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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마포
동네마다 고유한 분위기와 장면들이 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도시의 화려함에 압도되고야 마는 강남, 세련된 매력을 품은 한남동, 특유의 빈티지함을 지닌 성수, 고즈넉한 정취가 느껴지는 서촌. 그렇다면 마포구는? 젊은이들로 즐비한 대학가와 소탈한 시장 골목에서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 조용한 주택가 사이의 작은 가게들이 그곳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마포구의 다채로운 매력을 한 단어로 정리한 이가 있다. ‘No Mapo, No Life’를 외치며 마포구의 로컬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도보마포’는 마포구만의 특징인 아기자기한 ‘골목 문화’를 추앙한다.
성산동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마포구 일대에서 보낸 ʻ도보마포’ 운영자 신현오는 자신을 유별난 마포구 사랑꾼이라고 칭한다. 마포구를 떠돈 경력만 해도 수십 년. 골목 곳곳을 누빈 세월 동안 자연스레 그의 세포에는 마포구 DNA가 새겨졌다. 산책하듯 거닐다 보니 어느샌가 애정이 쌓였고, 이를 방증하듯 메모장에도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모였다. 기억 속 누적된 보물 같은 빅데이터를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보단 동네방네 소문내기로 결심한다. 더 많은 사람이 마포구에 입덕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를 조명하기 위해 그는 ʻ도보’를 택했다. 망원동, 연남동, 합정동 등 잘 알려진 동네부터 성산동, 신수동, 상수동 등 마포구민의 터전까지. 발길에 따라 형성된 골목을 찾아 솔선수범 도보 여행을 떠난다. 뒤따라오는 이들에게도 천천히 제 속도로 걸어볼 것을 권한다.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마포 주민인 거야.”라고 말하는 답도 없는 덕후로서 그는 이곳에 찾아온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동네를 즐길 수 있게끔 앞장서서 동네를 살펴보고 안내한다. ʻ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라는 신조에 따라, 보다 많은 마포덕후와 함께 정보를 나누고자 ʻ도프라인’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에 터를 잡은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며 ʻ마포구만큼 동네에 대한 애정과 주인 의식이 강한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모두의 마음에 자리한 ʻ찐사랑’을 밝히기 위해 동네의 이곳저곳을 동분서주하며 마포구 보안관을 자처한다. 주민부터 외지인까지 더 나은 도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마포의 곁에 머물 작정이다.
도덕과 규범
“ʻ가장 마포구스러운 카페가 어디냐 물으신다면, 고개를 들어 도덕과 규범을 보게 하라.’ 도덕과 규범은 겉보기엔 아담하지만, 신수동 주민들 사이에선 편히 쉴 수 있는 사랑방으로 통한답니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는지 의심하게 될 정도로 평범한 주택가에 있는데요. 사장님 취향으로 채워진 공간 또한 멋스럽지만, 그보다 좋은 이유는 그 어떤 카페보다도 커피에 진심이기 때문이에요. 직접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가 일품입니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들이켜며 매장을 가득 채운 음악 CD와 AR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기분도 편안해져요. 가히 동네 카페의 근본이라 말할 수 있겠죠.”
A. 서울 마포구 독막로28길 34
O. 화-토요일 11:30-18:30, 월·일요일 휴무
육장
“원푸드 레스토랑의 정석, 육개장 한 그릇으로 빨간 국물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많은 망원동 주민들의 해장 맛집을 자처하는 찐 단골집입니다. 주말 아침이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오는 주민들을 마주할 수 있는데요. 전날의 과음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의식 같은 시간이지요. 퉁퉁 부은 입술과 흰 티에 벌겋게 물든 자국은 해장이 끝났다는 훈장이기도 합니다. 육장의 가장 큰 힘은 육개장 한 그릇에 담긴 사장님의 고집과 철학이에요. 얼큰한 국물에 맛깔나는 깍두기 한 입 베어 물면 시원하다는 탄성이 절로 흐릅니다. 정성스럽게 꾸려놓은 가게 분위기만 봐도, 육개장에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망원동 입문은 육장에서 하세요.”
A.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9길 74 어쩌다가게 지하 2층
O. 매일 11:00-20:00
녹기 전에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는 마포구의 달달함을 책임져 주는 염리동의 자랑입니다. 인근 초등학교 학생부터 동네 어르신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아이스크림을 통한 ʻ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하지요. 다섯평 남짓한 공간에서 저마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손에 쥐고 나가는 모습이 참 마포스럽습니다. 이곳을 운영하는 사장님 역시 멋지고 특이하신 분이라 비범한 일들을 도모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나무 심기, 녹싸일기, 녹무위키, 보물찾기, 악필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로 고객과의 접점을 확장해 나갑니다. 아이스크림을 통해 ʻ좋은 경험’을 전하고 싶다는 사장님. 이미 성공입니다.”
A. 서울 마포구 백범로 127-24
O. 월·수-토요일 12:00-22:00
쌉SAAP
“합정이 작은 일본이라면, 연남은 작은 동남아라는 사실 아시나요? ʻSAAP’은 태국말로 맛있게 맵다는 뜻이에요. 빨간 맛 러버라면 지나칠 수 없는 태국 냉누들과 타마린 소스에 버무려진 녹진한 달걀 노른자 반숙이 일품이랍니다. 방콕 야시장 버금케하는 바이브에 재미까지 더한 메뉴,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어요.”
A.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84
O. 매일 12:00-22:00
장작집
“사랑한다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장작집 한마디면 되는 것을요. 그만큼 도보마포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마포구 탑티어 공간입니다. 코리안 비비큐를 표방하는 신토불이 장작 구이 누룽지 통닭 맛집이에요. 이곳 사장님도 마포구 토박이 출신이랍니다.”
A.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6길 19
O. 월-금요일 16:00-24:00, 토요일 13:00-01:00, 일요일 13:00-23:00
하츠코히
“일본 가정집을 그대로 ʻ복붙’한 공간이에요. 일본 드라마 〈하츠코이〉에서 영감을 받아, 사장님의 취향을 닮은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패션과 음악으로 가득 채웠다고 해요. 상큼한 멜론 소다와 판나코타 디저트와 함께라면 마포력이 거세진다는 걸 명심해요.”
A.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1길 32
O. 매일 11:00-20:00
훈고링고브레드
“성산동 빵순이들의 마음을 울린 훈고링고브레드. 처음 온 손님들은 파운드케이크와 카넬레에 빠지지만, N회차를 찍다 보면 바게트 그리고 샌드위치에 입문하게 됩니다. 고숩한 커피에 치아바타 샌드위치 한 입 베어 물면 빵의 기본을 지키려는 고집을 느낄 수 있어요.”
A.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130 2층
O. 수-토요일 12:00-20:00 일요일 12:00-17:00, 월-화요일 휴무
604 Seoul
“향긋한 커피와 샌드위치로 아침을 깨우는 망원동 주민들의 모닝콜 카페랍니다. 604는 어릴 적 대표님이 살던 캐나다 밴쿠버의 지역 번호이기도 해요. 메뉴판 앞에 설 때면 늘 쉬림프번과 그릴드치즈토스트 사이에서 고민하게 돼요. 나뭇결이 고스란히 남은 공간에서 메이플 시럽이 들어간 밴쿠버 라테 한 입 어때요? 밴쿠버 가지 마세요. 망원동에 양보하세요.”
A. 서울 마포구 동교로 49
O. 화-토요일 08:00-18:00, 월·일요일 휴무
스캐터북스
“망원동 조용한 골목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스캐터북스. 커피와 책을 좋아하는 사장님께서 본인처럼 책에 뒤늦게 입덕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해요. 매월 ʻ스캣’이라는 귀여운 책 모임도 진행한답니다.”
A.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1길 44
O. 월·화·목-토요일 12:00-20:30, 일요일 13:30-20:30, 수요일 휴무
사운드카페 소리
“음악에 조예가 깊은 도순이들을 초대합니다. 사장님이 수십 년 동안 수집한 수천 장의 LP와 턴테이블, 스피커, 릴 테이프가 즐비한 공간이랍니다. 신청곡을 쪽지에 적어 드리면 원하는 노래를 감상할 수도 있어요. 주류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홍대 어디에서 모임을 하든 완벽한 2-3차 장소가 되어줄 거예요.”
A.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159, 2층
O. 화-목요일 18:30-01:00, 금-토요일 18:30-02:00, 일요일 18:30-24:00, 월요일 휴무
마포소금구이
“경의선숲길, 바람 솔솔, 고기 향 킁킁. 날씨가 좋으면 테라스 자리에 앉아 소금구이에 소맥을 말아버리는 특권은 오로지 마포구민만이 누릴 수 있겠죠. 1996년부터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킨 노포답게 역사와 전통이 있는 가게입니다.”
A.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2길 32
O. 월·수-일요일 17:00-01:00, 화요일 휴무
에디터 오은재
사진 도보마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