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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의 발생
여름과 가을 사이, 숲에선 많은 일이 일어난다. 식물은 열매를 맺고 익어가기를 기다리고, 곤충들의 삶은 절정에 이르며 봄과 여름내 번식을 마친 새들은 또다시 먼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여름내 숲의 양분에 활력을 얻은 버섯들은 줄을 지어 발생發生한다.
버섯의 발견
나는 식물 세밀화를 그린다. 다시 말해 식물의 삶을 그린다. 식물의 삶엔 온전히 식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곤충, 조류, 동물 그리고 버섯 등의 일부분이 함께 한다. 그래서 나는 새, 곤충, 동물을 그리기도 한다.3년 전, 어떠한 연유로 버섯 세밀화를 처음 그리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버섯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며 버섯 분류학 박사님께서 버섯 도감을 선물로 주셨고, 처음으로 버섯에 대해 자세히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도감을 읽는 내내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한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발생’이었다. 식물이 ‘자생’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이’ 버섯은 ‘발생’한다.
버섯의 발생
‘발생’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생긴다’, ‘일어난다’, ‘어떤 복잡한 개체가 된다’란 뜻을 가지고 있다. 버섯은 균류에 속하는데 균이 ‘생기고’, ‘일어나고’, ‘개체가 되기’ 위해선 온도와 습도, 빛, 양분, 흙 등의 환경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여기에서 온도와 습도는 발생 시기, 빛과 양분 그리고 흙은 발생 장소를 의미한다. 버섯은 여름과 가을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어떤 양분을 가진 나무와 흙이 있는 곳인지에 따라 다른 종이 발생한다. 참나무 아래, 소나무 아래, 나무의 그루터기, 이끼 위, 죽은 나무 위…. 버섯 종마다 좋아하는 장소는 모두 다르다.
죽은 나무나 낙엽 사이에서 나는 버섯들은 유기물을 분해해 다른 생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준다. 또한, 살아있는 나무나 그 주변에서 나는 버섯들은 나무로부터 탄수화물을 공급받는다. 살아있는 나무에서 도움을 받은 버섯들은 나무의 뿌리가 닿지 않는 곳에 균사를 뻗어 중요한 양분을 흡수해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버섯과 식물은 더불어 사는 존재이며 이는 곤충과 새, 동물, 넓게는 우리 인간에게까지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01 구름버섯
Trametes versicolor (L.) Lloyd
초여름과 가을 사이에 죽은 나무 혹은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에선 구름버섯이 모여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구름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구름버섯이라 부르는데, 표면은 거의 검은색에 가깝고 갈색, 흰색, 녹색 등 다양한 색의 무늬를 갖추고 있다. 가까이에서 보면 짧은 털이 많이 나 있다.
02 졸각버섯
Laccaria laccata (Scop.) Berk & Br.
여름과 가을 사이에 숲 속의 습한 땅이나 녹색 이끼 위에는 졸각버섯이 무리 지어 난다. 갓의 모양은 지름 1~3센티미터 정도로 처음에는 반반구형이나 성장하면서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는 모양이 된다.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이고, 주름이 있어서 부채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식용으로도 쓰인다.
03 그물버섯
Boletus edulis Bull
여름과 가을 사이에 넓은잎나무 아래에서 그물버섯을 볼 수 있다. 그물버섯은 생육환경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나무가 있는 공원이나 식물원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다. 갓 모양은 둥글고 갈색이거나 그와 비슷한 색이며 버섯을 뒤집어 보면 안쪽은 노란 그물망 무늬가 있다.
04 꽈리비늘버섯
Pholiota lubrica (Pers.) Singer
가을에 숲 속 땅이나 죽은 나무 위, 혹은 그 주변에선 꽈리비늘버섯이 무리를 지어 난다. 상아색에 황갈색이 섞인 동그란 갓이 매끈하다. 먹기도 하는데, 맛이 좋고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습할 때는 끈적임이 많고 매끄럽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05 비단그물버섯
Suillus luteus (L.) Roussel
여름과 가을 사이에 소나무 아래에서는 비단그물버섯이 무리를 지어 자란다. 북한에선 진득그물버섯이라 부른다. 갓은 어두운 적갈색에 점액 표피로 덮여 있는데, 점차 색이 연해진다. 살은 흰색 또는 노란색으로 두껍고 부드럽다. 식용할 수 있으며 한국 등 전 세계에 분포한다.
06 족제비눈물버섯
Psathyrella candolleana (Fr.) Maire
봄부터 가을까지 죽은 나무의 줄기나 그루터기에선 족제비눈물버섯을 볼 수 있다. 이 버섯은 넓은잎나무를 좋아해서 특히 참나무에서 많이 난다. 담황색의 표면에 조직은 얇아 약간의 힘을 주면 딱 소리가 나면서 부서진다. 맛과 향기가 부드러운 버섯이다.
07 포도무당버섯
Russula xerampelina (Schaeff.) Fr.
여름과 가을 사이에 잎이 가는 바늘잎나무 아래에서는 포도무당버섯이 난다. 먹을 수도 있는데, 대체로 흰빛에 갓은 포도주와 같은 붉은색을 띤다. 붉은빛이 아름다운 버섯이다. 표면은 붉지만, 손으로 만지거나 해서 상처가 나면 갈색으로 변색한다. 지리산이나 속리산 등에서 볼 수 있다.
08 가지무당버섯
Russula violeipes Quel.
여름과 가을 사이에 넓은잎나무 아래에선 가지무당버섯을 찾아볼 수 있다. 떨어진 갈색 나뭇잎 사이로 흰색 개체들이 나는데, 시간이 지나면 곳곳에 붉은 반점이 생겨 마치 복숭아 같은 빛을 띠기도 한다. 살은 백색이고 해산물 냄새가 난다.
버섯의 기록
01 채집도구를 준비한다
채집한 버섯을 담을 봉투, 작은 통, 버섯 뿌리를 캘 수 있는 도구, 가지 자르는 도구, 필기구, 자, 도감, 확대경 등 자신의 방식으로 버섯을 기록할 다양한 준비물을 챙긴다.
02 버섯이 있는 곳으로 간다
숲 속 습한 땅, 나무 아래, 죽은 나무 주변 등을 살피는 것이 좋다. 주로 눅눅하고 어두운 곳에 버섯이 있으므로 곤충이나 뱀과 같은 파충류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03 버섯을 발견하면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록한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버섯의 생생한 모습을 기록한다.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도 좋다. 그 자리에서 도감을 찾아 종을 식별한 후, 형태를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어떤 벌레나 식물이 함께 자라는지도 기록해두면 좋다.
04 버섯을 채집한다
가위나 삽, 칼 등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버섯을 채집한다. 버섯의 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해 채집한 후 가져온 통이나 봉투에 담는다. 봉투와 통에는 버섯에 대한 정보를 함께 기록해둔다.
05 채집한 버섯을 건조시킨다
작고 단단한 버섯은 통풍이 좋은 실내에서 건조하는 것이 좋지만, 수분을 많이 함유한 버섯은 뜨겁게 열로 건조해야 한다. 버섯의 수분이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06 표본으로 만든다
건조한 버섯은 봉투에 담아 보관한다. 봉투에는 버섯의 이름과 채집일, 채집자, 채집장소 등의 정보가 담긴 라벨을 만들어 붙인 후 버섯을 처음 발견했을 때 기록해 둔 그림과 글, 사진 등의 기록물을 함께 보관한다. 버섯 표본은 햇볕이 들지 않고 기온과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곳에 보관한다.
에디터 박선아
글·사진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