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 Smile

주부 고지수, 항해 홍성훈 대표

연남동에 위치한 요리 주점 ‘항해’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다양한 맥주, 탁주, 약주, 증류식 소주, 고량주 같은 것을 판다. ‘꽃잠 막걸리’, ‘미어츠’, ‘뜰’, ‘감자술’ 이 모든 게 항해에서 만날 수 있는 주류 이름이다. 어복쟁반이나 등갈비찜 등 푸짐한 메뉴를 함께 선보이는 이 요리주점을 홀로 이끌어 나가는 홍성훈과 그의 반려자 고지수를 만났다. 흔히 재미있으면 무게감이 없고, 무게가 있으면 재미가 없다고들 하는데 이 부부는 재미와 무게를 모두 잡고 살아간다. 일찍이 찾아온 딸 사라 덕분에 결혼도 하고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살아가는 이 유쾌한 부부의 시작은 MZ세대답게, 인스타그램 “좋아요”였다.

사라 말고

저 잘 나온 사진으로 해주세요

“저희 식구는 원래 집에서 옷을 안 입고 있거든요. 아침부터 우당탕탕 옷 입히느라 고생했어요. 아마 지금 사라도 엄청 어색할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구석구석 예쁜 게 정말 많네요.

지수 점심 안 드셨죠? 따듯한 것 좀 준비했는데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플레이팅이 너무 예쁜데요. 눈으로 봐도 맛있어요(웃음).

지수 손님 오신다고 해서 집에 있는 예쁜 것들 죄다 꺼내뒀어요(웃음). 성훈이가 토마토랑 양파를 볶아서 만든 소스예요. 저는 채소 잘라서 넣고 소스랑 같이 끓이기만 했죠. 혹시 짜거나 싱거우면 말씀하세요.

 

몸이 나른하게 녹는 맛이에요. 역시 요리사 솜씨네요. 두 분은 안 드세요?

성훈 저희는 일어나자마자 김치찌개에 쌀밥 한 그릇 싹 먹었어요. 아니, 사라는 저희랑 같이 아침 잘 먹어놓고 여기서 또 먹고 있네요(웃음). 저희 집에 비만 유전자가 있어서 이렇게 열심히 먹으면 안 되는데….

지수 지금 사라도 처음 보는 이모들이 와서 탐색 중일 거예요. 괜찮은 사람들인지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저희 식구들은 평소엔 집에서 전부 벗고 있어서 옷 입고 있는 게 어색하기도 할 거고요(웃음).

 

전부 벗고 있는다고요? 벌써부터 이야기가 기대되네요.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지수 어제 아이돌처럼 한다고 연습했잖아. 한번 해봐.

성훈 어?

지수 (손바닥을 펼치며) 스물아홉 홍성훈! 스물아홉 고지수! 3세 홍사라! 그런다며.

 

(웃음) 동갑내기 두 분 이야기부터 들어보고 싶어요. MZ세대의 만남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요.

지수 맞아요, 요즘 세대 연애답게 저희는 인스타그램에서 만났어요. 한 4년 전엔가, 새벽 네다섯 시쯤에 모르는 계정이 제 옛날 사진부터 최근 사진까지 ‘좋아요’를 계속 누르는 거예요. 도발인가, 싶어서 그 계정에 들어가 봤는데요. 제가 한창 겉멋 들어 있을 때 누가 이상형을 물어보면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좋아하는 남자.”라고 했거든요. 근데 성훈이 계정에 카메라 옵스큐라 음악 듣는 사진이 올라와 있는 거예요. 이 친구 궁금하다 싶어서 연락해서 만나게 됐죠. 새벽에 코인 세탁소에서 이야기하던 기억도 나고…(웃음). 성훈이도 저도 처음 만난 때가 20대 중 가장 괴롭던 시기를 막 지난 참이었거든요. 늘 만나던 인간관계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시점에 만난 거죠.

성훈 그러고 같이 다시 불안정한 시대로 진입했고요(웃음). 사실 전 제도적으로 엮이는 데 큰 기대가 없어서 결혼하겠다는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아이가 생겨서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하게 된 거죠. 물론 좋아서 연애하는 거니까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결국 이렇게 가족까지 만들게 됐네요.

지금 ‘항해’라는 요리주점을 하고 있어요. 자영업자에겐 특히 루틴이 중요할 텐데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나요?

성훈 항해는 사심을 담아서 음식과 술을 판매하는 요리주점이에요. 오픈은 오후 네 시고, 집에서는 열 시쯤 출발하죠. 전날 손님이 아예 없는 날엔 조금 늦게 나가기도 하는데 평균 열두 시에는 출근하는 루틴이에요. 코로나19로 아홉 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어서 끝나면 열한 시쯤 되죠. 그럼 집에 돌아와서 지수랑 밥 먹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출근하고…. 매일 그렇게 반복돼요.

지수 사라가 여덟 시쯤 일어나서 저를 깨우는데, 정신 차리면 아홉 시예요. 사라 밥 먹이고 정리하면 시간이 금세 가더라고요. 성훈이가 가게에 나가니까 저는 우리 세 식구가 함께 하는 점심 한 끼가 되게 소중하거든요. 그래서 점심 준비하는 시간을 좋아해요. 날씨가 지금보다 덜 추울 땐 사라랑 집 앞 천변을 산책하거나 항해로 자주 걸어가요. 걷는 동안 동네 이모나 삼촌들한테 예쁨도 한껏 받고요. 가게 오픈할 때쯤 집에 돌아와 낮잠을 재우는데요. 그때 저만의 시간이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제시간이 있지는 않아요. 뭘 하기엔 충분하지 않거든요. 집 안 정리를 좀 하고 있으면 금세 사라가 깨서….

 

지수 씨 시간은 철저히 사라 중심으로 돌아가네요.

지수 만일 제가 직장에 다닌다면 제 컨디션을 봐서 연차를 내면 되거든요. 근데 엄마라는 역할은 그럴 수가 없어요. 성훈이는 1인 자영업을, 저는 1인 육아를 하다 보니 누군가에게 자기 역할을 맡길 수가 없죠.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든 ‘버틴다’는 생각으로 지냈어요. 한동안 그것 때문에 힘들었는데 ‘그래도 우리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최근에야 한 것 같아요.

 

어떻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지수 결국에는 익숙해져서요. 사라는 제가 가만히 있어도 크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어요. 외면하고 싶다고 외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거든요. 신생아일 때는 힘들 땐 옆에 누워버리면 됐는데, 지금은 제가 누우면 제 배를 밟고 지나가요. 엄마 이거 해줘, 저거 해줘, 하고 잡아끄니까 제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돼요.

 

사라는 어떤 아이예요?

성훈 약간… 고양이 같아요. 사실 사라만 키워봐서 다른 아기들이 어떤지 잘 몰라요. 근데 사라는, 자기가 관심 있으면 와서 장난도 치고 좋은 티를 내는데요. 어떤 때는 불러도 대답을 안 해요. 다 듣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고 그러다가 자기가 좋으면 또 와서 놀아 달라 그러고(웃음). 그러면서도 자기가 하기 싫은 건 절대 안 하죠.

지수 그런 고집은 성훈이랑 꼭 닮았어요. 표정 같은 건 가르쳐 준다고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사라는 신생아 때부터 눈을 내리깔고 미간을 찌푸리는 표정을 자주 지었거든요. 그게 성훈이랑 똑같아요. 표정은 외모적이기도 하지만, 성격과 자기표현이기도 하잖아요. 기분 좋을 때는 그 표정도 너무 예쁜데 성훈이랑 싸웠을 때 그 표정을 보면… 돌아버리는 거죠(웃음).

 

사라 이름에선 부드러운 리듬이 느껴져요. 어떤 의미예요?

성훈 지수 배 속에 있을 때 뭐로 짓지 고민이 많았어요. 별의별 게 다 있었는데 창피해서 차마 말하긴 그렇고요(웃음). 노래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지수 성훈이랑 저랑 제 배 위에 손을 얹고 노래를 무작위로 틀었어요. 반응하는 노래에서 이름을 정해보자 한 건데, 다른 노래엔 별 반응이 없었는데 대릴 홀 앤 존 오츠Daryl Hall& John Oates의 ‘사라 스마일Sara Smile’이라는 노래가 나오니까 ‘꿀렁’ 하더라고요.

성훈 “너 사라 할래?” 그래서 사라가 됐죠.

지수 ‘철이와 미애’ 같은 노래가 아니어서 다행이죠(웃음). 사라라는 이름이 먼저 정해지고 생각 사思 열매 라蓏를 써서 ‘생각의 열매’ 사라가 됐어요. 처음 이름 짓고 되게 뿌듯했는데 친구가 그러는 거예요. “생각의 열매면 겁나 피곤하게 사는 거 아니냐?” 아직 나오지도 않은 애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다면서 웃은 기억도 나네요(웃음).

이번 호 주제어인 ‘리추얼’ 이야기를 해볼게요. 리추얼은 반복되는 생활 습관일 수도 있을 텐데요. 사라네 가족에겐 어떤 리추얼이 있어요?

성훈 아침마다 쾌변으로 하루를 시작하긴 하는데 그게 리추얼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원체 어떤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지수 너무 낭만 없는 소리 아닌가(웃음). 근데 생각해 보니 저도 딱히 없어요. 혼자 살 때는 좋아하는 향을 피우며 하루를 시작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일어나면 사라 아침밥 챙기러 곧장 부엌으로 가야 하거든요. 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나 있긴 하네요. 아침밥을 하기 전에 공들여서 선곡하는 거. ‘뭐 듣지, 뭐 듣지.’ 하면서 어떨 땐 선곡하느라 10분 정도 발만 동동거리기도 해요.

 

요즘 어떤 노래 자주 들어요?

지수 영화 <숏버스> OST요. 그럼 사라는 곧장 달려와 ‘아기상어’ 노래 틀으라고 칭얼대고(웃음).

 

사라도 성장하면서 자기만의 리추얼이 생길 텐데요. 리추얼에서 찾아낼 수 있는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성훈 자제력이요. 저는 사라에게 독서와 운동, 재테크 습관 같은 걸 물려주고 싶어서 매달 마음을 새로 먹고 루틴을 만들곤 하거든요. 이런 활동이 즉각적인 보상이나 결과를 가져다주는 건 아니지만,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자제력이 바로 이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 생각하죠. 자제력이 생긴다면 하기 싫고 귀찮더라도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저절로 할 수 있게 될 것 같거든요.

지수 부모에게도 없는 자제력을 자식에게 바라네요. 사라야, 넌 할 수 있어(웃음)! 사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리추얼에 대해 처음 생각해 봤어요. 내 루틴에 리추얼이 없다니, 잘못 살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빡빡한 일상에 나를 지키려면 괜찮은 리추얼 하나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지금은 사실 리추얼이 하나 생기는 것조차 과업이 생기는 기분이에요. 요즘 제 삶이 그 정도로 빡빡하거든요.

 

이미 매일 아침 ‘선곡’이라는 근사한 리추얼을 하고 있는걸요. 사라네는 어떨 때 위기 상황이 발생하곤 해요?

지수 음… 많은 커플이 그렇겠지만, 대화하는 방식이 달라서 힘들어질 때가 있어요. 저는 좀 감정적이고 성훈이는 논리를 따지는 편이거든요. 그럴 때 버거워지곤 하는데, 사실 이건 상대가 잘못됐다기보단 자기 문제거든요. 제 컨디션이 괜찮으면 성훈이 이야기하는 논리들을 따라갈 수 있는데, 제 컨디션이 그걸 커버할 정도가 아니면 “왜 말을 그렇게 해?” 이렇게 되는 거죠. 각자 지금 상황이 버거워서 다툼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다 자기 마음의 문제인 거죠.

그런데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힘이 뭐라고 생각해요?

지수 아기 얼굴 봐서, 그래도 가족이니까… 물론 그것도 다 맞는데 진짜 답은 ‘나’인 것 같아요. 제가 안정되고 마음이 건강해야 가족도 지킬 힘이 나거든요. 다투는 것도 아주 대단한 일 때문이라기보단 작은 모래알에서 불씨가 생기는 거니까, 가족을 유지하는 데 개인 컨디션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컨디션을 위해선 휴식이 중요하잖아요. 항해는 따로 쉬는 날이 없죠?

성훈 몸보다도 마음 컨디션에 따라서 쉬어요. 스트레스받고 정신 상태가 안 좋은 날엔 조금만 힘들어도 일하기가 싫거든요. 그런 날이 오면 한 번씩 쉬어 가요. 쭉 일하다가 정말 안되겠다 싶을 때 한 번. 그런 패턴으로 운영하다 보니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쉬게 되더라고요. 쉬는 날엔 보통 본가에 가요. 손주를 만들어 드리는 게 부모님께 무척 큰 효도거든요. 근데 동시에 손주를 주기적으로 안 보여 드리면 불효가 돼요.

지수 저희는 아직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독립하지 못해서 부모님 도움을 받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성훈 그러다 보니까 쉬는 날도 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가족행사나 우리를 위해 쓰게 되죠.

 

아직 서른밖에 안 됐고, 혼자서 해보고 싶은 일이 많을 것 같아요. 당장 시간이 주어지면 뭘 해보고 싶어요?

지수 간절하게 ‘침묵’하고 싶어요. 옛날엔 노는 걸 정말 좋아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전혀 없었거든요. 혼자 있는 걸 못 견뎌했는데 지금은 절대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대단한 걸 하지 않더라도 가만히, 그냥 가만히 있어 보고 싶어요.

 

가만히 있어 본 지 얼마나 됐나요?

지수 기억도 안 나요. 아이 태어나고는 한 번도 없었어요. 사실 입 밖으로 ‘쉬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은 없어요. 쉬고 싶다고 한들 혼자 마음대로 쉴 순 없잖아요. 지금은 쉰다는 개념이 바뀌어서 쉬어도 마음대로 쉬는 게 아니고요.

 

쉰다는 개념이 어떻게 바뀌었어요?

지수 나를 위한 것보다도 사라를 위한 쉼이죠. 사라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 주는 거. 본질적으로 쉰다고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부모 손이 필요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지겠죠. 사춘기도 찾아올 테고요.

지수 그런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참 양가적이에요. 지금은 아직 아기니까 같이 밥을 먹더라도 사라를 위한 음식을 따로 주문해야 하거든요. 돈가스 같은 거. 근데 얘가 좀더 자라면 같이 빨간 음식도 먹을 수 있고, 감자탕 집에서 술도 한잔할 수 있겠죠(웃음). 근데 지금도 가끔은 사라가 너무 많이 커있어서 놀라요. 이만큼 크기 전에 더 많이 안아줄걸…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제 질문지 보면서 사춘기 사라가 문 쾅 닫는 시뮬레이션도 돌려봤는데요. 되게 짜릿할 것 같아요. 화도 나고 씩씩거릴 것도 같은데 “쟤 많이 컸다?” 그러면서 왠지 기쁠 것 같고(웃음).

성훈 쟤가 나한테 대드네, 우리 머리 꼭대기에 있네, 그러면서(웃음).

 

SNS를 보면서 참 유쾌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외 이야기도 참 많겠죠? ‘우리 가족’을 뭐라고 정의해 볼 수 있을까요?

성훈 남들과 다를 거 없는 가족.

지수 SNS는 어떤 단면만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우리 가족은 아직 미성숙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가 가족이란 생각을 한 것도 최근 일이거든요. ‘같이 사는 성훈이’, ‘같이 사는 사라’라고 생각했지 ‘우리는 가족’이라고 느낀 건 얼마 전 일이에요.

 

언제 우리가 가족이라고 느꼈어요?

지수 아, 별거 아닌데 성훈이가 운전석, 제가 조수석에 앉아 차를 타고 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봤는데요. 거기 사라가 자고 있었어요. 그 일상적인 순간에서 문득 ‘우리가 가족이구나.’ 싶더라고요.

성훈 저는 최근에 지수 휴대폰을 새 기종으로 바꿔주면서 가족이라고 느꼈어요. 저는 수명이 다해 가는 아이폰8+ 사용하고 있는데, 지수는 아이폰13이 나오자마자 바꿔줬거든요.

지수 너무 자의식 과잉 아니야(웃음)?

성훈 근데 정말이에요. 휴대폰이 이렇게 비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사라 사진을 지수가 다 찍고, 유튜브도 하고 싶어 하니까 카메라 좋은 휴대폰이 있어야겠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끔 저 일하고 있을 때 둘이 아이스크림 먹는 사진 같은 걸 보내오는데요. 그 사진을 보면 ‘이 맛에 열심히 일하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게 우리가 가족이라는 느낌 같아요.

아! 유튜브 시작하셨죠!

지수 아기 낳으면 엄마들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시작하고 바로 보여주는 성격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망설이는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유튜브도 고민이 많았는데, 드디어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채널 이름은 ‘고지수와의 산책’이고요. 원래는 2021년 목표였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2022년에 시작하게 됐네요. 이 유튜브는 결국 제 이야기가 될 거 같아요. 뷰티, 청소, 다이어트 브이로그 다 생각해 봤는데 저는 그런 쪽 전문가가 아니거든요. 하다못해 저번에 성훈이랑 크게 싸우고 “이혼 브이로그 찍겠다.”면서 엉엉 울며 친구한테 전화하기 전에 촬영 버튼 누르고 그랬는데 (웃음) 이혼하지 않아서 그것도 못 하게 됐어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제 일상인 거 같아서 일단은 일상을 토대로 만들어 보려고요. 저에게도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될 것 같고요. 엄마가 되기 전에 영화 마케팅을 해서인지 영화를 한 편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지금 제 관심사는 육아, 엄마로서의 생활, 그리고 엄마와 제 관계예요. 그런 이야기들을 고민하며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생각을 계속해 나가고 있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성훈 씨는 어떤 꿈이 있어요?

성훈 로망 같은 건데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 나오는 푸드트럭 같은 거 한번 해보고 싶어요. 사라가 좀 자라면 셋이 푸드트럭 타고 전국 일주를 하는 거죠. 앞 좌석에 저랑 지수가 타고 뒤엔 사라가 앉아 있고….

 

영화보다 감동적일 것 같아요. 그날이 올 때까지 사라네 가족이 꼭 가져가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요?

성훈 음,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는데… 귀결되는 건 결국 ‘행복’ 같아요. 사실 처음부터 답은 행복이라고 생각했는데 판에 박힌 대답을 하기가 싫어서 머뭇거렸네요. 모든 게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거 아닐까요? 돈도, 건강도.

 

최근에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이 언제였어요?

지수 요즘 사라가 표현이 정말 많아졌거든요. 잘 때 “엄마 잘 자, 아빠 잘 자, 지수 잘 자, 성훈이 잘 자.” 그러는데 되게…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성훈 저는 좀 구체적인데, 작년 11월이요.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장사가 부쩍 잘 됐거든요(웃음). 가게에 나갔다 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제가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돈이 생기니까 열여섯 시간씩 일했는데, 일할 맛이 나더라고요. 그 돈이 결국 저희 가족을 위한 자원이 될 테니 행복하단 생각이 들었죠.

 

열심히 일하는 중에 성인이 된 사라가 항해에 찾아왔다! 어떤 메뉴를 차려주고 싶어요?

성훈 와…. 진짜 어렵다.

지수 사라야, 여기까지 와서 아빠한테 일을 시켜야겠니? 슈퍼에서 캔맥주랑 황도 사 와서 그냥 먹으면 안 되겠니(웃음)? 술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도 아빠가 만들어 주는 등갈비찜은 잘 먹거든요. 20년 뒤에도 같은 메뉴를 먹으면 어떨까 궁금하긴 하네요.

 

성인이 된 사라에게 그 맛이 어떤지 물어보러 올게요(웃음). 마지막으로, 수년 내로 글자를 읽게 될 사라에게 한마디 남겨 주실래요?

성훈 사라, 많이 사랑해. 그리고 엄마한테 잘해. 아빠한텐 더 잘하고(웃음).

지수 잘한다는 게 저희를 부양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가까이 있을 수 있을 때 실컷 가까이 지내 주면 좋겠어요. 저는 성인이 되면서 독립했는데 그걸 기준 삼으면 사라도 이제 18년 정도 남은 거잖아요. 그보다 짧을 수도 있고요.

성훈 요새는 초등학교 3, 4학년만 돼도 부끄럽다고 학교에 오지 말라고 그런다던데….

지수 그럼 저희는 더 창피한 엄마, 아빠가 될 거예요. 운동회에 안 빠지고 찾아가고, 부부젤라 우렁차게 불고(웃음).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하나예요. “사라야, 사랑해.”

유쾌한 일상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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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수

알 수 없는 몸짓의 그녀

혼자 여행 다니는
내일로 대학생 같고 글네

여보, 우리딸 오늘도
외상 달았대..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