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나무로 도자기와 가구를 만드는 정재현Jae 씨는 남편 스테판Stéphane, 딸 필로Philo, 반려견 아들 뽐뽐Pompon이와 함께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다. 프랑스 국립 산업 디자인 학교에서 만난 부부는 지금까지 함께 공부하고 일하며 서로의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노르망디 지역의 지베르니에서 온 뽐뽐이와 딸 필로가 태어나 지금의 네 식구가 되었다.
가족은 전 세계에서 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파리에 산다. 파리의 매력은 오래된 것들이 꾸미지 않아도 세련되게 조화를 이루는 점이라고. 파리에 온다면 6구에 위치한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에 들르길 추천한다. 넓고 아늑한 공원으로 도시 안에서 자연의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엄마 아빠는 편히 앉아서 쉴 수 있고, 어린이들은 예쁘고 오래된 회전목마를 타고, 연못에서 배를 띄우고, 말을 타면서 공원을 돌아볼 수 있다. 가족은 필로가 태어난 후 파리의 아틀리에를 근교 시골 마을로 옮겼다. 필로와 뽐뽐이가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 휴일엔 주로 시골 아틀리에 정원에서 꽃을 심고, 잡초를 뽑고, 물을 준다. 텃밭에서 나오는 산딸기, 딸기, 체리 등을 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빠는 집을 고치고 꾸미는 일을 좋아해서 아틀리에 지붕부터 바닥까지 스스로 다 고치고 만들길 즐긴다. 엄마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필로는 정원에서 소꿉놀이를 즐겨 한다. 뽐뽐이는 정원 한쪽에 있는 모래밭에서 모래를 파헤치거나 풀을 뜯어 먹으며 논다.
“필로는 어떤 불평도 없이 모든 걸 마냥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인 양 재미있어 했어요. 뽐뽐이도 자연을 원 없이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고요. 파리지앙 뽐뽐이가 여우나 늑대로 변하는 줄 알았어요(웃음).”
– 엄마
도심에서 자연으로
가족은 필로가 크면서 조금씩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지치거나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없애고 싶을 때, 새로운 영감을 채우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는 유명한 곳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곳으로 가는 편이다. 이들은 도시를 떠나 한적한 숲이나 바다 같은 자연이 펼쳐진 곳에 매료된다. 뽐뽐이도 함께 가는 여행이 좋아서 주로 차로 같이 갈 수 있는 국내 여행이나 주변 유럽 국가로 여행을 간다. 이 때 뽐뽐이의 여권과 의료 노트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최근 이들은 프랑스 오베르뉴Auvergne에 위치한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어릴 때 한 번쯤 꿈꿔본, 숲속 큰 나무 위 오두막 집에 머물며 시간을 보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가족에게 인터넷도 없고 전기나 수도 시설이 한정된 공간에서 지내는 건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잠시나마 모든 기기를 끄니 서로를 생각하며 지내볼 시간이 생겼다. 나무 위에 집이 있다 보니 식사를 전달받는 방법도 독특했다. 아침저녁으로 식사가 들어 있는 바구니를 나무 밑 동아줄에 달면, 위에서 도르래로 당겨서 바구니 안에 담긴 음식을 받는 식이다. 한 번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바구니를 내려보내야 하는데, 실수로 잘못 달아서 그만 바구니를 놓쳤다. 그릇들이 다 깨져 웃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여러 여행지 중 필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제주도다. 프랑스에서는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한 곳을 여행하곤 했는데 제주도에서는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길죽길죽한 삼나무 숲 사이로 산책하고 바다에서 다 같이 모래성을 만들고 조개를 줍고 물놀이를 한 게 좋았어요.”
– 필로
여행의 기술
가족은 여행을 다닐 때마다 뽐뽐이까지 함께 모여 잠을 잔다. 침대가 작아도 다같이 자는 것을 가족만의 여행 의식이라 여긴다. 여행지에서 지내는 동안 주변에서 주워 모은 것들로 가족 얼굴을 만들어 가족사진을 만들곤 한다. 자갈이 많은 바다에서는 각자 닮은 얼굴 모양의 돌들을 줍고 그 위에 얼굴을 그리고, 숲에서는 나무 잎사귀들을 모아서 가족 얼굴을 만든다.
일상 속에서는 각자 일을 하고 학교에 다니다 보면, 하루에 가족이 볼 수 있는 시간이나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은 일상의 모자란 시간을 만들어주고 채워줬다. 여행하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니까. 그래서 여행 후엔 좀 더 끈끈한 가족애가 생기고 평소보다 더 대화하고 노력하면서 지내게 된다. 가족은 크리스마스 기간에 스위스 작은 마을로 여행을 갔다. 뽐뽐이랑 같이 갈 수 있는 곳이었고 필로랑 뽐뽐이는 눈이 덮인 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숙소도 특이했는데, 예전에 양을 먹이던 풀의 저장고를 개조해 만든 곳이었다. 건축가인 숙소 주인은 전통적인 저장 창고집들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옛날 방식을 유지하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고쳤다고. 이런 소소한 것들을 필로에게 설명해주며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온 여행이었다.
RECOMMENDED PLACE IN FRANCE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
많은 파리 시민들이 햇빛을 쬐는 넓고 아늑한 공원이다. 잔디에 누워 일기를 쓰고 아이와 공놀이를 하거나 이야기하는 이들로 공원은 항상 북적인다. 여행 일정 중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아이와 함께 공원 한가운데의 호수에서 모형 요트를 띄워 보면 어떨까. Blvd. Saint-Michel, Paris +33 1 42 34 20 00 senat.fr/visite/jardin
카반 데 볼캔스Cabanes des Volcans
오베르뉴 화산 자연 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독창적인 나무집들이다. 4~12미터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가족만을 위한 오두막 집이 나온다. 오로지 자연에서 얻는 독특한 풍경을 보고 산책을 하며 야외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별과 가까운 곳에서 평화롭게 잠들 수 있는 곳. La Stèle, 63680 La Tour-dʼAuvergne +33 4 44 05 24 10 cabanesdesvolcans.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