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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는 집
She lives in Netherland
with her family
네덜란드에 사는
그녀의 집
네덜란드에서 남편,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한 여자가 있다. 그곳에 산지 7년이 넘었다기에 네덜란드에서 사는 일에 대해 몇 가지 물었다.
INTERVIEW 지은주
네덜란드에서 살게 된 지 7년째라고요.
맞아요. 7년 전에 결혼하며 이쪽으로 옮겨왔거든요. 남편이 네덜란드 사람이에요. 이탈리아 출장길에서 만나 2년간 장거리 연애를 하다가 함께 살게 되었죠. 지금은 딸과 함께 세 가족이 네덜란드의 레이던Leiden이란 도시에 살고 있어요. 렘브란트의 고향으로 유명한 곳이죠. 규모가 크진 않지만, 대학도시인 탓에 활기차요. 일본과 교역이 많았던 지역이라 동양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고요.
언제부터 이곳에서 지내셨어요?
레이던에 온 지는 3년 정도 되었어요. 암스테르담에 살았는데 집값이 만만치 않아 부담스러웠거든요. 마침 남편 외삼촌의 소개로 운 좋게 이곳으로 옮겨오게 되었죠. 전에 살던 곳은 학생아파트였는데, 지금 집은 저희가 산 첫 집이라 애정이 더 있어요.
그렇다면 집을 꾸밀 때도 각별했을 것 같아요.
사실 꾸민다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학생아파트에서 막 옮겨왔기에 돈을 쓰기보다 모으는 것에 집중해야 했거든요. 가구를 사는 것도 고민이었는데 다행히 전 집주인 할머니가 안 쓰는 것들을 두고 가셨어요. 도저히 살리기 힘든 것들은 중고품 가게에 팔았고, 대부분 고쳐서 다시 쓰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이 집에 와서 산 가구라곤 식탁과 소파밖에 없네요.
아이가 있는 집이라 그런지, 아이 짐이 많네요.
아기 물건이 많아지면서 사실 인테리어는 손 놓은 지 오래예요(웃음). 딸이 생긴 후로는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항상 신경 쓰여요. 뾰족한 가구 모서리는 조마조마하고, 아이 손 닿는 곳에는 위험할 수 있는 물건을 놓지 못하죠. 최대한 자유롭게 놀 수 있게 신경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엄마의 마음이라 늘 걱정이 되네요.
아이와 집에서 보내는 하루는 어떤가요?
아이가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6시 반쯤 기상해요. 아침의 대부분은 놀이 공간에서 전심으로 놀아줘요. 그래야 낮잠을 자거든요(웃음).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면 오후에는 자택근무를 하는 남편과 함께 슈퍼마켓에 가요. 짧게라도 온 가족이 산책을 하고 같이 음식을 고르는 그 시간을 좋아해요. 엄마, 아빠와 같은 음식을 한 식탁에서 먹는 것에 저희 부부는 큰 의미를 두는 편이라, 저녁은 다 같이 먹어요. 아이가 잠이 든 7시 이후에야 비로소 자유시간이 생기죠. 남편과 시트콤도 보고, 차도 마시고, 그날 각자가 느낀 아이의 귀여운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함께 사는 집이어도 각자의 시간과 공간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집 안에서 어떤 장소를 좋아해요?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도 궁금하고요.
저는 식탁 옆의 큰 창을 좋아해요. 해가 질 때쯤엔 놀라운 풍경을 담고 있거든요. 요즘엔 그 앞에 작은 침대를 붙여놓고 창틀에는 동화책을 꽂아두었어요. 아이도 그곳이 좋은지 자주 침대에 앉아 밖을 내다보거나 책을 읽어요. 하늘의 색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걸 이곳에 와서 알았어요.
이곳에 오기 전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 집에 살았나요?
부모님과 함께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았어요. 한국 집을 생각하면 엄마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그리울 땐, 한국 집이 생각나고요. 정이 많이든 곳이죠. 반질반질한 나무 바닥의 느낌이나 압력밭솥의 추가 돌아가는 소리가 맴돌 때가 있어요. 하늘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항상 따뜻한 곳이었죠.
생활에 있어 한국의 집과 다른 것을 발견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한국은 온돌 바닥이 있는데 여긴 그 시스템이 없거든요. 따뜻한 바닥에 눕는 게 그리울 때가 있어요.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도 달라요. 욕실은 개인적인 공간이고, 화장실은 손님을 위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더라고요. 화장실이 건식이라 청소도 한국에서보다 힘들게 해야 하죠.
네덜란드의 집만이 가지는 특징이 있을까요?
전통적인 네덜란드 집은 계단이 좁고 가팔라요. 집의 가로넓이로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좁고 긴 형태의 집이 많아졌다고 해요. 같은 이유로 벽 바로 옆에 다른 집들이 붙어있다 보니 소음에 취약한 편이고요.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창문 위에 환기용 작은 창이 따로 알려있어요. 네덜란드 사람들은 찬 공기를 마시며 자는 게 건강하다고 생각해서 겨울에도 그 창을 열어놓고 자곤 해요.
‘네덜란드 사람들’이란 얘길 들으니 생각났어요. 암스테르담을 여행하며 누군가 심어둔 식물을 자주 발견했거든요. 그걸 보며 이곳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해봤고요.
그런 것 같아요. 네덜란드 사람들은 정원이나 베란다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정원이 있는 집이나, 물가에 있는 집이 비싼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화분이나 식물을 심는 게 이곳의 일상이더라고요. 건강한 삶의 일종이겠죠. 저도 언젠가 정원이 있는 집에 살아보고 싶어요. 작은 텃밭을 만들고 깻잎을 많이 심겠다는 꿈이 있죠(웃음).
생활양식은 어떤가요?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발견하기도 할 것 같아요.
일단 생활에 검소함이 베어있어요. 난방보다 옷을 두껍게 입고, 밤에는 전등을 켜지 않고 촛불을 키더라고요. 처음엔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죠. 이젠 꽤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여름에는 해가 새벽 4시쯤 떠서 밤 10시쯤 지거든요. 숙면을 위해선 암막 커튼이 필수죠.
반면에 ‘어디서나 사람 사는 일은 비슷하구나.’라고 끄덕이게 되는 것들도 있겠죠?
사실 이젠 거의 모든 게 그렇게 보여요. 형태가 미세하게 다른 것은 있지만, 본질에는 다른 게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멀리서 볼 때는 크게만 보이던 ‘차이’도 가까이서 보면 정말 작은 것들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럴 땐, 안도하게 되기도 하고 안타까워지기도 해요.
그렇다면 은주 씨가 사는 ‘집’은 어떤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열려있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오고 가고 관계하면서 풍성해지는 곳. 쉼을 느낄 수 있는 편한 곳이라면, 내 집이 아니어도 집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친구들이 한국에서 놀러 올 때가 있어요. 저희 집에 들어와선 한국에 안부 전화를 하며 “응. 이제 집에 왔어.”라고 말할 때가 있거든요. 그때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예쁘고 화려한 집은 아니지만, 그래서 저와 남편 그리고 딸도 저희 집을 좋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난달, 암스테르담을 여행하다 사고가 났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기에 응급실에서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피로 흥건하게 젖은 휴지를 잡은 손이 눈에 보이게 떨리고 있었다. 초조하게 대기하다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한 사이는 아녔지만, 그곳에 아는 한국 사람이 없었기에 이곳의 병원시스템을 물어볼 이가 필요했다. 횡설수설 거리는 내게 그녀는 침착하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부부가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대화가 전부 들리진 않았지만 친구가 아프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따뜻했고, 남편도 그녀와 비슷한 온도의 목소리로 어떤 얘기를 했다.
몇 분을 그 이야기에 집중하며 눈을 감고 있었다. 어렴풋이 어린 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고 자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그려지는 착각도 들었다. 그녀는 어떤 식의 대처를 해보라는 제안을 해줬고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눈을 뜨지 못했다. ‘우리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가 떠올랐다. 엉망인 얼굴로 집에 들어가면 엄마는 등짝을 때리겠지? 괜찮다고 웃는 나를 보며 눈물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정신 차리자.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 그제야 떨리던 손이 가만히 멈췄다.
에디터 박선아
포토그래퍼 지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