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글자들

디자인 레터스

가까이 있는
글자들

브랜드는 저마다 ‘말하는 방식’이 있다. 덴마크 브랜드 디자인 레터스Design Letters는 ‘글자’로 말한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에 알파벳을 결합하고 흩어진 활자를 모아 단어로, 메시지로 확장하는 식이다. 하나의 이미지로 보이기도 하는 디자인 레터스의 글자는 브랜드의 표현 수단인 동시에 목적 그 자체다. 애초에 공간을 위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2009년 덴마크, 카피라이터이자 저널리스트인 메테 톰센Mette Thomsen은 ‘글자’를 찾고 있었다. 자녀 방을 꾸밀 레터링 아이템이 필요했는데, 형형색색의 인테리어 소품 가운데 원하는 스타일이 없었다. 그녀는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레터링 아이템이 시중에 나와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원하는 글자를 원하는 방식대로 조합해 공간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제품은 금세 주목을 받았다

이를 기회로 여긴 메테는 당시 근무하고 있던 회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했다. 바로 디자인 레터스다. 브랜드에 영감을 주고 전체적인 제품 컬렉션을 견인한 이 특별한 ‘글자’에는 원래 주인이 따로 있다. 건축, 조경, 가구의경계를 넘나들며 북유럽 디자인을 전세계에 알린 덴마크의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이다. 세월의 흐름이나 시대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타임리스 디자인으로 지금까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그의 작품들 중 디자인 레터스 제품의 타이포그래피는 1930년대 작업물이다. 최근에는 야콥센의 글자뿐만 아니라 플라워 드로잉을 반영해 패턴이 들어간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INTERVIEW
메테 톰센 Mette Thomse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자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한 개인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에 따라 변화무쌍한 가능성을 제시하죠.”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메테 톰센입니다. 디자인 레터스 창립자이고, 코펜하겐 본사에서 300미터 떨어진 집에서 남편 그리고 네 명의 딸과 함께 살고 있어요. 

기자로 일하다가 디자인 브랜드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저는 덴마크 인테리어 잡지 《Bolig magasinet》에서 광고 카피라이터와 저널리스트로서 경력을 쌓았어요. 당시에도 디자인Design과 글자Letter, 이 두 가지를 기반으로 한 작업이었으니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라고 느껴요. 단지 ‘디자인 레터스’라는 브랜드를 통해 단어와 디자인에 품고 있던 개인적인 열정이 발현된 거죠. 

디자인 레터스는 누군가의 공간을 완성하는 역할을 해요. 이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저는 눈길을 끄는 무언가 혹은 강력한 메시지를 만드는 일이 좋아요. ‘디자인 레터스’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도 이 브랜드가 단지 글자에 관한 게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글자의 본성과 디자인의 기능성을 결합한 작업이죠. 사실 글자는 누구나 다루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패턴이나 모양, 색상이 아닌 ‘글자’를 견지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글자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한 개인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에 따라 변화무쌍한 가능성을 제시하죠. 행복하거나 슬픈 감정, 재미있거나 지루한 상태, 심지어 꾸며진 모습으로부터도요. 글자의 이런 매력이 브랜드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었어요.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제품을 다루고 고객과 교감할 수 있게 됐죠. 

아르네 야콥센의 작품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2009년에 출시한 첫 제품은 브랜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타이포그래피로 만들었어요. 벽 장식용 우든 레터스였죠.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무언가가 필요했죠. 저는 문득 덴마크를 대표하는 건축가를 떠올렸어요. 1937년 오르후스 시청사Aarhus City Hall 건물을 위해 손수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했던 아르네 야콥센을요. 그의 작품을 찾아보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즉시 유가족에게 연락했죠. 그분들은 흔쾌히 작품사용을 허가해줬어요.

야콥센은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 조경사가 됐을 것’이라고 했어요. 모던한 타이포그래피와 자연의 색채가 잘 매치되지 않지만요.

저는 그 반대로 생각해요. 아주 근사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이 야생의 유기적인 형태를 만나면 마술이 일어나요. 그건 우리가 찬장의 컵을 화병으로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문명의 상징과 결합된 자연이라니, 너무 멋진 조합이지 않나요?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다른 크리에이터가 있나요?

어떤 순간에는요. 하지만 우리 브랜드에는 뛰어난 감각을 지닌 디자인 팀이 있어요. 그리고 여전히 야콥센의 빈티지 ABC로 인해 수많은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있고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서 영향을 받아요. 문학, 패션, 음악, 미술 등 어떤 것이라도 좋아요. 당신이 열광하고 있는 것들이 궁금해요.

바로 그거예요! 저는 단어 애호가이며 다음 생에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진심으로요. 늘 문학을 동경해왔거든요. 잘 쓰인 글, 깨어있는 글은 어김없이 감탄을 자아내요. 과연 단어들만으로 거대한 세계를 구축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하면서요. 이런 과정이 저를 고무시키죠. 

혹시 한국에 와본 적이 있나요? 이곳에서도 북유럽 디자인이 인기입니다.

아쉽게도 아직 가본 적 없지만, 분명 마음에 들 것 같아요. 파리에서 열리는 메종&오브제Masion&Objet에서 디자인 레터스를 지지해주던 아시아 시장의 열정을 이미 경험했거든요. 아무튼 디자인에 관한 한 우리와 한국인들은 같은 행성에서 왔다고 생각해요(웃음). 

브랜드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문구 컬렉션을 아껴요. 작가가 되고픈 열망과 어릴 적 학교에서 글짓기를 하던 기억이 남아있거든요. 이미 브랜드를 통해 선보인 ‘여행 일지’와 ‘레시피 노트’, ‘아기의 첫 번째 책’ 같은 제품들만 봐도 기록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죠. 저는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작가라고 생각해요. 

디자인 레터스의 키즈 용품은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요.

우리는 늘 영리한 아기와 그들의 사랑스러운 부모를 위해 일한다고 자부하곤 해요. 그리고 디자인 작업에 앞서 제품에 매우 장난스럽게 접근해요. 그 결과 모던하면서도 쾌활한 제품을 고안하는 데 성공했죠. 기존의 디자인 방식을 뒤집었다는 데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멜라민 시리즈를 비롯해 대부분의 제품들은 코펜하겐의 본사 디자인 팀이 작업했어요. 몇 가지 예외는 있어요. 아르네 야콥센의 손자 토비야스 야콥센Tobias Jacobsen이 아이들의 수저를 디자인했고, 최근에 BPA(Bisphenol A)-free 물병과 런치박스도 작업했어요. 

브랜드의 명확한 컨셉은 장점이지만, 내부 직원들에게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될 것 같아요. 

본사 디자인 팀은 세 명뿐이에요. 의견이 적을수록 더 명확한 논점에 이를 수 있다고 믿거든요. 그래야 고객들도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명확한 컨셉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느끼는 한계는 분명있겠지만, 그건 동시에 독창성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방법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도자 컵의 다음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어요. 현재 나와 있는 제품의 동생 격이 될 것 같아요. 언제 출시될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디자인 레터스의 멋진 새 멤버가 탄생할 것이 분명해요. 그 외에도 가죽 제품과 가방, 액세서리 등 다양한 컬렉션을 출시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요.  

한국의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은 무엇인가요?

올여름 디자인 레터스의 보온병이 출시됩니다. 아시아 시장을 위해 만든 제품이에요. 앞으로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고대하고 있을게요.

사적인 공간에 관해 물을게요. 집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새로운 제품을 위해 숱한 고민과 기나긴 개발 과정을 거친 후에요. 저는 사적인 공간에서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을 가늠하는 시간이 만족스러워요. 요즘은 메시지 보드판을 매일 사용하고 있어요.

평소에는 가족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요.

우리는 거실과 주방을 한 공간처럼 사용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죠. 가족끼리 맛있는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손님이 왔을 때에는 밤늦도록 앉아서 대화를 나눠요.

집을 꾸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두 가지를 고려했어요. 빈티지 디자인에 품은 열정과 디자인 레터스가 가진 색깔을 조화롭게 하는 것. 거실 벽에는 직접 만든 그래픽 장식이 있어요. 덴마크의 오래된 팝 밴드에게서 영감을 받은 문구예요. “인생에는 당신이 죽을 때까지 기억하는 것들이 있다. 달에 간 첫 번째 사나이 오토 라이즈너Otto Leisner*의 유머 같은. There are things in life, you remember until you die. The first man on the moon Otto Leisner’s good humor.” 

*오토 라이즈너는 70~80년대에 활약한 덴마크의 유명 방송인이다. 

그 안에서 가장 아끼는 물건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아르네 야콥센이 1956년에 디자인한 3300 시리즈 빈티지 소파와 안락의자를 사랑해요. 15년 전에 중고로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곁에 두고 싶어요.

나만의 메시지를
찾아서

‘A’라는 글자에 부여할 수 있는 이름과 단어는 무수히 많다. 같은 제품이라도 각자의 메시지를 담으면 사적인 물건이 된다는 게 디자인 레터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제품의 주도권을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브랜드.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어디서나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디자인 레터스의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곳들.

코펜하겐|일룸스 볼리거스 

코펜하겐 중심부에 있는 토탈 디자인 매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가구와 패브릭, 조명,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을 아우르는 북유럽 디자인의 정수. 스웨덴과 노르웨이, 독일 등지에서도 만날 수 있다.
A 10 Amagertorv 1160, Copenhagen K

런던|셀프리지


오랜 역사를 지닌 영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체인. 전통적인 느낌과 현대적인 해석을 조화롭게 반영한 공간 구성으로 변화를 추구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독창적인 디스플레이와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A 400 Oxford St, London W1A 1AB

홍콩|아이티

1980년대 홍콩의 작은 상점으로 시작해 신선하고 흥미로운 패션 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은 멀티 브랜드 매장.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는 아이템을 다루고 인쇄물을 발간한다.
A Silvercord 30 Canton Road, Hong kong

서울|이노메싸

‘Home of Nordic Design’이라는 수식처럼 국내에 북유럽 디자인 브랜드와 제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브랜드뿐만 아니라 개인 디자이너의 상품도 발굴·개발하여 쇼룸과 마켓, 언론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A Building 127, Yangjaecheon-ro, Seocho-gu, Seoul

공간을 완성하는
몇 가지 물건들

거실과 부엌, 서재, 화장실 그리고 아이방 등 집 안 곳곳에 있는 디자인 레터스의 제품들.

FOR MY KIDS

Bed Linen Junior 유기섬유인증기관(GOTS)이 인증한 100% 유기농 면사로 만든 이불. 빈티지 ABC 타이포그래피가 패턴으로 쓰였다. 65유로 Melamine Set Tool School 어린이가 사용하기에 적합한 크기로 제작된 Tool School 시리즈 중 그릇 세트. 두 개의 접시와 하나의 작은 컵으로 구성돼 있다. 33.5유로 Paper Shelf 다용도 수납 선반. A2 크기의 제품으로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 컬러를 선보인다. 110유로 Persoanl Melamine Cup 빈티지 ABC 타이포그래피가 들어간 멜라민 컵. 아직 어린 아이를 위해 음료 뚜껑을 따로 구매할 수 있다. 10유로 Wooden Cubes 숫자 0~9이 쓰여있는 큐브 시리즈. 교육용이나 장난감, 선물용으로 적합하며 CE인증마크를 받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47유로 A Personal Hook A부터 Z까지 있어 아이 이니셜이나 재미있는 단어를 만들어 공간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행거. 27유로

ON THE DESK

AJ Royal Vase 60년대 세계 최초의 디자인 호텔을 위해 작업한 야콥센의 화병. 크기에 따라 블랙과 그린 컬러를 선보인다. 135유로 Pencil 빈티지 ABC 타이포그래피로 디자인된 연필. 다섯 자루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10유로 Ruler 작고 심플한 삼각형 모양 자. 14유로 Eraser 숫자 구성이 재미있는 지우개로 화이트와 블루가 한 세트. 7유로 Persoanl Calendar 타이포그래피와 하드 커버가 깔끔한 2018 캘린더. A5와 A4 두 가지 크기로 제작된다. 각각 30유로, 23유로 Budget Book 효율적인 금전 관리를 위한 제품. 파티, 주말, 선물 등 세분화된 지출 카테고리가 있다. 24유로 Notes 일상의 균형을 위해 필수적인 노트시리즈. 블랙, 핑크, 그린 세 가지 색상으로 구성돼 있다. 16유로

MINIMAL KITCHEN

Cooking&Serving Bowl 세 가지 사이즈로 온 가족이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식기. 크기별로 각각 55유로, 40유로, 23유로 Porcelain Cup 디자인 레터스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포슬린 컵 시리즈. A~Z뿐 아니라 Æ와 Ø까지 구비돼 있다. 16.5유로 Wooden Lid 포슬린 컵을 수납통으로 바꿔주는 다양한 색상의 나무 뚜껑. 8유로 Measuring Jug 1리터 분량이 표시돼 있어 편리한 저그. 27유로 My Best Recipes 틈틈이 기록해 나만의 요리책으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 노트. 35유로 Message Board 레터링 블록으로 원하는 문구를 꾸밀 수 있는 메시지 보드. 블랙, 핑크, 화이트, 블루 등 다양한 색상으로 공간에 포인트를 줄 수 있다. A2와 A4 크기로 각각 103유로, 28유로 Letter Box 메시지 보드에 사용하는 128개 글자와 숫자들.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 색상으로 구성돼 있다. 23유로 Cutting Board 재료에 따라 빵과 고기 전용으로 구분되어 있는 도마. 40유로 Black Paper Shelf Single 내구성이 뛰어난 다용도 수납 선반. 블랙, 화이트, 그린으로 구성돼 있다. 55유로 Flower Tea Towel 야콥센의 플라워 드로잉을 활용한 티 타올. 100% 면으로 제작되었으며 낱장 혹은 묶음으로 판매한다. 12유로

IN BATH TIME

Television Mirror 빈티지 TV에서 영감을 받은 거울. 그레이와 터키색 두 가지 색상으로 구성돼 있으며, 벽에 걸 수 있는 가죽 스트랩이 포인트다. 33유로 Personal Hook 수건이나 욕실 용품을 걸어두고 사용할 수 있는 행거. A~Z까지 있어 하나 혹은 여러 개로 다양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27유로 Porcelain Cup 내구성이 뛰어난 Fine Bone China 제품으로 개인용 혹은 집들이 선물로도 손색없다. 1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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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혜진

자료 협조 DESIGN LET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