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 To Mom

켜켜이 쌓아 올린 오늘

왼쪽부터 은진, 탐나, 찬주, 이지

곁에서 자라나는 작고 소중한 존재를 지켜내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조그만 입에서 나오는 재잘거림을 온전히 듣고 반응하는 것, 커다란 손을 잡아 이끄는 작은 손을 따라가는 것, 반짝이는 눈에 한가득 담긴 눈물을 이해하고 마음 쓰는 것, 뜨거워진 이마에 차가운 물수건을 조심스레 올려놓는 일 등은 수도 없이 반복되는 엄마의 일상이다. 그 시간들 사이로 나와 가족을 위해 오랜 시간 건강한 삶을 만들어 온 네 명의 엄마들은 쉬지 않고 매일 운동을 이어왔다. 그녀들은 변화하는 자신의 몸 안에서 차곡차곡 쌓아 온 오늘을 발견한다.

건강한 삶을 공유하는 사이

정은진 주부, 스물두 살 지연, 스무 살 종민, 열일곱 살 민석이의 엄마
박탐나 패션 사업가, 스물한 살 선우, 열일곱 살 지우, 열다섯 살 시우의 엄마
홍찬주 옴니바디웍스청담 대표, 열한 살 엘리나, 여덟 살 재록이의 엄마
김이지 회사원, 열아홉 살 데이빗의 엄마

지명 빌딩 숲 사이에 위치한 이곳 센터에 올라오니 복도 끝에서부터 들리는 리드미컬한 음악과 선생님의 힘 있는 목소리가 몸을 들썩이게 하네요. 기다리는 동안 잠시 수업하는 걸 지켜봤어요. 허리에 매달린 긴 줄을 이용해 허공에 몸을 띄우거나 하늘을 날아오르는 동작을 하시더라고요. 어떤 운동인지 궁금해요.

찬주 하체에 하네스를 착용하고 천장의 번지 코드를 연결해서 하는 ‘번지 피지오’라는 운동인데요. 번지의 탄성과 중력을 이용해 코어 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운동이에요.

지명 네 분의 인연도 ‘옴니바디웍스청담’의 번지 피지오 수업에서 시작됐나요?

은진 맞아요. 저는 센터가 오픈하던 날부터 다녔어요. 선생님이 이 건물 위층의 다른 센터에서 일하실 때 처음 만났는데, 따로 번지 피지오 센터를 오픈하신다는 얘길 듣고 오게 됐어요.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지명 오픈 날부터 지금까지 쭉, 4년 넘게 해 온 거네요.

은진 전업주부이기도 하지만 성격적으로도 아이들에게 집중해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제 삶이 없었어요. 운동할 땐 다른 건 잠시 잊고 신경을 덜 쓰니까 스트레스가 줄더라고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죠. 아이 셋 낳고 살이 많이 쪄서 처음엔 다이어트 목적도 있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사람 ‘정은진’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어요. 아이를 두고 혼자 와서 하는 운동이잖아요. 나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탐나 사실 저도 아이가 셋이라 시간 여유가 없어요. 아이들 스쿨버스 태워서 학교 보내고 나면 일곱 시 오십 분, 마침 이 근처에 여덟 시쯤 시작하는 요가 학원이 있어서 10분 안에 가면 바로 운동할 수 있었어요. 처음엔 한 시간 정도 하다가 재미가 생기고 두세 시간 연달아 수업을 듣기도 하면서 운동에 자신감이 붙었어요. 선생님도 전문가반에 가보라고 권하셨고요. 그때 근처 네일숍에서 번지 운동이 있다는 얘길 듣고 호기심이 생겨 시작하게 됐어요. 해보니 너무 매력 있는 거죠. 재밌었어요. 한 번도 안 쉬고 거의 매일 와서 배우고는 자격증까지 땄어요. 여기선 플라잉 요가, 필라테스, 모던핏, 발레핏 등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좋아요. 다른 곳에서 여러 운동을 해봤지만 선생님 수업의 매력은 달라요. 열정도 많으시고요.

이지 제 아이가 유치부일 때 선생님을 처음 뵀는데, 선생님이 결혼·출산하신 뒤에 다시 만나게 됐어요. 센터에 수업받으러 오면 항상 은진 언니와 탐나 씨가 있었고요. 처음엔 눈인사만 나누다가 매일 보다시피 하니까 자연스레 친해졌죠. 서로 나이대도 비슷하고 아이들 나이도 비슷했고요.

탐나 낯을 가리는 사람들이라 친해지는 데 1년이 걸렸어요. 이제는 밥도 같이 먹고 한 달에 한 번 선생님하고도 만나서 육아나 운동 얘기하고요.

이지 많은 모임이 있지만 참 건강한 모임이에요. 항상 운동과 육아, 가정 이야기를 서로 나누죠. 

탐나 어떻게 보면 집에서 살림은 안 하고 운동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희는 따로 놀러 다니는 게 아니라 운동하는 자체가 쉼이고 재충전의 시간이에요. 

이지 그것만이 온전한 우리 시간, 내 시간이에요. 진짜 힐링 돼요. 항상 어렵게 시간을 내서 오거든요. 탐나 씨도 왔다가 운동 끝나면 1분 만에 사라져요.

탐나 운동을 마치고 1층 내려가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잠깐 나누는 얘기가 다예요. 

이지 그때 많은 얘기를 속사포처럼 하죠. 은진 언니랑 탐나씨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거의 매일 한강 러닝을 해요. 이 두 분을 보고 제가 많이 배웠어요.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고요. 하루를 정말 알차게 쓰세요. 아침잠이 많은 저도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게 됐는데, 그때 이분들 따라 러닝을 시작했거든요. 근데 여섯 시 반쯤 겨우 나가보면 두 분은 이미 10km를 뛰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지명 출산과 육아의 과정에 있는 엄마로서 온전히 내 몸을 돌보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들 나이로 몇 살부터 운동을 시작했나요?

은진 출산 후 매번 운동했어요. 첫째 태어나고 살 빼려 운동하고 둘째 임신했을 때 못 하다가 낳고 나면 또 운동하고. 그땐 다이어트 목적으로 했는데 셋째 출산 후에는 골반도 틀어지고 체형도 안 좋아지고 몸이 많이 망가졌어요. 그때부터 더 꾸준히 운동을 했죠.

지명 SNS로 네 분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요가, 자전거, 골프, 등산, 러닝 등 정말 다양한 운동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탐나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아이들이 조금씩 크니까 나한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하고 싶은 운동은 다 도전해 보고 있어요. 

이지 SNS의 대부분이 운동으로 채워져 있으니까 주변 친구들이 저보고 태릉인이라고 불러요. 사실 저보다 탐나 씨나 은진 언니가 진짜 태릉인이에요. 

탐나 하루에 많은 운동을 다 하는 건 아니고 매일 할 수 있는 운동이 다양한 거죠. 등산도 좋아하고 자전거도 좋아하고 러닝도 좋아하고 번지 요가도 좋아하고 골프도 치고요. 

지명 날씨에 따라 바꿔 하는 건가요?

탐나 눈이나 비 올 때 달리는 거 좋아해요. 날씨랑은 상관없는데, 날씨가 정말 안 좋은 상황이라면 실내 운동이 최고죠. 

지명 저는 내향인이고 평소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운동하는 데 그리 적극적이지 못해요. 마음속에 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거든요. 네 분에게 굉장히 에너제틱 한 인상을 받았는데, 실제 성향이나 운동 스타일은 어떤가요? 

탐나 내향인과 외향인이 그리 중요한 것 같진 않아요. 제 MBTI도 I인데 지금은 I와 E가 거의 반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 육아에 집중했을 땐 친구를 만나지 않았어요. 일찍 결혼해서 아이 낳고 했던 이유도 있지만, 제가 딸만 셋인 집에서 부모님과 딱 붙어 자라서 사이좋은 자매들이 더 편했거든요. 딱히 친구가 필요치 않았던 거죠. 일할 때도 디자이너들하고 미팅 끝나면 바로 집에 와서 가족과 지내는 삶이 만족스러웠어요. 저는 칭찬 백 개 듣는 것보다 싫은 소리 한 번 듣는 게 더 싫은 사람이에요. 누군가가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싫고 사람 알아서 별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을 전부터 갖고 있었죠. 사람한테 스트레스 안 받는 게 현명하게 살아온 거라는 얘기도 주변에서 많이 들어서 나 잘 살았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운동 시작하고 러닝을 하면서 친구들이 생기더라고요. 골프도 친구가 필요하고요. 혼자 운동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처음엔 사람들이랑 인사 나누고 관계를 맺는 부분이 굉장히 어렵고 불편했어요. 절절하지 않던 부분이 나에게 필요하다 느끼는 순간 제 자신도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사람 대하는 노하우가 생기고 말도 동생들하고 얘기하듯 편하게 하니까 사람 관계가 다양해지고 좋은 외향형으로 바뀌었어요.

찬주 처음 탐나 씨를 만났을 때 운동만 하고 가고 표정도 읽기 어려웠어요. 지도자 교육받고 시간이 좀 지나면서 속 안의 말랑말랑한 탐나 씨가 나오더라고요. 

탐나 지도자 과정 받을 때도 많이 변했어요. 함께 수업 듣는 분들이 20~30대인데 지도자라는 목표가 없었다면 평소 그분들과 말 섞을 일이 없잖아요. 스스로 나를 내려놓는 거예요. 그러고 나니 배울 게 너무 많은 거죠. 나이 차이 많이 난다고 배울 게 없는 건 아니거든요. 이 사람은 이 재능이 멋있어 보이고 이런 부분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하면서 성격이 조금씩 변했는데, 진짜 사람 된 것 같아요(웃음).

은진 저도 내성적이라 번지 수업 때 선생님이 빠른 음악에 맞춰 안무 짜주시면 제가 막 뭐라 해요. 엉덩이부터 부끄러워 죽겠다고요(웃음). 근데 하게 되는 거죠. 어디 가서 내가 이런 동작을 해보나 싶어요. 그때만큼은 용기 내서하는 거예요. 전에는 정적인 운동을 좋아했는데 번지 하면서 좀 바뀌었어요. 탐나 씨가 그러더라고요. 쳐다보는 건 나 혼자, 다른 사람은 날 안 보니까 절대 의식하지 말라고. 생각해 보니 나도 다른 사람을 안 보고 있더라고요.

탐나 선생님하고 나만 보게 돼요. 수업할 땐 선생님 동작을 캐치하려고 엄청 노력하지.

은진 조금씩 용기가 생겨서 엉덩이도 흔들어요. 가끔 웨이브 하라고 하면 진짜 민망하지만요(웃음). 혼자 하면 그런 게 없을 텐데 안무를 같이 하는 운동이니까… 스스로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이지 필라테스 1대1 수업을 오래 받았는데, 그룹 수업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혼자서는 못할 동작도 옆 사람이 하는 모습에 힘을 내게 돼요. 시너지, 동기부여가 되죠. 저는 평상시 흥이 별로 없어요. 없죠? 아니에요? (일동 웃음) 클럽 가서도 춤도 못 추고 숫기가 없는데 유일하게 제 끼와 흥이 나오는 곳이에요. 그걸 막 끌어내 줘요. 수업 때 아드레날린을 확 폭발시키고 그 기운으로 오후와 저녁 시간에 집에서 살림하고 애들 라이딩하고 다 소화하는 거예요.

찬주 그렇게 느껴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사람은 항상 양면이 있잖아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어두운 면도 있거든요. 그 부분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해소법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건 운동만 한 게 없어요. 재미나 근력도 중요하지만 저는 건강한 몸의 라인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회원분들이 처음 오시면 수줍어해요. 자신의 감각들을 안에 쏙 숨기고 있죠. 저는 그게 보이거든요. 그 부분을 끌어내길 원해요. 계속 응원하고 끌어내서 본인이 직접 느끼는 모습을 볼 때 바이브가 엄청나요. 너무 아름다워요. 운동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던 나를 찾아서 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이 오래된 멤버들이 그 역할을 옆에서 잘 해주셔서 수업하기가 수월해요. 세 분은 존경하는 선배 엄마들인 동시에, 건강한 라이프를 공유할 수 있는 멤버예요. 쭉 함께하면 좋겠어요. 

이지 항상 얘기하잖아요. 우리 할머니 될 때까지 하자. 

찬주 은진 언니도 오랫동안 운동하셨거든요. 제겐 다 언니들이고 제 미래의 모습을 앞에서 보여주고 계시는 거예요. 그래서 더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돼요. 사실 센터와 집만 오가면서 스스로 힘들고 버거울 때가 있어요. 수업을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니까 정말 지쳐요. 아무것도 못 하겠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선 또 아이들을 케어하는 거죠. 내가 너무 집이랑 센터만 오가고 사회생활은 못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저 아이들이 빨리 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럴 때 세 분은 이 시기가 지나면 괜찮다고 다독여 주세요.

은진 많이 울었어요.

탐나 선생님의 그런 생각들을 몇 년 전 제가 느꼈거든요. 선생님 울 때 나도 울었어요.

찬주 그래, 맞아. 같이 울고 그러셨어.

지명 저도 세 아이를 키우며 자주 우는데, 도대체 눈물이 나지 않는 그 시점은 언제 찾아오는 건가요(웃음)?

이지 막내가 초등학교 지나면 좀 괜찮아져요. 엄마가 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거든요.

찬주 그 말을 듣고 ‘그래, 괜찮아. 다 과정이야.’라고 절 다독일 수 있었어요.

이지 선배 엄마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진짜 도움이 많이 돼요. 아이 사춘기 때도 그렇고요. ‘이것도 지나면 괜찮아.’라든가 ‘그런 시간이 꼭 있어야 해.’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어요. 진짜 위안이 돼요.

지명 아이가 어릴 땐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데 건강 관리를 어떻게 했나요?

은진 딸인 첫째랑 필라테스를 같이 했어요. 아이들 다 놔두고 혼자 나갈 수가 없어서 큰애랑 함께 갔죠.

탐나 아들이 승마 배울 때 옆에서 같이 배우고 주말에는 가까이 사는 친정 식구들이랑 등산 많이 하고요. 셋째 임신했을 땐 막달에 아이 둘 데리고 친정아버지랑 산에 올라갔는데 주변 사람들이 손뼉 쳐주고 그랬어요. 세 번째 임신이니까 노하우가 생겨서 막달에 더 많이 움직이고 병원을 천천히 가자는 마음으로 계속 운동했거든요. 사실 집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는 것보다 어디라도 나가서 놀게 하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없어요.

찬주 쉬는 날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편이고, 전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집에서 정리 정돈하고 쉬어야 마음이 놓이거든요.

이지 선생님도 I예요?

찬주 ENFJ.

이지 저도 정리 안 하면 스트레스 받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강아지 물 주고 소파 정리하고 부엌 정리하고 이런 루틴이 한 30가지 넘게 있어요. 아침마다 도장 깨기 하듯 계속해요. 아침에만 몇 보를 걷는지 봤더니 3천 보를 걸었더라고요. 

탐나 J와 P의 차이가 뭐냐 하면 P는 계획을 세우고 틀어졌다고 해서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제가 P거든요. 저는 제 성격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남편은 J인데 공항 갈 때도 몇 시간 전에 미리 가서 준비해야 하고 계획이 틀어졌을 때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왜 인생을 피곤하게 살까 싶어요. 남편이 가끔 10년 후 계획이 뭐냐 물어보는데 당장 내일도 모르는 일을 1년 후, 일주일 후 뭐가 어떻게 될지 알고 계획하냐 하죠. 대신 매일 계획을 세워요. 몇 시에 일어나서 뭘 하고 이런 건 매일 하지만 1년 후의 일을 미리 계획하는 건 어리석다 생각해요.

이지 난 5년 계획, 10년 계획 다 있어. 5년 전 나의 10년 계획표를 보면 진짜 신기하게 3분의 2는 이루어져 있어요.

“매일 아침 엄마가 운동 갔다 온다고 하니까

아이도 눈뜨면 운동 가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좋은 습관은 보고 배우는 것 같아요.”

찬주 남편이 즉흥적인 편이고 저는 계획을 세워야 마음이 편해요. 오늘 아침에 남편과 그런 얘기를 했어요. 당신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데 이 정도로 해냈으니 대단한 거다. 그러니 계획을 조금만 세워보면 더 잘할 거라고요.

탐나 아니, 무슨 계획을 짜요?

찬주 디테일한 목표 말고 올해는 뭘 할 건지, 여행은 언제 갈 건지 같은 거요.

탐나 나는 이 사업 별로. (일동 웃음) 비는 시간에 여행 가고 싶으면 떠나는 거지…. 저도 일주일까지는 계획이 있지만 루틴이 크게 바뀌지 않으니까 따로 계획을 짜지 않아요.

찬주 평소에 부지런하시기 때문에 따로 계획이 없어도 되는 거 같아요.

탐나 하루를 누구보다 알차게 보내기 때문에 별로 후회가 없어요. 남편에게 늘 얘기해요. “내일은 없어. 오늘 최선을 다해 살면 돼.”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을 갖는 거죠.

찬주 제가 얼마 전 미국에 다녀왔어요. 매일 센터와 집만 오가는 생활이 힘들었거든요.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항상 집중해야 하고 뭐든 모두가 나한테 물어보는 상황들이 버거웠어요. 이 생활에서 좀 떨어져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했죠. 가서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아, 내가 행복에 겨웠구나.’

이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오신 거죠.

찬주 힘들고 미칠 것 같던 것들이 행복하고 소중한 거였구나.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고 내가 즐겨야 할 나의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탐나 다녀왔기 때문에 느낀 거예요. 

이지 그런 시간이 필요해요.

지명 이야기를 듣다 보니 네 분은 하루를 빼곡히, 촘촘하게 시간을 보내실 것 같아요.

탐나 아침잠이 없어서 다섯 시쯤 일어나요. 먼저 나갈 준비를 하고 뛰고 온 다음에 씻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옴니 센터에 와서 운동하고 일하러 갔다가 집에 와서 또 운동하고요. 집안일을 잘하는 편은 아닌 것 같고 애들 챙겨주고 밥 차려주고 이 정도만 하고 있어요.

은진 이젠 아이들이 컸기 때문에 막내만 학교에 보내면 돼요. 그다음엔 집에 와서 운동하고 요즘 배우고 있는 것도 많아졌어요. 예전에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왔는데 딸이 이탈리아어를 다시 배워보라고 권하더라고요. 학원도 다니고 봉사 가고 나머지 시간은 운동하고. 하루가 너무 바쁠 때도 있어요. 근데 애 둘을 독립시키고 나니까 빈 둥지 증후군이 살짝 오더라고요. 막내도 학원에서 열 시 넘어 집에 오니까 제 시간이 많아졌거든요.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었는데 배움을 통해서 내가 리프레시 되니까 자꾸 나가게 됐어요. 

찬주 인생은 결국 혼자인데 옛날 저희 부모님은 그런 개념을 안 심어주셨어요.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늘 강조하셨거든요. ‘너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야.’ 이런 생활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제가 가족에게 많은 감정을 쏟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괴로웠어요. 최근에 내 속에 깊이 박혀 있던 걸 빼내고 감정적으로 분리 작업을 좀 했더니 마음이 휘둘리지 않고 단단해진 느낌이 들어요. 누구나 홀로서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상황에 대비를 해야 하고 준비를 하는 게 인생을 잘 사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주위 사람과의 관계도 적절히 유지하면서 너무 고립되지 않게. 

탐나 요즘은 오은영 박사님 말씀이 트렌드지만 예전에 아이들 어릴 땐 법륜 스님 얘기를 모토처럼 생각했어요. 세 살까지는 최선을 다해 돌보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고 아이 사춘기가 오면 지켜봐 주고 성인이 되면 독립할 수 있게. 오은영 박사님은 육아의 목표가 아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부모님 세대는 잘 안 되잖아요.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안 가도 서운해하시고요. 가족이 좋기도 하지만 ‘가족’을 너무 강조하니까. 지금 우리 세대는 좀 달라지고 있고 아이들이 싫다고 하면 그 생각을 존중해 주고 독립된 존재로 받아들이는 거죠. 내가 조금 더 너를 존중해 주겠다고요.

은진 조언을 한다고 하는데 평가를 내리고 판단을 해서 잔소리를 하게 되잖아요. 저는 애들을 지켜봐 주고 하고 싶다는 거 서포트해 주고 옆에서 “이거 하면 어때?” 같은 말을 하지 않았어요. 첫째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을 때 조건을 하나 걸었어요. 하고 싶은 걸 하되 학생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하라고요. 얼마 전 막내가 학교를 옮기고 주변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으니까 힘들어하더라고고요. 그때 첫째가 막내에게 상담을 해주는 거예요. 지금 힘들다고 해서 아직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길을 가기 싫어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학생 때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부딪혀 보라고요. 힘들어하던 막내가 다시 좋아졌어요. 

이지 형제들의 좋은 예다.

찬주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하는 고민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엄마 아빠가 도와줄게.’와 ‘채찍질’이에요.

이지 하고 싶은 대로 하되 기준점은 있어야 해요. 학생이니까 학교를 관두거나 학교생활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안 된다. 게임을 하고 싶다면 할 일을 해놓고 하도록 기준점을 정해야 하는 거죠.

지명 아이들이 운동하는 엄마를 보며 받는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이지 매일 아침 엄마가 “운동 갔다 올게.”라고 하니까 아이도 눈뜨면 운동 가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좋은 습관은 보고 배우는 것 같아요.

찬주 엄마가 관리하고 예뻐지니까 아이들도 좋아해요. 

이지 아이도 운동을 배워서 엄마한테 가르쳐주고 싶어 하고, 이런 근력 운동은 어디가 좋아진다며 자세히 알려주고요. 운동을 주제로 한 대화를 많이 나눠요.

지명 가족과 나의 건강을 위해서 꼭 하게 되는 행동이나 식습관이 있나요?

이지 비타민! 영양제도 꼭 챙기죠.

찬주 저는 사실 먹는 건 신경을 안 썼어요. 밀가루든 빵이든 다 먹었는데 미국 갔을 때 신선한 재료들을 자주 섭취하니까 확실히 몸이 달라지더라고요. 요즘은 먹는 순서에 신경 쓰게 됐어요. 정제된 음식을 먹을 땐 야채나 과일 같은 클린 푸드를 먼저 먹거나 꼭꼭 씹어 먹고 물도 많이 마셔요. 

지명 반대로 피하시는 건요?

이지 술을 좋아해서 많이 마시는데 안 마시려고 노력하는 거요(웃음). 술 많이 마신 날은 다음날 남편이랑 남산 올라가서 운동해요.

지명 인터넷에는 건강 관리나 운동에 관한 정말 많은 정보와 콘텐츠가 넘쳐나는데, 직접 해보신 것 중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탐나 센터에 와서 운동하기도 하고 우선 유튜브 볼 시간이 없어요.

이지 팬데믹 초창기 때 각 센터들이 다 문을 닫아서 처음 홈트레이닝을 해봤어요.

은진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이라는 앱이 도움이 많이 돼요. 운동 기록이 다 남으니까 한 달에 얼마큼 뛰었는지 내 페이스를 알 수 있고요.

찬주 운동을 잘하시는 분들이니까 홈트레이닝을 하셔도 돼요. 근데 전혀 경험이 없는 운동 입문자가 혼자 하는 건 위험해요. 자세 정렬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지금 내 자세가 건강을 유도하는 움직임인지 판단할 기준들이 필요한데 초보자가 홈트레이닝을 할 경우 옆에서 자세를 봐줄 전문가가 없다면 독이 되는 행동일 수 있죠.

탐나 심지어 러닝이나 자전거도 배워야 해요. 전문가에게 배워야 사고가 없고 안전하게 실력이 향상돼요. 요가는 말할 것도 없이 몸에 정렬을 맞춰야 하는 운동이니까 더욱 전문가에게 배워야 하고요. 정말 달라요. 자세가 바른 상태에서 운동하면 시너지도 훨씬 높아지고 몸에 다른 이상이 생겨 아프거나 하지 않아요.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혼자 홈트레이닝을 한다면 추천하지 않아요.

지명 뭐든 꾸준히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럼에도 매일 운동을 지속해 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은진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중요한 부분인데 유일하게 운동으로 할 수 있으니까 계속하게 돼요.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예뻐지잖아요. 제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50대 또래 엄마들 중에 가장 탄력 있는 몸을 갖고 있다고요.

찬주 운동을 하는 사람과 안 한 사람은 차이가 커요. 몸의 정렬이 무너지면서 노화가 오거든요. 중력을 많이 받는 곳부터 나이 들어요. 체중이 많이 실리고 그 부분이 무너지면서 주름이 생기고 자세 때문에도 노화가 와요. 항상 몸을 끌어올리고 잡아주기 위해 근육으로 서포트하니까 안티에이징이 될 수밖에 없어요. 저도 이분들을 롤 모델로 삼고 있어요. 

탐나 제게 운동은 습관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보다 체력도 좋아서 남들보다 더 많이 움직여도 지치지 않아요. 사람들이 제가 옆에 있으면 밝은 기운이 느껴진대요. 생활 속에서도 늘어져 있질 못하고 걸음걸이가 빠르고 항상 에너지가 넘쳐요. 어릴 땐 체력만 좋았다면 운동을 시작한 뒤에는 몸에 근육이 잡히니까 등산 갈 때도 자세가 다르고 하나도 힘들지 않죠. 사실 거기서 희열을 느껴요. 난 안 힘든데, 더 올라갈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자존감도 올라가고 성취감도 있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돼요.

이지 운동은 제게 선물 같은 거예요. 너무 바빠서 운동을 못 가는 날이 있잖아요. 그게 쌓이면 굉장히 스트레스 받아요. 안 좋은 일이나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운동을 하고 나면 해소가 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그래서 나에게 축복 같은 존재예요. 주변에 운동하라고 계속 얘기할 정도로 운동 전도사예요.

탐나 직접 좋은 걸 느껴 봤으니까요.

이지 제가 운동하라고 권해서 시작한 친구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는 피드백이 오면 행복해요. 

찬주 아팠던 것도 좋아졌죠?

이지 맞아요. 예전엔 체력이 바닥인 사람이었거든요. 일반인보다 훨씬 떨어지는 체력이었는데, 지금은 일반인보다 살짝 높은 정도 수준까지 올랐어요.

찬주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운동에 올인하진 않으셨잖아요.

이지 그냥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니까, 안 하면 살이 찌고 몸이 망가지고 그런 이유가 컸는데 지금은 너무 즐겁고 내가 필요해서 오게 돼요.

지명 운동이 재미있게 느껴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이지 좀 걸려요. 왜냐면 내 몸이 달라져서 스스로 그 변화를 느껴야 운동에 확 빠지게 되거든요. 

탐나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마음먹기가 힘드니까 전 SNS를 이용했어요. ‘한 달 매일 뛰기’ 같은 목표를 피드에 올려서 내가 뱉은 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거죠. 남을 의식하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센터가 가까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단 먼저 걷거나 뛰는 걸로 시작해요.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같은 앱을 깔고 걸으면서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세요. 그 대신 매일 해야 해요. 

이지 저는 애플 워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하루 운동 목표를 달성하면 애플 워치가 나를 매일 칭찬해 주거든요. 하루에 몇 칼로리 소비하고, 몇 시간 운동하기를 설정해 놓으면 목표도 조금씩 높아지고 성취감도 커져요. 강박처럼 챙기게 돼요.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세요. 

탐나 그런 게 있어야 해요. 없으면 포기하게 돼요. 

지명 육아의 긴 터널을 지나오신 엄마 선배로서 바른 몸, 건강한 몸을 만들어 가는 후배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지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 텐데 이 시간은 분명히 지나가요. 애들한테 올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있어야 해요. 내가 먼저예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요. 절대 이기적인 것이 아니에요. 저는 그때 죄책감이 항상 있었어요.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 나만 생각해서 애 두고 운동 가는 건가 하는 죄의식이 있었는데 아니더라고요. 운동하고 나면 아이랑 남편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더 신나게 놀아줄 수 있어요.

탐나 주부도 좋고 엄마도 좋지만 내 일이 있으면 좋겠어요. 일이 있어야 나중에 아이가 커서 독립을 해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게 안 된다면 운동이나 자기가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 집중하는 게 사춘기 아이나 남편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엄마도 자기 역할을 하고 있고 존중받을 사람이라는 걸 각인시켜 주는 거죠. 자기 관리는 확실히 필요해요.

은진 처음에 러닝을 시작하고 규칙적으로 해온 건 아이들한테 보여주기 위한 이유도 있었어요. 한마디 잔소리보다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엄마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요.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둘째도 요즘 러닝을 시작했다고 해요. 운동이 제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엄마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탐나 제가 집에 있으면 가끔 아이들이 “엄마, 운동 안 갔어?” 하고 물어봐요. 엄마는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걸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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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황지명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