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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율에 맞춰 해롱해롱 비틀비틀
어느 이자카야에서 혼자 생맥주를 마시며 시집을 읽은 적이 있다. 동시집이었다. 어른만 드나들 수 있는 곳에서 아이를 위한 동시를 읽는 건 퍽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조합으로 동시집을 읽는 이를 발견했다. 정확히는 귀로 들었다.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이었다. 물개박수를 치며 “신기해! 너무 신기해!” 소리 지른 밤을 기억한다. 술 마시며 시를 읽는 유쾌한 세 사람, 능청과 풍문, 털보를 만나 해롱거리며 함께 풍류를 읊었다. 생맥주 대신, 난생처음 와인병을 기울이며.
팟캐스트계의 술꾼! 시시콜콜 시시알콜(이하 ‘시시알콜’)을 소개해주세요.
능청: 술 마시며 시 읽는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입니다. 만 3년, 햇수로 4년째 시 읽으며 술 마시며 팟캐스트를 진행해왔어요. 저는 알면 아는 척, 몰라도 아는 척하는 능청이라고 하고요.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이것저것 재밌는 콘텐츠를 시도하며 지내요.
풍문: 저는 시시알콜 초창기부터 능청이랑 같이 팟캐스트를 해오고 있는 풍문이에요. 능청이랑 연애하며, 또 같은 광고 회사에 다니면서 시시알콜도 만들게 됐어요.
털보: 저는 2017년 봄부터 시시알콜에 합류하게 된 털보라고 해요. 전쟁 같은 연애를 하는 친구들 사이에 끼어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와 술을 사랑하고 있어요.전쟁 같은 연애를 하고 있군요(웃음).
털보: 매일이 전쟁이에요.
능청: 자주 다투는 편이에요. 어느 겨울엔 작업실에서 풍문과 심하게 싸우고 있는데 털보가 온 적이 있어요. 미안하지만 10분만 나가 달라고 부탁하고는 빠르게 싸우고 빠르게 화해했어요. 엄동설한에서 털보는 벌벌 떨어야 했죠(웃음).
풍문: 저희가 칼로 물 베고 있으면 그 물에 흠뻑 젖는 게 털보예요.
자, 전쟁 종료! 건배부터 할까요?
능청 풍문 털보: 짠! 반갑습니다.
‘오천만 인구가 술을 마시면서 시를 읽을 그날까지 이어질 팟캐스트, 현대적 풍류를 즐기게 되는 그날까지!’라는 문구로 소개하고 있어요.
풍문: 사실 술 마시며 시 읽는 건 전통적인 느낌이 있잖아요. 시시알콜은 그런 전통성에 팟캐스트를 얹어서 고루하단 느낌을 없애고 싶었어요. 재밌다고 느끼길 바라며 만든 문구죠.
능청: 옛 선조들이 배 위에서 “날이 참 좋구나, 시 한 수 읊어봐라.” 했다고 하잖아요. 그런 풍류를 재해석해보자는 의도도 있었어요. 기존에도 책과 술을 연결한 행사는 많았어요. 이에 비해 시시알콜은 시와 술을 본격적으로 페어링했단 느낌이 들어요.
능청: 회사에 다니면서도 심심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뭔가 해보고 싶어서 궁리하곤 했어요. 풍문과 제가 함께 좋아하는 걸 찾다 보니 시 읽기와 술 마시기가 떠오르더라고요. 풍문이 판교에 살 땐 같이 버스 타고 이동할 일이 많았는데, 터널을 지날 때마다 각자 읽던 시집에 불빛이 비쳐서 노래졌다, 까매졌다 하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어느 날 문득 자고 일어났는데 ‘이런 거 같이 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풍문: 맥주를 좋아해서 처음엔 맥주로만 해보려고 했어요. ‘어디서 시詩비어Beer’ 같은 이름으로요(웃음).
왜 하필 팟캐스트였나요?
능청: 시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건 청각이 아닐까 했어요. 술도 소리로만 들으면 더 마시고 싶어지잖아요. 그 둘이 뭉쳤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날 거라 생각했고, 청각에만 집중하는 매체는 팟캐스트밖에 없겠다 싶었죠.
풍문: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시도, 술도 좋아해서 엄청나게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주정뱅이의 숙명처럼 뭘 읽었는지, 뭘 마셨는지 전부 기억하질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 좋아한 것을 음성 다이어리처럼 기록하려고 했던 거죠. 그러다 듣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게 되어서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어야겠단 책임감이 생겼어요.
처음엔 기록용이었던 거군요.
풍문: 맞아요. 초창기 방송을 들어보면 듣는 사람을 고려하고 만든 방송이 아니란 게 느껴질 거예요. 시종일관 취해 있거든요.
능청: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방송이 펑크 난 적도 많아요. 감정이 격해져서 아무 말이나 해버렸거든요(웃음). 업로드된 방송들도 내보내지 못할 말들은 다 잘라내고 올린 거예요.
미공개분이 궁금해지네요(웃음). 시와 술을 페어링하는 방송인 만큼 시도, 술도 잘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능청: 원래도 관심이 많았지만 방송하면서 더 깊이 좋아하게 됐어요. 이전에는 잠깐 읽고 마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시 쓰는 수업을 듣기도 하고 읽는 걸 넘어서 더욱 넓게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털보: 저는 이 방송을 하기 전에는 시집을 사본 적도, 들춰본 적도 없었어요. 술도 왜 마시는지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었죠. 근데 시시알콜을 하면서 제게 시와 술이 의외로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풍문: 저는 뭐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알고 보면 좋지 않은 게 없거든요. 술이 맛없다고 생각하는 건 매번 소주나 맥주만 들이켜서 그런 것 같아요. 근데, 털보는 국문과 출신인데 시집을 한 번도 안 사봤다고?
털보: 국문과 나왔지만 시 수업은 한 번도 안 들었어. 사회학을 복수전공 해서(웃음)….
가장 좋아하는 시집이 궁금해요.
능청: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랑 심보선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요. 박준 시집은 시시알콜을 시작하게 해준 시집이기도 해요.
풍문: 좋아하는 시인과 시집은 매일 바뀌어요. 방송하면서 제가 금사빠라는 걸 절절히 느끼고 있죠. 술도 제일 좋아하는 거 하나만 꼽는 건 너무 힘들어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고, 상황도 매번 다르기 때문에…. 그래도 방송하면서 좋아하는 게 계속 생기는 거니까 금사빠여도 좋아요.
털보: 좋아하는 게 계속 경신되는 느낌이에요. 저도 모르게 녹음할 때마다 “제 최애 시입니다.” 하게 되더라고요. 방송이 끝나면 그 최애 시집을 지인에게 선물하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능청: 아, 네가 읽은 걸?
풍문: 중고로 버리는 거네?
털보: 헌책 받는 거 좋지 않나요? 흔적을 볼 수 있잖아요.
저는 좋아해요. 저라면 밑줄 긋지 않을 법한 구석에 체크된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죠. 최근에 선물한 책은 뭐였어요?
털보: 김경미 시집 《밤의 입국 심사》요. 회사에 팀 후배로 들어온 친구에게 선물했는데, 다행히 다 읽었다고 하네요(웃음).지금 저희가 마시고 있는 와인, 이건 어떤 술이죠?
풍문: 로소 디 카모미Rosso di Ca’momi인데, 로소로 시작했으니 이탈리아에서 온 레드와인 같아요.
능청: 음… 캘리포니아 거네. 이탈리아 품종이 아닐까?
사장님: 이탈리아 브랜드가 캘리포니아에 정착해서 만든 와인이에요.
능청: 반씩 맞혔네!
와인을 이렇게 본격적으로 마시는 건 처음이에요. 이 와인은 맛이 어때요?
능청: 아, 정말요? 저는 이 와인 좋아해요. 너무 드라이하지도 않고 몽글몽글하거든요. 목 넘김도 부드럽죠. 캐릭터가 세지 않고 무난해서 음용성이 좋다고 생각해요.
풍문: 매트한 화장이 잘된 날 마시고 싶은 세련된 맛?
털보: 맛 표현은 어려운데, 음… 가성비가 좋은 것 같아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지만 방송 콘텐츠를 정할 때 시집이 먼저예요, 술이 먼저예요?
능청: 대부분 시집이 먼저예요. 술을 정해놓고 시집을 고르려니까 더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시집이 정해지면 술을 고르는 건 수월해요. 술 대장 풍문이 있으니까요(웃음). 심사숙고해서 본인이 먹고 싶은 술을 고르거든요.
털보: 저랑 능청이 민주적으로 의견을 던지면, 의견에 관계없이 독재자가 선택하는 식(웃음)?
풍문: 저는 한 번도 제가 먹고 싶은 술을 먼저 말한 적은 없어요. 적어도 이들이 술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특정 시집에 어울리는 술을 생각하도록 장려하는 거죠. 어울리는 술을 하나씩 찾아오면 “그래, 너희들 생각은 알겠어. 근데 정답은 이거야.” 이런 식이랄까요.
풍문은 술을 고를 때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요?
풍문: 지극히 제 경험에 따른 빅데이터요. 유난히 술 마시고 싶게 만드는 시나 문장들이 있어요. 거기에 집중해서 어울리는 술을 찾는 거죠. 저는 좋아하는 이유를 말할 수 있는 게 좋아요. 좋아하는 걸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술을 고른 이유도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편이죠.
방송 중간중간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하는 소리, 꿀꺽꿀꺽 술 마시는 소리는 정말 자극적이에요. 순식간에 술이 먹고 싶어지거든요.
능청: ‘짠’ 소리를 맑게 내려면 잔 아래를 잡는 게 중요해요. 짠 소리가 청명해야 신이 나고 자극이 되거든요. 저희는 술이 내는 소리를 신성하다고 여겨서 술을 따르거나 건배를 할 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요. 맞춘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더라고요.
털보: 진행자는 세 명인데 마이크는 항상 네 대를 설치해요. 잔 부딪치는 소리를 잘 녹음하기 위해 건배할 땐 네 번째 마이크 앞에 대고 하게 돼요. 술을 마실 때도 마이크를 목에 대고 마셔서 액체가 넘어가는 소릴 더 잘 들리게끔 만들고요.
풍문: 술은 우리 방송에서 제4의 멤버 같은 존재예요. 술을 설명할 때마다 “이 친구는~” 하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웃음).
그래서 술 마시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 거군요. 그런데 안주 먹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풍문: 아는 술보다는 매번 새로운 술을 소개하다 보니 술맛 자체를 잘 느끼는 게 중요해요. 술에 집중하기 위해 안주는 늘 물이죠. 씹는 음식은 녹음이 끝나고 먹는 편이에요.
털보: 술은 목구멍으로 확 넘길 수 있지만, 안주는 씹다 보면 말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해요. 그거 때문에라도 더 안 먹으려고 해요. 쩝쩝대는 소리가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 술이 고프다!’ 하는 순간들이 있나요?
능청: 광고 회사에 다니다 보니 야근이 잦아요. 새벽에 퇴근하기도 하고, 밤을 새울 때도 있죠. 애매하게 야근하고 새벽 두 시쯤 퇴근할 때가 있는데 그때 술이 제일 당겨요. 하루를 꼬박 회사에 헌신했는데 이대로 집에 가서 자고 다시 출근하긴 좀 아쉬운 거죠.
풍문: 저는 한밤에 갑자기 벌어지는 술자리가 제일 좋아요. 그 시간에 나간다는 건 호출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마음과 언제나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걸 두루 증명하는 일이니까요. 사실 저는 갖은 핑계를 다 대면서 술 마시는 사람이거든요. 음식을 먹다가도 이 밥 때문에 술이 마시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아, 근데 술이 없으면 진짜로 안 넘어가는 음식이 있다니까요?
어떤 거요?
풍문: 김치찌개랑 삼겹살.
능청: 평양냉면이랑 곱창.
풍문: 맞아, 평양냉면! 선주후면이지. 술 마시고 국물 마시고, 술 마시고 면 먹고.
능청: 크으! 술을 좋아하면 할수록 음식에 대한 지평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술만 마시는 것도 좋지만, 술맛을 증폭시키는 건 잘 어울리는 안주니까 음식도 더 다양하게 먹으려고 하죠.
시시알콜이 추천하는 술과 안주의 페어링은?
털보: 위스키랑 빠삐코요. 보통 위스키랑 초콜릿을 많이 먹는데, 초콜릿은 고형이어서 딱딱하잖아요. 빠삐코는 액체라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요. 취향 저격.
능청: 너무 평범한 답안이지만, 김치찌개에 소주요.
풍문: 아, 김치는 아주 신 걸로. 참치나 햄은 안 돼요. 무조건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로.
털보: 평범하게 짝짓자면 피자에 맥주가 최고죠.
능청: 마라탕에 연태고량주.
풍문: 김치에 소주. 건강해지는 기분이 드는 조합이죠.
능청: 김과 맥주.
풍문: 구운 김에 양맥.
양맥이요?
능청: 양맥이라고 위스키 1에 맥주 9 정도 비율로 섞는 술이에요. 저희는 보통 제임슨Jameson 위스키랑 섞어 마셔요. 생각보다 고소하고 맛있거든요. 실제로 바에서도 판매하는 칵테일인데, 빨리 취하니까 조심해야 해요.
풍문: 저는 계량하지 않고 붓는 게 좋아요. 계량하면 좀… 정 없으니까.
일본의 짧은 시, 하이쿠를 다룬 회차도 있었죠. 털보가 일어로 시를 읽자마자 다들 웃음이 터졌잖아요. 시는 그만큼 언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장르란 생각이 들어요.
털보: 일본어는 영어보다 확실히 낯선 언어잖아요. 제가 유창한 영어로 낭독했다면 웃지 않았을 거 같아요. 기회가 되면 우리나라의 시를 제 나름대로 일본어로 번역해서 읽어보고 싶어요. 언어가 달라지면 체계나 발음이 달라지고, 자연스럽게 느낌도 달라지니까 완전히 다른 감상이 생길 것 같아요.
풍문: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그 안에 있는 감정은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능청과 쿠바에 간 적이 있는데요. 능청은 스페인어를 전혀 하지 못했고, 저는 단어만 간신히 아는 정도였거든요. 근데 술집에서 만난 쿠바 사람이 자기가 쓴 시라며 스페인어로 된 시를 읊어준 적이 있어요. 단어 두세 개만 겨우 알아들었는데도 능청이랑 그 시에 관해 공통적인 감상을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매주 팟캐스트를 통해 낭독하는 셈인데, 낭독 실력도 부쩍 늘었을 것 같아요.
능청: 호흡 감이 생겼어요. 중간중간 쉬면서 읽는 게 시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말하지 않는 여백의 포인트가 이 시를 채워주는 요소처럼 느껴지거든요.
풍문: 능청과 털보는 목소리와 발음이 좋아서 처음부터 낭독을 잘하더라고요. 저는 낭독에 적합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읽는 게 좋아서 좋았던 시 위주로 낭독하려고 해요. 감정을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전달하고 싶어서요.
털보: 풍문이 무척 겸손한 게, 이훤 시인의 시를 읽었을 때 시인이 직접 댓글을 남기기도 했어요. 풍문의 낭독을 듣고 눈물이 났다고요.
풍문: 그건 제가 눈물 날 것 같은 시를 골라 읽어서(웃음)….
시시알콜에서 새로운 술을 소개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하기도 하나요?
능청: 저랑 풍문은 데이트할 때도 시음회에 자주 가요. 얼마 전엔 전통주 시음회도 다녀왔어요. 바에서 숙성 연수가 다른 위스키를 한 번에 시켜서 조금씩 맛보며 비교하는 것도 종종 하고 있고요.
풍문: 저는 마트에 가면 주류 코너에서 발이 안 떨어져요. 새로운 술도 구경하고 가격도 비교해보고…. 비워도 비워도 다음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시시알콜 속에는 다양한 코너와 기획이 스며 있어요. 대표적으로 공개방송 ‘시집 옆 술집’이 있죠.
능청: 공개방송을 통해 청취자와 호흡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어요. 시인을 초대하고 술 마시며 직접 낭독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죠. 때마침 주변에서 해보지 않겠느냐 제안해주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풍문: 오프라인에서 청취자와 잔을 부딪치며 술도 마시고 시도 읽는 시간은 정말 재밌었어요. 엄청나게 취한 시인도 있었는데, 만취 낭독이 시인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재밌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카피라이터가 본업이어서인지 이름 짓는 솜씨가 남달라요. 시집 옆 술집이라니!
능청: 저희는 이름이 없으면 진행이 안 되는 성격이어서 공개방송 이름을 정하는 데도 엄청 오래 고민했어요. 그때 코멘트를 해준 게 오은 시인이었죠. 빠시詩즘 같은 것도 있었는데 단칼에 탈락했어요(웃음).
털보: 때마침 제가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1998)을 봤을 때여서 “시집 옆 술집 어때?” 하게 됐어요. 그제야 오은 시인이 오케이하더라고요(웃음).
풍문: ‘집’이 반복되는 것도 재밌고 시집에 사는 시인을 술집으로 꺼내온다는 느낌도 들어서 좋았어요.
다양한 기획을 곁들일 때마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풍문: 팟캐스트를 하면서 ‘이제 우리 어떡해?’ 하는 시점이 몇 번 있었는데요. 앞서 말했다시피 저는 좋아하는 걸 좋아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술이랑 시는 계속 바뀌는데 시시알콜은 그대로 머물러 있는 건 이상하잖아요. 술과 시에 어울리는 사람이, 방송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기획을 달갑게 고민하는 편이에요.
청취자가 늘어나면서 피드백도 다양해졌을 것 같아요.
풍문: 얼마 전엔 꽤 기억에 남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만일 사람이 한 권의 책이라면, 그 책에 멋진 문장이 하나도 없는 망한 책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말에 눈물이 났단 피드백이었죠. 크게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니었는데 사람마다 제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고마운 피드백이었죠.
능청: 제일 좋은 피드백은 역시 술 마시고 싶어진다는 이야기예요. “이거 듣고 맥주 한 캔 땄습니다.” 같은 거요.
털보: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랜선 어딘가에 술친구가 있다고 생각하면 맘이 따뜻해져요.
시시콜콜 시시알콜에게 술이란?
풍문: 술은 액체로 된 감정, 시는 그것들이 증발하고 남은 자국.
능청: 술도 시도 취하는 친구들.
털보: 이사라 시 중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벽인 줄 알았는데 오래도록 그렇게 열리지 않는 문門 이었구나” 술은 사람과 순간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 같아요.
굿바이 시즌 2 방송이 업로드되었어요. 돌아올 시즌 3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능청: 이 방송을 계속 사랑하려면 또 한 번 변화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서 시즌 3을 꾸리게 됐어요. 시즌 3에서는 아무거나 다 해보려고 해요. 시시알콜을 영원히 할 순 없을 테니까 끝낼 때 끝내더라도 이 정돈 해봐야겠다 싶은 맘이죠.
풍문: 처음에는 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시를 읽고 술도 마시고 싶었는데, 하다 보니 듣는 귀가 많아지더라고요. 심지어 시인이나 출판계 관계자들도 듣고…. 점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말도 조심조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어요. 재밌는 시도를 너무 못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러다간 시시알콜 자체를 좋아하지 못하게 될까 봐 개편을 결심했죠.
털보: 시즌 3은 굳이 비유하자면 <무한도전> 스타일이 될 거예요. 늘 새로운 형태, 새로운 특집으로 녹음할 계획이거든요. 랜덤 술 게임을 접목한 랜덤 시 읽기 같은 코너도 만들어보려고요. 해보다 재미없으면 말고, 그런 식으로 자유롭게 만들어갈 거예요.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김연경 장소 협조 바3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