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서나 간간히 꽂히던 우체통이 모처럼 묵직해진 어느 날, 모르는 사이 시간이 또 흘렀음을 깨달았다. 구독하는 계간지들이 우체통의 작은 구멍에 우겨넣은 몸을 겨우 지탱하고 있는 광경은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이다. 어떤 시간이 무사히 지나갔다는 사실과, 부지런한 사람들이 쌓은 노고가 마무리되었다는 사실까지 단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계간지를 받을 때면 계절마다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글 쓰는 사람, 인터뷰하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교정하는 사람, 디자인하는 사람…. 어쩜 그들은 같은 일을 계속하면서도 잘 사는지 놀랍다. 나는 요즘 자꾸만 지금과 다르게 살고 싶어진다. 틈만 나면 딴생각에 잠겨 먼 세계에 다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