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고요한 빛을 찾아

What A Warm Cup of Tea Reveals

차실이자 갤러리 ‘카사 사카노우에Casa Sakanoue’를 운영하고 있죠. 소개를 부탁해요.

유코 저희는 카사 사카노우에의 공동 운영자 부부예요. 이곳은 일본 요코하마에 자리한 공간으로, ‘일상 속 깃든 아름다움을 탐구한다.’는 주제로 시작되었어요. 매달차 모임을 열어 중국차와 말차, 커피, 디저트를 함께 나누고 있답니다. 저는 중국차 모임을, 타카노리는 말차와 커피 모임을 진행해요. 봄과 가을에는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고 있는데요. 저희가 함께 일본 각지의 공예 작가 작업실을 찾아가 작품을 직접 고르고, 갤러리에서 소개하고 있어요.

타카노리 저희가 사는 곳은 요코하마의 히요시라는 동네예요. 히요시역을 나서면 게이오대학교의 아름다운 은행나무 거리가 펼쳐지는데 계절에 따라 풍경이 바뀌어요. 도쿄와 요코하마라는 큰 도시 사이에 있지만, 새소리와 빛이 아름다워 자연으로 충만한 지역이죠.

 

일상 속 깃든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공간이라니, 방문자들이 무얼 경험하길 바라는지 궁금해요.

유코 아름다움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행복이에요. 예를 들면 가족과 친구의 건강,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 자연에서 얻는 영감,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과 빛 같은 것들이요. 평범한 순간에서 고요한 빛을 발견하는 감각을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 또한 삶의 경험을 통해 아름다움이 즐거운 순간에만 존재하진 않는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고요. 삶에서 직면한 어려움이나 도전을 넘어선 뒤에, 비로소 나타나는 빛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곳을 찾는 분들이 일상 속에 있는 중요한 빛을 다시 발견하길 바랐어요. 차 모임과 전시 모두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에요.

 

그 매개가 차와 전시라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특별히 전시 공간을 마련한 이유가 있나요?

타카노리 처음부터 공간이 차 모임과 큐레이션 전시라는 두 축으로 구성되길 바랐는데요. 공간을 열기 전, 많은 갤러리와 도예 작업실을 찾아갔어요. 작품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차를 대접받는 순간에서 특별한 온기를 느끼기도 했죠.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경험에서 오는 충만함에 깊이 감동했어요. 카사 사카노우에로 그런 경험을 전하고 싶었고요.

유코 저희가 방문했던 곳들에서 가져온 작품들은 기억과 사람,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렇게 봄, 가을마다 전시 〈Things We Wish to Cherish(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것들)〉를 열기 시작했죠. 차 모임과 전시가 같은 공간에서 열리면 방문객은 작품이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경험할 수 있어요. 저희는 이것이 차와 작품 사이 깊은 공명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차를 처음 접한 날로 거슬러 가볼게요. 어떻게 차를 좋아하게 되었나요?

유코 저는 집에서 보내는 일상과 식기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고, 자연스럽게 차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아름답고 차를 맛있게 우려내는 사람을 만나 스스로 차를 배우기 시작했고요. ‘도(道, Tao)’라는 정신적 탐구의 길에도 들어서게 되었답니다.

타카노리 가족과 세계여행을 하면서, 고향 일본을 기반으로 나의 정체성을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그때 400년 이상 이어져 온 일본 다도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죠. 차의 문학적, 철학적 측면으로 관심이 확장되면서, 대학에 다시 입학해 전통문화와 관련된 예술을 공부했어요. 유코와 관심사가 점차 겹치면서 2023년 지금의 공간을 열게 된 거고요.

 

이번 호에는 차를 대하는 다양한 태도를 담았어요. 두 분은 차를 마실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유코 전통과 형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 나를 편안하게 마주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희 공간의 찻자리는 사람들이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보고, 마음의 중심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기획돼요. 그래서 중국차 모임에서는 특별한 예절이 필요하지 않다고 안내하고, 말차 모임에서도 일본식 정좌 대신 편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요.

 

차 마시는 시간은 어떤 의미로 와닿는지도 궁금해요.

유코 혼자 있을 때도 매일 차를 마셔요. 차를 마시는 시간은 바쁜 일상에서 나만을 위한 순간이 되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요. 누군가와 차를 나눌 때는 조화와 부드러운 연결감이 자연스럽게 생겨나죠. 어떤 마음으로 차를 대하느냐에 따라 차가 드러내는 것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타카노리 차를 마시는 시간은 나를 마주하는 때이자, 문화와 철학을 만나는 순간이에요.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분주함과 소음에 압도되는 순간도 분명 있죠. 차가 그것들을 완전히 없애주진 않지만, 소음과 평온하게 공존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만들어줘요.

 

차를 ‘맛있다’고 표현하곤 하잖아요. 두 분에게 차가 맛있게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예요?

타카노리 나조차 잊고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일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요.

유코 호흡이 자연스럽게 깊어지고 어딘가 먼 곳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 때 그래요. 때론 차 속에 부드럽게 몸을 담그고 있는 느낌도 들죠. 차를 함께 마시는 사람들이 모두 편안해 보이고, 고요함 속에서 조화가 생겨날 때도 참 좋다고 느껴요.

 

아름다운 차실 사진들은 누구의 시선인가요?

타카노리 저희 부부가 차 모임이 열리는 동안 직접 찍었어요. 차를 준비할 때마다 향기와 맛, 올라오는 김, 다구의 아름다움, 공간의 빛에 늘 감동을 받아요. 그런 영감의 순간을 포착해 보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사람들이 특별한 차실을 찾는 이유는 무얼까요?

유코 같은 차라도 공간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손님들은 저희 공간이 일본 신사 같다고 이야기해요. 신사는 자연 속에 지어져 평화와 조화, 소원을 기도하는 장소로, 마음이 자연스럽게 차분해지고 중심을 찾게 돼요. 신사와 비슷한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차를 마시는 경험은 명상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어줄 거예요.

 

한국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봄을 위한 차를 추천해 주실래요?

유코 갓 딴 새싹으로 만든 백차를 추천할게요. 새싹은 부드러운 솜털로 덮여 때로는 은빛으로 보이고,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아름다워요. 맛도 봄의 빛처럼 맑고 부드럽고요. 곁들임 음식으로는 한천으로 만든 부드럽고 산뜻한 디저트가 잘 어울릴 거예요. 가벼운 식감이 백차의 섬세한 풍미를 살려준답니다.

A.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고호쿠구 히요시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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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차의진

Photographer sakanoue oub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