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소중한 사람들이 사는 오래된 아파트
수곤 씨네 가족은 소음이 끊이지 않는 동네에서 도망치듯 나와 산꼭대기의 고요한 아파트를 택했다. 집에 대한 진한 애정이 생긴 건 그 다음부터, 소중한 가족의 공간에 시간과 취향을 들인 이후다. “빈티지 가구는 운명처럼 우리 앞에 나타난다.”는 수곤 씨의 말처럼, 산꼭대기의 조용하고 오래된 이 아파트도 운명처럼 세 가족 앞에 나타난 게 아닐까.
빈티지가 주는 안정감
가족과 집을 소개해 주세요.
아빠인 저 배수곤, 엄마 최영지, 다섯 살 배테오, 열세 살 고양이 카카 네 가족이 살고 있어요. 저희 집은 부산의 오래된 아파트고, 거주한 지는 3년정도 되었어요. 부산은 워낙 지형이 구불구불한 데다 직선코스가 드문데, 특히 저희 집은 아주 높은 지대의 산꼭대기에 있어요. 이전 집들에서 혹독한 소음을 겪다가 이 아파트는 도피처로 이사 온 곳이나 다름없죠. 위치와 입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저희 가족이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덕분에 아주 조용한 데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오래 거주하게 된 아파트가 되었네요.
‘라디오소년’이라는 빈티지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 취향과 안목이 인테리어로도 이어진 것 같은데요.
어린 시절부터 옷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만 입을 수 있는 빈티지를 선호하게 되었어요. 그 영향으로 빈티지나 오래된 것에 거부감이 없었고요. 집이 생기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 인테리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어린 시절의 취향이 반영되어 오래된 가구와 집기가 많은 편이에요.
집을 꾸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요?
집에서 도배, 장판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집 안의 중심이 되는 주방에 포인트를 줘서 빈티지 가구와 조명이 조화를 이루는 쪽을 택했어요. 주방은 사용하면 할수록 우리 가족의 정성이 묻어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이 집의 테마를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로 채워진 ‘안정감’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많은 쇼핑 실패와 깊은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이전의 실패 경험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우리는 무엇인가 사야 하고 사고 싶은 게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저 역시 더 원하는 것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이쯤에서 타협하고 더 이상 쇼핑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않아요.
가구나 소품을 고르는 기준 몇 가지를 알려 주세요.
제일 먼저 활용도를 따지며 구입해요. 디자인만 보고 구입한 것들 중 처음엔 좋지만 나중에는 용도에 맞지 않아 없앤 것도 꽤 되거든요. 그리고 최대한 같은 국적의 물건을 구입해요. 비슷한 연대기의 시대, 같은 국적의 물건이라면 놀랍게도 구색과 밸런스가 일치해서 여러 물건을 두었을 때 잘 어울릴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가구라면 최대한 같은 수종, 그릇이라면 최대한 같은 계열의 색상을 선택해요. ‘우리 집’을 떠올리면 어떤 단어가 연상되나요? ‘소중함’이죠. 가족이 소중하기 때문에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집 또한 아주 소중하게 생각해요.
1 앙드레 소르네André Sornay 50s 사이드보드
빈티지 가구는 운명처럼 우리 앞에 나타나요. 앙드레 소르네 사이드보드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두 번이나 찾아간 끝에 구입한 거예요. 우리 집으로 온 사이드보드는 그릇이 가득 저장되어 있는 보물창고예요.
2 디구앙Digoin Sarreguemines 그릇들
아내는 무채색 그릇을 수집해요. 프랑스 빈티지 그릇을 좋아하고요. 끝이 깨졌거나 모난 것, 누군가의 나이프 자국으로 거칠어진 단면을 좋아해요.
3 그라램프La lamp GRAS 30s
오랜 시간 그라램프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르코르뷔지에가 자신의 공간뿐만 아니라 곳곳의 클라이언트 공간에 설치한 램프죠. 오리지널 빈티지는 구입이 쉽지 않았지만 이것 역시 운명처럼 프랑스 조명수집가에게 좋은 가격에 구입했어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린 후에 수집가에게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4 푸키도Fuukidou 드립 주전자
손에 꼭 맞고 모양도 아름다운 주전자를 물색하다가 구입하게 된 푸키도 주전자는, 1945년 창업 이래 니가타현에서 3대째 이어져 오는 공방의 이름이기도 해요. 전통 공예품으로 치부되지만 심플한 디자인과 기능미를 갖춘 물건입니다. 겉면이 구리로 되어 있어 오랜 시간이 지나며 발현되는 탁색이 멋스러워요.
5 아이자와 공방 포크, 토리와이어 공업사 펀칭 국자, 구입 미상의 나무 주걱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는 조리 도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손에 익고 정말 쓸모 있는 도구들만 가지고 있어요. 그중 장인이 직접 단조하거나 깎아 만든 물건을 선호해요. 손잡이 부분의 덩굴 감기 마무리는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죠.
6 재키 곰돌이, 구입 미상의 곰 인형들
집에서 소중한 소품을 떠올리자니 아이가 정말로 사랑하는 곰 인형들이 떠올랐어요. 아이가 더 어릴 때부터 가지고 다닌 애착 인형이기도 하고, 지금도 여전히 가장 사랑하는 인형들이에요.
7 아내의 책상이 있는 서재
아내는 작년 자신만의 책상이 생긴 이후로 그 공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요. 책상 위며 서랍 속까지 아내 취향 그 자체예요.
8 혼자서도 잘하는 테오의 방
아이는 자기 방에서 지내는 시간을 정말 좋아해요. 책 보고, 장난감 가지고 놀고, 퍼즐 하고, 혼자 잠드는 모든 것을 자기 방에서 합니다.
에디터 이다은
사진 배수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