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남과 동시에 우리가 맺는 첫 관계, 가족. 가장 자연스럽고 가까운 나머지 이따금 그들과의 관계를 되돌아 보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대체 우리에게 가족은 어떤 것일까. 아이들의 맑은 창을 통해서 가족을 목격한 어느 이야기.
나는 아이들 그림에 손을 대지 않는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역할도 하고 있지 않다. 아이의 세계에 들어가 그 세계가 상처 나지 않도록 스케치북 위로 가져오는 것이 바로 나의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무언가를 배워야만 하는 주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그들의 작업을 작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이 그 어떤 아이디어나 도구보다 훌륭하다.
그렇게 나는 순수미술의 한 장르로 칠드런 아트Children Art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가장 신비롭고, 예측불허하며, 무한한 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아이들과의 교감을 통해 탄생하는 작업의 결과물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경이롭다. 나는 아이들과 작업할 때 그들이 갖고 있는 ‘순수’라는 본질을 미술의 재료로 사용한다. 아이들은 나에게 뮤즈이며 파트너이자 아티스트이다.
– 칠드런 아티스트 한예롤
01 김연재 | 5세 우리 하부가(할아버지) 기타를 치며 노래를 했어요.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그때 저는 옆에서 할아버지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줬어요.
02 정유주 | 5세 엄마가 아빠랑 결혼식 사진을 보여줬는데 나는 눈물이 났어요. 아빠가 결혼 안 했으면 나랑 할 수 있는데… 내가 너무 슬퍼해서 아빠가 나중에 나랑 두 번 결혼 해주기로 했어요.
03 배지우 | 6세 아빠는 제가 준 걸 다 간직해요. 너무 소중해서 그런 거예요. 내가 어른이 되면 별똥별을 선물 해주고 싶어요.
04 이하율 | 6세 동생이 생겼을 때, 엄마가 뭐를 많이 먹어서 배가 자꾸 커지는 줄 알고 무서웠어요. 하윤이 낳으러 병원 갈 때 내 신발 가지러 간다고 하고서는 엄마가 오지 않아서 막 울었어요. 제가 아기였을 때 엄마가 머리가 길었던 모습을 사진에서 봤거든요. 엄마가 머리를 다시 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나를 안아주면 내가 잘 잘 거예요.
05 최하연 | 6세 우리 엄마는 머리카락이 많은 공주님이에요. 엄마 콧구멍 속에도 머리카락이 엄청 많고요.
06 김지후 | 7세 요즘에 엄마가 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헬스클럽에서 운동도 하고 밥도 조금 먹어요. 나는 엄마가 홀쭉하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학교 가면 엄마가 다이어트를 더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이 제일 예쁜데…….
07 김희서 | 6세 내 동생은 진짜 말을 안 들어요. 그런데 어제는 우리 둘이 그네를 타다가 은서가 떨어져서 눈이 회색이 되고 점점 커졌어요. 너무 놀래서 마음에서 천둥소리가 났어요. 내 동생이 많이 다칠까 봐요.
08 이보나 | 6세 엄마 뱃속에서 아기가 점점 크고 있는데 엄마 목까지 이만큼 쑥 커서 엄마가 먹는 밥이 안 들어갈 것 같아서 요즘 계속 걱정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