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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963
많은 게 너무 쉽게 생기고 쉽게 사라지는 시대다. 건물마저 그렇다. 아끼던 밥집이 예고 없이 사라지고, 견고한 건물이 뼈대만 남기고 헐린다. 모든 일이 삽시간에 일어난다. 이런 시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963년부터 자리를 지킨 공장이 있다. 3만 평이 넘는 부지를 늠름한 자태로 지켜온 이 와이어 공장은 근로자들이 수영강변에서 돌을 하나하나 날라가며 만들어 낸 공간이었다. 귀한 과거의 기억을 함부로 하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지난날에 가두지 않으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공장. 고려제강과 부산시는 이 공간에 F1963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묵직한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예술과 문화가 움텄다. 공장이라 불리던 그곳은 이내 이야깃거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2008년, 공장이 움직임을 멈췄다. 부산시 수영구 망미동에서의 일이다. 우리가 매일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잠을 자는 것처럼 마땅히 할 일을 하는 듯 바지런히 움직이던 공장이었다. 주변으로 주택이 들어서고, 공장 소음이 민원이 되면서 다른 지역으로 설비를 이전하게 된 까닭이다. 동네 분위기가 바뀌면서 어쩔 수 없게 된 일이었다. 1963년부터 착실하게 움직여 온 이 공장의 이름은 수영공장. 국가 기반 산업이 만들어지던 60년대에 설립되었으니 확실한 역할이 주어졌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40년 이상 굳건히 자리를 지켜오던 수영공장은 3만 평이 넘는 너른 품으로 와이어를 생산하며 제 몫을 다해 왔다. 수영공장이 세워지기 전까지 와이어는 수입해야만 하는 재료였다. 와이어의 국산화를 목표로 설립된 이 공장은 고려제강이 세계적인 와이어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했다. 수영공장은 느슨해지거나 소홀해지는 일 없이 긴 세월 한자리를 지키며 성실하게 제 역할을 다해왔다.
설비를 이전하고 난 후에도 수영공장은 계속 그 자리를 지켰다. 여느 번화가의 가게처럼 쉽게 지어지고 가볍게 허물 수 있는 건축물이 아닌 이유에서다. 45년 동안 가열하게 움직이며 기름때의 흔적을 품고 있는 이곳. 긴 세월 버틴 목재와 페인트에는 강건한 기개가 있었다. 수영공장은 이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쓸모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동네를 둘러본 지 언 8년. 기계음으로 가득하던 산업 부지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택 단지가 되었고, 복작복작한 기운이 여실히 느껴지는 동네가 되었다. 새로운 분위기를 살피며 세심히 동네를 톺아보던 수영공장은 마침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F1963이란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영공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Factory의 첫 자와 수영공장이 완공된 1963이란 숫자를 결합해 탄생한 명찰이기에 짐작 가능한 일이다. 2016년 9월, 수영공장은 F1963이란 명찰을 달고 <부산 비엔날레>로 새 출발을 알렸다. 와이어가 아닌 것을 담아내는 공장의 새로운 행보는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부산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새로운 면모를 갖춰 나간 F1963을 사람들은 복합문화공간이라 불렀다. 대중적으로 쓰이는 이 단어가 감히 납작하게 만들어 버릴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매일같이 F1963에 깃들었다. F1963은 명맥 유지를 위한 공연을 기계적으로 열고, 이름을 알 법한 누군가를 초청하면서 간단히 포장되는 공간이 아니다. 말하자면 부산의 문화와 예술이 고이고 흐르는 곳, 누구라도 간단하게 예술 세계에 다가갈 수 있도록 길을 내주는 곳이다. 그 예술이란, 장벽이 높아 깨금발을 떼고 기웃거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손 뻗으면 잡힐 듯한 것이다. 크기와 깊이에 압도당하지 않고 편히 부유할 수 있는 것이다. 사위에 책과 커피가 있고, 수준급의 공연과 이야기를 가까이 두는 이곳은 부산 안에 예술을 담아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F1963은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뼈대를 유지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펼치길 꿈꿨다. 그 시초는 ‘재생 건축’으로 출발한다. 공존이라는 키워드 아래 옛것의 형태와 뼈대는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그 안에 조화로운 새로움을 담는 것이 목표였다. 수영공장의 이름을 보태 F1963이란 명찰을 만든 이상, 옛것은 반드시 살려야 했고 새로운 걸음에 방해가 될 만한 낡은 것은 현명하게 제거해야 했다. 그렇게 차근차근 조화를 찾아나갔다.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하자는 이상적인 목표는 실현되었다. 걷어낸 콘크리트와 지붕의 트러스 구조물이 오브제가 되어 입구에 비치되었다. 트러스로 만든 가구로 변신하기도 했다. 눈 깜짝할 새에 버려지고 바뀌는 세상이 낭비하고 있는 자재는 어마어마하다. 매일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을 때, F1963은 기존의 것을 유지함으로써 환경을 지키는 방향을 택했다.
F1963에서 특히 마음 가는 공간이 있다면 바로 ‘소리길’이다. 대나무로 이루어진 이 숲에서 귀를 기울이면 가녀리면서도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혹자는 이를 단소 소리라고 이야기하는데, 가만히 듣다 보면 누군가의 휘파람 소리 같기도, 알 수 없는 악기의 선율 같기도 하다. 공장이라는 딱딱한 건축 사이에 가장 자연스럽게 자연을 들여다 놓는 일엔 반드시 애정과 정성이 필요하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만큼 건축과 자연의 조화까지 고려함으로써 오가는 사람들 마음에 한 박자 쉼표를 제안하는 것. 그 역할을 공장이었던 곳이 너끈히 해내고 있다. 기분 좋은 선율을 담고 쉼을 선사하는 곳, F1963에는 삶에 필요한 여유와 여운이 한데 얽혀 있다.
F1963의 브릿지를 걸어보는 것도 묘미다. 수영강변을 조망하도록 조성된 덕분에 강변을 내려다보는 경험도 해볼 수 있다.
세상에는 복합문화공간이란 이름으로 운영되는 크고 작은 공간이 참 많아요. F1963을 이렇게만 소개하긴 아쉬운데, F1963의 시선에서 복합문화공간을 정의해 주실래요?
일반적인 복합문화공간과의 차이라면 문화 공간과 상업 공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겠지요. 방문자들은 각기 다른 목적에 따라 문화 시설과 상업 시설을 방문하게 될 텐데요. 그 안에서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간적으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F1963이 갖는 복합문화공간의 특징일 거라고 생각해요.
수영공장은 조병수 건축가와 함께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됐어요. “세월의 흔적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덮어 버리거나 낡은 것을 어울리지 않게 그대로 두지 않고,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이루게 했다.”는 이야기가 참 좋았는데요. 이와 같은 콘셉트가 가장 잘 드러난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건물 구조는 필요와 안전의 측면에서 보강이 필수적이었어요. 그러면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게 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도록 숨기는 일도 필요했죠. 새로운 재료를 덧댈 때도 옛것과 어울리는 재료를 택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 방식 역시 잘 어우러져야 했고요. 무엇을 보존하고 버릴지에 선택하던 시간에 결코 애정을 잃지 않았어요. 모든 고민에 애정이 기반이 된 것이 다른 공간과 차별점을 가지게 된 주요한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골조만 유지하는 게 아니라, 공장을 이루고 있던 구조물을 재사용하기도 했어요. 지붕의 트러스 구조물이 오브제나 가구가 된 것처럼요.
버려지는 재료는 최소로 하자는 원칙이 있었거든요. 공사는 많은 폐기물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일이에요. 친환경을 앞세워 공사한다고 해도, 과정을 샅샅이 들여다보면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할 수밖에 없어요. 비용, 시간, 행정 제도 등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환경 파괴라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요. 이런 과정에서도 계속 애정을 놓지 않고 진지하게 아이디어를 내놓았어요. 결국 우리만의 방법을 모색하여 재사용과 보존을 만들어 낸 거죠. 게다가 수영공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 자재든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어요. 기업의 역사가 묻어 있는 공장의 흔적은 소중한 기업의 유산이기도 해요. 공장 바닥을 조성할 때 근로자들이 수영강변에서 큰 돌을 날라서 기초를 다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쉽게 버릴 수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재료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니 공장 바닥에 오랫동안 깔려 있던 철판도 쉽게 제거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역사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지금은 쓰임이 훌륭한 테이블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한 번의 공사로 끝내지 않고, 계속해서 쓸모를 더해가고 있어요. 최욱 건축가와 아카데미동을 설계하기도 했죠. 외부 와이어로 지지하는 이 동은 와이어 공장이던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한데요. 건축적으로 리디자인하는 데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끌어내는지 궁금해요.
조병수 건축가가 설계한 기존 건물 옆에는 공장의 부속동으로 사용된 옛 건물이 남아 있었어요. 어떤 쓰임을 주면 좋을까 오래 고민한 끝에 현재의 아카데미동이 탄생한 거죠. 이 동은 과거 모습과 대비되는 미래 모습을 담은 건축으로 계획된 공간이에요. 과거와 미래가 마주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서로 좀더 돋보이게 하면서 결국 하나의 건축물이 되기를 원했어요. 그 사이에는 자연을 두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는데요. 지킨다는 명목으로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와이어라는 뿌리를 활용하여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거죠. 이러한 건축적 경험을 통해 F1963의 다채로운 모습이 완성되었다고 봐요.
어느 인터뷰에서 최욱 건축가가 이 공간을 ‘부산의 건축물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설계했다고 이야기한 걸 보았어요.
모두 열 개 기둥에 걸려 있는 와이어의 모습은 부산역에서 마주하게 되는 북항의 항만 크레인의 모습과 닮았어요. 기능적으로는 브릿지의 주탑에 와이어가 걸려서 상판을 들고 있는 형태인데요. 와이어들이 좁고 긴 튜브의 건물을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이지요. 고려제강이 생산하는 와이어의 가능성을 최욱 건축가의 디자인을 통해 건축적으로 해석한 결과예요. 이와 더불어 전체적인 모습은 부산의 자연스러운 풍광을 담고 있는 거죠.
시립 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을 곧잘 이용하지만 F1963은 보통의 도서관과 사뭇 다르다. ‘예술 전문 도서관‘이라 불리는 이곳은 빠르고 복잡한 도시의 속도에서 벗어나 예술적 감성을 일깨우는 장소로 자리한다. 미술, 건축, 사진, 디자인, 음악 등 수천년 동안 동서양을 초월해 문화 예술의 사조와 흐름을 이끈 예술가들의 작업과 그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 예술에 대해 영감을 얻는 공간임과 동시에 F1963 도서관은 삶의 쉼표를 제안한다. 회원제로 운영하지만 비회원이라도 일일 이용료로 쉼을 누릴 수 있다.
O. 화-일요일 10:00-18:00, 월요일 휴무
금난새 뮤직 센터, GMC는 국내 최초로 사면이 유리로 구성된 공간이다. 잘 준비된 공연은 물론, 리허설하는 모습까지 살필 수 있다. 관객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도 볼 수 있도록 꾸려져 좀더 손쉽게 예술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클래식은 즐겁고, 모두가 함께하는 열린 공간이다.”라는 음악감독 금난새의 생각을 능동적으로 구현한 공연, 연습, 교육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과연 풍성하다. 다양한 실내악 공연, 오케스트라 리허설이 가능한 뮤직홀과 더불어 개인 연습실도 마련되어 있으니 예술을 곁에 두는 것이 마냥 어렵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Design to live by’라는 콘셉트로 구성된 공간이다. 평범한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디자인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이 전시홀은 해외 디자인 기관 파트너들의 작품, 현대 블루프라이즈 디자인 작품, 현대자동차 디자인 센터의 콘셉트카 등 다양한 디자인 콘텐츠를 연계하여 시즌별로 테마 전시를 품어낸다.
O. 매일 10:00-20:00, 첫째 주 월요일 휴무
YES24 중고서점
O. 매일 10:00-21:00
국제갤러리
O. 화-일요일 10:00-18:00, 월요일 휴무
테라로사
O. 매일 9:00-21:00
복순도가
O. 수-일요일 12:00-20:30, 월·화요일 휴무
화수목
O. 화-일요일 11:00-18:00, 월요일 휴무
Michael’s Urban Farm Table
O. 평일 11:30-22:00, 주말 11:00-22:00
CAFE by Haevichi
O. 매일 10:00-20:00
Praha993
O. 매일 11:00-22:30
A. 부산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에디터 이주연
사진 F1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