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완주하게 될 그 여름

김금희 — 소설가

소설가 김금희의 세상에선 살아내는 일에 열심인 존재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먹고사는 게 고되고 때로는 쉬이 털어두지 못한 사연이 있더라도, 한 손에는 삶을 꼭 쥔 채 힘을 풀지 않는다. 출판사 ‘무제’와 함께 ‘듣는 소설’ 《첫 여름, 완주》를 선보인 그는 어느 더운 여름날, 속절없이 떠돌던 ‘열매’를 ‘완주’라는 마을로 등 떠밀었다. 사람이 사람을 보듬고 다독이는 한 계절 속에서 이기지 못할 것은 없다. 왕성하고도 무심한 이 여름을 보내는 우리의 마음속, 구멍 난 자리를 찾아 글로 옮기는 김금희 작가와 마주했다. 그가 꺼내두는 문장들을 따라 각자의 계절을 무탈하게 그리고 온전히 완주하길 바라며.

소설은 늘 즐겁고 인생이 만족스러운 인물들이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삶의 연장선 위에 조금은 힘들고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니까
우리는 소설을 읽어요. 

한 편을 완성하기란 고되고 지난하고, 치열하기까지 한 과정이겠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건 끈기예요. 오래 하면서 숙련되었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라 늘 막막하거든요. 그래도 저는 일단 시작한 원고는 어떻게든 끝을 봐요. 지금 쓰던 게 막혀서 다른 소설로 도망가고 싶잖아요? 그럼 그 소설에서도 결국 막히는 지점이 분명히 오거든요. 완성하는 데까지 늘 허들이 있고 어려움이 있으니까, 사람을 막 쥐어짜는 듯한 과정이 지나야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되죠. 아마 소설뿐 아니라 모든 글이 그럴 거예요.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니까 완성 지을 수 있는 끈기와 그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그 고독감을 감당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죠. 

 

지금까지 이야기를 짓는 일에서 어떤 슬픔과 기쁨을 발견하셨나요? 

소설은 늘 즐겁고 인생이 만족스러운 인물들이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삶의 연장선 위에 조금은 힘들고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니까 우리는 소설을 읽어요. 그래서 그 아픈 주인공을 빚어내야 할 때 똑같이 아픈 감정을 느껴요. 제가 요 며칠 작업하고 있는 장면은 모처럼 알바 자리를 찾은 10대 청소년이 어떻게든 잘해보고 싶어서 노력하는 부분이에요. 애쓰는 아이를 가운데 두고 냉랭한 그 분위기와 이후에 일어날 사건들을 저는 알고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보면 제 일상에는 변화가 없는데 글이 만든 세계 속으로 들어가면 저는 어른들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작은 청소년이 되어 있죠. 너무 마음 아프지만 그려내야 해요. 왜냐하면 그리는 데 목적이 있으니까요. 소설 하나로 엄청난 변화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현실을 보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바꿔보자는 목적이요. 소설을 완성한 후에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 마음이 통했다는 걸 알게 되면 과분하게도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돼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감정이 오르내리는 게 일상이에요. 

 

(잠시 고민한다.) 행복한 사람들만 나오는 소설은 아무도 안 읽을까요? 

조금 빈정 상하지 않을까요? 그건 가짜니까요. 우리 삶이 그렇지 않은걸요. 

 

책과 쓰는 생활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되어 기뻤어요. 한동안 뜨거운 볕이 이어질 텐데 남은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싶으세요? 

제가 떠나보낸 《첫 여름, 완주》가 여름을 만끽하는 책으로 소개되기도 하더라고요. 책 안팎으로 벌어진 새로운 만남을 떠올리며 시끌벅적하고 재미난 에피소드가 기록된 책으로 기억하려 해요. 독자분들도 저와 같다면 좋겠네요. 그리고 남은 여름에는 지금 쓰고 있는 단편을 부지런히 완성해 볼게요. 다이어리에 써놨듯 ‘차분한 여름 엔딩’을 맞이할 수 있도록요.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AROUND Club에 가입하고 모든 기사를 읽어보세요.

AROUND는 우리 주변의 작은 것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합니다.

에디터 이명주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