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에 대한 책임감

김예별 — 배우

타인의 삶을 자신의 몸과 목소리로 표현하는 사람.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꺼이 용기를 내는 이에게 우리는 왜 저도 모르게 끌리는지, 배우의 몸짓 하나, 목소리와 섬세한 표정에서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발견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제 몫을 다 하는 퍼즐 조각이 있어야 하고, 작은 조각일지라도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새삼스레 깨닫는다.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이며, 단편영화 <나도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어>, <여기까지>를 연출한 김예별입니다. 

 

연기를 시작할 때의 계기나 목표가 있을까요?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라고 할 수도 있겠고요. 

어릴 때부터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분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어요. 거리를 지나다니면서도 혼자 조용히 감정 연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날이면 심장이 막 뛰기도 했고요. 친구들 말에 영향을 많이 받는 중·고등학생 땐 “너무 감성적이다.” 요즘 말로는 ‘오글거린다’와 비슷한 말들을 듣고는 움츠러들곤 했어요. 그래서 “난 연기가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부터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처음엔 뚜렷한 목표는 없었고 그냥 저 영화 세계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첫 작품의 경험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영상물로서의 첫 작품은 제가 다니던 용인대학교 영화과 와의 작업이었어요. 독립 단편 영화 <봄을 그리다>라는 작품이었는데 7년 전 일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많이 어색했어요. 굳어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하면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을 정도예요(웃음). 그때까지만 해도 지문에 쓰여 있는 것들을 카메라 앞에서 그저 수행하던 때였어요. 인물의 마음이나 주관적인 것들을 배제한 그냥 김예별의 행동 수행.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같이 촬영에 임하는 과정이 행복했어요. 배우도 스태프도 각자 역할이 있고 하나의 작품을 위해 맡은 역할들을 해내며 중간중간 주고받는 어색한 농담과 쌓이는 시간이 즐겁게 느껴졌어요. 

 

영상에 담긴다는 건 어떤 순간의 내가 반복해서 재생되고, 또 오래 남겨지는 일이기도 한데요. 부담이 되거나 신경 쓰이지는 않아요? 

그런 부분이 부담도 크지만, 전 제 인생에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커서 영상 작업이 가진 그 특징이 소중하게 다가와요. 물론 아쉬움이 남는 영상도 있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게 제 눈엔 보여서 그 과정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쑥스러운 모습이 있어도 그것마저 결국엔 소중한 저의 지난날이라 여깁니다. 이제 김예별은 그저 연기를 했을 뿐, 김예별이라는 사람보다는 그 작품 속 인물이 남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이 가능한 모든 신에서 그 인물로 존재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에요.

직접 연출한 작품들이 있는데요. 카메라 뒤에서 바라보는 장면은 카메라 앞에 섰을 때와 무척 다를 것 같아요. 

배우로 카메라 앞에 섰을 땐 제 역할 위주로만 생각하기에도 바빴는데, 연출을 할 땐 작품 전체를 봐야 하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해야 해요. 나무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숲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확장된 것 같아요. 

 

영상을 연출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요? 같은 분야지만 전혀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 몇 년을 지내고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영화를 많이 보는데, 처음엔 배우 연기가 보이다가 점점 영화 전체가 보이고 영화가 주는 힘이 느껴졌어요. ‘와, 어떻게 저런 연기를 했지?’ 하다가 ‘와,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었지?’로 생각이 바뀌었고, 배우보다 연출이 더 궁금해지는 순간들도 있었어요.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했길래 저런 글을 쓰고 혹은 저런 장면을 연출했지, 싶었어요. 그런 생각들이 쌓여서 도전할 용기까지 내게 됐죠. 

 

두 역할을 다 해본 사람으로서 일할 때나 영상을 시청할 때 관점이 달라지기도 했나요? 

앞선 질문에 대한 답처럼 영상을 시청할 때 이젠 배우의 연기 위주가 아닌 전체적인 그림들이 보이고, 연출적인 배치들이 보여요. 아직 다른 연출자들에 비해서는 한참 덜 보이는 걸 텐데 점점 더 많이 보이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앞으로가 기대돼요. 그리고 아무래도 배우 일에서도 더 꼼꼼해졌다고 느껴요. 나 혼자만의 감정에 함몰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조금 더 객관적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 또 각자가 얼마나 공들여 준비하는 일인지 직접 느껴봤으니까 내가 할 몫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지기도 했어요. 

 

연기나 연출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두 번의 연출 경험이 아무래도 기억에 남아요. 친한 배우들이 스태프 역할까지 해줬는데 단 한 명도 힘든 내색이나 생색을 내지 않았어요. 돌아보니 진짜 멋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상상하고 쓴 이야기가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통해 실현되고, 그들의 능력에 따라 상상치 못한 새로운 느낌이 나기도 하고, 그 느낌들이 모여 이 영화만의 흐름이 된다는 게 감동스러웠어요. 

 

예별 씨가 느끼는 영상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영상에서도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이 사람이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냐에 따라 영상 느낌이 달라져요. 그래서 영상마다 느껴지는 매력이 달라요. 그 점이 또 매력이에요. 이야기를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현해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필요한 요소도 많고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고집 있게 밀고 나가서 결국엔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해 내는 과정이 멋지게 느껴져요. 

 

가장 좋아하는 영상 콘텐츠가 있다면요? 

시간이 흐르며 좋아하는 게 조금씩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 가장 좋아하는 건 영화예요. 제 마음에 와닿는 영화를 만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거나 엄청난 위안을 얻고, 궁금했던 영화를 보러 갈 땐 마음이 막 설레요. 그만큼 제 마음을 크게 움직이게 하는 영상 콘텐츠는 아직까진 영화예요.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해요. 

아무래도 배우는 누군가 같이 일하고 싶어 해야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물이 쌓이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연출 공부를 위해 수업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현재 배우로서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연출 관련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가 되겠네요. 지금처럼 조금씩 꾸준히 갈고닦아 결국엔 영화계의 도인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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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송재은

사진 김예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