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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기 바라나요?
ⓒ 도서관
딸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생활기록부에 ‘부모가 바라는 자녀의 진로’를 쓸 때였다. 중학교까지야 국민 대답 “자녀가 바라는 대로”라고 써도 되지만,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 때 반영되다 보니 우리는 신중해졌다. 남편은 ‘부모가 모르는 직업’이라고 쓰기를 원했다. “앞으로 지금의 직업들이 대부분 사라진다는데, 구태의연한 옛날 직업을 쓰라고? 우리는 상상도 못 한 직업들이 대세가 될 텐데? 과연 우리 부모 중에 IT 관련 직업을 상상이나 한 사람들이 있었겠어?”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 즉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바뀌어 그날 밤 우리는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딸이 어릴 때도 ‘여의사’, ‘여교사’ 이런 단어를 쓰지 말자고, 직업에 여자 남자가 있느냐며 남편과 밤늦게까지 우리의 잘못된 언어습관에 대해 토론하던 기억이 난다.부모가 되고 나니 조심해야 할 것도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좋다. 부모가 아이를 낳지만, 아이가 부모를 사람으로 만든다.
아빠 셋 꽃다발 셋
글·그림 국지승|책읽는곰
여기 세 아빠가 있다. 소아과 의사, 건설회사 과장, 택배 기사인 세 아빠는 각자의 직장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도 틈을 내어 꽃다발을 산다. 이들이 꽃다발을 들고 퇴근 후 모여든 곳은 어린이집! 모두 같은 어린이집의 아빠들인 것이다. 오늘은 어린이집 발표회 날이다.
의사, 회사원, 택배 기사 등 세 아빠의 직업은 아이들에게 그래도 제일 익숙한 직업이겠다(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택배 박스가 오는 우리 집은 그렇다). 하지만 소아과 의사 선생님도 아이가 울면 쩔쩔맨다는 건 몰랐을걸? 회사원 아빠가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은 전화를 받고, 얼마나 많은 일을 해치우는지, 택배 기사 아빠는 얼마나 많은 짐을 나르는지, 어느 순간이 힘겹고, 어느 순간이 보람찬지 아이들은 몰랐을걸?
책은 아빠가 어떻게 돈을 벌어오는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각자의 직업에 충실한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우리 사회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는 점 또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사회의 한 축을 구성하는 직업과 가정의 한 축인 아빠. 두 키워드를 함께 알려주는 생활밀착형 그림책이다. 강추!
도서관
글 사라 스튜어트|그림 데이비드 스몰|옮김 지혜연|시공주니어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어떤이는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남겨두라고 충고한다. 일이 되면 싫어지게 마련이니까. 어떤 이는 먹고살려면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그래도 끝까지 하려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한다. 직업에 관한 여러 충고들. 결국 내가 선택하는 충고는 처음부터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일 수밖에 없다.
여기 평생 좋아하는 일 언저리에 있다가 결국 죽을 때까지 좋아하는 일, 독서를 하는 사람이 있다. 엘리자베스. 책을 좋아하는 그녀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살다, 끝내 전 재산인 책을 마을에 헌납하고 도서관을 만든다. 크게 성공한 것도 아닌 엘리자베스의 삶을 내가 이토록 부러워하는 이유는, 그녀가 꿈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다. 책을 읽느라 길을 잃어버렸을 때, “그렇다면 여기에서 살지 뭐.” 하고 새 출발을 해버리는 그녀의 가벼움 때문이다.
그녀는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책에도 매이지 않는다. 책이 집을 무너뜨릴 상황이 되자, 몽땅 다 헌납해버리지 않던가. 그녀의 가벼움 덕분에 꿈이 훨훨 날았던 게 아닐까?
구룬파 유치원
글 니시우치 미나미|그림 호리우치 세이치|옮김 이영준|한림출판사
‘혼자인 게 외로워서 얼굴을 비비며 울던’ 코끼리 구룬파가 사회에 나가 취업을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했지만 금방 해고를 당한다. “구룬파. 이렇게 크게 쿠키를 만들면 누가 사겠어?” “구룬파. 이렇게 그릇을 크게 만들면, 음식을 담을 수 없어.” “구룬파. 피아노가 이렇게 커서 어떻게 연주를 하겠어?”
잘리고 잘리고 또 잘리고…. 어쩌면 우리네 20대 중에도 구룬파가 많이 있지 않을까? 《구룬파 유치원》은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이직과 실직을 밥 먹듯이 하는 청년들에게도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구룬파가 퇴짜 맞은 큰 그릇을 수영장 삼아, 커다란 쿠키를 간식으로 나눠주고, 코끼리에게 딱 맞는 피아노로 노래를 연주하는 유치원 선생님이 되는 것을 보며, 지금까지 우리의 모든 실패들이 모여 빛나는 별을 만들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괜찮다고. 조금 헤매도 괜찮다고.
일본어로 앞구르기 하는 걸 ‘구룬’이라고 한다고 한다. ‘파’는 “짠!”과 비슷하다. ‘구룬파’는 벌러덩 굴러버렸지만 ‘짠!’ 하고 일어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모두 다 함께 구룬~파!
바닷가 탄광 마을
글 조앤 슈워츠|그림 시드니 스미스|옮김 김영선|국민서관
파도 위로 몸을 뒤척이는 오후 햇빛이 눈부시다. 표지 그림부터 눈길을 끄는 《바닷가 탄광 마을》. 2017년 보스톤 글로브 혼 북 수상작이자, 2018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 그 외에도 수상 경력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신나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파도가 눈부신 바다 아래 탄광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자기 역시 광부가 되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소년의 이야기다.
신나게 놀다가도 탄광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무덤 앞을 지나며 혹시나 갱도가 무너져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아이를 보노라면,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노동을 시작해야 하는 그 아이를 보노라면, 사회 고발 그림책 같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덮을 땐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고 숭고하다’는 느낌에 가슴이 벅찬 것을 보면 인생은 참으로 알 수 없다. 책은 꼭 더스트 자켓을 벗겨 보시길. 반짝이는 물비늘이 사라지고, 어두우나 더욱더 아름다운 밤바다를 볼 수 있으니까.
밥.춤
글·그림 정인하|고래뱃속
그냥 ‘밥춤’이 아니다. 밥 하고 점 찍고 한 박자 쉬고 춤이다. 그래야 리듬이 제대로 살아난다. 이 책은 그냥 읽으면 안 된다. 춤추듯이 리듬을 타고 읽어야 한다. 이 책에는 온갖 직업군의 사람들이 나온다. 서커스를 하듯 식판을 머리에 쌓고 밥을 나르는 사람도 있고, 때밀이 세신사도 있다. 팡팡 국수 면을 뽑아내는 이도 있고, 호로록 호로록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도 있다.
모두의 공통점은 춤을 추듯 신명 나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모두 여자라는 것! 그녀들을 보면서 우리를 키운 엄마도 생각나고, 어린 시절의 꿈대로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행복한 순간들을 모으며 열심히 살고 있는 나도 생각난다. 우리 모두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다. 읽고 나면 어쩐지 울컥하고, 어쩐지 힘이 나는 책이다.
악어 씨의 직업
기획 조반나 조볼리 | 그림 마리아키아라 디 조르지오|한솔수북
시계 알람 소리에 잠을 깬 악어 씨. 말끔하게 차려입고 생동감 넘치는 아침 풍경 속으로 출근을 한다. 과연 악어 씨는 어디로 출근하는 것일까? 파리에 가본 적 있는 독자라면 “아~” 하고 추억에 잠길 만큼 사실적인 파리 풍경이 낭만적이기만 한데…, 마지막 장에 가면 추억에 젖었던 독자는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얼얼하다. 악어 씨가 출근한 곳은 바로 동물원(아이들은 이 장면에서 대부분 웃음을 터뜨린다)!
하루 종일 갇혀서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그 장면에서 함께 책을 읽던 어른은 순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동물원에 갇힌 악어 씨의 모습에서 사회의 부품처럼 돌아가는 바로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에디터 김현지
글 전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