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으로 돌아가기

무엇인가를 바라본다는 것

르코르뷔지에-티켓(t2)

오후 4시, 회사에서 하는 딴짓은 가장 가깝고도 먼 곳에서 시작한다.  나의 책상이 있는 내 자리. 여기저기 얻어맞아 집으로 증발하고 싶은 날도, 도대체 왜 머리 터지게 싸운 건지 자괴감이 드는 날도, 일이 너무 많아 승모근이 얼얼한 하루도. 그날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와 상관없이, 내가 나답게 느껴지는 ‘내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

 내 자리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책상 위에 기억하고 싶은 몇 가지 물건들을 가져다 놓는다. 시선이 닿는 곳에 그때의 내가 있다. 매일 가는 오피스가 한없이 낯설게 느껴지고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나는 책상 앞에 앉아 그 순간의 속도로 도는 모빌과 화이트보드를 바라본다.

 

책상_04

 

책상 앞 화이트보드에는 좋아하는 것들이 붙어있다. 최근에는 르 코르뷔지에의 도쿄 전시 티켓과 색감이 고와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화보(맹세코 모델이 아니라 색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수채화 같지 않은가!)를 붙였다. 마음이 괴로웠던 지난봄, 여행에서 본 르 코르뷔지에의 습작과 공간은 내게 큰 위로로 남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기억을 돌이켜 보면, 내가 열과 성을 쏟아야 할 게 꼭 눈앞의 과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삶은 15인치 노트북 화면 밖에 있고, 23층의 오피스보다 높고 넓으니까.

 

 

기념하고 싶은 순간이면 모빌을 산다. 책상 옆 창가에는 재미있는 유리 모빌을 놓았다. 모빌 속 하트는 베인로터라는 소재로 만들어져 빛을 쬐면 빠르게 돌아간다. 햇빛이 강한 요즘은 팽팽 도는 모빌을 보며 출근하고, 퇴근할 때 즈음엔 타이찌(太極拳)를 수련하는 노인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모빌과 눈인사를 한다. 오후 4시 즈음에는 모빌의 돌아가는 속도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해본다. 그렇게 매순간 다른 속도로 도는 모빌을 보고 있으면 선거철의 확성기처럼 웅웅대던 목소리들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내가 아닌 다른 것에 향해 있던 마음도 어느새 터덕터덕 걸어서 내 자리로 돌아와 있다.

 

We Around Project

오후 네 시의 영수증

 

Youtube의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고백이지만 노는 것만큼이나 일을 좋아합니다. 그만큼 생활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해, 오후 네 시가 되면 남은 하루를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저의 영수증이 하루의 리듬을 바꾸고 싶은 직장인에게 작은 가이드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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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보경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