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차가움 속에서 피어나다
차가움 속에서 피어나다
FLOWER FOR WINTER
아침 8시, 출근길에 옷깃을 여민다. 하얀 입김을 불며 장난을 치다가 무심코 가로의 화단을 보았는데, 말라가는 앙상한 가지들 사이에 노란 꽃이 빛났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꿋꿋이 피어나는 겨울 식물에게 말을 걸고 싶어, 그들의 대변인을 찾았다. 플로리스트 김슬기가 운영하는 1304 플라워 스튜디오는 시끄러운 이태원에서 몇 안 되는 조용한 뒷골목에 자리한 소박한 꽃 작업실이다. 을씨년스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그곳만은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고 무심한 듯 밝은 그녀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계절을 잊은 꽃
헬레보루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 가진 것 없는 어떤 이가 아기 예수의 구유에 봉헌한 꽃이 헬레보루스였고, 예수의 아름다움에 꽃이 그만 고개를 숙였다는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개화가 된 후에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꽃이 헬레보루스다. 혹독한 겨울 날씨에도 청초한 자태를 자랑하며 피어나는 헬레보루스는 빈티지한 꽃잎 색깔이 묘한 매력을 풍긴다. 진한 버건디, 퍼플, 연한 그린, 화이트 등 여러 가지 색상을 뽐내고 있어, 다른 꽃들과 꽃꽂이할 때 포인트 꽃으로도 많이 사용된다고. 크리스마스 전후에 피어나 ‘크리스마스 로즈’라고도 불리는데, 사실 장미는 아니고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다년초 식물이다.
꽃말 나의 불안을 진정시켜줘요
이렇게 키워요 눈 속에서도 핀다는 꽃인 만큼 더위에는 약하다. 직사광선이 없는 그늘에서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 또 물과 바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 3회 정도 물을 주는 것이 적당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놓아주자.
아네모네
‘아픈 사랑’을 이야기하는 세상 모든 영화나 노래들은 아마도 아네모네에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아네모네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의 아네모스Anemos에서 탄생했다. 미소년 아도니스가 죽을 때 흘린 피에서 피어난 꽃이 아네모스였다고. 겉모습은 화이트와 레드, 퍼플, 와인 등의 색깔로 화려하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는 이유가 꽃잎에 드리운 슬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원산지가 지중해 연안이라 겨울에 생육하고 여름에는 휴면한다. 한 번만 피는 다른 꽃들과 달리, 여러 번 꽃이 핀다는 점도 독특하다. 한번 꼭 키워 볼 법한 꽃이다.
꽃말 배신. 속절없는 사랑. 기다림. 비록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렇게 키워요 겨울에 피긴 하지만 직사광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놓아줘야 하며, 잎이 피기 전에는 과습에 약하기 때문에 심은 후 초반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물을 주는 것이 좋다. 개화 후 잎이 2~3장 나오고 겉흙이 마를 때 물을 주면 잘 자란다.
수선화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꽃들은 향이 없다. 이 얘기를 듣고 분명 아쉬워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한 꽃이 바로 수선화다. ‘설중화’라고 불리기도 하는 수선화는 추운 겨울, 마치 봄 같은 노란색으로 세상을 밝힌다. 생김새만큼 향기로워서 삭막함 속에서도 기분을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꽃이다. 수선화의 속명인 나르키수스Narcissu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나르시스(나르키소스)란 청년에서 유래한 것이다. 연못 속에 비친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게 되었고 그가 빠진 곳에서 수선화가 피었다는 전설. 그래서 자기주의, 자기애를 뜻하는 ‘나르키수스’라는 꽃말을 갖게 되었다.
꽃말 자기 사랑. 자존심. 고결
이렇게 키워요 가을에 심으면 1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약 10도 이하의 저온을 50일 이상 유지해줘야 웃자람을 방지할 수 있고, 스스로 튼튼하고 예쁜 꽃을 피운다. 수선화의 구근은 잘 소독하여 보관하자. 휴면기간이 지나고 그해 가을에 다시 심으면 다음 해에 또 꽃을 피운다.
광나무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정절을 지키는 여자처럼 고고하고 푸른 자태를 지니고 있다고 하여 여정목女貞木이라고도 불리는 광나무. 겨울에도 제주도와 남쪽 부근의 따뜻한 지방에 분포하는데,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다. 잎 또한 광이 날 정도로 건강해, 꽃말도 강인한 마음인가 보다.광나무는 열매와 가지, 잎 등을 모두 약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중 여정자라 불리는 광나무 열매는 겨울이면 검게 익는데, 허리, 이명, 간, 신장, 협심증, 정력 등에 효력이 있어 차나 한약 등으로 많이 내려 마신다고 한다.
꽃말 강인한 마음
이렇게 키워요 광나무는 보통 실생과 꺾꽂이로 번식을 한다. 종자가 잘 맺히는 나무기 때문에 주로 실생법을 많이 이용한다고. 실생 번식은 잘 익은 열매를 따서 종자를 발라낸 후 습기가 많은 젖은 모래에 저장했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하면 된다. 발아율이 높은 편이며 메마른 곳보다는 약간 습한 곳에서 더욱 잘 자란다.
겨울로 꾸민 테이블
1304 김슬기 대표의 COMMENT
겨울 파티 테이블이나 인테리어 작업으로 테이블을 꾸밀 때, 대부분은 화려한 장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뭇가지나 그린 소개(나무 류) 등으로도 충분히 겨울 느낌이 나는 테이블을 꾸밀 수 있다. 이번에 메인으로 사용한 것은 낙엽송이다. 다소 삭막한 느낌이 든다면 거기에 겨울에 피는 꽃 한 송이로 포인트를 주면 한결 따뜻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가랜드와 초를 함께 꾸민 겨울에 어울리는 테이블 장식.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커트러리나 식기류 등을 곁들이면 완벽한 겨울 디너 테이블이 완성될 것!
TIP
가랜드 장식을 할 때는 살짝 부족한 듯, 그리고 일정하게 않게 놓아야 훨씬 자연스럽고 멋스러운 연출이 가능하다. 초나 화병 등 다른 소품들도 무심한 듯 올려주자.
에디터 정혜미
포토그래퍼 안선근 자료 및 장소 1304 플라워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