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ufact Coffee Roasters In Yeonhui

연희동의 커피 공방
매뉴팩트 커피

2013년 겨울, 연희동의 허름한 건물 2층에 두 남자가 터를 잡았다. 고소한 냄새와 옅은 연기가 밤낮없이 피어오르는 걸 보고 연희동 주민들은 웅성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그렇게 주민들과 상생하며 9년이란 세월을 쌓아온 매뉴팩트 커피는 손님을 위한 휴식 공간보단 커피 제조를 위한 안정적인 공간을 먼저 생각하는 곳이다. 제조에 정성을 더하면 더 맛있는 결과물이 나올 거라 믿고 꾸준히 나아간 형제. 이들의 두 손이 만들어낸, 세상에 없는 커피의 시작은 연희동이었다.

손재주 좋은

형제의 두 손으로

“저희 형제는 어릴 때부터 손으로 뭔가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고, 손재주도 있었어요.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단순하게 커피를 내려서 판매하는 목적보다도 커피를 제조하는 데 집중해서 커피 브랜드를 만들게 됐죠.”

매뉴팩트MANUFACT라는 단어는 실은 세상에 없는 말이다. 라틴어로 손을 뜻하는 MANOS와 만들다는 의미의 FACTUM을 결합한 이 단어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형제에게서 탄생했다. 카페는 커피를 판매하고 손님이 공간을 경험하는 장소라는 데서 조금 비껴나 제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매뉴팩트 커피는 두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낸 결과물을 선보이는 곳이다.

동생은 전체적인 운영 방식과 제조된 커피를 손님에게 내어주는 데 관심을 가졌고, 형은 하드웨어, 즉 커피라는 결과물이 완성되기까지 가공되는 과정에 관심을 가졌다. 각기 다른 커피 브랜드에서 일하기 시작한 두 사람은 꿈꿔온 커피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비슷한 시기에 퇴사한 형제는 매일 저녁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재미난 커피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둘만의 커피 브랜드를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는 자금을 모아 연희동을 찾은 이들 형제는 부동산 문을 열고 한마디를 건넨다. “커피 제조 공간을 하고 싶은데….” 단번에 좋은 장소가 있다며 소개받은 곳이 바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길 29 2층 자리다.

1990년대를 닮은

끈끈한 동네

“연희동은 1990년대 서울 같아요. 저희가 여기 들어왔을 때 오랫동안 이 동네에서 가게를 해온 이웃이 ‘연희동은 3년만 버티면 주민들에게 인정받은 거’라는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처음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알겠더라고요. 여긴 주민들로 돌아가는 동네예요.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해 주셨기 때문에 매뉴팩트 커피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연희동은 유대감이 무척 강하고 끈끈해요. 오랫동안 살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새로운 가게가 하나 들어오면 ‘가보자!’ 하고 우르르 몰려오는 그런 동네죠.”

형제는 연희동에서 정서적인 안정을 얻는다. 방배동에 새로운 터를 잡고 나서도, 파주에 공장을 세운 뒤에도 연희동에 오면 소풍에 오는 것처럼 설레고 마음이 달뜬다.

연희동은 시간이 더디 흐르는 동네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오늘날에도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동네에 새로운 가게가 생겼다며 우르르 몰려가곤 한다. 외부인이 드나들며 입소문을 내기보단 집에서 슬쩍 나와 커피 한 잔 사 들고 들어가는 어르신이나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곳. 여전히 이웃 사이의 유대감이 끈끈해 새로 들어온 브랜드에게 로컬 문화를 입혀주는 곳. 매뉴팩트 커피는 정성껏 커피를 만들고 주민들에게 내어드리면서 정을 얻었다. 이윽고 형제는 이 동네를 마음의 고향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연희동 주민들은 매뉴팩트커피를 연희동의 브랜드로 인정했고, 어느덧 9년의 시간이 흘렀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고소한 공방

폴 고갱
Paul Gauguin

Cup Note 다크 초콜릿, 헤이즐넛, 밀크파우더, 브라운 슈거, 토피, 리치 바디

“첫 블렌드 원두인 폴 고갱은 의미가 커요. 매뉴팩트 커피를 초창기부터 좋아해 주신 단골 부부가 지어주신 이름이기도 하고요. 새로운 원두를 개발할 때마다 그들에게 테스트하면서 확장해 나갔는데, 부부가 커피를 마시곤 ‘이 원두는 꼭 폴 고갱의 그림이 떠오르네요.’ 하시더라고요. 고갱은 본질에 집중하고 싶어 하던 화가였어요. 저희도 커피를 하면 할수록 본질에 가까워진단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폴 고갱이란 이름을 첫 번째 블렌딩 원두에 붙이게 됐죠.”

형제는 연희동에 매뉴팩트 커피를 만들곤 자주 밤을 새웠다. 로스팅을 반복하고 하루에도 수십 잔의 에스프레소를 테스트하며 시간을 쌓은 이들. 건축과 전자를 전공한 형제가 커피로 의기투합했듯, 폴 고갱 역시 다른 업을 두고 그림이 좋아 미술을 시작한 화가다. 원색의 강렬한 색채를 활용한 작품들을 보니 왜 단골 부부가 이렇게 말했는지 알겠다고 끄덕인 그들은 ‘폴 고갱’을 첫 번째 원두 이름으로 정했다.

샌 프란시스코
San Francisco

Cup Note 스트로베리, 피치, 만다린, 허니, 밀크 초콜릿, 바닐라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색이 왜 이렇게 없지?’였어요. 그런데, 도화지처럼 새하얗다 보니까 누가 색만 입히면 도시 전체가 그 색으로 바뀌더라고요. 그게 저희한텐 굉장히 새로웠어요. 우리가 어떤 색을 입히든 그게 하나의 결과물로 나오면 좋겠다 싶어서 두 번째 블렌딩 커피는 ‘샌 프란시스코’란 이름을 먼저 붙이고 개발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나온 두 번째 원두는 베리류 열매를 베이스로, 견과류의 느낌까지 표현할 수 있는 다채로운 원두가 되었다. 특정 이미지로 각인된 도시를 두 번째 원두 이름으로 붙였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두가 개발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어떤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도시였기에 두사람의 색을 입고 다채로운 맛의 원두로 완성되었다.

커피로 쏘아 올린

작고 따뜻한 온기

“우리가 아무리 ‘이런 커피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해도 쉽사리 그 방향으로 흘러가진 않을 거예요. 시대마다 상황과 타이밍이 다를 테니까요. 다만, 매뉴팩트의 커피를 마신 누군가가 커피를 마시며 좋은 영감을 얻게 되면 좋겠어요. 음악가라면 우리 커피에서 영감을 받아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작가라면 커피를 마시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길 바라요. 매뉴팩트 커피가 나비효과가 되어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고 더 좋은 사람들에게 쓰이면 좋겠어요.”

우리는 이제 누구나 손쉽게 커피를 마신다. 스틱 포장된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거나, 직접 원두를 분쇄해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기도 한다. 집 앞 카페에서 간단히 한 잔 포장할 수도 있는 요즘, 이 커피 한 잔이 우리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열매의 신맛이 미각을 일깨워 멈춰 있던 뇌를 돌아가게 만들고 묵직한 쓴맛이 둔해진 감각을 살려준다면, 그 덕분에 우리가 좀더 나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이미 우리는 커피에 조금은 빚진 인생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순간순간에 녹아들어간 매뉴팩트 커피 고유의 향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말하는 커피 문화는 이미 누군가에겐 일찍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A.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길 29 2층
H. manufactcoffee.com
O. 월-토요일 09:00-18:00, 일요일 휴무

커피와

소풍 가는 기분으로

김종진·김종필 매뉴팩트 커피 대표

오늘도 숱한 카페가 새로 생기고 사라진다. 발에 채는 게 카페가 된 요즘, 매뉴팩트 커피가 9년간 한자리에서 브랜드를 이어갈 수 있던 동력은 무엇일까. 로컬 문화가 단단히 자리 잡은 연희동에 매뉴팩트 커피가 뿌리내릴 수 있던 이유, 그건 아마 커피를 향한 진심 덕분이었을 테다. 삼삼오오 모여 매뉴팩트 커피에 올라서는 연희동 주민들로 시작해 어느덧 서울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가 된 곳. 연희동을 마음의 고향이라 말하는 두 사람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매일 커피 사러 오는 곳에 인터뷰를 하러 오니 새롭네요. 매뉴팩트 커피를 소개해 주실래요?

종진(이하 ‘동생’): 매뉴팩트 커피 소개라(웃음)…. 형식적인 문장만 생각나서 좀 어렵네요.

종필(이하 ‘형’):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소개로 마무리해 보는 건 어때요?

 

좋아요. 형제가 하고 있는 커피 브랜드예요. 브랜드의 시작은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짓게 됐나요?

동생: 다양한 이유를 생각하면서 지었어요. 저와 형님은 오랜 시간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의 관심사나 성격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느껴온 사이예요. 브랜드 이름은 우리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들여다보며 떠올렸어요. 우리 성격을 대변할 수 있는 단어가 브랜드의 독창적인 성격을 만든다고 생각했거든요. 저희 형제는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있었어요. 고무 동력기를 만들어서 입상도 하고, 사생대회에서 수상도 곧잘 했죠. 그래서 커피도 판매하는 것보다 제조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를 생각했어요. 손을 뜻하는 MANOS와 만들다는 의미의 FACTUM을 결합해서 만든 매뉴팩트MANUFACT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의미를 담은 우리만의 단어예요.

 

두 분이 각기 다른 커피 브랜드에서 일하다 만든 브랜드라고 알고 있어요.

형: 동생이 에스프레소에 관심이 있어 커피를 시작했다면, 저는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원두가 어떻게 가공되는지에 관심을 가졌어요. 둘 다 커피를 좋아한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커피 브랜드에 입사한 건데,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우리가 하고 싶은 커피엔 괴리가 있더라고요. ‘우리가 생각한 재미난 커피는 이런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점점 커져 비슷한 시기에 퇴사하게 되었어요.

동생: 저는 매장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슈퍼바이저였고 형은 로스팅 하는 역할이었어요. 커피 브랜드에서 일한 경험도 있고, 기업의 운영 방식에서 괴리감을 느낀 차였기 때문에 둘이 만나면 분명한 시너지 효과가 날 거라 생각했어요. 피자를 먹으며 앞날을 고민하다가 “우리가 한번 해보자. 너 얼마 있냐!” 서 의기투합했는데, 둘 다 정말 쥐뿔도 없더라고요(웃음). 꼬깃꼬깃한 돈을 모아서 출발한 브랜드예요.

 

어떻게 연희동에 터를 잡게 됐어요?

동생: 제 마음속 1위가 연희동이었거든요. 2012년에 이 동네 처음 와봤는데, 이전 직장에서 지점 확장을 위해 답사 차원으로 온 거였어요. 이면도로로 펼쳐진 풍경이 제 눈엔 무척 재밌어 보였어요. 오래된 식당가가 모여 있는 풍경을 보는 순간 옛것과 새것이 뒤섞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죠. 밀집된 중국집과 오래된 가게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사이사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가게들, 소품숍이나 식물가게 등이 끼어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유동 인구가 적은 큰길을 보고는 심심하다고 생각했는데 골목으로 들어와 주택가 풍경을 보면서 ‘여기가 진짜구나.’ 싶었죠. 건물이 전체적으로 낮아서 하늘이 많이 보이는 게 특히 좋았어요.

형: 처음 부동산 사장님이 이 공간을 보여주셨을 때가 생각나요. 상가 대문이 녹슨 구릿빛이었는데, 열쇠로 문을 여니까 가파른 계단이 보이더라고요. 낮인데도 캄캄해서 좀 기묘했어요.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니 입구에 불이 켜졌고, 2층에 있는 이 공간의 문을 열었더니 새하얀 공간이 나오더라고요. 채광이 너무 좋았어요. 저희가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를 생각했다면 이 자리는 결코 좋은 공간이 아니었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는 목적이 커피 제조였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었어요. 위층에 누군가 거주하면 로스팅 할 때 나오는 연기 같은 게 문제가 되었을 텐데, 바로 위 옥상도 저희가 컨트롤할 수 있었기에 여러모로 잘 맞는 곳이었어요.

동생: 2013년에 처음 왔을 땐 해가 짧아서 6시만 돼도 어둡고, 가로등도 없고, 주택가로 올라가는 길목도 깜깜했어요. 거주자 말곤 사람도 잘 안 다녀서 인적이 드물었지만, 저희에겐 이런 점도 무척 좋았죠.

형: 여기서 밤도 정말 많이 새웠어요. 매일 어마어마한 커피를 로스팅하고, 에스프레소를 수십 잔씩 마시면서 테스트했거든요(웃음). 우리만의 블렌드원두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양의 에스프레소와 함께 시간을 보냈죠.

 

연희동에 틀어박혀서 원두만 연구한 건데 이 동네가 지겹진 않았어요?

형: 연희동으로 오는 길은 항상 소풍 오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언제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갔는데, 홍대입구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거나 연남동 골목골목을 지나 걸어서 출근하곤 했거든요. 소풍 가는 것처럼 설렜어요. 

동생: 진짜 하고 싶은 게 연희동에 있으니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출근한 거죠.

일이 설렘이었어요?

동생: 그럼요. 매뉴팩트 커피가 추구하는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게 즐거움이거든요. 이전에 각자 커피 브랜드에서 일할 땐 회사의 방향성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어떤 생각을 하든 회사의 가치를 따라 움직여야 했으니까요. 근데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괴리가 생기고,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게 돼요. 이걸 풀어내려면 결국 저희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 색깔을 마음대로 풀어낼 수 있는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만든 게 바로 연희동의 매뉴팩트 커피예요. 매일 밤새워 커피를 연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럴 수 있던 이유는 공간 안에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 걸 쌓아가는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이에요.

형: 1년 동안 수익이 없었는데도 오로지 재미만으로 이 일을 해왔어요. 그래도 감사한 건 우리만의 블렌드를 연구하면서 점심과 저녁, 그리고 교통비는 해결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큰 수익은 없어도 진짜 하고 싶은 커피를 하면서 하루 생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기쁘더라고요.

동생: 지금은 방배동 지점과 파주 공장도 두고 있는데요. 연희동에 올 땐 유난히 마음의 고향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그만큼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동네예요. 

 

언젠가부터 서울이 변하는 속도가 빨라진 것 같아요. 연희동도 느리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는데, 9년 동안 체감한 변화가 있나요?

형: 어느 동네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자본이라는 게 들어와요. 그건 누군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저는 새로운 브랜드가 이 동네에 자리 잡고 개성을 드러내는 건 좋다고 봐요. 문제가 되는 건,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서 브랜드가 하고 싶어 하는 방향이 보이지 않고 자본에만 집중되어 있는 거죠. 요즘엔 돈만 앞세우는 브랜드가 많아지는 것 같아서 그게 조금 걱정이에요.

동생: 그래도 연희동이란 동네가 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돈만으로 접근하는 브랜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한때 무슨 길, 무슨 길, 하면서 서울에 변화의 바람이 크게 불었잖아요. 근데 연희동은 그런 흐름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켜왔어요. 제 생각엔 대중교통이 아주 발달돼 있지 않은 영향도 있다고 봐요. 주변 역에서도 조금 떨어져 있고, 버스도 한 번에 오는 노선이 많지 않으니까 외부 사람이 들어올 여지가 다른 데 비해서는 제한적이었던 거죠. 개발이 열띠게 일어나지 않고, 변화의 바람도 크게 불지 않았기에 지금 이 이미지가 단단하게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성수동이나 연남동만 해도 외부 사람에게 기대는 면이 없지 않아 있거든요. 외부인이 들어오지 않으면 상권이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요. 보통의 동네라면 자본만 앞세우는 브랜드도 어느 정도 수요를 유지할 순 있을 거예요. 근데 연희동은 그런 동네가 아니에요. 외부인보다 연희동 주민들로 돌아가는 동네다 보니까 원주민이 이해할 수 없는 상권이 들어오면 성공하지 못하는 거죠. 여기 자리 잡은 브랜드들은 대개 내실이 잘 다져져 있어요.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 실력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거죠. 연희동은 수익을 떠나 그런 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브랜드가 굳건히 버틸 수 있는 동네라고 봐요. 그렇게 연희동만의 독특한 상권이 조성된 거고요.

 

그래서인지 로컬 브랜드가 눈에 띄어요. 오래된 간판도 아직 많고요.

형: 연희동은 확실히 로컬 브랜드가 활동하기 좋은 동네예요. 그렇지만 연희동에도 어쩔 수 없이 임대료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저희가 여기 자리 잡을 때만 해도 가진 돈이 많지 않은 친구들이 하고 싶은 일과 뚜렷한 목표만 있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동네였어요. 지역 주민들이 열심히 하는 브랜드를 살려주는 문화가 있었으니까요.

동생: 오래 거주한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확실하게 만들어져 있었어요. “어디에 뭐 생겼대.” 하면 “우리 동네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단 말이야?” 하면서 우르르 몰려가서 가게를 경험하고 소통하는 거죠. 그게 배척이 아니라 관심이라는 점이 이 동네의 특징이에요. “여기 뭐 하는 데예요?” 하고 관심을 갖고 경험하고… 작은 커뮤니티가 형성된 느낌이었어요. 연희동은 동네 주민들로 하여금 돌아가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주민들이 브랜드를 살려주기도 하고 외면하면 사라지기도 하는 동네인 거죠. 어떻게 보면 폐쇄적이지만 이 안에서 삶을 꾸리는 게 연희동의 특징이라고 봐요.

매뉴팩트 커피가 색이 다른 동네에 스며들고 연희동에서 오래 뿌리를 내릴 수 있던 건 무엇보다 커피에 충실해서였다고 생각해요. 시그니처 메뉴를 소개해 준다면요?

동생: 매뉴팩트 커피의 시그니처 메뉴는 판매하는 모든 커피 인 것 같아요(웃음). 처음 오는 손님들이 종종 “뭐가 유명해요?” 하고 물으시는데요. 바리스타들은 시그니처 메뉴는 없다고 설명하고 손님들과 소통을 통해 취향에 맞는 메뉴를 추천해 드려요. 어떤 커피든 우리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소개할 수 있다는 의미죠.

형: 매뉴팩트 커피의 뿌리는 ‘제조’예요. 우리가 로스팅을 잘했냐, 추출됐을 때 맛이 있느냐를 확인하는 게 저희에겐 가장 중요한 지점이죠. 그 퀄리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메뉴가 바로 에스프레소, 핸드드립, 콜드브루예요. 다른 첨가물 없이 본연의 맛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메뉴들이죠. 그러니까 우리의 시그니처 메뉴는 모든 커피가 되는 거죠(웃음).

 

“재미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어서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커피의 재미를 좇아 완성하고 싶은 최종의 커피 문화는 어떤 거예요?

형: 시기와 상황에 맞춰 변화되지 않을까요? 코로나19가 갑작스레 찾아와 많은 게 변한 것처럼 여러 상황을 통해 변하는 게 삶이니까요. 인생은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아요. 매뉴팩트커피의 미래 또한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겠죠.

동생: 처음 시작할 때 마인드를 지켜 가면서 ‘커피를 재미있고 즐겁게 만들어 간다.’는 게 우리가 계속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또 저희 브랜드를 경험하러 와주시는 분들과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할 거예요. 매뉴팩트 커피의 문화는 저희가 정립한다고 그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저희 커피를 즐겨 주시는 분들이 만들어 가는 거거든요.

 

매뉴팩트 커피는 브랜드의 가치를 수익에 두진 않는 것 같아요. 브랜드의 가치를 어디에서 찾고 있어요?

동생: 브랜드란 존재 이유가 있어야 가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존재 이유가 브랜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용성일 때, 진짜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저희는 굿즈를 기획할 때도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요.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유용함과 쓸모를 고려하는 거죠. 처음 브랜드를 만들 때만 해도 수익을 염두에 둘 정도로 여유가 있진 않았어요. 그런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이 일을 시작한 건데, 수익이라는 건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상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매뉴팩트 커피의 존재 가치와 수익성에 균형을 맞추면서 나아가고 있어요.

 

그럼 이쯤에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볼게요. 매뉴팩트 커피를 소개해 주실래요?

형: 여전히 어렵네요(웃음). 매뉴팩트 커피는 ‘하고 싶은 커피를 하는 브랜드’예요. 2018년에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한 <커피사회>란 전시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저희는 커피가 좋아서 매뉴팩트 커피를 시작한 건데,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공간에서 활동까지 하게 됐어요. 좋아서 한 일을 핑계로 다양한 일에 접근한다는 게 의미 있게 느껴졌죠. 누구든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고, 그 일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어느 시점엔 그 일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좋은 의미를 부여하는 일들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매뉴팩트 커피는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가치 있는 일을, 커피를 통해서 하는 브랜드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오늘 나눈 대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다시 한번 물어볼게요. 여전히 일하는 게 설레고 즐거운가요?

동생: 이거 대답 잘해야 하는데(웃음). 처음엔 우리끼리 일하니까 우리가 좋아하는 것에만 몰두했어요. 근데 점차 회사가 성장하고 책임질 식구가 많아지니까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여전히 저희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의 범위가 훨씬 커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하는 거, 그 어쩔 수 없음을 끌고 가는 게 앞으로의 일인 것 같아요.

형: 당연히 모든 과정이 즐거울 수만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로 모든 걸 감내할 수 있게 돼요. 그게 지금 우리의 설렘이자 기쁨이에요.

점심을 먹고 나면 연희동으로 산책을 간다. 적잖이 드나들어 이젠 너무나 친숙한 카페, 고개를 들어야만 보이는 “MANUFACT COFFEE ROASTERS”라는 글자가 오늘따라 친근하다. 오래된 계단을 올라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 내리는 손들을 바라보다 카페를 나서면 고소한 점심시간도 끝을 향해 간다. 상냥한 말씨와 친절한 커피가 있는 곳, 편안한 좌석은 아니지만 기꺼이 엉덩이 붙이고 시간을 쌓아가고 싶은 곳. 나는 내일도 매뉴팩트 커피로 즐겁게 향할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오랜 이웃집에 가는 듯한 마음을 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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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사진 매뉴팩트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