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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면서 한 가장 쓸 데 없는 일

아이 키우면서 한 가장 쓸 데 없는 일

맘 카페에서 ‘아이 키우면서 한 일 중 제일 쓸데없던 일’ 얘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게 입학한다고 비싼 책상 세트 사준 것과(어차피 아이는 식탁에서 숙제하는데!) 아이에게 비싼 옷 사 입힌 것!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엄마 옷이나 살걸, 왜 한 철 입고 마는 아이 옷에 투자했던가? 비싼 옷이라 입힐 때는 아이에게 조심하라 잔소리를 해야 했고, 나중엔 동서네 물려줬다가 고맙다는 인사도 변변히 못 받고 마음 상하기 일쑤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괜찮다. 내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던 어린 엄마는 옷을 고르며 행복했으니까. 이제는 안다. 부모가 언제나 최고의 것을 줄 능력도 없고, 준다 해도 아이가 받아주지 않는 때가 금방 온다는 것을. 혹시 줄 능력이 있다 해도 때론 그 능력이 아이를 망치기도 한다는 것을. 무엇보다 부모가 생각하는 최고의 것이 새로운 시대를 살아야 할 아이에게도 최고인지는 정말 알 수 없다는 것을. 부모는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방바닥에 가득한 반짝이를 닦느라 이를 북북 갈면서도 좀 시원한 엘사 드레스는 없는지 오늘 밤도 외국 사이트까지 뒤져본다.

동물들은 왜 옷을 입지 않아요?
글 주디 바레트 | 그림 론 바레트 | 지양어린이

“동물들은 왜 옷을 안 입어요?” 하고 아이가 묻는다면? “동물은 털과 가죽이 있으니까.”라고 대답할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재미없다. 책은 이렇게 대답한다. 가시두더지가 옷을 입으면 옷이 너덜너덜 찢기겠지. 낙타가 옷을 입으면 튀어나온 곳이 많아서 혹에 모자를 쓸지도 몰라. 뱀이 바지를 입고 움직이면 스르륵 벗겨지겠지. 캥거루가 주머니 많은 코트를 입었다가 어디에 아기를 넣어야 할지 헷갈리면 어떡해? 아이는 깔깔 웃다가 깨닫게 될 것이다. “아, 옷을 입는 건 인간의 특징이구나!” 아이에게 동물한테 옷을 입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봐도 재미있다. “책에선 암탉이 옷을 입으면 알 낳기가 어렵다고 했잖아. 너무너무 옷을 입고 싶어 하는 암탉이 있다면, 넌 어떻게 해줄래?” “치마를 입히면 되잖아. 아니면 바지 엉덩이에 구멍을 내주던가.” “물개 옷은 늘 젖어버리니까 수영복을 입히면 되고, 양이 털옷을 입고 덥다면 할머니의 ‘냉장고 바지’를 입혀주면 되잖아.”

난 드레스 입을 거야
글 크리스틴 나우만 빌맹 | 그림 마리안 바르실롱 | 비룡소

추운 날, 얇은 여름 원피스를 입고 유치원에 가겠다는 딸과 싸워보지 않은 엄마가 있을까? 더운 날, 생일날 입은 치렁치렁한 원피스(심지어 작아진!)를 입겠다는 딸에게 외친다. “몰라. 네 맘대로 해. 더워죽어도 엄마는 몰라.” 반짝이 드레스와 조롱조롱 리본이 달린 옷만 고집하는 공주 엘리에트와 엄마도 옷 때문에 다툰다. 하지만 이 집은 엄마가 이기네? 엘리에트는 낙타털 코트에 두꺼운 멜빵바지, 털신까지 신고 눈밭으로 놀러 나간다. 하지만 엄마 생각대로 얌전하게 있진 않는다. 털목도리로는 타잔처럼 줄타기 놀이를 하고, 낙타털 코트를 깔고 앉아 썰매놀이를 한다! 엄마가 보면 기절할 노릇이다. 엘리에트는 야무지게 다짐한다. “내일은 반짝이 스타킹에 나폴나폴 드레스에 진주 팔찌를 할 거야!” 엄마와 딸 1 대 1. 어쩌면 엄마가 억지로 입힌 옷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신나게 놀기도 했으니 엄마와 딸 0 대 2인지도 모르겠다.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글·그림 심스 태백 | 비룡소

요셉이 새 코트를 샀다. 이 코트가 낡자 구멍 난 아랫부분을 잘라 재킷을 만들었다. 재킷이 낡자 조끼로 만들었고, 조끼는 목도리로 바뀐다. 요셉 아저씨는 리폼의 달인! 끝내 코트는 단추가 된다. 어느 날 이 단추마저 잃어버렸을 때, 요셉은 무엇을 만들었을까? 바로 이 책을 만들었다. 결국 코트는 ‘이야기’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유대인에게 전해오는 노래로 여러 버전이 있다. 우리 집에서 제일 인기가 좋았던 것은 심스 태백의 영어 원서! 신나는 노래 CD가 딸려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버전의 영어 제목은 ‘Something from Nothing’. 아무것도 없어도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혹은 없기 때문에 만들어낸다. 결핍은 창조의 어머니인 걸까? 이 책의 배경에는 가끔 탈무드에 나오는 경구들이 쓰여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경구는 이것이다. “예쁜 구멍보다는 못생겼지만 깔끔하게 천으로 기운 것이 더 낫다.”

숲 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
글·그림 최향랑 | 창비

버림받은 강아지 쿵쿵이와 숲 속 친구들에게 숲 속 재봉사가 옷을 만들어준다는 따뜻한 내용의 그림책 《숲 속 재봉사》, 《숲 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에 이은 재봉사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줄거리보다 예쁘고 기발한 것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최향랑 작가는 말린 꽃잎과 잎사귀, 씨앗 등을 모두 예쁜 옷으로 바꾸어놓았다. 실제로 이런 것들을 모으는 게 작가 취미라고 한다. ‘알록달록 색깔책’이라고 부제를 붙였을 만큼 색깔도 예쁘다. 숲 속 재봉사는 기분에 딱 맞는 옷을 만들어준다. 빨간 옷은 춤추고 싶을 때, 초록 옷은 달리기하고 싶을 때. 파란색 옷을 입은 날엔 혼자 있고 싶어지기도 한다. 당장 아이 입에서 “나도 꽃잎 드레스 만들어볼래.” 소리가 나온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꽃잎으로 옷 만들기를 한 예시 작품들이 잔뜩 있다!(나 말고 다른 집 엄마들은 다 이런 놀이를 아이와 하고 있었단 말인가? 잠시 자괴감에 빠질지도 모른다.)

가시옷
글 김금향 | 그림 안소민 | 키즈엠

아이가 놀이터에서 친구에게 맞았다! 그런데 그 아이는 보호자 없이 놀러 나온 상태.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 아이 부모가 없으니 이때다 하고 마구 혼을 내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차라리 상대 아이 부모가 있으면 어른끼리 한바탕 해보련만, 어른 된 도리에 화를 낼 수 없어 오히려 더 공평한 척 타이르거나 모른 척하거나. 집에 와서 괜히 아이에게 타박한다. “하지 말라고 소리쳐! 아니면 너도 한 대 콱 때려줘! 너 바보야? 왜 맞고 있어?” 순한 내 아이가 혼란스러워 한다. “엄마. 친구는 때리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어휴. 말을 말자…. 약한 생쥐 토리의 엄마는 아이가 뱀과 여우에게 괴롭힘을 당하자 방어용 ‘가시 옷’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제 그 가시 옷 때문에 다른 친구들조차 토리 가까이에 오지 못한다. 이를 어쩐담? 토리가 다시 그 가시 옷을 벗기까지의 이야기가 처절하게 펼쳐진다.

난 노란 옷이 좋아
글 이상희 | 그림 이경석 | 시공주니어

어느 겨울, 외출을 하려고 내복 위에 티셔츠를 입히고, 목도리를 두른 다음 스웨터를 입혀서 목도리 끝이 스웨터 속에 쏙 들어가게 하고, 허리로 바람 들어가지 말라고 멜빵바지를 입힌 다음 잠바도 입혀서 낑낑 부츠까지 신겨 엘리베이터 앞까지 갔는데 아이가 말했다. “엄마. 똥!” 집으로 들어와 차례차례 벗겨서 일을 보고, 차례차례 입혀서 다시 나가려는데, 아이가 또 말했다. “노란 목도리 빠졌어.” “그냥 가자. 잠바 끝까지 잠그면 괜찮아.” “싫어! 목도리!” 그 순간 목도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거 빨간 목도리 하자.” “아니야 노란 목도리 할 거야.” 당시 아이는 노란 목도리에 꽂혀 있었다. 아이는 울고불고. 결국 그날 외출에 성공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도 울었던가 말았던가. 《난 노란 옷이 좋아!》에 나오는 네쌍둥이 형들은 나보다 훨씬 낫다. 노란 옷만 고집하는 막내를 끝까지 기다려준다. 눈 오는 날, 다섯 쌍둥이가 눈썰매를 타기까지 웃음 팡팡 터지는, 신나는 그림책이다. 서툰 엄마였던 나 자신을 떠올리며 생각이 많아진 건 오로지 내 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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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글 전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