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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끝없는 지평선 위’에 있다
여행하는 중에 지나가는 외국인 한 명이 “Where is Emily?”라고 물었다. 그들 일행 중 하나가 “Somewhere in the world!”라고 대답했다. 어쩌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말을 계속 곱씹었다. 맞아, 우리는 모두 세계 어딘가에 있지. 우리는 세상 어딘가에서 자신의 삶을 여행하며 살고 있다. 여행은 일상과 다를 것이 없다. 일상을 벗어나고자 여행을 떠나지만, 타지에 적응한 채 낯선 곳에서조차 나름의 일상을 만든다.
오전에는 이동을 하느라 오프로드를 달린다. 중간에 멈춰 쉬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땅에 있는 몽골의 돌을 구경했다. 색이 다양하고 아름다웠다. 쪼그려 앉아 돌멩이를 바라보는 나에게 가이드 가나가 특정한 색을 가진 몇 개의 돌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가나에게 작은 돌을 몇 개 가져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가나는 “가져가도 될 테지만, 아마 돌들이 몽골을 그리워할 거야.”라고 대답했다.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라니. 찌르르해지더니 이내 마음이 쓰여 돌을 내려놓았다. 내가 그동안 봐온 몽골은 자연과 늘 이어져 있었다. 작은 돌에도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Fat, lung’의 이름이 붙었고 게르의 형태 역시 자연의 모습으로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가나의 말이 쉽게 와 닿았다. 몽골은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게 해준다. 모든 걸 끌어안아도 부족하기만 했던 나였는데, 이곳에서는 불빛 하나 없는 완벽한 어둠에 전등 대신 하나의 촛불이 주어져도 세상 행복해질 만큼 행복의 기준이 낮아졌다.
언덕에 걸려있는 해를 마주하기 위해 걸었다. 저기 보이는 언덕만 넘으면 조금 더 가까이에서 노을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걷고 걸어도 노을에 가까워지지 않았다. 언덕을 넘지도 못했다. 그제야 우리는 우리가 넘고자 했던 것이 언덕이 아니고, 끝없는 지평선 위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 뭐야, 가까워지긴커녕!” 실소가 터졌다.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지평선을 따라 지고 있는 노을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당장 내 앞에 나타난 길이 오르막길인 줄 알고 걸어도, 오르막이 아닌 평지를 걷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지나온 길을 보아도, 그때는 힘겨웠어도, 지나고 보면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 오니 말이다.
나는 내가 길 위에 올려진 돌, 우주의 먼지라고 생각했다. 이 큰 지구에서 나란 존재는 무한히 작고 마치 모르는 길가에 떨어져 있는 돌 같았다. 사람의 발길에 채이기도 하고,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차에 들이받히며 여기저기 부딪혀 모나게 깎인 돌처럼 말이다. 길 위에 놓인 돌이지만 언젠가는 그런 돌들도 여기저기 치여 초원에 도달하거나, 가보지 못한 바다에 빠져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언젠가는 꼭 가고 싶던 길 위에 내가 앉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동글동글 깎여 바람에도 쉬이 몸을 맡긴 채 마음껏 여행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홍고르 엘스
khongoryn els
홍고르 엘스는 고비사막 내의 거대한 모래언덕을 말한다. 바람에 따라 지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노래하는 모래언덕’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실제 위성으로 위치를 보면 수십 년에 걸쳐 동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드라이버와 가이드, 동행인을 구성해 이동하는데, 오프로드를 달리는 시간이 많아 멀미약을 챙기는 게 좋다.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옷가지나 자외선 차단제 역시 필수다.
글 사진 박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