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농작물에 가벼운 옷을 입히다

브라이트 모닝

강원도 농작물에 가벼운 옷을 입히다
브라이트
모닝

언제부턴가 새로운 것이 아닌,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는 것들을 조명해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입히고 이야기를 붙이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활발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묵묵하게 행동하는 이들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시각을 경험하고, 또 ‘내 주변에는 뭐가 있을까?’ 살펴보는 계기를 얻기도 한다. 그런 흐름 속에서 브라이트 모닝은 강원도 농특산물에 어울리는 옷을 입혀 사람들에게 내보였다. 이름만 익숙한 작물 ‘민들레’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위주로 활동해 온 이들이 최근 연남동에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강원도 민들레를 소개하는 연남동 가게

브라이트 모닝은 대표 이민성 씨(36)와 디자인 총괄 김지회 씨(26) 그리고 강원도 현지의 농부들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브랜드다. 강원도에서 자란 이민성 씨는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질 좋은 농산물들이 비닐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대충 담겨 판매되는 걸 보며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결국 작은 브랜드를 만드는 일로 연결된 것이다. 


“수익에 대한 확신이 있어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요. 작물들에 좀 더 어울리는 포장을 만든다면 결국 저희에게도 농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런데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지금으로부터 1년 반 전에 그는 오래 근무했던 회사를 그만두며 사업을 구체화했고, 창업지원금을 신청해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때부터 농가를 찾아가 직접 농부들을 만났지만, 새로운 방식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진행할 수 없다는 얘기를 더 자주 들었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민들레를 전해 주려면 건조 과정이 꼭 필요했는데, 그 과정까지 맡아서 진행해 줄 농가를 찾기 어려웠어요. 일이 고될 뿐 아니라, 건나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부피도 크게 줄거든요. 건나물 1킬로그램을 만들려면 12킬로그램의 생민들레가 필요해요.”


그렇게 몇 번의 거절 끝에 그는 ‘힘들지만 해 주겠다’는 농가를 찾아 지속적인 공급을 약속받았고, 지금은 꾸준히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요리 과정을 생략할 수 없는 건나물보다 더 쉽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최근에는 생 민들레와 들기름, 올리브유, 간장을 배합해 페스토를 만들었다고. 연남동 가게 한켠에 진열해 둔 제품들을 보며 과정에 관한 얘기를 들었더니, 말끔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와 있는 녀석들이 조금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민성 씨는 공간을 꾸민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원래 있던 공간에서 이쪽으로 온 이유는 조금 더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지나는 사람들이 우연히 들어와 구경하거나 물건을 살 수도 있어요. 그리고 간단한 음식이나 민들레 뿌리수를 맛볼 수도 있을 거예요.”

01. 뿌리패키지
말린 뿌리 50g이 담긴 뿌리 패키지. 전자렌지에 간단히 로스팅 후 물과 함께 끓여 먹는다.
가격 8천7백원

02. 스페셜패키지
건나물과 뿌리를 소포장하여(2~3인분) 10개로 구성한 스페셜패키지. 손잡이가 달린 종이박스로 포장돼 있다.
가격 4만2천원

03. 페스토
민들레를 한 번 데쳐 간장, 들기름, 올리브유로 버무린 흰 꽃 민들레 오리엔탈 페스토. 밥에 비벼서 혹은 계란찜이나 스프에 넣어 먹을 수도 있는 건강한 소스.
가격 3만 9천 6백원

04. 플레인 패키지
평상시, 보통날 혹은 그냥 소중한 사람이 생각나는 날 마음을 전할 수있도록 만든 플레인 패키지. 건나물 140g이 곱게 포장돼 있다.
가격 2만2천원

담담한 일상의 선물

어떤 이들은 민들레를 그저 들풀로, 혹은 약재로 알고 있겠지만, 브라이트 모닝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민들레를 보다 쉽게 접하길 원한다. 수확기가 지난 겨울에도 맛볼 수 있도록 건조하고, 포장에 고민하고, 레시피까지 제안하며 다방면의 일을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브라이트 모닝은 이 모든 걸 ‘보다 가볍게’ 서로에게 선물하길 권한다.

 
“물건을 살 때 문득 누군가 떠올라 하나 더 사게 되는 것, 평범한 날 갑자기 전해 주는 것, 우리가 추구하는 선물의 방식이에요. 일상 속에서 가볍게 오가는 선물이 좋다는 생각으로 만든 게 바로 ‘플레인 패키지’고요. 크고 비싼 선물만 좋은 게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들의 그런 생각은 단순한 의견이라기보다 하나의 생활양식처럼 느껴졌다. 머물고 있는 동네의 분위기부터 각자의 표정이나 작은 행동이라든지, 가지고 있는 물건들까지도 모두 하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연남동에서는 종종 이웃들에게 식사를 초대받고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꽤 마주쳐요.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는 얘기가 오가기도 하는데, 아직 진행된 건 없고요(웃음).” 

담담하게 선물하듯 하루를 산다면 그건 자신의 주변 분위기를 바꿀 수 있겠구나, 그들이 들려주는 평범한 얘기를 들으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민들레 향기가 나는 고민들

“딸기, 야콘 같은 재료를 더 해볼까, 생각도 해봤어요. 예전에 개똥쑥으로 제품을 만들어 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여러 가지를 하기보다 한 가지 재료를 완벽하게 이해한 뒤 다음 재료로 넘어가자는 식의 생각을 해요.” 앞으로의 방향을 묻는 내게 이민성 씨가 말했다. 그리고 곧장 얘기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김지회 씨도 같은 질문에 대답을 했다. 

“작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전해 주면 좋겠어요. 두서없는 얘기긴 하지만 관련된 음악을 함께 소개할 수도 있고, 버려질 농작물을 재배하러 다 같이 농활을 갈 수도 있잖아요(웃음). 이런 모든 이야기가 소비자에게 전해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얘기를 생각해 보니, 그들은 단순히 무언가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진지하게 재료를 고르고, 그 안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려 했다. 또 그걸 통해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길 원하고 있었다. 비록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겠지만, 당장 하고 있는 일만 따져 봐도 이미 보통 이상으로 많은 걸 해내고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가능성을 가늠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스스로 아직은 시작 단계에 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고민이 있었다. 농산물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정성과 함께 환경을 생각하는 가벼운 디자인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과대 포장이 곧 정성’이라는 이상한 분위기 때문에 그들이 안게 된 고민이었다. 나는 브라이트 모닝의 제품들을 훑어 보며 ‘이미 꽤나 깔끔하고 실용적이지 않나’ 생각했는데, 항상 고민하는 이들의 눈에는 또 줄여나가야 할 부분이 보이는 모양이다. 나중에는 어떤 옷을 입혀서 소개하게 될까? 이들이 만든 고구마, 옥수수의 패키지는 과연 어떨지 혼자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 나는 ‘포장’이라는 단어가 두 가지 방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안에 있는 물건의 가치를 위할 줄 아는, 결국엔 없어져도 된다는 생각의 포장과 안에 있는 물건을 최대한 가려서 가짜 가치를 만들어 내는 포장.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여태껏 만든 제품들을 보면 쉽게 알 수가 있었다.

민들레 레시피

민들레 계란찜

계란을 볼에 풀어주고 체에 거른다. 계란에 물(계란 3개에 물 200ml 정도) 과 원하는 만큼의 페스토를 넣어 저어준다. 끓는 물에 15~20분 정도 중탕한다. 이때 계란찜 그릇에 호일이나 랩을 씌워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한다.

민들레 계란찜

계란을 볼에 풀어주고 체에 거른다. 계란에 물(계란 3개에 물 200ml 정도) 과 원하는 만큼의 페스토를 넣어 저어준다. 끓는 물에 15~20분 정도 중탕한다. 이때 계란찜 그릇에 호일이나 랩을 씌워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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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포토그래퍼 전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