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될 쓰임에 대해

김대홍·권영미 — 공예가

언젠가부터 책에 옷을 입힌 사람들이 곧잘 보였다. 분주한 지하철 안에서, 볕 구경을 나선 산책길 벤치에서 단정한 모양새의 북커버를 끼운 그들은 자신이 타인에게 함부로 읽히지 않을 순간 속에서 자유로워 보였다. “오롯이 책 읽을 자유”를 선물하는 ‘공예가’의 김대홍·권영미 디자이너는 일상 속의 빈칸을 채우는 이들이다. 그때 그 장면에서 마땅히 쓸 만한 게 없다면 두 사람은 손과 마음을 부지런히 움직여 오랫동안 쓰일 것을 만들어 내니까. 지금껏 수놓은 박음질처럼 가지런히 이어질 쓰임에 대해 들었다.

그 이름으로 가장 먼저 선보였고 또 가장 사랑받는 도구인 ‘북커버’도 그런가요? 

대홍 그럼요.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머물 때는 유독 책을 읽을 때 집중이 잘됐어요. 카페에 머물면 외국어가 백색소음처럼 귓가에 들리고, 내가 읽는 책이 무엇인지 주변 사람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한국에 돌아와서 평소처럼 카페에서 책을 꺼내는데 뭔가… 주변이 의식되는 거죠(웃음). 책을 덮는 커버가 있다면 더욱 온전한 집중의 시간이 되겠다는 생각에 북커버를 떠올렸어요. 물론 책을 보호하는 의미도 있고요. 

 

잠시만요, 그런데 왜 내가 읽는 책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까요? 

대홍 음… 지금 입은 이런 옷, 저는 집에서 안 입거든요. 여유 시간에 책 읽을 땐 저만의 편한 옷을 입고 편한 자세를 취해요. 그런데 타인이 존재하는 바깥에서는 내가 편안한 환경을 완벽하게 구현하기가 쉽지 않죠. 어떤 사람의 서재나 책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말처럼, 지금 읽는 책이 나를 대변할까 신경도 쓰이고요. 타인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지는 몰라도 무엇 하나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면 행위가 부자연스러워질 거예요. 그래서 북커버를 소개하는 말에 “오롯이 책 읽을 자유”라고 써두었어요.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얻는 자유를 북커버가 느끼게 해줄 테니까요. 

 

한편으로 디자인은 무척 다양해지고 있잖아요. 어떤 책인지는 비밀이어도 커버를 무엇으로 고르느냐에 따라 읽은 이의 취향은 드러나는 것 같아요. 

영미 그게 정말 재미있는 점이라 생각해요. 공예가의 북커버 중 색깔만 변주를 준 기본 디자인이 있는데, 그 위에 고유한 창작가나 작가, 출판사 등과 협업해서 그들의 색을 그릇처럼 담아내곤 해요. 많은 분들이 취향껏 자신의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걸 고르거나, 직접 와펜 등을 붙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커버로 쓰세요.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읽는 이들에게 조금 낯설었을 텐데, 이제는 어떤가요? 

영미 서울국제도서전에 나갈 때마다 인식이 달라지는 게 느껴져요. 2022년도에 처음 나갔을 땐 북커버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했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발한 제품 정도로만 여기셔서 구매에는 허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작년부터는 보자마자 북커버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아서, 어떻게 쓰이는지만 말씀드렸죠. 그런데 올해에는 사용법조차 설명 안 해도 되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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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