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주가 되고 싶어요

지난 겨울, 모빌스그룹의 소호·모춘 홈오피스에 방문했다. 그때 그들은 마음 놓고 쉰 적이 없어 지금은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들을 찾아 충분히 쉬어보겠노라 했다. 휴식기 이후가 기대된다는 말에 “모빌스그룹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지 않을까요?” 하고 씩씩하게 이야기한 것을 기억한다. 4개월 만에 모빌스그룹의 유튜브 채널 ‘모티비MoTV’에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시작되겠구나 싶어 열어보았더니 웬걸? 극장을 만든다고요?

손에 잡힐 듯한 생생한 경험

극장이라는 말에 단순히 ‘상영’을 하는 프로젝트인 줄 알았다. 거기에 모빌스그룹만의 아이디어를 담아 반짝 빛나는 무언가를 해내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모춘이 말한다. “극장주가 되고 싶어요.” 극장주?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에무시네마, 아트하우스모모, 필름포럼… 같은 극장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대학로에서 연극을 올리는 그 극장? 아니, 다 차치하고, 그러니까 ‘극장’을 만드는 게 가능한 일인가?

“극장 프로젝트는 올해 봄 즈음부터 시작한 일이에요. 저희가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 ‘모베러웍스’의 오프라인 공간 프로젝트지요. 지금까지는 저희 활동들을 기록해서 유튜브 채널 모티비로 보여드렸는데요. 온라인으로 활동하다 보니 왠지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 컸어요. 구글 시스템 오류로 어느 날 갑자기 채널이 없어져버릴 수도 있는 일이고요. 좀더 저희 손에 잡히는 오프라인 세상에서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층당 20평 정도 되는 아주 작고 낡은 주택을 개조해서 30석 단관 극장으로 만들고 있어요.”

4개월 만에 업로드된 모티비 영상 안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책상에서 골똘히 고민하고, 동네를 바지런히 누비며 시종일관 바쁘게 무언가를 한다. 언뜻 보면 한가롭게 제주 여행을 가고, 편하게 놀이터에 앉아 대화하는 듯도 하지만 모든 이야기에 뼈가 있다. 2층짜리 주택을 구한 모빌스그룹 멤버들이 낡은 구옥을 어떻게 개조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작은 빔 프로젝터를 가져다 두고 삼삼오오 모여 먹을거리를 나누는 그런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이들은 몇 석짜리 상영관을 어떻게 구성할지, 어떤 영화를 상영하고 어떤 먹거리를 제공하며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재해석할지 다각도로 고민한다.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명백한 사업이었다. 건축사 사무소와 만나 낡은 주택을 새로이 하기 위해 준비하고 안팎의 한계를 확인하는 일, 가능과 불가능을 계산하고 치열하게 토의하는 일. 더불어 영화관에 대한 전문 지식을 하나씩 익혀가고 극장을 세우는 데 필요한 인테리어와 자격을 상담하는 걸 보며 여긴 감히 내가 예상할 수 없는 세계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는 이 엄청나게 재미있을 프로젝트에 대한 진심을 읽었다.

“건축 리모델링은 ‘쿠움 건축사 사무소’와 함께하고 있어요. 모티비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김요섭 대표님의 ‘블룸즈베리랩’ 도움도 많이 받고 있죠. 블룸즈베리랩은 국내 주요 영화관에 스크린을 공급하고 있는데, 저희 극장에 무려 무상으로 스크린을 주기로 하셨어요. 먹거리는 수제 가공육을 만드는 ‘소금집SALT HOUSE’과 함께 준비하고 있고요.”

극장 프로젝트가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모빌스그룹과 함께 걷는 사람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을 인맥이란 단어로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인연이라 말하기엔 너무 느슨하다. 그 어떤 단어도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이 극장을 하고 싶단 콘텐츠를 업로드했을 때 수많은 메일이 도착했다고 한다. 영화관에 오래 근무한 사람부터 영화관을 만들어보신 분, 장비 공급 업체 대표님 등…. 여러 전문가와 연결되는 걸 보면서 강력한 어떤 힘을 읽었다. 모빌스그룹이 지나온 길에 켜켜이 쌓인 노력을, 지나는 사람 한 명에게도 소홀히 하지 않은 세심함을.

그 모든 게 한순간 반짝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렇게 저렇게 전문가와 만났다고 해서 극장이 뚝딱 완성되고 성행하는 것은 아닐 터. 그 안을 채우는 건 온전히 모빌스그룹의 일이며 모든 아이디어와 구성은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에서 탄생할 테다. 지금 내가 궁금한 것은 그 안이 어떤 표정으로 채워질지, 또 어떤 재미를 보탤지다.

순수한 재미보다 강한 건 없으니까

나는 이름의 힘을 믿는다. 그 안엔 적잖은 가치와 신념이 담긴다. 나아갈 방향을 정리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늘 이름이 궁금하다. 모빌스그룹이 전개하는 브랜드 이름은 모베러웍스. 그렇다면 모베러웍스가 만들어낼 극장 이름은 무얼까. 모티비에서 모춘이 말한다. 생각해 둔 이름이 있다고. 툭 던진 그 단어는 ‘모스’다. 워낙 똘똘 뭉쳐 단단하게 굴러가는 그룹이기에 모스라는 이름에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이야기를 담으리라 생각했는데, 대오가 말한다. 새로운 걸 한다고 극장에 이름 붙이고 싶진 않다고, “모베러웍스 플래그십은 극장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훨씬 좋지 않겠냐고. 모춘이 내뱉은 이름이 퉁겨나가는 장면을 보며 나는 어떤 풍경을 기대했던가. 각자 이름을 설득하는 치열한 설전? 한 명이 쉽게 수긍하는 흐름? 

무엇도 아니었다. 이들은 내 의견만 고집하지도, 내 생각만 굳히지도 않는다. 그들은 각자 자리에서 유연하게 사고하고 의견을 모은다. 그리고 다음 화 영상에서 이내 생각을 통일한다. 새로운 이름보다는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 이름을 사용하는 게 맞겠다고.

“현재 시점에서의 극장 이름은 ‘모베러웍스 픽처스’예요. 지금까지 만들어 온 모베러웍스의 DNA를 녹이는 공간이다 보니 모베러웍스라는 이름은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결론 내렸어요. 모베러웍스 시어터, 시네마, 플래그십 같은 단어들을 두고 고민했는데 ‘픽처스’가 주는 제작사나 스튜디오 같은 뉘앙스가 좋았어요. 기존 영화관을 저희 식대로 재해석한 극장이니까요.”

지금 모빌스그룹은 세 팀으로 나뉘어 각자 할 일을 해내고 있다. 건축, 브랜딩, 콘텐츠. 그리고 그 안에서 세세한 내용을 쪼개 천천히 채워가는 것이다. 아직 이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기에 그들의 결정은 번복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 주말만 무료로 운영하는 비상설 영화관을 이야기해 구독자를 놀라게 했지만, 주중과 주말로 운영 프로그램이 나뉘고 그에 따라 기획이 흩어지다 보니 정체성을 잃어 기획을 수정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머쓱하지만 모티비에서 이야기한 결정을 뒤집게 됐어요. 비상설 영화관으로 꾸리면 주중은 주중대로, 주말은 주말대로 다른 기획이 나와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더라고요. 이게 영화관인지 팝업 스토어인지 모를 공간이 되어버리는 게 아쉬웠어요. 이 공간의 정체성은 명확히 ‘극장’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시 영화를 상영하는 ‘상설’ 영화관이 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죠. 이 또한 번복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선 티켓을 판매하고 상영하는 유료 상설 극장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현재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업로드된 영상은 극장을 위해 구옥을 철거하는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대오가 말한다. “난 모춘의 순수한 동기가 계속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해. 사실 그렇게 하려고 브랜드 만든 거 아닌가?” 모빌스그룹 멤버들의 성공 지표는 재미에 다름 아니다. 영화를 상영하고 그걸로 우리가 너무 재미있으면 성공인 거라고, 돈은 다른 방식으로도 분명히 벌 수 있다고. 이 프로젝트, 왠지 너끈히 성공할 것만 같다.

소호 모빌스그룹

지난겨울에 만났을 때 좀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죠. 큰 챕터가 하나 마무리되었으니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거라고도 이야기했는데, 그게 ‘극장 프로젝트’라니요! 

분기점마다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기네요. 이런 인연이 무척 기뻐요. 지난겨울엔 모든 것에 지쳐서 쉬고 있을 시기였는데 어느덧 이렇게 다시 일을 벌이게 됐어요. 극장 프로젝트는 올해 봄 즈음 시작한 새로운 챕터예요. 

 

“돈 안 되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면서 꺼낸 콘텐츠가 극장과 영화여서 조금 놀랐어요. 모빌스그룹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예요? 

간혹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희가 대단한 영화광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보다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통 사람들만큼 좋아하죠. 저희한테 영화는 취미나 취향이라기보다는 이야기의 의미예요. 영화는 두 시간가량 함축된 시간에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담는 종합 예술이잖아요.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모티비에서 보여드린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모베러웍스의 오프라인 공간에도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야기 그 자체인 영화를 가져오게 된 거죠. 

 

그럼 프로젝트명이 왜 ‘영화관’이 아니라 ‘극장’이죠? 

처음에는 단순히 극장이 주는 어감이 좋아서 부르기 시작했는데요. 단지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신작 영화만 상영하는 영화관을 만들고 싶지는 않거든요. 구작 영화들을 틀고, 어느 날은 유튜브 채널 정주행도 함께 할 수 있는 극장을 만들고 싶어요. 작은 공연을 하는 소극장이 될 수도 있겠고요. 

 

사실 영화라는 이야기를 다룬다면 제작사도, 배급사도, 촬영도, 배우도, 영화 그 자체도 가능할 텐데 왜 공간이었어요? “난 극장주가 되고 싶다.”는 말이 너무 신선했어요.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극장주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전부니까요(웃음). 우리 극장을 만들어 놓고 마음 맞는 친구들 불러서 같이 영화 보고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여름에는 밤새 호러 영화를 보고 시원한 계절에는 옥상에서 맥주 한잔하면서 놀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한 거죠. 그러려면 배급사나 제작사가 아닌 공간을 가져야 한 거고요. 

 

이제 그 공간도 차츰 모양을 갖춰가고 있죠. 2층 구옥을 구하셨다고요. 

장소를 구할 땐 극장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저 성수동 연무장길이라는 입지만 생각해서 덜컥 구한 건데, 극장을 하려다 보니 증축이 불가피해서 일이 좀더 커졌어요. 정말 대책 없이 무작정 돌진하는 것 같아서 답하면서도 머쓱해요(웃음). 우선, 지금 기획으로는 1층에 매표소와 매점이 들어올 예정이고요. 모바일 티켓도 있겠지만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티켓은 꼭 만들고 싶어서 티켓 부스를 굳이 넣으려고 해요. 매점에서는 팝콘과 핫도그를 팔고, 한쪽에는 기념품처럼 사갈 수 있는 모베러웍스 숍이 자리할 것 같아요. 2층은 영화 시작 전이나 끝난 후에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 나눌 공간이 될 듯하고, 3층은 상영관, 그 위층은 옥상 테라스로 꾸밀 준비 중이에요.

모빌스그룹은 참 신기해요. 주변에선 다 말리고, 놀리고, 말도 안 된다고 하는 일에 멤버들이 똘똘 뭉쳐 함께하잖아요. 

정말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재미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재미로 시작했지만 재미없어지는 일도 있어요. 하지만 재미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다 말려도 어떻게든 하게 돼요. 아무도 안 시키는데 혼자 몰래 하는 일들을 생각해 보세요. 재미있어서잖아요. 더불어 ‘이런 동기로 시작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에 대한 실험이기도 해요. 저희는 서로 반론을 제기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오히려 계속 자신에게 반대 의견을 묻죠. ‘재미로 시작했는데 재미없을 땐 안 하는 게 맞아?’, ‘들인 돈을 회수 못 해도 하는 게 맞는 거지?’, ‘극장 운영하느라 빚에 허덕이는 거 감수하고 할 수 있어?’ 하고요. 우리가 매일같이 하는 일이죠. 

 

항상 대답은 “Yes!”일 것 같아요. “망해도 극장 해서 망하면 안 쪽팔릴 것 같다.”는 말이 생각나서요. 

이 프로젝트를 왜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 동기가 나를 향하고 있는지, 남을 향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죠.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한다는 내재적 동기가 있다면 망한다 하더라도 하고 싶어서 해봤다는 경험치가 남잖아요. 반대로 누가 잘된다고 하니까, 남이 좋아할 거 같으니까, 돈이 될 거 같으니까… 이런 외재적 동기로 움직인다면 망했을 때 남는 게 없어요. 쪽팔림만 남을 뿐이죠. 

 

갑자기 묻고 싶네요. 사업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모티비에선 “나 없이도 굴러가는 게 사업이다. 나 없이 안 굴러가면 장사다.”라고 당차게 얘기하긴 했는데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 게 사업이라면 ‘내가 사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사업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거 일단 해보자는 무식한 마음으로 덤벼보고 있어요. 무식한 사람이 제일 용감하다잖아요(웃음). 

 

극장 프로젝트는 크게 ‘건축’, ‘브랜딩’, ‘콘텐츠’로 나뉘는 것 같아요. 그 안에도 세부 분야가 상당히 많을 텐데 지금 어떤 과정에 있나요? 

극장을 쉽게 생각했는데 생각처럼 단순하지가 않아요. 영화를 공식적으로 상영하려면 보안이 되는 규격의 프로젝터나 그 외 장비가 필요하고, 소규모 극장이라 배급권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아요. 하다못해 영화 예매 시스템도 영화진흥위원회와 연동되는 솔루션을 써야 하죠. 매달 이용료를 내면서요. 영화관 허가를 위해 좌석 수나 소방 규정 같은 것도 지켜야 하고요. 영사기사 자격증도 필요해요. 영화를 영사기에 필름으로 돌리던 시절부터 시작된 규정이라고 하는데요.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다 보니 영사기사 자격증이란 것이 있고 영화관은 이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을 필수로 고용해야 하죠. 재미있는 점은 시대가 바뀌어서 필름은 사라지고 온라인 서버로 영화를 트는데도 이 제도가 남아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근무하는 분들 중엔 이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꽤 된다고 해요. 그래서 저희도 자격증 취득 스터디를 해볼까 싶어요. 이런 제반 사항들을 파악하고 공부하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소요됐어요. 그래도 어떤 걸 해야 하는지는 파악했고 기본적인 사항을 갖추어서 현재 상영관 증축 리모델링 인허가 단계에 있어요. 허가가 나면 본격적으로 건축과 인테리어가 진행될 거예요. 콘텐츠에 있어서는 배급사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배급권을 받아 오는 숙제가 남아 있어요. 극장은 만들었는데 영화를 받지 못한다면 난감해지니까요. F&B는 맛있는 핫도그가 필수라고 생각해서, 국내에서 가장 맛있는 소시지를 만드는 소금집과 함께 메뉴를 개발할 예정이에요. 팝콘 튀기는 팝퍼기도 중고로 알아보고 있어요. 그밖에도 예매 사이트 개발, 운영 매뉴얼 등등 할 일은 줄줄이 쌓여 있는 상황이에요. 어쨌든 내년 5월 1일 노동절에는 개관하는 것이 목표지요. 근데 아직 기획 단계여서(웃음)… 올겨울은 유독 추울 것 같아요.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과정이란 생각도 드는데요. 먼저 연락해 준 지인과 모빌스그룹의 팬 ‘모쨍이’가 많았던 걸로 알아요. 이런 도움이 없었다면 어떻게 해결하려고 했어요?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도 안 했으니 얼마나 철이 없었는지 아시겠죠(웃음). 생각보다 많은 관심에 얼떨떨하고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이번 프로젝트 정말 잘 해보고 싶어요. 과분한 애정에 어깨가 무겁지만 꼭 기쁨을 나누고 싶어요. 여기저기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본격적으로 돌입하기도 전에 우리가 덤빌 일이 아니었다며 일찌감치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전문가와 함께해도 시행착오는 있을 것 같아요. 

많죠. 기능적인 부분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면, 공간의 경험적인 부분은 저희가 만들어가야 하니까요. 한 번 와보고 마는 공간이 아닌 몇 번이고 다시 찾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데, 그러려면 어떤 경험을 설계해야 할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획해 나가는 중이에요. 아마 오픈하고 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행착오를 겪게 되겠죠? 

 

1년에 열 명을 정해서 그 사람의 일상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는 기획도 있었고, 그 사람이 추천하는 영화를 상영해 극장의 쓸모를 찾아가겠다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그러나 다음 영상에서 “이게 맞나?” 하시더라고요. 고민이 끊임없는 것 같아요. 

고민이 너무 많으니 계속 군더더기가 붙어요. 그래서 요즘은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특별해야 한다, 달라야 한다는 압박에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덧붙이다 보니 어느 순간 ‘이거 극장 맞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극장인지 놀이공원인지 모르겠는 수준까지 갔거든요. 상영하는 영화 한 편, 한 편에도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 거 같은데, 최근엔 불편함 없이 편하게 영화를 즐기고 가는 핵심 경험에 더 집중하려고 해요.

소호 씨는 “깜냥에 비해 이번 프로젝트가 너무 크다.”는 이야기를 하셨죠. 옷이나 파우치, 텀블러를 만들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커서 여러 면에서 겁이 날 것 같아요. 

빚더미에 앉고 극장까지 접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 커요. 극장업은 사양 산업 중에서도 특히 더 사양 산업이라고 하잖아요. 인생 최대 지출 앞에서 자꾸만 작아져요. 

 

그럴 때 어떻게 용기를 내요?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최대한 가볍게 생각하려고 해요. 손에 잡히지 않는 지점을 고민하기보다는 내 손에 닿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죠. 무거움에 짓눌리지 않게 가벼운 감각을 유지하면서요. 계속 돈과 재미의 밸런스를 찾으려고 하는데요.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극장 프로젝트도 재미로 시작했는데 드는 돈을 생각하면 재미가 싹 사라질 때도 있거든요. 지금도 이 프로젝트를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을 멈추지 않으면서 일하고 있어요. 이렇게 인터뷰한 뒤에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라며 접을 수도 있어요. 정말로요. 다만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균형의 지점을 찾기 위해 애쓰는 중이에요. 

 

“어설퍼도 된다.”고 이야기했잖아요. 재미를 찾으면서 좀 어설퍼져도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뭘 어떻게 해도 어설플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웃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어설플 텐데… 아마 내년 5월에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겠죠. 

 

이 극장 프로젝트를 사업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이건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뚜껑을 열었을 때 ‘이거 의외로 신박한 사업인걸?’이라고 얘기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아이템이 영화가 아니라 극장이기에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도 들어요. 영화 자체보다도 영화를 보고 나서 나누는 소감이나 커넥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닐까 싶어서요. 

맞아요. 영화를 통해, 극장을 통해 파생되는 이야기의 힘을 믿거든요. 

 

결국 모티비에서 모빌스그룹의 이야기가 탄생하는 걸 텐데요. 모티비의 이야기는 쌓여서 어떤 힘을 가지게 될까요? 

요즘은 ‘어떤 힘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현재를 채워 나가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사실 곧 모티비 100화인데요. 100화를 앞두고 여러 일이 바쁘게 맞물린 것도 있지만 왠지 선뜻 카메라가 손에 안 잡히더라고요. 100화에 혼자 의미를 부여하는 중이라 100화는 조금 늦게 업로드할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저도 모르고, 멤버들 아무도 모르겠지만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채워가다 보면 선물 같은 날도 올 거라고 믿어요. 저희가 만들 극장은 아마 엉성하고 대단할 게 없을 텐데요. 부담 없이 영화 한 편 보고, 콜라에 핫도그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기 위해 누구든 편히 놀러 오면 좋겠어요. 무사히 오픈하면 꼭 초대할게요. 같이 영화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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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자료 제공 모빌스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