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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물건과 일곱 사람
세 가지 물건과 일곱 사람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
오랜만에 편지를 썼다. 얼마 전, 어라운드를 떠난 디자이너에게. 좋은 일로 떠나는 그녀를 막을 순 없었지만 먹먹함에 우린 자꾸 그녀의 빈자리를 들여다본다. 잘 지내느냐고 문자라도 한 통 보내고 싶은데, 기계로는 그 마음을 전할 수 없을 것 같아 몇 번을 망설이다 그만뒀다. 전하고 싶은 말을 좀 더 무겁고 따뜻한 포장지로 감싸고 싶을 땐, 아무래도 편지가 좋다. 우린 세 가지 종류의 카드를 일곱 장 골랐고, 각자의 마음을 그곳에 담았다. 그리고 우리가 쓴 카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나무 카드
tree card
‘티테이블오피스’는 예전에 소격동 문방구로 불리던 곳이다. 딱지나 지점토 같은 전통적인 문구류를 팔지는 않지만, 소격동 골목에서 종이 한 장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던 장소. 이름이 바뀐 뒤에도 여전히 다정한 종이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물건에는 확실한 특별함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나무 카드의 모습이 돋보인다. 세울 수 있는 나무 모형과 함께 그 나무의 그림자를 본떠 만든 종이가 들어있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가격 큰 나무 4천 5백원 작은 나무 3천 5백원 브랜드 티테이블오피스 문의 ttable-office.net
나무 카드는 소언 대리님이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섬세한 감성을 지닌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으면 이 카드가 좋겠네요. 그런데 누가 나무 카드에 편지 썼어요? 나도 거기에 쓰고 싶었는데! /선아
내가 나무 카드에 썼지요! /하나
책상 위, 화분들 사이에 둬도 자연스러울 만큼 귀여운 색과 모양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세워두고 종종 보게 돼요. 여러 가지 나무 모양의 편지를 한 사람한테 써서 주면 책상 위에 작은 숲이 생기겠네. /진우
누군가 제게도 나무 카드로 편지를 써주면 좋겠어요. 받아서 집안을 꾸미고 싶네요. 시들지 않는 종이 식물이니까, 식물을 키울 자신이 없는 분들에게 좋은 선물일 것 같아요. /혜민
아, 그리고 실에 묶어서 천장에 달면 종이 모빌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우
평면적이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일반적인 카드는 접으면 납작해서, 서랍 같은 곳에 넣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나무 카드는 입체적이고 색도 예뻐서 보이는 곳에 놓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편지를 써준 누군가를 더 자주 생각할 수 있겠죠? 하핫. /혜인
소언 씨가 얼른 받아보면 좋겠다! 성별에 관계없이 누가 받아도 좋을 것 같아요. 나무 그림자에 편지를 쓸 수 있게 만들어져서 그림자에는 편지를 써주고 나무는 내가 가지면 되겠어요. /하나
욕심쟁이야. 줄려면 다 주지. /혜인
최근 사무실이 도심으로 이사 오면서 창밖에 이리저리 솟아있던 나무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 카드가 있으니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장소에 놓아두면 공간을 따스하게 만들어주기도 해요. /민욱
과일 카드
juicy mail
과일 껍질을 벗기는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과일 카드. 수박은 반으로 갈라 시원하게 꺼내고, 바나나는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벗겨야 노오란 속살이 나온다. 사과는 사방으로 동그랗게 돌려서 까야 하고, 오렌지는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서 펼쳐야 한다. 봉투를 열기만 하면 귀여운 과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카드는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어메이즈 페이퍼의 제품으로 얼마 전, 상상마당과 1300K 등 에도 입점해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가격 오렌지, 사과, 수박 각 4천 3백원 브랜드 어메이즈페이퍼 문의 facebook.com/amazepaper
인터넷으로 먼저 봤는데, 사진이랑 약간 다르더라고요. 봉투를 뜯으면 좀 허전한 느낌인데, 뜯는 과정이 즐거워서 허전함이 채워지는 것 같아요. /선아
저는 추억여행 하는 것 같았어요. ‘와와109’나 ‘엠알케이’에서 봤던 편지지들이 생각나네요. /혜인
처음 봤을 때 너무 단순해서 조금 허전한 느낌이 들었는데, 글씨를 적으면서는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습니다. 단순한 모양으로 과일을 표현하다 보니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게 바로 이 편지지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인상이 험악하거나 평소에 악마처럼 행동했다면, 이 편지지를 선택하길 추천합니다. 귀여운 엽기 캐릭터가 탄생할 듯. /진우
나무 카드처럼 과일 알맹이를 방에 장식해도 귀여울 것 같아요. /진영
다른 과일 모양보다 사과모양이 뜯어보는 재미도 있고 좋았어요. 그러나 편지를 읽어보고 간직할 때는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그 부분이 조금 아쉽네요. /혜민
아마도 제 삶에서 가장 편지를 많이 쓰고 기다렸던 때는 군대시절 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그때 이런 귀여운 카드로 편지를 받았다면, 아마 웃음과 위로를 함께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소언 대리님께 이 과일편지지로 웃음과 위로를 함께 전하고 싶어요! /민욱
흔한 과일 모양의 카드라고 생각했는데 사과는 사과대로, 바나나는 바나나대로, 오렌지는 오렌지대로 과일마다 특성에 맞게 까보는 재미가! 반전의 매력이 있었어요. /하나
씨앗 카드
FLOWERPOT CARD
에코브릿지는 사람과 환경을 연결해주는 다리 같은 브랜드다. 각각의 제품에 환경을 배려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고 재료도 친환경적이다. 그중에서도 씨앗 카드는 독특한 이야기가 있는 제품이다. 카드에는 화분 모양의 ‘씨앗 종이’가 끼워져 있다. 천연 펄프에 씨앗이 듬성듬성 박혀 있어, 이 종이를 물에 담가놓으면 1~2주 사이에 싹이 자란다. 간단히 작은 화분에 옮겨 심고 기다리면 무럭무럭 자라는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가격 2천원 브랜드 에코브릿지 문의 ecobrg.com(1661-0715)
일석이조의 카드인 것 같아요. 카드를 받으면 한곳에 두고 잊어버릴 수 있는데 씨앗 카드는 키우면서 준 사람의 마음을 계속 기억할 수 있어요. /진영
맞아요. 보통 카드는 읽고 버리기도 보관하기도 애매한데 씨앗 카드는 그 자체만으로도 선물이 되네요. 소언 씨한테 편지 쓰고, 몇 개는 우리가 직접 키우기로 한 거 너무 잘한 것 같아요. /하나
씨앗 카드를 직접 키우면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화분에 담긴 식물을 산 적은 종종 있지만 씨앗부터 키운 것은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홈페이지에 가면 더 예쁜 씨앗 카드가 많더라고요. /선아
식물과 어울리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거겠죠. 그렇담 아마 저는 못 받을 거예요. 식물이 잘 안 자란다고 구박하지 않을, 심성 좋은 사람에게 선물하세요. 저는 아마 못 받을 거예요…. /혜인
혜인씨한테는 해바라기 씨를 줘. 먹을 수 있으니까. 심성은 됐고 식량을 줘. (웃음)/진우
카드는 보관했다가 나중에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씨앗을 받아서 키운다는 게 의미 있어요. 환경을 생각한 부분도 있어서 더 좋네요. 그렇지만 저도 키우면 씨앗이 자라나질 못할 거예요. 까먹으니께…. /혜민
씨앗이 발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자체가 참 드문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특별한 편지가 아닐 수 없네요! 씨앗이 박혀 있는 종이의 질감도 좋고. 식물을 기르는 동안 생각지 못한 위로를 받을 수도 있어요. 어서어서 편지합시다. /진우
자기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성장을 지켜보면서 다른 생명들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바쁘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이 씨앗이 내가 아닌 다른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 매개체가 될 수 있겠죠? /민욱
에디터 박선아
포토그래퍼 전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