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가족은 히끄입니다

1인 1묘 히끄네 집

나의 첫 번째 가족은 히끄입니다

1인 1묘 히끄네 집

이신아 씨는 제주도 시골 마을 작고 오래된 집에서 혼자 산다. 아니, 혼자 살지 않는다. ‘히끄’라는 이름의 아주 특별한 고양이와 함께 산다. 가끔은 가족이 필요한 개를 임시 보호하다 입양을 보낸다. 마당 한편에는 늘 사료가 있어 거리에 사는 개와 고양이가 오며 가며 들러 배를 채우고, 한숨 자다 가기도 한다. 혼자 살기도 하고 혼자 살지 않기도 하는, 여하튼 여럿이 먹고 사는, 신아 씨네 집, 아니 히끄네 집이 궁금해졌다.

우주 대스타
고양이 히끄

‘히끄’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11만의 ‘우주 대스타’ 고양이. ‘히끄’ 사진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 확실하다. 지금이라도 당장 ‘히끄’라고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누구라도, 혹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홀린 듯 히끄 사진을 보게 될 테니까. 최근에는 책도 출간되었는데 나오자마자 각종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다. 수만 명 팬을 가진 하얗고 귀여운 고양이 히끄는 얼핏 부족할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길에서 살던 고양이였다. 흰색이라기보다 회색에 가까워 ‘히끄히끄’라고 불리던 히끄와 신아 씨는 3년 전 길에서 만났다. 그리고 지금은 따뜻한 집에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같이 살 생각은 아니었다. 물론 히끄 생각은 달랐던 것 같지만, 적어도 ‘히끄 아부지’ 신아 씨는 그랬다.

Interview
히끄 아부지 이신아

히끄와 함께 살게 된 이야기를 해주세요.
저는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 없었어요. 반려동물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에요. 히끄는 스태프로 일했던 게스트하우스에 반년 정도 꾸준히 밥을 먹으러 오던 고양이었어요. 오래 보니 정이 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어요. 다들 걱정하고 있었는데, 한 이십 일쯤 후에 꼬질꼬질해져 나타난 거죠. 씻겨보니 상처도 있더라고요. 병원에 데려갔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 실내에서 임시 보호하기로 했어요. 그때까지도 같이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은 못 했어요. 잘 데리고 있다가 나으면 좋은 곳으로 입양 보내야지 했죠. 저는 그때 게스트하우스 다락방에서 살고 있었거든요. 함께 히끄를 돌보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저한테 히끄를 키우라고 말할 때도 그랬어요. “아유 참 농담도 잘하시네, 저도 남의 집에서 얹혀사는데요.”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요?
사실 그 당시 집을 구하던 중이었거든요. 제주도에서 혼자 살 집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게다가 일하고 있던 게스트하우스 근처로 구하려니 더 쉽지 않았어요. 내 한 몸 뉘일 집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멘탈이 부서져 있던 때에 히끄는 다쳐서 오고, 그때 제가 되게 예민하던 시절이에요. 그러다 기적처럼 집이 구해졌어요. 이제 핑계가 없어진 거죠. 그 사이 히끄의 입양처를 알아봤지만 번번이 무산되기도 했고요. 실은 그러는 과정에서 히끄와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이 자꾸 커졌어요.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히끄와 함께 이사 올 때만 해도 게스트하우스에서처럼 외출냥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렵지 않게 같이 살기로 결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단 집에 들어온 히끄는 나가지 않더라고요.

드디어 신아 씨만의 집을 구했어요.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뇨. 이상했어요. 오래되어 낡은 집이라 바람이 불 때마다 창틀도 심하게 흔들리고, 벌레도 많이 나오고. 이사 전에 준비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도 실제로 살아보니 보수할 것투성이었어요. 이사 첫날 밤 심란해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런데, 히끄가 제 옆에서 편하게 드러누워 잠을 자는 거예요.

와, 히끄가 먼저 적응했네요.
맞아요. 그때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동물이 적응하는 건 안전하다고 느낀 거라고 하더라고요. 불편한 것들을 조금씩 고쳐가며 살기 시작했죠. 그런데 막상 혼자 살아보니 조금 외롭기도 하고, 하여간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어요. 히끄가 옆에 없었다면 조금 힘들었을 것 같아요. 

책에도 쓴 “나의 첫 번째 가족은 히끄”라는 말이 되게 인상적이에요.
저는 늘 혼자 살고 싶었어요. 부모님, 언니, 오빠와 함께 25년 넘게 살았어요. 태어나보니까 가족이었던 사람들이죠. 제가 선택한 건 아니잖아요. 매일 저녁 집으로 들어가는 게 행복하지 않은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같이 살아야 하나, 떨어져 살아도 되는 거 아닐까, 그런 고민을 계속하던 중에 제주도로 여행을 왔고, 여행 중에 좋은 인연을 만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 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부모님의 원조 없이 집을 나올 수 있는 방법이었죠. 물론 게스트하우스에서 살았기 때문에 완전히 혼자 산 건 아니었지만 가족과 함께 사는 것과는 달랐어요. 남이 오히려 편하더라고요. 그러다 2년 반 전, 지금 살고 있는 작은 집으로 이사할 때부터 제가 선택한 첫 번째 가족, 고양이 히끄랑 함께 살기 시작했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과연 내 가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히끄와 함께 살면서부터 ‘아, 나도 사랑을 할 수 있고 가정도 꾸릴 수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어디선가 개는 몸을 움직이게 해서 외과 의사고 고양이는 마음에 안정을 줘서 정신과 의사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히끄를 통해 정신적인 위안을 많이 얻고 있어요. 이제 집에 가면 히끄가 있어요. 그 생각을 하면 얼른 집에 가고 싶어요. 이게 가족이 아닐까 해요.

히끄는 ‘아들’, 신아 씨는 ‘아부지’라고 한다고요.
네, 스스로 ‘히끄 아부지’로 부르기 때문에 남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고양이와 함께 살면 ‘집사’라거나 ‘엄마’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마라는 소중한 호칭은 아기 고양이 히끄를 홀로 돌보았을 히끄의 진짜 엄마에게 주고 싶었어요. 

이토록 사랑스러운 히끄는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요.
그러니까요. 이제 히끄는 꽤 유명한 고양이가 되었고, 혹시 잃어버린 거라면 원래 가족에게 연락이 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연락이 오지 않은 걸 보면 버려진 게 아닐까요. 히끄가 얼마나 특별한 고양이였는지 몰라보고, 마음이 변해서 파양을 했겠지요. 상황이 달라져서 어쩔 수 없이 버렸다는 말을 저는 믿지 않아요. 마음이 변한 거고 책임감이 없는 거죠. 

히끄와 함께 살면서 어떤 점이 달라졌어요?
히끄를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건, 표정이 풍부하고 귀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히끄만의 이야기가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 상점에서 동물을 사고, 그중에서도 아기 고양이만 찾죠. 다 자란 고양이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히끄를 통해서 길고양이도 예쁘다거나 성묘 입양도 좋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퍼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히끄 덕분에 변했거든요. 히끄랑 살면서부터 거리의 고양이들이 자꾸 보이고 그러다 보니 밥을 챙겨주게 되고, 개들을 임시 보호도 하게 되었고요. 그런 것들을 SNS에 올리면 ‘좋은 일 하시네요’ 하는 칭찬 댓글이 우수수 달리기도 하는데, 그게 부끄럽고 부담스러운 적도 있었어요. 저는 어쩌다 화제가 된 사람일 뿐이고, 사실 숨어서 조용히 동물들을 구조하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숙명 같다고 생각해요. 혼자만 잘 살면 뭐해요. 도움이 필요한 다른 고양이가 얼마나 많은데요. 히끄는 운이 좋아서 집이 생겼고, 또 사랑을 정말 많이 받고 있잖아요. 그 운과 사랑을 다른 동물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히끄의 역할이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돕는 거고요.

히끄네 집
이신아 | 야옹서가

상처 난 길고양이와 가족 없는 ‘아부지’가 만났다. 제주에서 동거를 시작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묶은 책으로, ‘우주 대스타’라는 별명답게 발간한 지 한 달 만에 다섯 번이 넘는 재인쇄를 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 속에서 ‘관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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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다운

사진 박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