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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ESOME FLEA MARKETS
그 시장엔 무엇이 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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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A MARKETS
플리마켓을 한글로 표현하자면 ‘벼룩시장’이다. 알다시피 벼룩시장이라면 중고 물품을 값싸게 파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의 플리마켓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각자가 만들고 꾸려낸 것들. 손으로 만들어진 무언가이기도 하고, 예술품의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하다. 우리 주변의 플리마켓에는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켓 움Market Ooom
A. 부산시 기장군 정관읍 용수리 H. instagram.com/sapoon_
<마켓 움>은 지어 올린다는 지움, 나눔, 그리고 배움을 더해 ‘새로움’이 움트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함께하는 더 큰 즐거움’이라는 슬로건 아래 매회 특정한 테마를 정해서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행복의 방식을 공유하는 ‘판’ 또는 ‘장’이라는 개념에 가깝다. 판이 차려지면 사람들은 그곳에서 물건을 사고팔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뛰어놀면서, 먹고 마시는 일을 한다. 방문객의 의무라면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선택해서 함께 어울리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자유로워질 수 있고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부산시 기장의 폐공장에 ‘창곶’이라는 이름을 달며 <마켓 움>은 시작되었다. 사람과 거리가 멀어 보였던 창고는 마켓을 통해 사람과 어울리는 곳으로 공간의 의미를 되찾았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자 ‘유랑마켓’ 콘셉트로 부산 곳곳을 누빈다.
마켓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판매자들이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물건이 진열이 될지, 어떤 특색을 가진 판매자가 모일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비롯한 ‘다양성’이 이곳의 커다란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게다가 마켓 진행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 수업이나 공연들이 준비되어 단순한 시장 이상의 의미를 전달한다. 그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사람들이 부산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도 부산에서만 경험할 수 있고 감지할 수 있는 분위기일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따뜻하고 살가우며 정겨운 기분들. 그런 것들이 <마켓 움>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TIP 창고를 개조하여 이색적인 빈티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플리마켓인 만큼, 카메라를 두고 오면 후회할 것이다. 카메라를 반드시 챙겨서 의식하지 않는 듯한 구도로 촬영하는 것을 추천.
달시장Dal Market
A.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200 H. bangmuldan.com
‘달시장’은 5월부터 9월까지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앞마당에서 열리는 마을 장터로, 2011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6년째 접어들었다. 달시장에는 달마당, 살림마당, 축제마당인 세 개의 마당과 솜씨골목, 나눔골목, 먹자골목인 세 개의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달마당’에서는 달시장을 찾는 가족 모두를 위한 활동 프로그램을 선보여 행복한 기억을 만들 기회를 준다. 달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제각기 밝고 맑은 마음가짐을 하고 찾아온다.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로 가득 메워진 시장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나이와 성별의 구별 없이 모든 동네 사람들이 한 데 모여 평등해질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달시장에서는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이야기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동안 무감각했고 무뎌져 온 사람들 이야기에 한 걸음 바짝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달시장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을 ‘별무리’라고 일컫는데, 별무리들이 공개하는 달시장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소소하지만 큰 재미다. 무엇보다 달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장바구니 사용, 식기 대여, 반찬통 지참을 장려하면서 모든 곳에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 하고 있다. 서울 사람들은 늘 바쁘다. 일하느라 바빠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철마다 이사를 준비하느라 바빠 타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다. ‘앎’이 중요한 세상에서 ‘모름’이 이곳저곳 파다하게 퍼져있다. ‘달시장’은 결국 서로의 눈을 바라보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돈의 원리 이전에 사람과 사람의 대화이고, 가족들의 목소리며, 자신이 추구하는 무언가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따금 저 먼 곳에 숨겨진 행복보다 지금 당장 우리의 갈증을 해소해 줄 만족감이 필요할 때가 있다. 달시장에는 당신을 비추는 달빛이 있다.
TIP 혹서기인 7월에는 달시장이 열리지 않는다. 깜빡 하고 찾아갔다가는 실망한 채 돌아올 수가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문호리 리버 마켓River Market
A.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638-20 H. rivermarket.co.kr
예술가 중심의 지역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된 ‘문호리 리버 마켓’.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플리마켓으로 친환경 농산품, 핸드메이드 액세서리와 수공예품들이 판매된다. 근교로 잠시 여행을 가고 싶거나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정확히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과는 거리가 멀다. 현수막 하나 없이 주소를 직접 검색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비밀의 장소처럼 보이지만, 북한강변을 옆에 끼고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질 수 있는 특별한 마켓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모여 만든 이 마켓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마켓을 주최하거나 주관하는 단체는 만들지 말고 주민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있는 마켓을 추구하는 것. 마켓 임시 상점에 개인적인 상호 대신 별칭을 만들어서 장터 중심보다는 모든 방문객까지도 조화로울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는 것. 그리고 판매품에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아 다양성을 따르는 것이 그것이다.
상점마다 판매자와 손님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허물없이 나눈다. 어느 누구나 올 수 있어 문턱이 낮은 플리마켓이다. 으레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갖고 있는 ‘정다운’ 이미지를 문호리 리버 마켓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시장이 형성되는 자리에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건 하나의 자연스러운 경제적 규칙과 다름없다. 그런 이유로 많은 지역에서 상징성을 띌 수 있는 마켓을 구성하려 했다. 문호리 리버 마켓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자리를 만들어내면서도 주민들과 지역의 융합, 자연에의 이해, 그리고 상인과 소비자의 솔직한 담화가 그대로 담긴 곳이다. 사회적인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이곳에, 문호리 리버 마켓이 있다.
TIP 가는 도중 길을 찾기가 어렵다면, ‘리버 마켓River Market’이라고 쓰인 노란색 조끼를 입은 어르신을 찾으면 된다. 리버 마켓을 안내해주시는 주민분으로 친절하게 주차장을 알려주실 것이다.
혜화 필리핀 마켓Philippine Market
A.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90-14
마로니에 공원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작은 필리핀을 만날 수 있다. 매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는 필리핀 마켓에는 한국인들의 모습도 적잖게 보인다. 동성중·고등학교 정문에서 혜화동 성당까지 죽 늘어선 녹색 천막들이 바로 시장이다.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에서 혜화동 로터리 방면으로 3분 정도 걸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필리핀마켓이 시작된 것은 혜화동 성당 덕분이다. 혜화동 성당에는 필리핀 언어인 따갈로그어 미사가 열리는데, 1995년 국내 최초로 필리핀인 신부가 부임하고 난 이후 국내에 머무는 필리핀 사람들을 위한 미사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이주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필리핀 마켓이 형성된 것이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은 역시나 식료품이다. 필리핀산 과자와 음료수를 비롯하여 맥주와 통조림, 소스와 가지각각 양념까지 팔지 않는 것이 없다. 물론 세관을 통과하며 현지 가격보다는 조금 비싼 편이다. 자리에서 바로 필리핀 전통 음식을 식판에 담아 맛볼 수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필리핀 전통 음식이 궁금한 사람들이나 혹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끔은 이국적인 것이 그리운 날이 있다. 이국적인 것. 자국과 다른 무언가를 지닌 것이겠다. 필리핀마켓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들이 모여 형성한 시장이다. 그들 나름의 애환과 외로움을 마켓이라는 소통의 장에서 해소하고 있을 그들에게도 결국 이곳은 ‘이국’이 된다. 시장이 결국 사람의 이야기가 묻어나는 곳이라는 것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이유다.
TIP 필리핀 언어인 따갈로그어로 ‘감사합니다’는 ‘살라맛 뽀Salamat Po’라고 한다. 물건이나 음식을 구매할 때 고마운 마음을 전달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세종예술시장 소소Sejong Arts Market Soso
A.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75 H. facebook.com/sejongartsmarket
일상 속에서 예술을 발견해내는 서울예술시장 소소, 일명 ‘소소시장’. 광화문 일대에서 창작가들이 모여서 아웅다웅 가판대를 꾸린다. 판매자들도 방문객들도 모두 서로를 맞이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어있다. 이 플리마켓은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마다 세종예술회관 앞 예술의 정원에서 소규모 창작물을 응원하는 의미로 열린다. 독립출판물 위주의 마켓이다 보니 소규모로 출판된 책이나 잡지와 함께 회화, 일러스트, 사진집, 공예품이 함께 판매되고 있다. 자신의 색깔이 여실하 드러나는 창작자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면서 점차 뮤지션 공연부터 퍼포먼스, 그리고 작가와의 대화까지 다채로운 이벤트가 덧붙여졌다. 상반기, 하반기를 나눠 마켓에 참여할 판매자를 모집하며 특정한 단체나 개인에게 혜택을 주지 않고 평등하고 동등하게 참여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소시장’이면서도, 동시에 무엇이든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소소시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만족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은 사실 화려하고 커다란 것들이 아니라 작고 일상적인 부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산책길을 나선 노인, 아이들과 가까운 소풍을 떠난 가족들, 잠시 서울로 여행을 온 여행객, 데이트 도중 잠시 들른 연인 등 자신만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은 소소시장을 찾는다. 한적한 토요일을 장식할 수 있는 소소시장은 서울 한복판에서 그들만의 세계를 꾸리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언제나 타인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낯선 것은 새로운 것이라, 익숙한 것은 친숙한 것이라고 긍정적인 이름표를 붙이는 세계 말이다.
TIP 모든 가판대에는 방문하는 사람들 방향으로 의자가 하나씩 구비되어 있다. 마음 놓고 작품과 판매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니 부담스럽게 여기지 말고 앉아서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작품을 만든 창작가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이다.
에디터·포토그래퍼 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