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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을 앞둔 아이와 부모에게
입학. 내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크게 실감하는 사건. ‘태어난 지가 바로 엊그제’ 같아 뭉클해지는 순간이자 영광과 축하가 가장 잘 어울리는 말. 그러나 이 영광이 모든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는 ‘학교(또는 유치원)에 가기 싫어!’라는 말로 아침을 시작한다.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에 들어가 등교 시간이 지나도록 안 나오거나 무작정 울어 젖히기도 한다.
인디아나 존스 같은 모험가라면 몰라도 모르는 곳을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태어나 겨우 3~4년, 많아야 5~6년 산 아이가 엄마라는 안락함에서 분리되어 낯선 사회로 나가는 일은 얼마나 큰 공포인가.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히려 가고 싶어 하는 아이가 이상한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이런 습성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 학교는 1학년 입학 후 3월 한 달 동안 공부 대신 놀이 위주의 입학 적응 활동을 하는 시기인 ‘완충기’를 둔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 안 가겠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해진다. 싫어도 학교에 가야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일까? 그땐 정말 학교 안 가면 큰일이라도 생기는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세월이 변했다.학교를 세우고 교육과정을 만든 건 근대화를 일찍 이룬 나라들이다. 그들은 왜 학교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나라를 잘 운영하려면 근면하고 정직한, 표준화된 시민이 필요했다. 학교라는 곳에 가서 그 사회의 윤리와 규범을 배우고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보편화된 건 근대화 이후다. 지금은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고, 배운 만큼 사회 구성원으로서 능력을 발휘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교육 서비스 패러다임이 당연시된다. 국가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국민은 국가가 제시하는 덕목들을 ‘반드시’ 교육받아야 한다.
상담하다 보면 부모님들도 아이의 이런 마음을 다 안다.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차분하게 들어주려고도 한다. 문제는 부모한테 아침 시간은 너무 바쁘고 정신없다는 데 있다. 아이 학교 보내고 출근하느라 1초가 아까운데, 이 녀석은 꼭 학교 가기 직전에야(타이밍이 기가 막혀) 안 가겠다고 벌렁 드러누워 버리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도 꾹 참고 아이의 말을 경청해보려고 하면 이놈이 또 말을 빨리 하지 않고 혼날까 봐 질질 끈다. 마음은 급해지는데 아이 말 다 들어주고 차근차근 설득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이 녀석, 이때다 싶게 다리에 착 붙어 아예 떨어질 생각을 안 하네?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아이의 변명(?)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당장 학교 가!”라며 세게 나간다. 결국 엄마도 마음 아프고 아이도 서러운 학교 가는 길이다.
하지만 우리도 인정하자. 세상 그 어떤 아이도 단지 나약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은 경우는 없다는 걸. 비난하거나 야단쳐서 아이를 주눅 든 채 학교에 보낼 게 아니라 아이의 마음속에 들어가 고민을 꺼내 함께 해주어야 한다. 이런 경험을 얻은 아이는 자기 삶에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려는 힘, 자존감을 키운다. 엄마라는 내 편 덕분에. 그러면 설령 학교에서 문제를 겪고 있더라도 극복해낼 힘이 난다. 학교에 대해 두려움보다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다 보면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향한 호감도 생기게 마련이다. 물론! 공부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아이에게 바라는 진짜 목표는 오늘 하루 더 ‘억지로’ 학교 가는 게 아니라 바로 이것이 아닌가!
우리 어른들이 직장 싫어하는 것과 같다. 학교든 어디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뭔가를 해야 하는 곳을 아이들은 특히 싫어한다. 현장학습을 가거나 맛있는 급식 메뉴(1학년 아이들은 치킨, 자장면, 스파게티, 피자 같은 메뉴에 목숨을 건다)가 있는 날만 빼고. 어떤 아이는 놀 친구가 있어서 학교에 가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는 학교라는 시스템 자체를 힘겨워한다. 저학년 아이들은 생각이 자유로울 때라 하루에도 몇 번씩 학교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다. 1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학교는 쉬는 시간이 너무 쫍잖아요. 공부는 엄청 많이 하면서 왜 쪼끔만 놀라 그래요? 아까도 볼링 할라고 다 세워놨는데 선생님이 그만 놀라 그러구선. 자꾸 그러면 학교 끊을 거예요!”
“공부 시간에 오줌이 엄청 마렵잖아요? 근데 화장실로 막 뛰어가잖아요? 근데 오줌이 딱 안 마렵단 말이에요. 선생님이 화장실 빨리 갔다 오라 그러니깐 그렇죠. 에잇, 학교 괜히 왔어!”
“어제 친구가 밀어서 내가 자빠졌는데 선생님이 나보고 뭐라 그랬잖아요. 그래서 엄마한테 학교 끊고 싶다 그랬죠. (그래서 엄마가 뭐라고 하셨어?) 엄마가 맘대로 하래요. 그러면서 누나한테 내 책이랑 가방이랑 갖다 버리라 그랬죠. 아휴, 진짜루 클 날 뻔했잖아요!”
“내가 유치원일 때 미역 먹다가 토해서 미역 먹으면 안 되는데 선생님이 1학년 됐으니깐 먹으라 그랬잖아요. 선생님도 미역 먹고 토해 봐요. 쩔어요!”
“내 장화가 짝아져서 새로 사야 되는데 엄마가 안 사줬단 말이에요. 근데 비가 왔죠? 신구 갈라 그러니깐 발이 아펐죠. 그래서 그냥 쓰레빠 신는다 그랬더니 엄마가 장화 빨랑 신구 차 타래요. 내 발이 완전 납작해질 뻔했는데 학교를 오고 싶겠어요?”
대화를 보면, 학교는 아이들에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하는 것들이 많은 곳이다. 아파도 가야 하고 싫은 메뉴도 먹어야 하고 힘든 공부도 해야 한다. 가고 싶지 않은 현장학습도 가야 하고 더운 날 운동회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시기 아이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시간’에 대한 적응이다. 학교라는 곳이 주로 시간을 수단으로 통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기분이나 몸 상태에 따라 할 일을 결정하며 자라왔는데 학교는 철저하게 시간 단위로 계획된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 배워야 할 양도 과거보다 많아지고 있다.
교육 당국이나 부모님들에겐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 보이는 학교가 아이들에겐 낯설고 가혹한 곳이다. 이 안에서 시간을 무기로 아이들을 통제하는 사람이 교사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기들을 힘들게 통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저학년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생각하는 건 아이들이 아직 시계를 읽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계를 읽을 줄 알게 되면, 40분 공부하고 10분 쉰다는 걸 직접 확인하기 때문에 불만이 없어진다. 선생님이 자기들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쉬는 시간을 조금 주는 게 아니라 10분이라는 시간이 원래 짧다는 걸 안다. 저학년 교사들은 아이들의 이런 점을 감안해서 시간을 조금 여유 있게 운영한다. 쉬는 시간을 좀더 주기도 하고 공부가 덜 지루하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학교를 두려워하는 건 그곳에 ‘엄마’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의 등을 떠밀어 강제로 학교에 보내는 게 해결책일까? 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어른의 마음속에는 ‘내 아이가 나약해서 그러니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이는 근거 없는 이론이다. 어른들 역시 어릴 때 그런 말을 들으며 학교 다닌 기억 때문이겠지? 그때야 시대가 어렵고 부모님이 잘 모르셔서 그랬다지만, 지금 우린 그런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우리 반 아이의 절규(?)를 들어보자.
“내가 학교 가기 싫다 그러면요. 우리 엄마가 내 동생한테 제 가방이랑 책이랑 크레파스랑 다 가지라 그런단 말이에요. 그럼 내 동생은 내 가방을 뺏죠? 그럼 난 화가 나니깐 동생을 때리죠? 그럼 엄마가 날 때린다고요!”
학교를 안 가면 그동안 학교에 가는 대가로 부여한 권리(가방, 책, 크레파스)를 빼앗겠다는 태도는 아이에게 폭력이다. 그래서 감히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못 하고 상처받는다. 이럴 때, 엄마가 이렇게 응원하면 어떨까?
“ㅇㅇ가 오늘은 학교 가기 싫구나? 그동안 학교에 잘 다녔으니 가기 싫을 수도 있지. 엄마도 그런 적 많았거든. 그런데 혹시 무슨 일 있니?”
아이의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수용하면서도 아이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이 시기의 부모는 잔소리보다 아이의 불안을 공감해주고 안심시키는 한편 아이의 사회생활을 응원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힘들어할 경우 교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적응을 도와야 한다.
1 규칙을 존중하는 어른스러움을 알려주세요
규칙이나 약속을 잘 지키면 친구들이 아이와 더 놀고 싶어한다는 걸 말해주세요. 가정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아이와 함께 만들어 실천하는 연습을 해봐요.
2 부끄러움을 이기는 용기를 갖게 해주세요
자신의 생각을 친구들과 선생님께 말하면 친구들이 아이를 더 좋아하게 돼요. 가정에서 매사에 아이의 의견을 물어주고 존중해주면 아이도 용기를 가져요.
3 배려할 줄 아는 친구가 되게 해주세요
배려할 줄 알면 친구가 많아져요. 가정에서 배려받은 아이가 남을 잘 배려하기에 형제자매 관계를 부드럽게 조정해주는 게 중요해요.
4 단짝 친구를 만들어주세요
힘든 것도 단짝 친구에게 털어놓으면 이겨낼 수 있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를 자주 초대해 놀게 해주세요.
5 내 옷, 내 준비물은 스스로 챙기도록 지켜봐 주세요
독립적인 아이가 책임감도 강해요. 학용품, 교과서 등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세요.
글 송주현 에디터 이다은
일러스트레이터 최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