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미용실 소개해줄까? : BRUTON

1인 미용실 : 부르튼

내가 가는 미용실 소개해줄까?

이 미용실은 처음 찾았을 때부터 익숙한 느낌이 있었다. 1인 미용실이라 주인과 둘만 있으면 어색할 법도 한데, 대화 없이 몇 시간을 있어도 불편함이 없었다. 말이 없던 미용사가 머리를 자르다 말고 “아, 읽을 책 좀 드릴까요?”라며 <어라운드>를 꺼내왔을 때, 그제야 편안함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미용사 부르튼 (최영진)

머리 하면서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네요. ‘부르튼’이란 이름 뜻이 올 때마다 궁금했어요.
제 입술이 좀 두꺼워서 친구들이 ‘부르튼’이라고 별명을 지어줬어요. ‘입술이 부르튼’이라고 말할 때의 그 ‘부르튼’이요. 가게 이름을 고민하는데 친구가 “부르튼으로 하는 게 어때?”라고 추천해줬어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 그냥 그렇게 지었는데, 점점 애착이 가네요.

미용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열일곱이요. 학교를 그만두고 시작한 일이었어요. 좋아서 시작한 건 아니고, 함께 자퇴한 친구와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요리학원에 등록하러 갔어요. 그런데 아래층의 미용학원에 여학생들이 많아서 기웃거리다 그냥 미용학원을 등록해버렸죠(웃음). 처음엔 그렇게 별생각 없이 시작한 일이었어요. 아, 그때 함께 갔던 친구는 여전히 요리하고 있고요.

별생각 없이 시작했던 일을 10년 넘게 할 만큼 이 일이 즐거웠나요?
모든 직업이 비슷할 텐데, 무조건 좋고 즐겁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여러 번 그만뒀어요. 못 견뎌 하기도 하고 재미없을 때도 있고 그랬거든요. 다시 하고 또다시 하다 보니까 나름 재미있는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지금도 그래요.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계속 반복되죠.

긴 시간동안 일했으니 미용사라는 직업에 대한 직업관이 생겼을 것 같아요.
직업관이라고 말하긴 좀 그럴 수도 있는데, 어차피 힘들지 않고 살 순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스트레스나 사람이 받는 고통 없이 살면 좋을 것 같은데, 막상 일을 쉬면서 그런 어려움이 없어지니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런 게 있으니까 살아가고 또 변하기도 하고……. 그런 걸 생각하니 편해졌어요. 최대한 많은 생각 없이 살려고 노력해요. 자극받지 않고 살려고 하고요.

부르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이곳에서 다른 분과 잠시 같이 하다가 그분이 다른 곳에서 미용실을 오픈했어요. 전 여기 남아서 제 미용실로 독립하게 된 거고요.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혼자 하고 있는 이유가 있나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직원을 두면 책임감이 있어야 하니까, 처음부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기술직이니까 아래 사람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런 걸 잘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사람을 써서 손님이 더 많으면 좋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요. 일단은 ‘혼자서 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하다 보니 혼자도 괜찮더라고요. 

여럿이 일할 때, 힘든 점은 없었나요?
미용실마다 규칙이 있는데, 제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못 끌어나갈 때가 힘들었어요. 단체니까 따라야 하는 것. 일로 오는 스트레스보다 사람에게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아요. 다 그렇진 않겠지만, 우리나라 미용 시스템이 손님이 합당하지 못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서비스적인 측면이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으로요. 박리다매를 지향하기 때문에, 그게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저랑은 잘 안 맞았던 것 같아요. 나를 믿고 온 손님의 머리를 그런 부분 때문에 망쳐버리면 속상하더라고요. 모든 게 빨리 돌아가야만 하잖아요. 기술자에겐 치명적이었던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 합당하지 못한 대우란 어떤 건가요?
한 번에 여러 사람의 머릴 오가면서 해주잖아요. 사람마다 성격과 스타일이 다 다른데 같은 머리를 해주고요. 어쨌든 제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해줄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동시에 여러 손님을 받을 땐 그게 불가능했어요.

그렇다면, 혼자 할 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나요?
일단 제가 편해요.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할 땐, 일도 잘 안되거든요. 그런데 기분이 안정되어 있을 때가 많다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손님과 제대로 된 얘기를 나누고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머리를 해줄 수 있고요. 

저는 사실 미용실에서 말 걸어주시는 게 곤욕이에요. 어색하고 불편하거든요. 제대로 얘기 나누는 걸 좋아하신다고 했는데, 제가 여기에 올 땐 한 번도 말 걸지 않았고 저는 그게 좋았어요.
그런 걸 ‘립 서비스’라고 하잖아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오래 하다 보니 그런 게 어느 정도 느껴져요. 아마 오셨을 때 조용히 있고 싶어하는 느낌을 받아서 그랬을 것 같아요. 간혹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도 잘 못 보는 분들도 있어요. 그럴 땐, 쑥스럼이 많은 분이란 걸 눈치채죠.

저도 그런 쪽이에요(웃음).
그런 걸 보다 보면 어느 정도 ‘아, 어떤 사람이겠다’라고 짐작하긴 하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을 거예요. 가끔 무서운 손님도 있어요. 샴푸할 때, 눈을 부릅뜨고 저를 보고 계신 분도 있거든요. 그럴 때, 무서우면서 웃기기도 하고 ‘세상에 참 다양한 사람이 있구나’라는 걸 느껴요. 이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일도 즐겁고요.

원래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에요?
아뇨. 전에는 귀찮고 ‘내가 왜 들어줘야 하지?’ 하는 생각이 많았는데, 혼자 가게 운영하면서 그 점이 좀 달라졌어요. 둘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손님들도 좀 더 솔직해지는 것 같고 저도 그걸 주의 깊게 듣게 되고요. 다른 일을 했다면 못 만났을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을 읽을 때처럼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전에 왔을 때, 대화는 별로 하지 않았지만 제 머리에 대해선 자세히 말해줬어요. 미용실에서 그렇게 자세하게 제 머리에 대한 얘길 들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제가 남들보다 신경 쓴다기보다 이게 정상인 거예요. 모두가 같은 머리를 갖고 있다면 디자인에 대한 얘기나 관리법만 얘기해주고 빠르게 할 수있겠죠. 하지만 사람의 머리는 다 다르잖아요. 그렇다 보니 각자 다른 방법이 필요하고 그걸 헤어 디자이너가 최대한 잘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이 많은지 1인 미용실이 점점 많아지고 있더라고요.
맞아요. 그게 되게 좋아요. 이제는 대충하면 망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손님들도 ‘아, 내가 지금까지 받았던 서비스가 기술적인 것보다 다른 것에 치중되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고요. 그럴수록 점점 미용 문화도 바뀌어 나갈 것 같아요.

미용 문화라고 하시니 생각났어요. 이곳은 예약제인데, 예약하려고 전화하면 꽉 차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예약제 문화가 오히려 힘들지 않나요? 취소하면 난감해지잖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한 번은 하루 예약을 네 명 받았는데, 그분들이 모두 안 온 거예요. 그래서 저는 여기에 앉아서 종일 기다리기만 했어요. 그럴 때 화가 나기도 해요. 그런데 뭐 누구나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까 어쩌겠어요. 이걸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었는데, 해결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방법이라면 제가 마음을 넓게 갖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예약문화 말고 손님들에게 아쉬운 점이 또 있을까요?
자신의 취향을 배제하고 스타일을 생각하는 게 아쉬운 것 같아요. 취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와서 하고 싶은 부분을 정확하게 말해주거든요. 그럼 저도 빨리 이해하고 표현하기 더 편한데,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세요.” “예뻐 보이도록 해주세요.”라고 하시면 난감해요. 제게 예쁜 거랑 손님이 예쁘다고 생각하시는 건 분명 다른 거니까요. 의사를 잘 표현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정 설명을 못 하겠으면 사진을 갖고 오셔도 되고요.

그런데 미용실에 사진 갖고 가면 “이거 다 드라이라 똑같이 할 순 없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예쁜 연예인 사진을 갖고 가는 것도 문제긴 하겠지만요(웃음).
연출된 헤어스타일 사진의 대부분이 어느 정도 드라이가 되어 있으니까요. 그런 얘기를 드리지 않으면, 똑같은 모습을 기대하셨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 보니 미리 얘기해드릴 수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얘길 하는 거지 그게 귀찮고 싫어서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좋은 점만 계속 얘기를 했는데, 1인 미용실의 안 좋은 점도 있겠죠?
혼자 다 해야 하니까 잡일이 많죠. 가끔은 외로울 때도 있고요. 그래도 저는 혼자서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게으름도 많이 피울 수 있고.

요즘 게으름이란 단어 되게 좋아해요. 게으름을 피울 때의 이야기 좀 해주세요.
예전에는 제 몸을 굉장히 혹사했어요. 요즘은 좀 지치면 손님을 덜 받고, 남는 시간에도 일하려고 하기보단 좀 더 쉬어보려고 하고요. 몸을 힘들 게 할수록 모든 걸 망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내가 행복하지 않고 짜증이 나니 세상도 좋아 보이지 않고 거칠어지고요. 누군가를 이겨야겠다는 마음가짐도 피곤한 일이잖아요. 혼자서 있다 보니 경쟁할 사람도 없고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게으름은 피워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어요(웃음).

가게는 잘 되고 있는 거죠?
스스로 만족할 정도로요. 주변에서는 지금 잘 될 때, 더 크게 확장해보라고 권해주기도 해요.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면 저도 좋죠. 그런데 아직은 돈이랑 바꾸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어요. 언젠가 생각이 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이곳에 있어서요. 지금은 이대로가 좋네요.

부르튼

bruton.co.kr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70-23 4층
Tel 070 4129 6666
Open 11:00~21:00
월요일 휴무
예약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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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선아

포토그래퍼 박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