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Sweet Home

버터색 온기가 채워진 집

유빈 씨 가족의 집을 색깔에 빗대자면 부드러운 버터의 색이다. 조급하지 않은 한낮의 햇살이나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기의 온기, 나긋한 목소리로 나누는 대화 같은 것들을 닮았기 때문이다. 공간의 분위기는 머무는 사람을 닮는다는데, 유빈 씨 가족이 머무는 집에는 포근함이 내내 함께한다.

세 사람을 닮은 공간

김유빈 | 광고대행사 AE

가족과 집을 소개해 주세요. 

엄마 김유빈, 아빠 박철원 그리고 태어난 지 4개월이 된 딸 지음이가 함께 판교에 살고 있어요. 판교는 남편과 연애할 때 처음 와봤는데, 조용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더라고요. 그래서 결혼과 더불어 판교의 새 아파트로 이사 왔죠. 25평의 평범한 집이지만 층고가 3미터로 높아서 개방감이 느껴져요. 그리고 침실의 창이 정남향이라 해가 잘 드는데요. 햇빛이 쏟아질 때 낮잠 자는 기쁨을 아기에게도 알려주고 있어요. 

 

아기방에서 주방과 거실이 들여다보이는 구조가 독특해요. 

주방과 맞닿아 있는 큰 방이 아기의 공간인데, 벽을 반씩 허물었어요. 요리하면서도 아기를 살필 수 있고, 아기방에서는 거실이 훤히 보이죠. 방이 분리된 덕분에 아직까지 거실에서는 신혼집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생각해요. 언제 점령당할지 모르지만요(웃음). 

 

곳곳에 쓰인 버터색이 집을 포근하게 만드네요. 

공사를 하고 보니 하얀 도배지와 거실의 붙박이장, 푸른색으로 코팅된 통창까지 집이 좀 차가워 보였어요. 그래서 따뜻한 느낌의 베이지색 아이템들을 골랐죠. 너무 차분하면 밋밋하니까 노란색 포인트도 주고요. 주방 싱크대와 수납장에는 버터색 필름지를 발라서 나만의 주방을 완성했어요. 

 

집을 꾸밀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궁금해요. 

남들 다 하는 인테리어는 하고 싶지 않아서, 우리 가족과 닮았고 잘 어울릴 만한 아이템을 선택했어요. 그래서인지 평소 인테리어 자료를 많이 찾아보는데도, 우리 집과 똑같은 레퍼런스는 본 적 없어요. 또 아기 물건에 패브릭 자수를 놓는데요. 어릴 때부터 바느질과 패브릭을 좋아해서 그런지 프랑스 자수가 재밌더라고요.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 것, 하나밖에 없는 것을 만들 수도 있고요. 

 

가구나 아기 용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요? 

아기에게 물려줄 만큼 오래 쓸 수 있는 걸 골라요. 혼자 살 때는 예쁘면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결혼 후에는 달라졌어요. 꾸밈을 위한 꾸밈은 피하고 싶어서 갖고 싶은 걸 다 사지 못하더라도 한번 살 때 좋은 것을 사죠. 또 아기가 있는 집이지만, 부부가 살던 때의 분위기와 크게 어긋나지 않길 바랐어요. 그래서 아기 용품도 북유럽 브랜드들을 찾아보며 디자인의 마지노선을 정했죠. 

 

‘우리 집’을 떠올리면 어떤 분위기가 연상되나요? 

그야말로 ‘우리다운’ 집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아파트에 같은 구조라도 사는 모습이 전부 다르잖아요. 앞으로 어떤 모양의 집에서 살게 되든 우리다운 모습으로 채우고 가꾸며 살아가고 싶어요.

가족의 시간이 무르익는 공간

1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
테이블에 앉아 글도 쓰고 작업도 해요. 간단한 식사를 예쁘게 차려 먹기도 하고요. 거실에서 남편과 딸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 우리 정말 행복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2 풍경이 보이는 주방
싱크대에 서면 벽이 아니라 거실의 커다란 창이 보여요. 멋진 청계산 자락이나 하늘의 풍경을 즐길 수 있죠. 주방 일을 할 땐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해서,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시작과 함께 주방에 출근해요.

3 우리 집에서 가장 예쁜 아기방
대대적으로 공사해서 답답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었어요. 덕분에 주방이나 거실, 집 어느 곳에서도 아기를 확인할 수 있죠. 바닥에 매트를 깔아두었더니 아기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시간을 보내요.

4 스티비 원더 빈티지 바이닐
커버가 다 해어진 빈티지 바이닐이에요. 원래부터 스티비 원더의 노래를 좋아했지만, 아기를 낳은 후에 ‘Isn’t She Lovely’라는 곡이 더 좋아졌어요. 가사를 생각하며 들으면 왠지 뭉클해지기도 하고요.

5 몰스킨 다이어리
늘 기적 같은 일이 가득한 육아 일기를 남겨보라며 친구가 형광민트색 커버의 몰스킨 다이어리를 선물로 줬어요. 나중에 딸이 커서 엄마 일기를 읽어보면 재밌을 것 같아 열심히 기록하고 있죠.

6 City Series No.1 Berlin 포스터
남편과 떠난 베를린 휴가에서 찍은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예요. 원래는 개인 소장용이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분이 예쁘다고 칭찬해 주셔서 용기 내어 판매도 해보았답니다.

7 allo&lugh 아기 모빌
딸 지음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에요. 이 모빌을 보면 눈이 동그래져서 방긋방긋 웃거나 가만히 응시하기도 해요. 알록달록한 색으로 조합된 패브릭 모빌이라 위험하지 않아요.

8 PLUS MINUS ZERO 컬러 선풍기
이 노란 선풍기를 쓰고 싶어서 여름을 기다려요. 짙은 색의 우드가구나 깔끔한 화이트 인테리어에도 모두 잘 어울려요. 날개가 돌아가는 모터 소리도 별로 들리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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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사진 김유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