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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영·이영하 — 스튜디오 고민
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안서영, 이영하는 작지만 단단한 약속을 지키며 산다. 컴퓨터가 후끈거릴 때까지 디자인에 열중한 날, 작업 비용이 입금된 날은 꼭 돈가스를 먹는 것. 뜨겁고 바삭한 덩어리는 일종의 연료이자 수고했다며 다독여주는 친구인 셈이다. 맛있는 한 끼가 믿을 만한 구석이 되어준다는 건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사랑스러운 두 사람을 보고 알았다. 세미콜론 ‘띵’ 시리즈 《돈가스: 씩씩한 포크와 계획적인 나이프》와 함께 두 사람의 고소한 규칙에 귀 기울여본다.
음식은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어요. 일상에 새로움을 주거나, 특별한 날을 더 특별하게 만들죠. 또 음식은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영하 밥 한번 먹자는 말이 있듯이, 음식은 관계의 매개체가 될 수 있어요. 어릴 때와 다르게 아무 목적 없이 같이 있는 관계나 시간이 이제는 잘 없더라고요. 시간을 함께 보낼 이유가 필요한 때가 된 거죠. 커피든 돈가스든, 음식은 누군가와 관계를 좀더 쌓게 해주지 않을까요?
서영 우리는 친밀한 사람하고만 식사를 함께하는 편인데요. 그래서 같이 음식을 먹는 일이 서로에게 편한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누군가가 밥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그래, 하고 기쁘게 응할 수 있다는 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알려주죠. 또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최근 업무 차 도쿄에 다녀왔는데, 클라이언트가 추천한 식당에 따라가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니까 그분을 떠올리면 항상 그 음식이 생각나요.
두 분은 어떤 식사를 만족스럽다고 느끼세요?
영하 질문을 받고 막연하게 생각해 봤는데, 서영 씨와 싸우지 않는 식사가 떠올랐어요(웃음). 서로 다른 가정 환경과 가치관이 먹는 행위에서도 드러나곤 하거든요. 둘의 차이점이 다툼으로 번지지 않고 즐겁고 화기애애하게, 좋은 대화를 나누는 식사. 저한테는 그게 만족스러운 식탁이에요.
사람들은 메뉴를 고심하고, 맛집 앞에서 오래 줄을 서기도 해요. 왜 이렇게 식사를 중요하게 여길까요?
영하 식사는 하루에 두 번에서 세 번, 무조건 해야만 해요. 바쁜 와중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좀더 즐겁고 특별하게, 취향에 맞추어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음식으로 만족감을 채우려는 욕구도 있을 것 같고요. 저도 디자인 작업물이 좋은 반응을 얻어서 만족감이 들면 특별한 음식으로 나를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요. 그런데 지루한 일상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일상적인 식사라도 특별한 경험이 되게 하고 싶어요. 사람들도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서영 저는 원래 줄 서는 식당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최근 도쿄 여행에서는 친구가 소개해 준 디저트 가게 앞에서 20-30 분 정도 줄을 서봤어요. 그때 경험은 또 즐겁더라고요. 특별한 음식을 먹기 위해서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과 한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그날 야쿠자 같은 한 아저씨도 폭주족처럼 운전해와서 아무렇게나 주차하고는, 줄을 서서 케이크를 사 가는 거예요.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뜻밖의 즐거움을 만났네요. 앞으로도 가게 앞에서 기다려볼 의향이 있어요?
영하 네. 근데 안식월에만 가능할 것 같아요. 평상시에는 줄을 설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서영 어디 여행 갈 때나 가능하지 않을까요?
영하 그러게요. 기다리더라도 훌륭한 맛보다는 좀더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누리고 싶은 마음에 줄을 서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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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차의진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