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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좋아하세요?
신간 108호 ‘음악이 모이는 곳(The Way We Keep Music)’은 잘 받아보셨나요?
《AROUND》는 두 달에 한 번, 계절이 바뀌는 순간마다 하나의 주제를 골라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는 여러 회의부터 취재, 원고 작성, 디자인, 교정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한데요. 108호를 마무리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책 속에 다 담지 못한 과정들도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호부터 한 권의 《AROUND》를 만들어가는 숨은 제작기를 조금씩 기록해보려 해요. 기획이 시작된 순간부터 취재 현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책에는 실리지 못한 비하인드, 그리고 한 호를 만들며 에디터가 보고 들으며 변화한 생각까지. 어라운드가 일하는 방식을 조금 더 가깝고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해요. (중간중간 매거진 팀의 소소한 일상 기록은 덤!)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온기가 모인 108호의 제작 비하인드를 풀어볼게요.
108호의 제목은 ‘음악이 모이는 곳(The Way We Keep Music)’이지만, 그 시작은 사실 아주 단순한 단어 하나였습니다. 바로 ‘음반(Record)’인데요.
요즘은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원하는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음악, 한 장씩 모으고 오래 간직하는 음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획 회의에 앞서 노트를 펴고 주제를 중심으로 마인드맵을 그리듯 생각을 넓혀가는 편이에요. ‘음반’이라는 키워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음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누가 모으는지, 어디에서 만나는지,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는지. 단어 하나에서 출발한 질문은 가지를 치며 여러 갈래의 이야기로 확장되었죠.
회의를 거듭하며 우리가 정말 담고 싶은 이야기는 ‘음반’이라는 물성 그 자체보다 ‘사람들이 음악을 대하는 각자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108호는 LP와 CD처럼 손에 잡히는 음반을 중심에 두면서도, 누군가의 공연을 찾아가고 스트리밍 목록을 공들여 정리하는 것들까지 폭넓게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회의를 통해 취재할 공간과 사람들을 정하고 나면, 이제 에디터들이 직접 현장으로 향할 차례입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각자의 취재 가방을 챙겨 음악이 있는 공간으로 향했어요. 특히 ‘듣는 경험’이 중요한 주제였던 만큼, 현장에도 늘 자연스럽게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번 호를 진행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현장에서 들었던 음악들을 책에 담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과 만나다 보니 공간마다 저마다의 취향이 담긴 노래가 흘렀고, 인터뷰 중에도 “이 노래도 한번 들어보세요”하고 건네받는 추천곡도 수두룩했거든요.
그 좋은 음악들을 글로만 전해야 하는 게 어찌나 아쉽던지요. 결국 그 마음을 달래려 기사 하단 ‘에디터스 코멘터리(Editors’ Commentary)’와 기사의 마지막 페이지 ‘부록’에 음악들을 얹어 두었어요.
저는 특히 박정용 기획자께서 들려주셨던 암브로시아의 〈How Much I Feel〉이라는 노래를 마감하는 내내 곁에 두고 들었어요. 어쩐지 그 노래를 들으면 저희가 함께 이야기 나눴던 그 장소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108호를 읽으실 때 기사 끝에 남겨둔 추천곡들을 틀고 읽어보시는 것도 취재 현장을 담뿍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팁이랍니다.
💡 에디터스 코멘터리란?
종종 어라운드 기사 하단을 보면 작게 덧붙여진 ‘에디터스 코멘터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본문이라는 공식적인 틀 안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취재 현장의 분위기나 비하인드, 혹은 에디터 개인의 사적인 소회를 담아내는 곳이랍니다.
현장에는 늘 에디터와 포토그래퍼가 한 팀으로 움직입니다. 같은 현장에 있어도 둘이 바라보는 지점은 조금 다른데요. 에디터가 대화 속에서 텍스트를 건져 올린다면, 포토그래퍼는 그 사이의 표정과 공간의 찰나를 포착해 냅니다.
이번 호는 음악을 다루는 만큼 사진으로 담기 힘든 분위기를 어떻게 남길지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 유독 많았어요. 음악이 흐르고 셔터 소리가 이어지던 순간들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네요.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면 동료들과 그날의 경험을 나누며 이야기를 다듬어갑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어떤 문장을 꼭 살리고 싶은지” 이야기를 털어놓다 보면 혼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이 트이곤 해요.
108호를 만드는 동안에도 틈틈이 함께 제철 음식을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볕을 피해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런 사소한 대화들이 한 호를 완성해가는 과정의 일부가 되기도 해요. 주고받은 대화 속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더 좋은 기사의 구성이 떠오르기도 하거든요.
취재가 끝나고 원고가 완성되면 글과 사진을 실제 책의 형태로 앉히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디자인을 입히고, 수차례 교정을 거치며 책의 꼴을 갖춰가죠.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계가 바로 가제본 작업입니다. 인쇄에 들어가기 전, 실제 책의 느낌을 미리 확인해 보는 샘플 작업인데요. 화면으로만 보던 디자인을 종이 위로 끄집어내어 출력해 보는 순간이죠. 표지 색감은 의도대로 나왔는지, 종이의 질감과 사진이 잘 어우러지는지, 손에 쥐었을 때의 첫인상은 어떤지 하나씩 꼼꼼히 살핍니다.
특히 108호는 표지를 고르는 데 유독 공을 들였어요. 음악이라는 주제만큼이나 매력적인 표지 후보가 많아 편집장님과 매거진 팀, 디자인 팀의 의견이 한 번에 모이지 않았거든요. 여러 장의 가제본 표지를 펼쳐두고 저마다의 이유를 대며 치열하게 토론한 끝에, 지금의 108호 얼굴이 결정되었답니다.
108호를 만들기 전에도 음악은 제 일상에 늘 가까이 있었어요. 출퇴근길이나 일을 할 때 자연스럽게 음악을 틀어두곤 했지만, 대부분은 배경처럼 흘려 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호를 만들면서 음악을 ‘듣는 것’과 ‘마주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마감을 마친 뒤, 오랫동안 좋아해 온 미국 밴드 Caamp의 새 앨범 CD를 주문했습니다. 이전에 친구가 추천해줬는데, 음악을 듣곤 단번에 반해 미국에서 CD를 직구한 기억이 있거든요. 지금은 먼 땅에서 출발한 새 음반이 제 손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스트리밍으로 바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굳이 기다리고, 손에 쥐고 싶어 하는 마음이 오랜만이라 낯설면서도 반갑더라고요.
한 장의 음반을 기다리는 시간까지도 음악을 향유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걸, 이번 호를 만들며 다시금 깨달았어요. 앞으로도 종종 어떤 날에는, 재생 버튼을 누르는 대신 좋아하는 음악을 오래 바라보고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보려 해요.
여러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 《AROUND》 108호를 지금 바로 만나 보세요. 온라인 기사는 다음 호 발행 전까지 순차적으로 업로드됩니다.
황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