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대구는

우리가 간직한 이 도시의 한 장면을 꺼내 봅니다.

환대의 도시

차의진
어라운드 에디터

동대구역은 이곳에 난생처음 와본 이방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잘 왔어요. 대구의 면면을 마음껏 둘러보고 가세요.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도시가 어떤 이야기를 품었을지 그려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택시에 올랐습니다. 가는 곳마다 환영과 미소를 한 아름 받았어요. 며칠간 거처가 되어줄 집과 드넓은 자연, 고유한 빛을 품은 얼굴들과 마음을 나눴습니다. 원래 꼭 맞았던 조각처럼 저와 대구가 맞물리는 듯한 날들을 보냈고요. 다시 열차에 오르던 날 동대구역이 다시 말을 건넸습니다. 이곳 참 좋았지요? 곧 다시 만나요. 잘 지내요.

돌아갈 구석

강서현
웹매거진
‘아워익스프레스’ 에디터

늘 갑갑하다고 여겼어요. 제게 대구는 안전한 동시에 벗어나고 싶은 존재였고, 그 안에서 보는 세상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니기를 줄곧 바랐습니다. 만촌동 사거리를 가로지르며 피고 지는 꽃들에 감각을 기울이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늘 반복되는 제자리걸음이 지겨웠어요. 유일하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구석이자 기억인 줄도 모르고요. 그렇게 바라오던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마음이 적적하고 부유한 날이면 대구의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 호흡하는 상상을 합니다. 아마도 분지에서 나고 자라온 덕에, 변화무쌍한 여름을 견디는 법을 깊숙이 익힐 수 있었나 봐요.

함께 살아가는 곳

장혜진
포토그래퍼·사진책 서점
‘낫온리북스’ 운영자

경상도 사투리에 서울말이 조금 묻은, 그래서 대구에서는 제게 서울에서 왔냐 묻고 서울에서는 경상도 출신임을 금세 들키곤 해요. 경북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서울을 거쳐 대구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한 게 2019년이니 벌써 6년 차 대구 시민이 되었어요. 지도 앱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팔현습지는 대구 토박이라도 드물게 아는 장소입니다. 왕버들숲이 만들어 주는 너른 그늘과 흐르는 대로 바라보기 좋은 금호강이 있는 곳. 여름과 겨울이면 멀리에서 찾아오는 새들이 덩굴 식물과 자연스레 함께 살아가는 팔현습지는 저와 친구들, 그리고 동료들을 잇고 공존하는 삶을 깨닫는 곳이기도 해요.

평범한 도시

호재
문학 전문 중고서점
‘북셀러’ 운영자

대구. 저는 이 도시의 이름을 되뇌면 평범함을 느껴요. 때론 좋았다가 때론 보기도 싫어서 고개를 획 돌리고야 마는 거울 속의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팬데믹 이후 그 평범함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잃고서야 그 소중함을 비로소 알게 되었듯 이 도시의 평범함이란 오랜 기간 도시가 흥망성쇠를 겪으며 다져온 안정감이고 힘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매일 평범한 대구의 평범한 길을 걷습니다. 그러다 가끔 평범한 도시 속에서 조그마한 진실 혹은 아름다움을 마주하곤 합니다. 그럴 때는 씽긋 웃음이 납니다. 따뜻한 햇살이 머리 위로 내리쬐고 있습니다.

멈춰있고 동시에 흐른다

김민지
도예가·세라믹 스튜디오
‘사이에 포터리’ 운영자

시골로 떠나기 전 살았던 유년시절의 작은 주택. 그곳으로 28살, 잠깐 다시 돌아갔어요. 어디를 둘러보아도 크레인이 보이는 요즘, 대구의 무분별한 개발은 이 집 또한 관통하게 되어 개발 전에 꼭 다시 살아보고 싶었어요. 동생들과 지금의 남편이 자주 함께 했지요. 20대의 초중반 다른 지역에서의 경험들은 나를 다시 대구로, 가족들에게로 돌아오게 만들었어요. 적당히 갖춰지고 붐비는 도시,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요. 하늘색 타일과 작은 옥상, 오래된 이불, 20년이 다되어가는 조명이 있던 오랜 집은 곧 사라지고 높은 콘크리트가 빼곡하게 들어서겠죠. 변화해야 할 것들이 정체되어 있고, 지켜져야 할 것들이 변화하는 것 같아 애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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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강서현, 김민지, 장혜진, 차의진, 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