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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훈 — 요가소년
굳은 몸이 좀처럼 풀어질 기색을 보이지 않는 이 계절, 요가소년을 만났다. 준비해 온 매트를 단정한 모양새로 펼쳐둔 채 몸을 곧게 뻗는 그를 보며 나를 돌아보았다. 저렇게 하늘을 들어 올릴 듯 팔을 든 건 언제일까. 볼이 발그레해질 만큼 근육을 풀고 새로운 숨이 온몸을 한 바퀴 돌도록 깊게 들이마신 건 언제였을까. 요가소년 한지훈의 말과 숨을 따라 지금, 이 자리에 머무는 우리를 들여다본다. 그 이후에는 그저 몸이 내는 소리를 따르면 된다.
한국에는 바로 어제 도착하셨다고요.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ʻ요가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지훈입니다. 저 스스로를 가리킬 때는 요가를 나누고 안내하는 사람, 요가 안내자라는 표현을 즐겨 쓰고 있어요. 미국 시카고에 살고 있어서 한국에는 2주 정도 머무를 예정인데요. 전쟁이 항로에 영향을 미친 탓인지 평소보다 두세 시간 더 걸려서 한국에 도착했어요.
장거리 비행은 조금만 지연되어도 몇 배로 힘든데 피곤하셨겠어요. 한국에는 오랜만에 오신 건가요?
올여름에 왔었어요. 1년에 한두 번 한국으로 오는데 보통 여름에 두세 달 정도 머물면서 아내와 함께 친구들, 가족들을 만나요. 틈틈이 찾아주시는 분들과 협업해서 요가 수련 클래스를 열기도 하고요. 어젯밤에는 도착하자마자 가족 모임으로 삼겹살을 맛있게 먹고 침대에 누웠는데 바로 잠들었어요(웃음). 오늘도 성수에서 클래스를 하나 진행했고, 내일은 대구 팔공산으로 요가 투어를 떠납니다.
꼭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운이 좋았던 거네요.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기뻐요. 저도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또 얼굴을 직접 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좋아요.
갑자기 추워져서 놀라시진 않았나요? 한국은 겨울이 성큼 다가왔거든요.
초겨울에 한국에 있는 게 7년 만이에요. 얼마 전에 한국에 사는 가족들과 통화했는데 반팔 입을 정도의 날씨라며 덥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사는 시카고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ʻ윈디 시티’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그 전에 살던 미시간은 길고 건조한 겨울이 찾아오는 곳이에요. 눈도 많이 내리고요. 두 지역에서 지내면서 추위에는 이골이 난 터라 따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추워졌네요. 그래도 오랜만에 낙엽 떨어지는 거리를 봤어요.
‘윈디 시티’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데요.
오대호라고 한반도가 잠길 만한 크기의 호수가 있어요. 그 줄기로 뻗어 나오는 미시간호가 보이는 곳에 살고 있죠. 어마어마하게 큰 호수다 보니 바다 같기도 해요. 수면이 잠잠할 때는 파도가 없는 바다처럼 보여서 낯설고 흥미롭죠. 패들보트 타는 사람들도 많고요. 미국에 살게 된 건 아내의 일 때문이에요. 어디서 살까 많이 고민했는데 미시간호의 풍경을 보고선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그곳에 머물고 싶었어요. 아주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살고 있답니다.
바다 같은 호수라니, 직접 보고 싶어지네요. 앞선 소개에서 직업이 아니라 어떠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게 인상 깊었어요. ‘안내’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가 담긴 걸까요?
일부러 어려운 길로 간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누구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거나 선생이라는 표현은 조금 무거운 것 같아요. 요가라는 단어에도 괜한 무게가 실리곤 하는데, 더욱 무거워진달까요. 제가 전하고 싶은 요가는 위에서 내려오는 시선이 아니라, 요가와 가까워지는 여정을 곁에서 바라보는 시선이에요. 가르쳐준다는 말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고 저와도 잘 맞지 않아서 ʻ안내’라는 표현을 쓰게 됐어요.
‘한지훈’이라는 이름보다 ‘요가소년’으로 더 자주 불릴 텐데요. 요가소년의 시작을 알려면 지훈 씨와 요가의 만남부터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첫 만남은 바야흐로 15년 전 이야기인데요(웃음). 친구들과 봉사 활동 겸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교내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인도라는 나라에 호기심이 들어서 한 달 동안 저를 포함한 남자 네 명이 그곳에 머물렀죠. 봉사 활동 이외의 시간에는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친구 하나가 “그래도 인도에 왔는데 요가 한번 해볼래?”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저한테 요가란 은은한 노래와 함께 도를 닦고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었어요. 조금 괴상한 자세와 해탈한 듯한 표정 같은 것들요.
맞아요. 다리를 들어 목 뒤에 얹는다든가, 만만치 않은 인상이죠.
궁금하긴 하니까 요가를 가르쳐주는 센터에 갔더니 보통 한 달씩 프로그램을 수강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에게 남은 건 단 3일뿐이라 포기하고 가려는데, 저희를 꼭 잡더니 한 달치 금액을 내면 특별히 3일 만에 모든 과정을 알려준대요. 솔깃해서 등록하긴 했는데 다짜고짜 여러 가지 ʻ아사나Asana’를 해보라고 했죠.
아사나는 ‘자세’라는 뜻이죠?
맞아요. 산스크리트어예요. 어쨌든 요가 선생님이 보여주는 대로 열심히 따라 하긴 하지만 될 리가 없죠. 그래도 계속 잘한다며 다음 자세로 넘어갔어요. 중간에 친구랑 저랑 서로 눈이 마주치면서 “이거 맞아?”, “아닌 거 같은데.”라며 웃던 기억이 나요. 선생님은 무슨 말인지 모르실 텐데도 저희를 따라 웃더라고요. 그때 아주 조금은 우리가 속은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웃음) 사실 첫 만남에는 별로 감흥이 없었네요. 바가지까지 썼고요!
요가를 경험했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했죠.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와서 잊고 지내다가, 당시 여자 친구였던 제 아내가 요가원 가는 걸 엄청 좋아했어요. 저를 만나기 이전부터 꾸준히 했고요. 어느 날, 요가를 다녀오더니 요가원을 잘 만난 것 같다고 또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그럴까, 궁금했죠. 하루는 저에게 같이 가자길래 데이트하는 느낌으로 따라나서 첫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괜찮았어요.
어떤 부분이 괜찮게 느껴진 거예요?
수업 진행은 딱히 특별한 건 없었어요. 수련생들이 쭉 앉아 있고 앞에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따라 하도록 하는 거요. 그때 제가 첫 수업이다 보니 신체 능력이 부족하고 낯설어서 동작이 잘 안됐어요. 끙끙대고 부끄러워하는데 선생님이 제 모습을 보곤 조용히 오시더라고요. 그리고는 저만 들릴 정도로 말씀하셨죠. “무리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 한마디가 거창할 수도 있지만 인간이 지닌 배려의 표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세심함이 담긴 한마디네요. 매번 끙끙대고 부끄러운 운동 열등생들은 동작을 억지로라도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무리하지 않아도 좋다는 건 존중의 한 방식 같아요. 그런 태도가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에게 배어 있다면 기꺼이 이곳에 자주 오고 싶더라고요. 처음에는 3개월 등록해서 부지런히 나가보고 뭐가 뭔지 잘 모르지만 열심히 따라 해봤어요. 일주일에 서너 번은 수업을 듣고 나가지 않는 시간에도 요가 생각을 했죠.
요가 생각이라는 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인가요?
어떤 아사나를 안내하셨을 때, 그 언어들을 다 알아듣고 싶었어요. 아무도 저한테 숙제 내주지 않았고, 그걸 하라고 압박한 것도 아닌데 제가 제 시간을 할애해서 공부하고 있더라고요. 사람들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들이 있는데, 좋아하는 대상에게 하는 것처럼 저는 요가에게 한 거예요. 요가원에 나가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하는 분들이랑 소통하고 싶어 하고요.
몸에서 먼저 신호를 주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마음이 먼저 동했던 건가 봐요.
물론 그때 몸에서도 삐거덕거리는 부분이 많았어요. 위장이 불편하고 퇴행성 관절염이 시작됐고 두통도 심했죠. 일에 빠져 살던 때라 식사도 거르고 잠도 잘 못 잤고요. 근데 바쁘면 당연한 수순처럼 그렇게 지내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회복하기 위해 요가원에 갔던 게 아니라, 요가원에 갔더니 내가 회복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된 거예요. 회복의 시작은 알아차리는 거예요. 내가 지금 이 부분을 불편해하고 있구나, 이런 부분이 아프구나. 요가 수련할 때 나의 몸과 숨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는데요. 그러면 복잡하고 어지럽고 시끄럽던 머릿속이 아주 단순해져요. 그제야 비로소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생기는 거죠.
좀더 설명을 듣고 싶어요. 나의 현재를 살펴보는 것… 어떻게 하나요?
예를 들어 오른 무릎이 많이 아프다는 걸 인식했어요. 그럼 ʻ그쪽이 아픈 건 항상 무거운 걸 들고 오래 걷기 때문이고, 서 있을 때 짝다리를 짚었기 때문이네.’라고 곱씹어 보는 거죠. 요가 수업을 들어보면 지금 여러분의 호흡은 어떤지, 지면에 닿아 있는 신체 부위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자세를 수행할 때 몸의 앞부분과 뒷부분은 어떤 느낌인지 계속 물어보세요.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거나 지면에 닿는 발바닥 같은 건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쉬워요. 그래서 더욱 열중하는 시간으로 되짚어봐야 하죠.
그럼 살펴본 다음에는요?
내가 어떠한 상태에 놓여 있구나, 내 감정과 몸 상태가 이렇구나, 알게 됐다면 또 기다려 보는 거예요. 내가 이걸 회복하고 싶은지, 유지하고 싶은지 또는 그만두고 싶은지요. 몸이 내는 소리를 그저 따라가 보는 거죠. 이럴 땐 어떻게 하라는 답을 정해드리기 어려운데요. 사람마다 다르고, 한 사람이라도 매일 다른 상태가 되기 때문에 중요한 건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계속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거예요. 마침표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한 거죠. 똑 부러지는 답을 얻지 못해도, 뾰족한 답을 발견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로도 들려요.
사실 요즘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아요. 집중하기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꼭 요가만이 해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운동이 몰입의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고, 사색이나 잠을 자는 게 될 수도 있겠죠. 누군가를 만나서 수다 떠는 것도요. 혹시 그런 도구를 아직 찾지 못했다면 그때 요가를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저와 같은 의미를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는 않으시길 바라요. 다양한 방법 중 꼭 맞는 걸 찾아가면 되니까요. 이 세상에 반드시 해야 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어느 인터뷰에서 “모두에게는 각자의 수련이 있다.”라고 이야기하신 적 있죠. 맥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오늘 준비해 주신 이 차가 저에겐 너무 좋아요. 그런데 포토그래퍼 작가님에게는 그만큼 좋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무작정 “이거 너무 좋아, 마셔봐.” 하는 게 조금 조심스러울 때가 있어요. 듣는 이가 그렇게까지 좋지 않더라도 맘에 든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거든요. 요가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모두의 몸은 다 달라요. 신체 능력도 다르고, 요가 수련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도 수행 능력이 달라져요. 그런데 우리는 시각이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모양을 똑같이 따라 하지 못하면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해 버려요.
맞아요.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먼저 나를 그렇게 판단하게 되더라고요.
요가 안내자를 따라 몸을 움직였고 그 자세 이름이 ʻ비라바드라아사나Virabhadrasana’라면, 모두 각자만의 비라바드라아사나를 만드는 거예요. 저와 똑같은 모양이 아니라도요. 만약 다리 뒤쪽이나 무릎이 많이 불편하다면 무릎 굽힌 정도를 줄이면서 나만의 모양을 찾아야 해요.
아마 많은 사람이 물을 것 같기도 해요. “이렇게 해도 돼요?”, “이렇게 하면 안 되죠?”
그럼 “아니에요. 그렇게 해도 돼요.”라고 말씀드려요. 비교하는 게 나쁜 건 아니에요. 우리는 사람이고 우리가 자라온 환경이 그렇게 학습하게 만들었어요. 누군가와 경쟁하거나 저 사람보다 뒤처지지 않고 싶은 마음은 내가 못나서, 뭔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 마음이 무언가 해내겠다는 성취감과 희열을 끌어낼 수도 있고요. 반대로 과하면 자신을 깎아내리며 부정적인 영향을 낳을 때도 있기에 꼭 말씀드려요. 적어도 요가 매트 위에서는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이야기마다 존중이 배어 있어요. 모두 경험에서 비롯된 말처럼 들리고요.
저도 매번 그렇거든요(웃음). 마치 제가 모든 부정적인 생각에서 자유로운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전혀 아니에요. 이런 맞는 말들, 재미없는 말들은 다 저한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까먹고 싶지 않아서 계속 밖으로 꺼내두는 거죠.
그러고 보니 요가는 ‘수련’이라고 표현하잖아요. 이유를 고민해 본 적 있어요?
처음에는 무심코 사용했는데 가끔씩 이런 질문을 듣게 되니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요가는 운동의 하위 카테고리라고 하기엔 어려운 것 같아요. 물론 운동과 겹치는 부분이 있죠. 요가에서 몸을 움직인다는 건 체조에 뿌리를 두는 거라, 특정한 신체 부위의 근력을 강화하면서 능력이 향상되고 개운한 느낌을 받잖아요. 그런 것과 더불어 요가는 나의 정신과 감정, 마음처럼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를 둘러싼 것에 대해 질문하고 관찰하는 작업이에요. 몸과 연결되어 있는 생각을 응시하도록 끊임없이 주문하고 그 주문에 응하기 때문에 수련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까 생각해요.
단순히 가르침을 받아 익히는 것과는 또 다른 요가만의 요소네요. 기억에 남는 수련이 있을지 궁금해져요.
음, ʻ시르사아사나Sirsasana’가 떠올라요. 머리를 바닥에 대고 몸을 곧게 세우는 건데 아사나의 왕이라고도 불러요. 한창 요가에 대해 궁금한 게 많던 때라 시르사아사나의 평온한 상태는 어떨지 느껴보고 싶었어요. 집에서 틈날 때마다 한 번 해보고 또 해보고… 꽤 시간이 걸렸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선물처럼 그 자세가 되더라고요. 너무 기쁘고 뿌듯한데, 순간 ʻ이다음은 뭐지?’ 싶었어요.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까 뭔가 반짝반짝 빛나는 무언가가 저에게 다가올 거라고 기대했나 봐요. 그때 요가에 이렇게 접근하는 방식은 조금 위험하겠다고 깨달았죠.
성취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인가요?
앞서 수련의 의미와도 연결되는 이야기 같은데요. 요가는 하나의 산을 올라봤다고 해서 더 높은 산, 더 험준한 산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매일 같은 산을 오르내리는 것과 비슷해요. 누군가는 똑같은 일을 뭐 하러 반복하냐고 말할 테지만 산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머무르는 장소, 산행에 임하는 내가 매일 달라지죠. 미세한 변화와 감정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맹목적인 성취로는 흥미를 잃기 쉬워요.
다시 요가소년의 탄생으로 돌아가 볼게요. 요가와 무척 가까워졌을 즈음, 미국에서의 일상이 시작됐죠.
그때 저는 집 발코니 한편 볕 잘 드는 곳에다가 매트를 펼치고 요가 수련하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많은 시간을 쏟다 보니 다른 이들에게 안내해 봐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죠. 당시에 유튜브는 창작자에게 주어진 ʻ디폴트값’이었어요.
무엇보다 이름 짓는 게 가장 고민될 것 같아요. 나에게 불러주길 바라는 이름을 스스로 정해야 하잖아요.
맞아요. 간판 같은 거니까요. 처음 생각한 건 ʻ하우즈요가두잉How’s Yoga Doin’’이었어요.
아…!
전혀 와닿지 않는 얼굴이시네요(웃음). 제가 요가를 하도 좋아하다 보니, 아내와 통화하던 친구가 저에게 안부를 물을 때 “지훈이는 뭐 해?”가 아니라 “How Is Yoga Doing?”이라고 말하는 게 재밌었거든요. 사연을 아는 사람은 재밌지만 아무도 그 사연을 모르니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나온 게 요가소년이군요!
하루는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데, 아내가 꾀죄죄한 제 모습을 보면서 이러더라고요. “너 지금 딱 시골 소년 같아.” 그 표현이 순간 마음에 와닿았어요. 요가를 좋아하는 시골 소년에서 가운데 말들을 빼고 ʻ요가소년’이 된 거죠. 물론 소년이라는 단어에 의아함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는데 당시에 재주소년, 커피소년처럼 다양한 소년들이 있었어요(웃음).
마음만은 언제나 소년소녀니까요(웃음). 요가소년의 콘텐츠는 언제나 참 듣기 편안해요. 세세하고 다정하게 설명해 주고요.
저와 함께 수련하시는 분들이 다치지 않길 바라거든요. 또 동작을 수행하는 내내 영상을 바라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시선도 요가의 요소 중 하나라 자세마다 시선을 발끝과 손끝, 코끝, 배꼽 등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정해져 있어요. 어떤 자세를 취했는데 부자연스럽게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리가 갈 수 있죠. 영상에서도 자주 말씀드리는데, 들려오는 소리에만 집중해서 수행해 달라고 해요. 그러기 위해선 최대한 쉬운 말로 촘촘하게 설명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오디오가 꽉 차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해요.
듣는 이를 위한 선택이었네요. 콘텐츠 촬영은 주기적으로 하세요?
사실 조명을 다룰 줄 몰라서 집 안에서 자연광이 비출 때만 촬영하거든요. 날씨 앱 여러 개로 한 달 동안 언제가 맑은지, 몇 시에 해가 들어오는지 살펴보고서 날을 정해요. 당일에 흐려진다면 어쩔 수 없이 바꾸고요.
2017년 겨울부터 시작해서 구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시잖아요. 거기에서 얻는 힘이 큰가 봐요.
정말 너무너무 큰 힘이 되고 있고, 언제나 감사함을 아끼지 않고 표현하려고 해요. 아까 수업 마치고 누군가가 꾸준하게 활동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이 자리에 함께 계신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라고 답했어요. 보내주시는 응원과 사연들을 보면서 매 순간 ʻ내가 잘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죠.
그러고 보니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구독자들과 만나시네요.
요가원에서 요가를 접했기 때문에 같은 시공간에서 에너지를 나누는 것의 즐거움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요가소년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경험하는 분들에게 책임감을 갖게 돼요. 영상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드리긴 합니다만, 실제로 만나 수행하는 건 쉬이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있거든요. 우리가 요가를 하는 건 단순히 나만 힘을 기르기 위해서가 아니잖아요. 공동체 속에서 교감하고 눈을 마주치고 악수하고 호응을 하고, 결국 이런 감각을 얻고 싶기 때문 아닐까요? 내년에는 서울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요가를 안내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지훈 씨는 자신에게 좋은 걸 혼자 즐기는 것보다 남과 공유하길 바라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안내자’처럼요.
그런가 봐요. 제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요. 너도 이걸 좋아해 줘, 말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경험과 감각을 공유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미처 몰랐던 걸 얻는 거죠. 그때 기쁨을 느끼고 제 우주가 더욱 커지는 기분이에요. 그렇게 쭉 살아왔으니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지훈 씨만의 요가 루틴이 있을 텐데요. 하루 중 주로 언제 하세요?
공복 상태인 아침에 하려고 해요. 몸의 현재 상태와 감각이 강하게 느껴지는 때거든요. 일어나자마자 환기를 하고 차나 커피를 내려 마셔요. 매트는 역시 볕이 잘 들어오는 방향에 깔아두고요(웃음). 음료를 다 마셨다면 매트 위에 올라서서 편안한 자세를 취해요. 누워 있을 때도 있고, 앉아 있을 때도 있고, 무릎 꿇고 있을 때도 있고, 특정한 아사나를 할 때도 있어요. 그러고 잠시 머물러요. 가만히 있으면서 잠깐 느껴보는 거예요. 공기의 기운도 느껴보고요.
그리고요?
어떤 자세를 선택했을 때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동작은 수백 개가 있는 게 아니에요. 한 가지 선택을 하고, 거기서 뻗어 나갈 수 있는 동작들 중에서 또 하나 선택하는 식으로 시퀀스를 짜는 거예요. 제가 지금 서 있다고 예를 들면요. 다음 동작으로 바로 엎드리거나 누워버리면 자연스럽게 연결이 안 되겠죠. 바로 서서 몸의 앞쪽을 풀어주는 동작을 했다면 몸의 옆면, 뒷면으로 이어져야 하는 거예요. 그런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동작을 이어 나가요.
나무뿌리가 뻗어 나가듯 지금과 이후의 상태가 연결되는 거네요. 그때 마음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세요?
수련할 때 꼭 빼놓지 않는 건, 오늘 내가 요가를 왜 하는지 한 번이라도 물어보는 거예요. 답을 못 찾을 때도 많은데 어느 날은 내가 무엇 때문에 요가를 하는구나 느끼기도 해요. 만약 오늘 요가를 하고 싶지 않다면 과감하게 하지 않아요.
그렇군요. 추워서 몸이 굳어 있는 이맘때에 도움을 줄 동작이 있는지 궁금해요.
ʻ수리야 나마스카라Surya Namaskar’가 떠올라요. 태양 경배라고도 부르는 데요. 정지된 자세가 아니라 순서에 따라 흐르는 듯 연결되는 동작들이에요. 하나의 자세를 그냥 따라 하는 것보다 흐름을 따라 움직여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번 해볼까요?
(차분한 설명에 맞춰 함께 해본다.) 저만 그런가요? 벌써 땀이 좀 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자신의 호흡 길이에 맞춰서 속도를 조절해도 좋은데요. 전신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동작들이라 몸이 데워지고, 온몸을 열어 큰 근육 위주로 자극하는 움직임이기도 해요.
덕분에 요가에 대한 작은 경험이 생겼네요. 요가를 오전에 한다면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하세요? 예를 들어, 아침을 위해 잠을 일찍 잔다든지….
그러고 싶은 의지는 굉장히 강한데요…. 혹시 에디터님은 밤이나 새벽에 일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압도적으로요.
그렇다면 이해하실 텐데, 흔히 말하는 아침형 인간이 되기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오전에 일하고 일찍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데 바람대로 잘 안 돼요. 깨어 있는 시간을 말똥말똥 보내기 위해서, 일이 늦게 끝났다면 충분히 자고 일어나요. 조금 핑계 같나요?
(웃음) 늦잠꾸러기들의 핑계 같지만 공감해요. 오랫동안 해온 요가가 삶의 방식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어요?
기본적인 행위부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달까요. 음식을 먹는다고 할 때 예전에는 배고프니까 먹고, 맛있어 보였으니까 먹었거든요. 지금은 음식이 내 몸 안으로 들어오고 뻗어 나가는 걸 생각하면서 무얼 먹는지부터 중요해졌어요. 누구와 함께 어떤 기분으로 먹는지도요. 자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하루에 꽤 많은 시간을 잠자리에서 보내게 되는데, 어떤 행동과 마음가짐이 그 시간을 평화롭게 만들지 고민해요. 어떤 컨디션의 침구가 편안한지, 언제 잠을 청하는 게 좋은지 하나씩 알아가는 거죠.
익숙하던 행동도 한 번 더 짚고 넘어가네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조금 까다로워진 것 같긴 해요. 까다로워지면 피곤해지는 거 아닌지 궁금할 텐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그게 내가 나를 아끼는 방식이거든요. 저한테 요가는 그간 모른 척했던, 괜찮다고 넘어가 버렸던 나에 대해서 계속 가까이 가보는 작업이에요. 진정으로 자신을 아끼게 되니 좀더 밝아지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내가 나를 지지해 주는 거군요.
요가가 저에게 준 의미다 보니 잘 말하고 싶은데요. (잠시 고민한다.) 내가 나한테 많이 기대게 되었어요. 조금 힘들어도 나를 잘 보살피고 달래줄 수 있다는 믿음과 경험이 쌓였어요. 저도 사람이니까, 해낼 수 있는 것 이상의 일을 수행해야 할 때는 지치고 번아웃도 와요. 많이 먹으면 배탈 나는 것처럼요. 그래도 내가 지금 지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고, 괜찮다고 지지해 줄 수 있어요. 불안한 마음, 두려운 마음이 찾아오는 건 당연한데 그 크기가 조금씩 줄어드는 거죠.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일 수도 있으려나요?
그럴 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내가 나를 온 힘으로 믿어준다면 어떤 것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아요. 평소에 요가 이외에는 무얼 하며 보내세요?
요즘 가장 푹 빠져 있는 건 올해 초 아내와 함께 시작한 ʻ볼더링Bouldering’이에요. 암벽 등반의 한 종류인데 바닥에는 푹신한 매트를 깔아둔 채로 줄을 매달지 않고 3-4미터 정도의 높이를 오르는 거예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아내에게 뭘 챙겨주는 걸 잘 못해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 슬쩍 건네고 이런 것들요. 그냥 밸런타인데이 데이트처럼 함께 볼더링 하러 가자고 했어요. 해보니까 정말 재밌어서 수업 마치고 맥주 한 잔씩 하면서 기념했어요.
가만 보니 지훈 씨의 안내자는 아내분인 것 같아요. 요가로도 볼더링으로도, 지훈 씨를 계속 다양한 세계로 끌어주고 계신데요?
사실 이 대화도 아내가 하라고 했어요(웃음). 볼더링은 아내 표현으로 어릴 때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흙먼지에 진흙 막 묻히면서 놀던 때랑 비슷하대요. 초크 때문에 손이 엉망진창 되는데도 하나도 때 묻지 않았던 그때 뛰어노는 느낌이 든다고요.
지훈 씨도 같은 생각이었나요?
맞아요. 나름 익스트림 스포츠라 위험하기도 하고 몰입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어요. 그 말인즉슨 그 시간만큼은 다른 생각이 들어올 겨를이 없는 거예요. 요가를 처음에 많이 좋아하게 됐던 이유 중 하나도 저한텐 그게 익스트림 스포츠였기 때문이에요. 요가 자세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노력하지 않아도 그거 말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거든요. 이외에는 이전에 즐겨 하던 달리기를 아내와 함께 다시 해보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네요.
활기차고 즐거운 나날이겠어요. 두 분이 함께하니 더 재미있는 것일 수도 있고요.
누군가 저에게 소원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게 떠올라요. 나는 왜 살까, 나는 왜 열심히 일하지? 난 요가를 왜 열심히 하고 돈을 벌지? 난 왜 여기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있지? 이렇게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내가 원하는 걸 곱씹어 보면 그 답은 제가 아내를 몹시 사랑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게 잘 사는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 같아요. 조금 부끄럽지만요(웃음).
저도 모르게 흐뭇해지는데요(웃음). 여러 스포츠를 즐기고 있지만 단순히 운동이 목적은 아닌 것 같아요.
달리기를 했을 때 느끼는 효능감이 여러 가지겠지만, 겉모습이 좋아지는 건 별로 크게 중요하지 않고요. 심장 박동이 세차게 뛰는 느낌이 좋아요. 우리가 계속 산화되어 가고 나이를 먹어가지만, 조금 힘겨워지는 상황에서 몸이 단번에 고장 나거나 전혀 해내지 못하는 상태가 아니라는 안도감이랄까요? 아직 살아 있구나, 내 심장이 이렇게 건강하게 뛰고 있구나 싶어요. 힘듦이 좋다는 건 아니고요. 그리고 스포츠를 즐기는 공간에 가보면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요. 참여하는 사람뿐 아니라 응원하는 어린아이들도요. 긍정적이고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 차 있어서 그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자기 효능감이 들어요. 물론 가만히 쉬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한 가지 상상을 해볼게요. 일도 요가도, 이런 인터뷰나 촬영도 하다못해 병원 예약 같은 것도 없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무얼 하고 싶어요?
길게 걸어보고 싶은데요. 하루에 다섯 시간 정도는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늘 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한강 끝에서부터 끝까지 걸어보는 거였거든요. 대신 하루로는 좀 부족하겠어요(웃음).
마지막 질문만 남았네요. 지훈 씨의 현재 상태는 어떤가요?
오랜만에 장시간 비행을 거쳐 한국에 왔는데요. 몸과 마음에 피로가 쌓였다 보니 이곳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이 닿지 않을까 근심이 컸어요. 그런데 이전 수업에서도, 지금의 대화에서도 직접 눈 마주치며 시간과 마음을 나누다 보니 무겁던 걱정이 회복되었어요. 다행이에요. 이런 모습도 완전히 솔직한 저니까요.
에디터 이명주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