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WEIGHT

종이의 무게

PAPERWEIGHT

종이의 무게

‘종이의 무게Paperweight’라는 뜻을 가진 문진은 종이 혹은 책장이 흐트러지거나 날리지 않도록 눌러두는 데 쓰인다. 그리고 때로는 종잇장처럼 얇고 섬세한 마음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 물건이다.

주변은 온통 종이들로 넘쳐났다. 잡지사임을 감안했을 때 지극히 당연한 풍경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회사는 정리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바야흐로 ‘비움’을 실천했다. 그동안 쌓아두고 묵힌 과월호와 책들을 과감히 버리기로 한 것이다. 당시 편집장님은 여행지 기자 시절에 모아뒀던 추억의 잡지들을 폐지로 분류했다. “거 참, 엄청 무겁네!” 나는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 말, 바닥에 툭 떨어지는 책들과 함께 모른 척하고 싶었던 그의 씁쓸한 마음을 보았다. 그날 퇴근길, 책 더미를 지나다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기어이 몇 권을 집어 들었다. 집으로 가는 내내 그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 몇 번의 한숨을 토했는지 모른다. 팔락이는 종잇장이 아무리 가볍다고 한들, 후루룩 읽고 마는 책들이 넘쳐난다고 한들, 그 안에 담긴 글자수만큼 빼곡한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을 잊고 싶지 않았다.

종이의 무게를 가늠할 일이 거의 없는 요즘, 책장이 넘어가지 않도록 눌러주는, 종이가 흐트러지거나 날리지 않도록 해주는 문진의 역할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길을 끄는 문장을 발견하고 밑줄을 긋거나 옮겨 적은 적이 있다면,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는 게 아쉬워 한 자 한 자 곱씹어 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문진을 쓴다는 건 사려 깊은 일이며, 좋아하는 사람을 지그시 바라보거나 무언가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일과 같다는 것을.

가을이 되면 종종 문진과 얽히는 일이 생긴다. 사회 초년생 때 카피라이터 선배로부터 문진을 선물 받았다. 인사동에서 태어난 나의 첫 문진은 나무를 깎아 만든 물고기 모양이었다. 지난한 방황 끝에 자아를 찾는 주인공 소녀처럼, 세상에 몸을 맡기고 유유히 헤엄칠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의미에서 ‘황금 물고기’라 불렀다. 비록 아직까지 갈색이지만.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기다란 문진을 책 위에 올려놓고 한 줄 한 줄 내리면서 읽는다는 번역가를 만났다. 종이 한 장을 이해하는 데 하루 혹은 한 달이 걸리는 작업에 매진하는 그녀에게, 문진은 험한 산속에서 스스로를 지탱해주는 지팡이 같은 존재였다. 

올해는 재주 많은 동료들과 함께 나무와 황동으로 문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문진을 사용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바삭거리는 한지를 펼쳐놓고 서툰 글씨를 쓸 때나 보았던 돌덩이가 문진이었다는 것, 서예학원에 다니던 같은 반 친구의 돌덩이는 짙은 초록빛이 도는 용 모양이었던 기억 같은 게 떠올랐다. 애써 기억을 더듬다가 동료에게 되물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릴 때 자꾸만 종이가 움직이는 것이 불편해 문진을 떠올렸다고 했다. 필요한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고, 누군가는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이 물건을 찾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다 보니 결국 직접 만들게 되었다고. 우리는 자르고, 깎고, 다듬는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해서 완성한 문진을 앞에 두고 어떤 쓸모를 부여할지 고민했다. 아무래도 이 작은 물건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건 종이만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네모 NEMO
by 얼그레이 Allgray

서정적인 물건을 만드는 브랜드 얼그레이의 문진 시리즈. 부드럽고 따뜻한 나무와 든든하고 묵직한 금속, 두 소재의 장점을 살린 제품으로 쓰임에 따라 문진과 홀더 타입으로 나뉘어 있다. 홀더는 명함, 엽서, 사진 등을 꽂아두기에 좋다. 보관 및 휴대가 용이한 파우치에 담아준다.

paperweight
크기 70x20x12mm, 117g(S)
120x20x12mm, 200g(L)
가격 2만 5천원(S), 3만 8천원(L)

holder type
크기 70x15x12mm, 45g(S)
120x15x12mm, 78g(L)
가격 1만 5천원(S), 2만 8천원(L)

판매처 allgray.co.kr
*원형과 육각형 모양의 문진은 출시 준비중인 상품이며, 현재 개별적인 문의는 메일로 받고 있다.

무거운 거울 HEAVY MIRROR
by 그레이트마이너 Graetminor

크기 80x80x40mm, 200g 미만
가격 2만 2천원
판매처 greatminor.com

책상 위 거울은 편리하지만 때로는 눈부시거나 작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무거운 거울’은 이러한 불편함을 그레이트마이너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반구 형태의 아랫면에는 거울이, 바로 세워놓으면 문진이 되는데, 워터볼 속을 유영하는 자개의 움직임이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살린다.

마블링 문진 M-cube
by 디자인랩크리트 design lab. Crete

크기 50x50mm, 235g
가격 1만 5천원(single color), 2만원(marbling)
판매처 designlabcrete.com

디자인랩크리트는 무석면 인증을 받은 시멘트와 천연 골재들을 배합한 콘크리트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 하나의 오브제로 탄생시킨다. 그중에서도 ‘M-cube’는 큐브 형태의 문진으로 콘크리트는 회색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 다양한 색과 무늬를 입혀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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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선아

글 오혜진 사진 이예리 자료제공 얼그레이, 그레이트마이너, 디자인랩크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