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 작가 이용한

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 작가 이용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와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밥과 물을 주는 정도의 돌봄이었지만 그게 길고양이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나중에 알았다. ‘캣대디’가 된 시인에게 길고양이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시인 여행가,
고양이를 만나다

이용한 작가는 1995년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두 권의 시집을 포함해 이런저런 글을 썼다. 그는 여행을 좋아했고, 자신의 여행기를 책으로 펴내 밥을 벌었다. 프리랜서 작가로서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 그러던 언젠가부터 여행 작가의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를 붙잡은 건 다름 아닌 길고양이였다. 9년 전 어느 밤,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나간 집 앞에서 고양이 가족을 만났다.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갈색 소파 위에서 어미가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광경이었다. 운명인지 묘연인지, 그 하나의 장면이 머릿속에 들어온 이후로 그의 삶은 전과는 조금 다른 길로 뻗어 갔다. 단지 국물을 우려낸 멸치와 탕수육 부스러기 몇 개를 던져줬을 뿐인데 고양이는 재롱을 부리듯 그의 곁을 떠날 줄 몰랐다. 그는 사진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소식을 알렸고,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고양이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두 여섯 권의 고양이 시리즈가 완성됐다.

캣대디로서
할 일들

많은 길고양이들이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먹을 것을 찾으러 다녔다. 고추 양념이 묻은 총각무는 물론이고, 시래기나 옥수수, 심지어 휴지를 먹는 고양이도 있었다. 길고양이에게 음식은 곧 생존이었다. 그 사실을 안 작가는 캣대디가 되어 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했다. 길고양이가 안전을 느낄 만한 장소에 밥과 물을 함께 놓아두는 식이었다. 사료를 주기도 하고 고양이 캔을 따서 놓아두기도 했다. 겨울철에는 고양이를 위한 집을 지어주었다. 정기적으로 음식을 제공받은 고양이들은 점점 고양이다운 고양이로 변해갔다. 그루밍grooming(고양이 스스로 침을 묻혀 털을 정리하는 일)을 한 고양이는 모질이 좋아졌고, 고양이로서 품위를 찾았다. 지방자치단체나 동물연대와 연계해 길고양이를 중성화수술TNR(Trap Neuter Return) 시키는 일도 캣대디의 몫이었다. 중성화수술은 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함은 물론이고 길고양이의 발정 스트레스를 막는 데도 중요한 일이었다.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하지만 모두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손가락질했다. 그들은 욕을 하거나 빗자루를 휘둘렀다. 애써 채워놓은 음식을 버리고 그 안에 오물을 버렸다. 생선이나 밥그릇에 쥐약을 묻혀 길고양이를 해치기도 했다. 자신의 텃밭을 뒤진다거나, 기분 나쁜 울음소리를 낸다거나,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한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죽어간 고양이를 발견할 때마다 작가는 참담한 심정이 되었다. 왜 사람들은 애써 악하게 구는 걸까. 그들에게 생명은 무엇일까. 인간으로서 다른 생명과 공존하기를 거부하는 적의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런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작가는 점점 지쳐갔다. 한때는 70마리에 이르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도 했지만 점점 고양이들은 죽거나 사라졌고, 이제는 하나의 급식소만 남았다.

우리에게도
체온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이 유독 차별을 받는다는 건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봤을 때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모로코나 터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풍경이 흔했다. 그들은 음식을 함께 먹고 서로의 온기를 나눴다. 작가는 언젠가 캐나다를 여행하며 들었던 충격적인 이야기를 잊지 못했다. 단체로 여행 중이던 한국 관광객들이 길거리의 순록을 보며 피와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들었던 것이었다. 그건 비단 가난한 역사를 지나온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인간이 감춰온 야만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었다. 길거리 동물에 관대한 태도는 사회적 시설이나 복지가 잘 갖춰져야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의 문제에 가까웠다. 동물을 그저 먹거리로 대하지 않고, 그들에게도 체온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하는 일이었다.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동물과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함께하는 모습. 그건 정말 불가능한 풍경인 걸까?

3년을 사는
슬픔 한 마리

길고양이는 평균 3년 정도를 산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태어난 고양이가 스스로 걸음마를 떼고, 음식을 찾아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차에 치이거나 쥐약을 먹거나 아니면 굶어서 죽을 때까지, 평균적으로 3년이 걸린다는 이야기였다. 작가는 캣대디로서 수많은 고양이와 눈을 맞췄다. 일부 사람들의 좋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꿋꿋이 그들에게 음식과 물을 나눠줬다. 더는 길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고양이는 직접 키웠다. 시간이 지나고 그동안 이름을 지어주었던 수많은 고양이가 그의 곁을 떠났다. 죽음은 결코 무뎌지는 일이 아니었다. 무덤덤하려 했지만 얼마나 많은 슬픔들이 그의 안쪽을 다녀갔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더 좋아질 거라고, 뜻을 함께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서로를 격려해봤지만 아직은 멀게만 느껴졌다. ‘공존’이라는 말에는 함께 존재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건 우리가 누리는 단단한 땅과 공기가 단지 사람의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작가에게 지난 9년은 수많은 슬픔과 좌절의 시간이었다. 인간의 이기심과 잔혹함, 이별의 아픔, 여전히 부정적인 사람들의 인식에 그는 지쳐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고양이 곁을 떠나지 못했던 건, 길고양이에게는 무관심이 가장 큰 죄악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그를 지지해주는 몇몇 사람들이 있어서 그는 버틸 수 있었다.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 그의 책을 읽고 스스로 고양이를 돌보게 되었다는 편지를 보내주었을 때 그는 위안을 얻었다. 더디지만 천천히 변하는 작은 희망 같은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 고양이는 그 자체로 선물 같은 존재였다. 건강하게 음식을 먹고 조심스럽지만 다가와 몸을 비비고 눈을 마주쳐주었다. 랭보와 오디, 앵두, 살구. 그리고 수많은 길거리의 이름 없는 고양이들. 한번 고양이와 눈을 마주친 사람은 그 간절함을 결코 지나치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결코 수고스럽지 않은
어떤 일들

주위를 둘러보면 고양이는 어디에나 있다. 그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는 누구나 캣대디나 캣맘이 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쪽이었다. 그리고 만약 굶주린 고양이를 보고 측은함을 느꼈다면 그릇에 먹이를 담아 물과 함께 조금 구석진 곳에 놔두는 것이 좋다. 고양이가 사람을 보고도 간절하게 우는 것은 일종의 구조요청이다. 직접 키울 만한 여력이 없다면 여러 단체에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만약 길고양이를 입양한다면 절대로 다시 버려서는 안 된다. 한번 길든 고양이는 길에서 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고양이보호협회의 쉼터나 여러 고양이를 위한 단체들에 후원하는 것도 길고양이를 위한 행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듯한 눈길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고양이와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하는 것일 테다.

길고양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것들 

온라인 커뮤니티

01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길고양이와 아름다운 동행’을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로, 길고양이 구조나 TNR 후원, 사료 등을 공동구매할 수 있는 커뮤니티이다. 다양한 동물보호캠페인을 함께 진행한다.
H. catcare.or.kr

02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2003년부터 이어진 네이버 대표 카페 중 하나로, 40만 명 이상의 회원수를 자랑한다. 고양이 입양을 비롯해 기타 다양한 정보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H. cafe.naver.com/ilovecat

03 길고양이친구들

페이스북의 대표적인 고양이 커뮤니티로, 길고양이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동물보호운동을 지향하는 성격을 띤다. 고양이 관련 재미있는 동영상과 사진을 구경할 수 있다.
H. facebook.com/groups/FeralCat

함께 읽으면 좋을 고양이 작가의 책과 영화

01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와 영화 〈고양이 춤〉 

‘안녕 고양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1년 반의 길고양이 관찰기를 담고 있다. 후에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고양이 춤〉 역시 따듯하고 아련한 고양이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02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세계를 떠돌며 만난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외국의 경우를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조금 반성하게 된다.

03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시골집에 모인 열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느린 시간과 유유자적 삶이 고양이의 표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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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사진 이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