드뮤직페스티벌에도 나갈 수 있죠. 클래식 행사에도 종종 참여해요.

음악적 뼈대는 있되 보다 넓어질 수 있는 해석의 여지가 있네요.
제가 욕심이 많아요.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선뜻 시도할 수 없을 때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언젠가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네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라” 하고 조언을 해줬어요. 간단하고 단순한 대답이었는데 정말 후련하더라고요. 상황에 맞게 눈앞에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보고 싶어요. 여전히 사람들은 저를 하나의 이름으로 정의하려고 할 테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좋아요. 그럼 ‘거미의 숲’을 비롯해서 야야의 음악을 하나로 규정하지는 않을게요. 대신 그 노래가 나오기까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단어로만 말해줄 수 있나요?
어…. 막상 이야기하려니 아무 생각이 안 나요. 아무래도 자기 전에 생각날 거 같은데(웃음). 일단 젠더적 ‘여성’을 꼽고 싶어요. 앞서 얘기한 신화와 저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여성은 겸손하고 평범하게 살아야 한다는 전제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라크네의 신화를 자만이 아닌 자신감으로 해석하는 것과도 이야기가 통해요. ‘트라우마’ 역시 경험에서 비롯한 이 노래에 담긴 단어가 될 수 있고요. 인간 본성 중에서도 어두운 부분에 집중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피스》예요.

“너 내 동료가 돼라.”의 그 《원피스》를 말하는 건가요?
네, 《원피스》는 저의 종교예요. 루피가 나의 예수고 오다 선생님은 저의 하나님이에요. 거기에 등장하는 해군 중에 스모커라고 있어요. 그는 해군으로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사람인데, 루피와 맞닥뜨린 후에 고민을 하게 돼요. 해적은 모두 나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루피는 달랐던 거죠. 그러면서 해군본부로 돌아갔을 때 눈앞에서 부정부패를 발견하고는 정의란 무엇인가 생각해요.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는 인간의 본성을 발견했을 때 고뇌하는 모습이 제가 음악에 담고자 하는 것들과 통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무리가 좀 이상하게 흘러가긴 했지만, 혹시나 말했던 것 중에 빼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이야기해주세요.
글로 옮기실 때 ‘마녀’라는 이야기만 넣지 말아주세요. 마녀는 나쁜 사람이잖아요(웃음).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에디터 김건태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