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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느세자매
Funk you very much!
두 남자가 만나 디저트 카페를 만들었다. 간판도 없고 주소도 검색이 안 되는 곳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유리창 너머 주방에서는 케이크를 만드는 손놀림이 분주하고, 목욕탕 모양의 타일이 깔린 바닥에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눈다. 어떻게 즐겨야 한다는 딱딱한 규칙 대신 느슨한 분위기가 있고, 완벽하고 화려한 인테리어 보다는 조금 덜 채운 풍경이 멋진곳.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
앉아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자매가 운영하는 곳인 줄 알았어요.
그렇게 오해하시는 분들도 간혹 계세요. 옹느세자메on ne sait jamais라는 이름 때문일 텐데,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라는 뜻의 불어예요. 아무래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여서 더 생소하게 느끼실 것 같아요.
어떻게 짓게 된 이름인가요?
생텍쥐페리Saint Exupery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이에요. 아마도 어린왕자가 사업가를 만나는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 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은 휴화산도 함께 청소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러면서 말하죠.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저는 처음에 그 단어를 어떻게 읽는지도 알지 못했고, 발음을 알았을 때도 그 느낌이 너무 낯설다고 느꼈어요. 속된 말로 ‘인생 모르는 일이야.’라는 말을 쉽게 하듯 우리 안에 넓게 퍼져있는 뜻인데 낯선 언어로 보니 또 새롭게 느껴졌던 거죠. 그 낯섦이 주는 묘한 울림이 있더라고요. 잘 되든 못 되든 다 품을 수 있는 이야기겠구나 싶었죠.
하지만 그 뜻을 알아도 ‘디저트 카페’라는 생각은 떠올리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메뉴판에 아주 조그마한 글씨로 새겨둔 말이 있어요. ‘어차피, 그리고 솔직히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즐겁습니다. 일단 try it(eat)’이라고요. ‘시도하다’라는 말이 ‘먹다’라는 말과 같은 음절로 발음되는 거죠. 디저트는 선택 같은 거잖아요.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그만이니까 오히려 더 쿨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의미를 확장해서 사용하고 싶었어요.
그러고 보면 카페 인테리어도 ‘쿨내’ 같은 것이 풀풀 풍기는데요. 목욕탕이 연상되기도 하고요.
저희 공간을 보고 고객들이 일종의 ‘낯섦’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공간은 도대체 뭐지?’ 하고 반응하도록 말이에요. 누구는 목욕탕이 라고 부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공원 스탠드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낯섦을 유지하되 친근한 소재로 접근해서 거부감을 줄이려고 노력했죠. 인테리어 하는 ‘푸하하하 프렌즈FHHH Friends’와 함께 작업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도 그 공간에서 무엇을 추억하든 재미있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낯설되 친근한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이해하면 될까요?
하지만 어느 것도 저희 스스로 규정짓고 싶지는 않았어요. 간판을 따로 두지 않은 이유도 그거예요. 원하는 별명으로 부를 수 있는 제멋대로의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에요. 각자가 사는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까 그 공간을 채우는 것도 개개인의 몫이겠죠. 굳이 키워드를 꼽으라면 낯설며 친근하고, 비우며 채우는 것 정도가 되겠네요.
비우면서 채우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 공간을 보면 아시겠지만 테이블도 없고 중간에는 커다란 구멍도 하나 있어요. 빈 공간이 사람들로 채워지는 거죠.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싶거든요. 조만간 아무도 모르는 일들이 생겨날 거 같기도 하고요.
계획하고 있는 게 있나요?
정확하게 무엇을 하겠다고 아직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음악과 관련된 이벤트를 마련할 예정이에요. 그것 역시 고정된 건 아니고 공간을 활용할 다양할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모여 앉아 그걸 즐기게 되겠죠.
결국 이 공간을 채우는 건 사람이 있는 풍경이네요.
그렇죠. 겉에서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자리에 앉으면 굉장히 아늑해요. 처음에는 일정 인원이 채워지면 더 이상 앉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채워주시는 거예요. 중간에 탕을 둘러서 앉기도 하고 말이에요. 오순도순 자유로운 그 모습이 굉장히 멋지더라고요. 이 공간이 이런 식으로도 채워질 수 있구나, 감탄했죠.
다른 카페처럼 마주 보는 구조가 아니라 비스듬히 앉아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자세가 되더라고요.
처음부터 ‘둘러앉다’라는 표현을 생각했어요. 가운데 빈 공간을 두고 얼핏얼핏 둘러앉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내가 이 사람 옆에 앉은 건지 저 사람 옆에 앉은 건지 재미있기도 하고요. 자연스럽게 옆에 앉은 타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죠.
일단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생각보다 손님들의 매너가 좋으세요. 청담동 같은 정갈한 서비스를 생각하신다면 조금 산만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국적인 분위기나 멋대로 앉아 어울릴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오신다면 나름 괜찮게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공간을 구상하기 전에는 과연 이게 가능할까? 하고 조금 걱정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모두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본능적으로 어느 자리에 어떻게 앉아야 할지 아시더라고요. 책 읽기 좋은 자리나 커피 냄새가 좋은 자리, 혼자서 머물기 좋은 자리를 저보다 더 잘 아세요.
평소에 좋아하던 장소가 있나요?
베를린 여행 중에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라는 유태인 추모 공원에 갔던 적이 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네모난 상자들만 가득한 공간이었죠. 들어가기 전에는 키 높이만 한 곳이었는데, 안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길들이 굽이치며 점점 더 깊어지는 거예요. 그때 그 울렁거림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대개 우리는 겉에서 시각적인 것에만 함몰되어 섣불리 무언가를 판단하잖아요. 하지만 그 안으로 직접 발을 딛는 순간부터는 소용돌이치는 무언가를 경험할 수도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저희 공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조금의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그 안쪽에는 아늑한 자신만의 공간이 있거든요.
먹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디저트 카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옹느세자메는 2년 전쯤 술자리에서 처음 나온 이야기였어요. 당시 저와 공동으로 가게를 운영하시는 최 대표님은 제빵 쪽 경력이라면 이미 알아주는 분이셨고, 저도 마케팅 쪽에서 일을 했었거든요. 둘이 힘을 합치면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하지만 둘 다 가정이 있어서 허투루 시작할 수는 없었고,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를 하게 됐어요.
일을 분담하면서 서로 의견 차이는 없나요?
서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르니까요. 매장의 진열장을 기준으로 주방은 흰색 전등이고 손님이 앉아있는 공간은 노란 불빛이에요. 각자의 영역이 이미 나누어진 거죠. 회사로 친다면 기획이나 마케팅은 저의 몫이고, 메뉴의 개발이나 생산은 최 대표님이 하시는 거예요.
메뉴 가짓수가 꽤 많은 것 같아요.
현재까지 총 35개 정도가 돼요. 굉장히 많죠. 간혹 어디에서 납품받는 건지 여쭤보는 손님들이 계세요. 하지만 저희가 직접 다 만드는 제품들이에요. 공간은 작아도 직접 연구를 하고 빵을 굽는 파티시에가 네 분이 계시거든요.
옹느세자메 메뉴의 특별한 매력이 있나요?
진열장을 보시면 그 종류만큼이나 스타일이 다르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제품의 모양이 칼같이 딱 떨어지는 쪽이 프렌치·재패니즈 쪽이고, 거친 느낌으로 마무리한 것이 아메리칸·이탈리안 스타일인데 이건 셰프의 성향에 따라 거의 한 가지 느낌으로밖에 갈 수 없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그 두 가지 스타일이 다 가능해요. 그만큼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뜻이겠죠.
디저트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나요?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역시 ‘옹 느세자메’ 그 자체가 아닐까 싶어요. 이곳에 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아요. 원래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의 대표 메뉴를 미는 것이 좋을 테지만, 저희는 그때그때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 괜찮다고 생각하는 재료들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요. 맛이라는 것은 타협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좋은 게 있다면 새로운 시도를 마다할 수 없죠.
손님 입장에서는 괴롭기도 하겠네요.
전에는 있었는데 왜 벌써 없어졌어요? 하는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의 색깔이 그런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드리는 것 말이에요. 그런 곳이 세상에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저 같은 경우는 메뉴 선택을 잘 못해요. 이곳에 오면 그게 제일 고민일 것 같아요.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메뉴 선택을 도와드리기도 해요. 일종의 큐레이팅 개념으로요. 저희 제품을 대표하는 맛 다섯 가지가 있거든요. 단맛, 신맛, 짠맛, 떫은맛, 담백한 맛. 지금 가장 원하는 느낌을 물어본 다음 메뉴를 추천해드리죠. 성별이나 그 전에 먹은 메뉴를 고려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이태원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다양한 요구가 있을 것 같아요.
한남동, 이태원 지역의 특징을 잘 알고 있어야 해요. 얼마 전에는 근처에서 플리마켓이 열린 적이 있었는데 저는 여기가 뉴욕인 줄 알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연예인, 패션피플, 강아지, 외국인, 젊은 커플, 직장인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오갔죠. 소위 말하는 핫(?)한 장소가 생겼는데 옆에는 경로당이 있어서 가끔 이곳을 궁금해하시는 어르신들께서 닥터피쉬는 언제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시기도 해요. 다른 어떤 곳보다 틀을 깨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돼있죠. 그만큼 다양한 취향과 입맛에 맞춰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자리가 없어서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도 꽤 있더라고요. 언제 방문하면 느긋하게 디저트를 즐길 수 있을까요?
평일이 그나마 조금 낫긴 한데 요즘에는 날씨가 좋아서 그것도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아마 비 오는 날이 운치 있게 즐기기에 좋지 않을까 싶어요. 조용한 음악을 감상하기에도 괜찮고요.
그러고 보니 매장 안에 음악 소리가 경쾌해요.
오후 2~3시에는 거의 펑크Funk를 들어요. 신나는 기분을 낼 때는 제임스 브라운만 한 음악이 없어요. ‘Get Up (I Feel Like Being a) Sex Machine’ 한 번 틀면 힘이 나요. 비 오는 날에 즐기는 어반Urban이나 리듬앤블루스R&B도 나쁘지 않죠
옹느세자메
추천메뉴 네 가지
옹느세자메에는 대표메뉴가 없다. 계절처럼 때가 되면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언제 사라질지 몰라 선택을 재촉하는 메뉴들. 어쩌면 이 지면을 읽고 난 다음이면 메뉴 한두 개는 이미 쇼 케이스 밖으로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른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01. 오리지날몽블랑
부드러운 마론 크림이 매력적인 이탈리아 스타일의 오리지날몽블랑이다. 귀여운 모양에 처음 반하고, 한번 먹으면 부드러운 마론 크림과 보늬밤의 조화가 새롭다. 부드러운 식감과 적당히 달콤한 타입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6천 8백원
02. 디프로마트 바나나 스쿱
시원한 디프로마트 크림과 바나나, 라즈베리, 피칸이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더운 날에 시원하게 즐기기 좋은 디저트로 각 재료들 하나하나의 맛이 살아있다. 달지 않은 재료들의 밸런스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7천 5백원
03. 리코타페라토르타
리코타 치즈에 커스타드와 생크림을 섞고 그 안에 서양 배를 채운 이탈리안 케이크다. 색다른 느낌과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할 만한 메뉴다. 달달하면서도 달지 않고, 시원함과 함께 느껴지는 서양 배의 식감이 독특하다.
8천 5백원
04. 마카롱 마스카포네 아이스박스케이크
마카롱과 체리가 겹겹이 쌓인 모양이 눈길을 끈다. 아이스박스케이크에 마카롱으로 포인트를 줬다. 마카롱의 쫄깃함과 체리의 상큼함이 조화롭다. 살짝 씹히는 발로나 다크 초콜릿과 마스카포네 크림이 단맛을 잡아준다.
7천 8백원
옹느세자메 On Ne Sait Jam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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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포토그래퍼 안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