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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사람
마지막으로 편지를 써본 게 언제일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로 왕래가 없는 지인들의 소식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요즘, 나는 부쩍 편지가 그립다. 편지는 종이와 글씨로 이뤄진 것만이 아니다. 그 안에는 ‘당신은 나의 사람’이라는 암묵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상대를 위해 기꺼이 내어놓는 시간과 마음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을 편지를, 다시 한 번 써보고 싶었다.
SUMMER LETTER
재 료 원단, 실, 바늘, 수틀, 초크 페이퍼, 펜, 바느질하고 싶은 문구
만들기
1 쓰고 싶은 글귀를 프린트하거나 종이에 적는다.
2 원단 위에 초크 페이퍼*를 겹쳐놓고, 그 위에 자신이 쓰고 싶은 문구가 적힌 종이를 올린다.
*초크 페이퍼가 없다면, 쉽게 지워지는 펜이나 연한 심 연필로 직접 쓰는 방법도 있다.
3 종이에 적힌 글자 모양대로 뾰족한 펜으로 따라 쓴 다음, 원단에 잘 표시되었는지 확인한다.
4 원단에 표시된 초크 선을 따라 한 땀 한 땀 박음질한다.
대학교 때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 친구가 현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자들이라며 작은 상자를 보내왔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당시 내게 힘을 준 건 초콜릿이 듬뿍 들어있는 달콤한 과자가 아닌 그녀에게 처음으로 받아본 ‘손편지’였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추억도 쌓았는데 막상 떠올려보면 흐릿한 단상만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한 그녀의 편지만은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세월이 지날수록 선명해졌다. 모처럼 꺼내 든 편지 위에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쓴 글씨에서 그녀가 보였다. 성격이 급하고 웃음이 많고 다정한 사람. 나는 종이에 한가득 풀어놓은 당시 우리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었다. 그리고 ‘말은 공기 중으로 사라지고, 글은 영원히 남는다’ 라는 말을 절감했다.
다시 오지 않을 올해의 여름을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나는 바로 ‘손편지’를 떠올렸다. 멀리 있어서 그리운 사람에게, 가까이 있어서 소중한 사람에게 보내는 마음으로 말이다. 당신은 나의 사람임을 기억해달라는 아련한 노래 가사도 다시 편지를 쓰고 싶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생각해보니 글을 적는 것과 바느질하는 행위는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손으로 하는 작업이고, 온 신경을 쏟아 집중해야 하는 데다, 완성되었을 때 뿌듯함이 남다르다는 것. 함께 작업한 디자이너는 허투루 지나치는 글자가 없도록 집중하다 보면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령 ‘Remember’라는 단어를 적을 때는 마치 짝사랑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간절한 심정이 되었다고. 삐뚤삐뚤 간격이 맞지 않거나 한 글자만 틀려도 되돌리기 힘든 이 까다로운 편지를 만들면서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각자 ‘내 사람’에게 어떤 편지를 쓸지 상상하고 있었다.
에디터 오혜진
포토그래퍼·디자이너 황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