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우리를 강하게 하는 힘
혼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늪에 빠졌을 때, 한동안 웅크려 다리를 빼내려 노력해도 아무런 차도가 없을 때, 고개를 들어 위를 보자. 우리를 꺼내줄, 혹은 스스로 나올 수 있게 도와줄 누군가가 있을지 모르니.
전체 | 모험 | 미국
꿈보다 값진 우정
많은 이가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모험을 꿈꾼다. 바닷속에서 가족들과 평화롭게 사는 루카도 그중 하나다. 인간들의 표현을 빌자면 루카는 ‘바다 괴물’이다. 초록색 피부, 머리카락 대신 무성한 비늘, 헤엄치는 데 꼭 필요한 긴 꼬리까지, 생김새도 사는 환경도 다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물에서 나오는 순간 인간의 외형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루카는 가끔 인간들이 바닷속으로 떨어트리는 물건들을 보며 저 위의 세상을 상상하고는 한다.
어느 날 루카는 인간 세상에 대해 꽤 자신만만한 알베르토를 따라 얼떨결에 육지로 올라가고, 알베르토의 비밀 섬에서 밤이 되면 쏟아질 듯 별이 보이는 신세계를 경험한다. 두 다리로 걷는 법조차 낯선 루카에게 알베르토는 “머릿속에 걱정이 가득 차오를 땐 ‘닥쳐, 부르노!’를 외치고 그냥 행동하라”고 조언해 준다. 서로의 존재로 루카는 용기를 얻고, 알베르토는 모험을 함께할 친구를 얻는다. 오토바이 ‘베스파’로 온 세상을 모험할 꿈을 이루려 인간들이 바글바글한 마을로 입성한 꼬마 바다 괴물들. 서로에게만 의지하던 두 사람 앞에 인간 친구 줄리아가 나타난다. 본래 단짝 사이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면 누구 한 명은 묘한 소외감과 질투심에 휩싸이게 되는 법. 셋이 완벽한 한 팀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 갈등은 극에 달하고 만다.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모진 말과 상처 입은 마음은 쉽게 돌이킬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회피하지 않을 때 관계를 회복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꿈보다 값진 우정을 되찾을 수 있을까?
12세 | 드라마 | 영국
구원의 또 다른 이름
사람들이 바삐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제임스. 입을 한껏 벌려둔 낡은 가방 안으로 몇몇 관객들이 팁을 두고 가면 그 돈으로 근근이 끼니를 해결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치료 센터에 간다. 그는 버스커이자 약물 중독자다. 떠돌이 생활을 계속하던 그에게 센터의 상담사 벨이 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마침내 고단한 몸을 누일 집이 생긴다. 그리고 웬 길고양이 한 마리가 은근슬쩍 끼어 들어온다. 제임스는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상처가 생긴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고, 밥을 주고, 보살핀다. 둘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어쩐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보인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한편으로는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를 만나면 다시 살아갈 희망과 의지가 생기는 걸까. 고양이 밥이 제임스를 ‘간택’한 뒤, 그는 삶에 조금 더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밥을 어깨 위에 올려두고 더 자신감 있게 노래한다. 이웃 베티와 데이트를 하고, 환영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용기 내 아버지에게 찾아간다.
제임스는 창문 틈새로 몰래 들어와 시리얼을 훔쳐 먹는 고양이에게 우유를 내어줄 만큼 따뜻한 사람이지만 오랜 외로움을 견디며 마음의 온기를 점점 잃어갔다. 작고 보드라운 존재가 망가진 마음을 찬찬히 데워주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갑자기 찾아온 우정이 실은 구원의 다른 형태였음을 말해준다.
12세 | 드라마 | 영국
내 작은 것들을 나누어주며
지금,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어디에서, 어떻게 만났는지 떠올려보자. 학교 다닐 때 만난 같은 반 아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마음이 잘 맞았던 동료,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말이 유난히 잘 통하던 아이 친구의 엄마…. 같은 환경 안에서도 특히 비슷한 점을 발견했을 때 우리 사이에는 조금 더 수월하게 우정이 싹튼다. 다니엘과 케이티처럼 말이다.
다니엘 블레이크는 40년 경력의 목수지만, 심장마비 증세로 추락사할 뻔한 위기를 겪은 터라 일을 중단하고 실업 수당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베테랑 목수의 기술은 수당을 신청하는 데 필요한 복잡하고 낯선 인터넷상의 절차 앞에서 모두 무용지물이다. 얼마 전 런던에서 이주해온, 두 아이를 기르는 한 부모 가장 케이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그녀 역시 정부의 보조금을 타야 생계가 유지되는 상황이지만 자기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없다. 다니엘과 케이티의 가족은 서로를 알아보고 자기가 가진 것들을 조금씩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눈다. 따뜻한 음식을 차린 식탁으로, 손수 정성 들여 만든 책장으로. 그들의 우정은 ‘친구 사이의 정’이라는 사전적 정의보다는 훨씬 깊은 지점에 가닿아 있는 것 같다. 수렁처럼 깊어지는 가난으로부터, 기대를 무너뜨린 복지 정책으로부터 잃어버린 인간의 존엄성 앞에 “네 잘못이 아니야. 그래도 살아가 보자.”고 말해주는 것 같다.
영화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복지 정책의 잘못된 시스템과 고통받는 소외계층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자꾸만 이런 우정의 장면을 비추는 이유는 분명 그것만의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일 테다.
에디터 이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