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 낡은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는 두 여자를 동경했다. 비록 그들은 살인과 강도죄로 경찰에게 쫓기며 그랜드 캐니언의 절벽 너머로 사라졌지만, 마지막까지 자유를 노래했던 용기는 누군가의 마음으로 이어졌다. 마침내 내게도 떠날 용기가 생긴 것이다.캠핑카를 타고 강원도 어딘가를 떠돌았다. 멈추고 싶은 곳에 내려 마음껏 바다를 유영하고 밤을 횡단했다. 방랑은 짧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절벽으로 떨어진 건 아니었다.
강원도 7번 국도를 달리다가 한적한 바다를 만났다. 진한 에메랄드빛 바닷물에 매료된 우리는 잠시 차를 세우고 구경하기로 했다. 그곳에는 한 쌍의 연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놀이터에 온 것처럼 해변을 뛰어다녔고 그러다 지치면 아무 곳에 털썩 앉아 모래 장난을 했다. 그마저도 지겨우면 하릴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봤다. 출렁임을 반복하는 파도, 멀리서 들려오는 연인의 웃음소리, 손안에 머물다가 부서지는 모래들. 그 모든 게 아득하게만 느껴져 기억 속에서 쉽게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캠핑카에서는 대체로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낮잠을 자고, 요리를 하고, 영화를 보고… 그러나 그것들을 여럿이서 할 수 있다는 점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거나 우리는 달리는 차 ‘안’이었으니까. 캠핑카 너머의 모습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차가 들어올 수 있는 일정한 면적만 있다면 그곳이 곧 집이 됐고, 밖은 마당이 됐다. 그렇기에 여행은 순조로웠다. 모든 처음이 그렇듯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게 어려울 뿐이었다.
캠핑카를 나설 때의 기분은 참 묘했다. 실내도, 실외도 아닌 애매한 문의 경계에서 어느 날은 바다를 보았고, 또 어느 날은 숲을 보았다. 우리의 신발장은 멈추는 곳마다 매번 달랐고,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신발을 신는 게 조금 익숙해졌다.
느지막이 차에서 나왔다. 어제보다 포근한 날씨였다. 의자 두 개를 꺼내어 앉아 사과를 베어먹고,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눴다. 찬바람과 뜨거운 햇볕의 온도가 뒤섞여 만들어진 뜨뜻미지근한 공기가 눈가를 간지럽혔는데, 마치 작은 요정들이 주변을 맴돌며 휘파람을 부는 것 같았다. 비록 벌레일지도 모르지만 감았던 눈을 뜨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깨어난 건 한참 뒤였다.
시선이 조금 높아졌을 뿐인데 발아래 풀들과는 멀어지고 키가 큰 나무와는 가까워졌다.
좁은 공간에서 부산스레 움직이며 요리를 시작할 때가 낮이었는데 포크를 들려고 하니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몇 개의 초에 의지해서 식사를 시작한 우리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음식을 맛있게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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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어둠이 오자 두꺼운 옷을 입고 캠핑카를 나섰다.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기로 한 것이다. 도둑고양이처럼 공터에 몰래 자리를 잡고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램프 삼아 산책했다. 길을 걷다가 가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속도를 미처 따라잡지 못한 눈동자에 흔들리는 수많은 별들이 은하수처럼 쏟아졌다.
나는 잠들기 전까지 하늘을 봤다. 허리를 펴고 앉을 수 없을 만큼 천장과 가까운 2층 침대에 올라가 겨우 몸을 구겨 넣었다. 선루프를 열고 얼굴만 내민 채 침낭 안으로 들어갔다. 전기장판의 온도를 조금 높인 터라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마주 보고 누운 하늘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방해물이 없었다.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도, 복잡하게 엉킨 전선도,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비행기도 없었다. 그 모습이 화장을 지운 밋밋한 내 얼굴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시원한 밤바람에 코끝이 조금 시릴 뿐, 모든 것이 완벽한 밤이었다.
캠핑카 정보
01 캠핑카 운전은 만 26세 이상이고, 2종 보통면허소지자면 가능하다. (운전 경력이 1년 이상 되어야 보험이 적용되는 대여업체도 있다.) 02 대부분 캠핑카의 높이는 3미터 정도 되므로 항상 주의하면서 운전해야 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화물차 전용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03 물탱크에 채울 물은 넉넉히 준비한다. 100~150리터 정도면 4인 가족이 1박 2일 정도 머물면서 음식을 하고, 샤워할 수 있을 만큼의 양이다. 보일러가 장착되어 있어 온수를 사용할 수 있다. 04 겨울철에는 캠핑카 내부에 있는 물통에 물이 결빙될 우려가 있으므로 히터를 약하게 틀어주는 게 좋다. 05 백사장과 같이 모래가 많은 곳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차의 무게가 있어 모래에 바퀴가 빠져버린다.
코카투캠핑카 오토캠핑토털업체로서 캠핑용품에서 캠핑카, 트레일러, 오토캠핑장까지 캠핑여행에 관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망상오토캠핑장은 2002년 세계캠핑카라바닝대회가 열린 곳으로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시설로 국내 3대 오토캠핑장으로 꼽힌다. 카라반과 캐빈하우스(통나무집), 아메리칸 코티지(목조연립형 주택) 등 다양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텐트를 칠 수 있는 사이트가 10동뿐이라는 아쉬운 점도 있다. 하지만 카라반은 민간업체에서 운영하는 것까지 합하면 80대가 넘는다고. 크기서부터 인테리어까지 다양하고 구역별로 잘 나뉘어 있다.망상 캠핑장에 가장 큰 장점은 앞서 말한 깨끗한 시설과 해변이 있다는 것이다. 샤워장의 온수도 잘 나오고, 화장실도 넓어서 사용이 편하다. 해변을 빽빽이 둘러싼 소나무 덕분에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혹 들리는 파도 소리가 낭만적이다.
강원도 동해시 동해대로 6370 동해고속도로 망상IC에서 나와 7번 국도를 타고 강릉 방면으로 올라오면 캠핑장이 보인다. 서울에서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www.campingkorea.or.kr 033-534-3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