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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도쿄 나카모토 가족
바다 건너 저 너머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을 알게 됐다. 안전모를 꼭 챙겨 쓴 네 가족은 자전거 옆에서, 풀과 꽃이 무성한 산책로에서, 트렁크가 시원하게 열린 차 뒷좌석에서 카메라를 응시한다. 사진은 분명 소리를 담지 못하는데, 경쾌한 웃음과 계절의 기척이 들린다. 그 가족의 기록이 어찌나 오붓하고 자연스러운지 살며시 노크하고 싶어졌다. 저기요, 어딜 그렇게 가시나요?
한국에서 나카모토 가족을 지켜봤어요. 이야기 나누게 돼서 기쁘네요.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나카모토 타로Nakamoto Taro입니다. 대단히 특별한 점은 없는 보통의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에게 흥미를 가져줘서 고마워요. 한국에서 온 연락이 반가웠어요. 제가 사실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적이 있거든요. 지금은 전부 까먹고 ʻ사기꾼’, ʻ바람피우다’라는 말만 알고 있지만요(웃음).
범상치 않은 단어네요(웃음). 타로 씨의 가족을 소개해 줄래요?
저와 아내 유키,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섯 살 첫째 딸과 세 살인 둘째 딸이에요. 자전거와 불고기를 무지 좋아하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가족입니다. 도쿄에서도 서부 도시인 조후에 살고 있어요. 조후는 자연이 풍부하게 펼쳐져 있어 ʻ여유롭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또 도쿄의 중심인 신주쿠나 시부야에도 전철로 20분 정도면 도착하기 때문에 문화생활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온 가족이 옥상과 베란다를 자유롭게 누비던데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건가요?
우리 집은 3층 건물 꼭대기에 있어요. 1층은 자재 보관소, 2층은 1인 공간 임대로 쓰이고, 옥상을 포함한 주거 공간이 3층에 자리해 있죠. 옛날에는 건물이 2층까지 있었다고 하던데, 집주인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서 꼭대기에 단층집을 지은 것 같아요. 우리답게 살기에도,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기에도 좋은 집이에요.
나카모토 가족에게 우리답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네요.
원래는 도심 한복판에 살았어요. 도심은 교통도 편리하고 친구들도 쉽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하지만 창문을 열면 바로 옆에 다른 집이 붙어 있는 밀집된 주거 환경이 스트레스였어요. 도심의 여운과 편리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면서 느긋한 환경과 넓은 집을 만나고 싶었죠. 그래야 우리가 다른 누구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런 타이밍에 유키가 임신을 하면서 이곳으로 옮기게 된 거예요. 벌써 7년쯤 되었네요.
여기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어떤가요?
그럼요. 지금 머무는 곳은 베란다도 넓고 눈 앞에는 큰 강이 펼쳐져 있어요. 우리 가족을 막을 건 아무것도 없죠. 여름에는 온 가족이 반나체 상태로 지내곤 해요(웃음). 기분이 내키면 자전거를 타거나 캠핑을 떠나고, 강으로 달려가 게나 은어를 잡기도 해요. 우리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에 이 공간과 도시가 중심축이 되어준 것 같아요.
마음 가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장소네요. 나카모토 가족의 하루 일과를 듣고 싶어요.
특별히 정해진 루틴은 없습니다만, 보통 평일엔 아침 6시 반 정도 일어나서 세탁기를 돌리고 큰딸의 등교 준비를 합니다. 아이들이 일어나면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꼭 온 가족이 큰딸을 배웅하죠. 유키는 9시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저는 직장으로 출근합니다. 둘째는 아직 어리다 보니 집에서 놀아요. 점심이 지나서 첫째가 하교하면 학교 숙제를 시키다가 싸우고, 마트에 가면 과자 사고 싶다고 졸라서 싸웁니다. 아이가 있는 집은 매일 싸움이에요(웃음). 쉬는 날이면 라디오를 들으면서 청소하거나 아이와 함께 집을 고치기도 하는데요. 요즘은 집 벽이나 현관문 주변, 가구를 직접 색칠하는 데 빠져 있어서 분홍색과 노란색으로 칠하며 놀고 있어요. 아, 집주인이 알면 화낼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게 좋겠어요(웃음). 나카모토 가족은 자전거를 즐기고 좋아하죠? 타로 씨와 유키 씨가 아이들을 자전거 앞뒤에 태운 사진을 자주 올리잖아요.
정말 좋아해요. 날씨가 좋은 봄과 가을에는 자전거 타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져요. 차보다는 느리지만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길이 동네에 많고, 잠시 어딘가를 들르거나 출근할 때도 꼭 필요하고요. 저는 만원 전철을 절대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에 심신에도 도움이 돼요.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일상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예요. 아이들은 자전거를 혼자 타는 것보다 엄마 아빠가 운전해 주는 걸 좋아하는데요. 등받이 좌석에 앉아 노래도 부르고 수다도 떨고, 흔들리는 자전거에서 낮잠도 즐겨요. 집에 돌아오면 앞좌석과 뒷좌석에서 감상했던 장면들을 들려주기도 하죠. 열심히 바퀴를 굴린 덕분인지 자전거 타고 와서 마시는 맥주가 평소보다 열 배는 더 맛있어요.
즐겨 타는 장소도 있어요?
집 앞 강둑을 달리는 걸 좋아해요. 신호등이 없고 조용하기 때문에 딸과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 부르며 오붓하게 달릴 수 있어서요. 근처 재활용 가게에도 곧잘 들려요. 특별한 장소가 정해져 있다기보다 자유롭게 마음 가는 대로 향하는 편이에요.
그러고 보니 타로 씨가 유키 씨를 만나게 된 것도 자전거 덕분이라고 들었어요.
이전에 셰어하우스 운영 회사에 다녔는데 그때 아내가 손님으로 와서 처음 만났어요. 당시에는 제가 관할 지역 내의 관리 물건을 소개했는데, 매일 50킬로미터에서 많게는 100킬로미터를 달려야 해서 피스트 바이크를 타고 다녔어요. 그 모습을 보고서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그런데 아내는 손님인데도 아예 자전거를 타고 왔더라고요. 뭔가 마음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번에 가까워졌고 3개월 만에 결혼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자전거 애호가들이 모이는 사이클 카페에서 일하고 있으니, 생각해 보면 자전거가 이모저모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네요.
이외에도 캠핑이나 하이킹 등 다양한 야외 활동도 즐기고 있잖아요.
반경 5킬로미터 이내에 풍부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많거든요. 그래서 다마가와의 나카슈에서 캠핑을 하거나 모닥불을 피우고, 가까운 산속을 거닐며 자전거를 타곤 해요. 또 저는 매주 풋살을 하고 댄서 출신인 아내는 정기적으로 춤을 추러 가죠. 아이들은 집 안과 밖을 뛰어다니고 노래하고 춤추고…. 언제나 몸을 움직이고 있어요(웃음).
일본은 학교에서 스포츠 동아리에 참여할 기회가 많잖아요. 타로 씨와 유키 씨도 어릴 때부터 활동적인 걸 좋아했어요?
그런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학교 체육 시간에 수영이나 육상, 축구, 야구, 유도, 테니스처럼 다양한 운동을 배웠어요. 일 년에 한 번씩은 전교생이 참여하는 운동회를 열어서 승부를 겨루는데 정말 재밌있죠. 방과 후에는 예술이나 스포츠 등 여러 분야의 동아리에 참여할 수 있는데요. 저는 고등학교에서 럭비를, 대학교에서는 미식축구를 했어요. 아내는 중학교에서 발레부를 했고요. 동아리에서 운동을 재미있게, 성취감을 느끼며 하는 법을 배웠어요.
나카모토 가족이 몸을 움직이며 에너지를 얻고, 계절과 자연을 만끽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별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그 순간에 우리 가족이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 외에는. 우리 가족의 모토는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거예요. 인스타그램 속 사진을 보면서 우리가 항상 어딘가로 멀리 떠나는 게 아닐까 예상하는 분도 많지만 전혀 아니에요. 저와 유키는 지금의 행복과 즐거움이 멀리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상에서, 잠깐의 시간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어요.
내키는 대로 행복한 가족의 모습처럼 느껴져요. 사진은 타로 씨가 찍어 기록하는 건가요?
맞아요. 아마 2020년부터였을 텐데, 팬데믹을 계기로 인스타그램에 가족의 일상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사진은 대부분 제 담당이지만 가끔은 유키나 첫째가 찍어주기도 합니다. 제가 카메라를 잘 몰라서 어슬렁어슬렁 헤매고 있으면 기다리던 가족들이 짜증 나서 무표정이 되어버려요(웃음). 그 상태로 찍어도 좋은 사진을 건지긴 하지만요. 피사체인 유키와 아이들의 꾸미지 않은 모습이 사랑스럽다 보니 조금 엉뚱하거나 이상해도 매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안전모를 쓴 채로 무심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이 오묘하고 귀여웠어요. 나카모토 가족은 다가오는 겨울에는 무얼 하며 지낼 계획이에요?
사실 우리 가족은 여름을 좋아해요. 메일 베란다에 작은 수영장을 만들거나, 집 앞 강에 뛰어들어 물놀이를 하며 지냈거든요. 물론 집에서부터 수영복을 입고 동네를 걸어 다녔고요, 우리의 계절이라고 생각했던 여름을 지나 가을에는 실컷 자전거를 타다가, 겨울이 오면 확실히 집 안에서의 활동이 길어져요.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베란다에서 캠핑이나 목욕을 즐기려고 해요. 그리고 차에 자전거를 싣고 달리다 기분 좋은 장소를 만나면 즉흥적으로 내리려고요. 한국에도 그럴 만한 곳이 많죠?
물론이죠. 나카모토 가족의 동네보다는 좀더 추울지도 모르지만요.
기대되는데요? 언젠가 한국으로 우리 가족을 불러주세요(웃음).
에디터 이명주
사진 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