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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담
김정현 — 콘텐츠 에디터
누군가 그를 보며 취향이 또렷하다 말한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의 기록을 보며 부지런하게 쏘다닌다고 말한다면 에디터 김정현은 아마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솔직하게 말해서 취향은 잘 모르겠고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자신의 마음과 시선이 머무는 것을 모아 콘텐츠로 만드는 그는 부러 감추거나 더하지 않은 원본의 애정을 기록한다. 경험에서 기쁨을, 공유에서 더 큰 기쁨을 만끽하는 그는 좋아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다.그리고 그게 나다운 건지는 몰라도 재미있게 사는 법이라는 건 분명히 안다.
문득 정현 씨에게 ‘공유’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지네요.
순수한 즐거움이라 말하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나한테 좋은 게 있으면 사람들한테 호들갑 떨면서 같이 보고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순전히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쁨이라 느껴졌고요. 그리고 내면에는 허영심도 있지 않을까요? 음… 분명히 있을 거예요. 내가 좋은 걸 경험했다는 걸 슬쩍 비추고 싶은 마음인 거죠.
그럼 기록에는 나를 위한 마음과 타인을 위한 마음 중 무엇이 더 중심에 가까워요?
딱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네요. 그저 나를 위해 써둔 기록이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기록을 만드는 데 좋은 재료가 되어준 적도 있고,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올린 글이 한참 뒤에 봤을 때 무척 흡족하게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일기를 안 쓰는 내가 인스타그램이라도 꾸준히 기록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하고요. 두 마음이 혼재하다 보니까 결국에는 목적보다 남긴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게 와닿아요.
우리는 누군가의 기록을 보면서 나의 기록에 대한 응원을 얻기도 하잖아요. 최근 기억에 남는 타인의 기록이 있다면 들려줄래요?
이 질문을 듣자마자 소개하고 싶은 기록물이 바로 떠올랐어요. 저는 인스타그램에서 피드를 둘러보다 저장해 두는 기능을 아주 잘 활용하거든요. 후루룩 내리면서 지나쳐 버리기에 아쉬운 것들을 스크랩하는 기능인데요. 그 안에서도 ‘컬렉션’이라고 해서 폴더를 만들어 분류할 수 있는데, 폴더 개수를 헤아려 보면 열 개가 넘어요. 제주도, 부산처럼 도시에 관련된 것도 있고 북 커버, 타투, 그래픽 디자인, 아이템, 장소, 심지어 헤어스타일과 건강 팁도 모아뒀어요.
잠시만요. 이 저장 목록이 정현 씨의 머릿속과 마찬가지인데요(웃음)?
그렇죠(웃음). 그중에서 ‘스토리’ 컬렉션이 있어요. 누군가의 글이 좋거나 인상 깊은 에피소드를 만나면 이 폴더에 저장해 두는데, 이 안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사람은 제 여자 친구이자 동료인 김해서 작가의 피드예요. 둘이 대화를 길게 나누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기록을 보고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때도 많아요. 어제 다시 들춰보다가 위로가 되는 말을 발견했는데요. “나라고 믿은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가깝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나도 여전히 생생하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서의 나를 끊임없이 바라지만 충족되기가 어렵잖아요. 완벽하지 않은 것 같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나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그런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하고 싶게 만든 문장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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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포토그래퍼 박은비 장소 협조 룩백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