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day, Family Memories Pile Up

매일의 소비에 온전히

가족의 소비는 소소히 쌓여 오늘도 추억을 만든다.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아기자기한 물건을 사 모으고, 건강한 식재료로 장을 보는 일까지. 매일 소비하는 일상에 소홀하지 않고 진심으로 다가서는 것. 가족의 현명한 소비는 여기서 시작된다.

소유하기 전에 나누기

구민영 | 보따리상점 대표
정아인 8세

아인이는 올해 초등학생이 되었죠. 학교생활은 좋아하나요?

요즘 새로 사귄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아가고 있어요. 열쇠고리와 연필캡 같이 작은 물건을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하고요. 아인이는 그림 그리기와 이야기 나누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여덟 살 어린이랍니다. 여전히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살아 저와 남편을 쉬지 못하게 하지만(웃음)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해주는 따뜻한 아이예요.

 

자기 걸 나누는 일이 아이에겐 어려울 수 있는데, 아인이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네요.

최근에는 하굣길에 길고양이들의 간식과 장난감을 사서 집사노릇을 해요. 그 시간만을 기다리며 다른 생명에게 마음을 내어 주는 모습을 보니 저도 부지런히 돕게 되더라고요(웃음). 아인이는 또래 친구들처럼 스티커나 수첩, 지우개, 작은 스탬프 같은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모으는 걸 좋아하는데요. 뭔가를 사면 친한 친구가 좋아할 만한 걸 하나 더 사고 친구에게 쓴 편지에 아끼는 스티커도 붙여줘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는 기쁨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대견하죠. 아이에게 거창한 소비 가치를 알려주기보다는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소비하고 소유한 것을 누군가와 나누는 기쁨을 몸소 깨닫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인이네 가족의 소비 방식이 궁금해지네요.

‘하나를 사고 싶으면 하나를 버리자’는 나름의 리추얼을 가지고 있어요. 물건이 쌓여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 정리하고 나누어요. 옷이 필요하면 가진 옷들을 정리해 보고, 장난감이 갖고 싶다면 집에 있는 장난감을 살펴보자고 하죠. 이런 습관 때문인지 아인이도 스스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분류하고 때론 “엄마, 이건 안 쓰는 거야.”라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해요(웃음).

 

아이에게 스스로 판단하고 소비할 수 있는 자립심을 키워주었네요.

어른인 우리처럼 아이에게도 그 나이대에 맞는 소비 욕구가 있음을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행 스케줄을 짤 때도 아이가 사고 싶은 물건, 보러 가고 싶은 곳을 우선순위에 두는데요. 소비에 있어서도 존중받고 있는 느낌 때문인지 아인이는 작은 물건을 살 때도 허투루 고르지 않아요. 저희 부부는 우스갯소리로 그래요. 아인이가 그림 그릴 때 색감과 디테일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어쩌면 물건 하나를 살 때조차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보던 그 힘 덕분이 아닐까 하고요(웃음).

 

아인이가 그림 그리는 모습이 상상돼요(웃음). 아인이네 가족이 매일 쌓여가는 일상의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우리가 소유했던 것보다 경험한 것들을 떠올리고 싶어요.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어떤 시간들을 보냈고 경험했는지가 중요하겠죠. 최근에 저희 가족은 수영을 시작했어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어릴 때 일상 속에서도 ‘같이’ 하는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요. 그 안에서 생겨나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작은 성취감들도 함께 느끼고 싶고요. 얼마 전엔 꽃시장에 가서 꽃을 한 아름 사 와 거실에 각자 사 온 꽃들을 쭉 펼쳐 두곤 꽃꽂이를 해보기도 했어요. 우리 가족은 함께 수영을 배우고 꽃을 사는 일처럼 작은 소비를 통한 경험의 힘을 믿어요.

THINGS WE LIKE

KID

옥인문방구

서촌에 오래된 문방구가 있어요. 이름도 친근한 옥인문방구! 뽑기 기계가 입구에 놓여 있는데, 아인이는 하나씩 모은 뽑기 친구들을 서랍 한쪽에 고이 모셔 두었어요. 추억이 더해져 어느새 애장품이 되었죠.

MOM

《긴긴밤》
글·그림 루리ㅣ문학동네어린이

아직 글만 있는 문고 책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서너 장씩 소리 내어 읽어주고 있어요. 이 책이 아인이의 마음속에 작은 씨앗을 움트게 해줬을거라고 확신해요.

건강히 먹고 자라나기

이현정 | 비마이매직 대표
한비 12세

《한비네 집 맛있는 이야기》에 등장했던 어린이 한비는 어떻게 자랐나요?

어느덧 열두 살 소녀가 되었어요.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시작된 한비의 새로운 관심사는 뜨개질이랍니다(웃음). 원래 저희 가족은 여행을 좋아했는데요.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뜨개질에 더욱 빠지게 됐죠.

 

한비네 가족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해요.

코로나19 이전엔 가장 많은 지출을 했던 분야가 여행이었어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일상을 보낼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한비는 학교 외에 사교육을 받지 않아요. 유일하게 배우는 건 체력을 길러주는 운동이고요. 사실 그동안 한비의 교육을 위한 지출은 거의 없었어요. 그렇게 모아온 돈으로 여행을 자주 다녔죠. 한비는 여행을 가는 나라가 정해지면 열심히 공부를 시작해요. 저랑은 전혀 다른 성향이라 조금 놀라운 부분인데요(웃음). 그곳의 유명한 건축물과 전시회가 소개된 책을 꼼꼼히 읽고 여행 중에 아는 것을 발견하면 그 정보를 엄마에게 조곤조곤 얘기해 줘요.

 

한비는 똑똑한 아이네요(웃음). 뜨개질은 잘하고 있나요?

그럼요. 벌써 2년째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데요. 한비가 꽤 오랜 시간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아이의 지구력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에 뜨개질 취미에 소비하는 걸 열심히 도와주고 있죠.

 

비마이매직은 아이들에게 안전한 제품 소비 문화를 이끄는 브랜드예요. 시작은 한비를 향한 엄마의 애정 어린 마음이었죠.

비마이매직은 한비의 ‘BEE’에서 출발해요. 제품들은 대부분 한비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고요. 아기 때 한비는 대단한 우량아여서 다리가 어마어마하게 오동통했는데요(웃음). 어떤 양말을 신어도 피가 안 통하고 종아리에 진한 양말 자국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제 도전이 시작된 거죠. 꽤 오랜 기간 연구해서 통통한 아이가 신어도 편안한 양말을 직접 만들었어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부터 주방 용품에 관심이 많았는데, 양말을 만들었던 경험을 발판삼아 아이들이 사용해도 안전한 주방 용기를 만들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비마이매직이라는 브랜드가 생겨났죠. 이름 뜻 그대로 한비는 저에게 마법같은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한 제품들을 떠올리며 실현해 나가는 것이 바로 비마이매직만의 노하우죠.

 

비마이매직 이전에 건강한 이유식 레시피로도 유명하셨어요. 책 출간까지 이어졌고요.

아이가 조금 크면서부터 이유식을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는데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셔서 《한비네 집 맛있는 이야기》를 출간하게 됐어요. 아이가 먹는 음식은 온전히 부모의 선택이잖아요. 한비에게는 반드시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었어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가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지며 성장한다고 믿었죠.

 

아이의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투자는 아낄 수 없네요.

저희 가족이 생각하는 가장 건강한 소비 역시 먹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좋은 식재료를 채워 장을 보고 안전한 조리도구로 요리를 하고…. 사실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식사 시간에 소홀해질 때가 많은데요. 엄마로서 가족들이 모두 잠든 시간, 맥주를 마시며 온라인으로 건강한 식재료를 고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웃음).

THINGS WE LIKE

KID

《손뜨개 영문패턴 핸드북》
글 니시무라 토모코ㅣ유나

한비가 보는 뜨개질 책이에요. 제가 뜨개질을 하려고 사둔 털실과 책 한 권이 계기가 되었어요. 하나하나 완성하더니 지금은 전문가 수준의 옷들까지 만들고 있네요.

MOM

상하목장 온라인 숍

상하목장의 건강한 먹거리를 꼭 추천해 드리고싶어요. 딸기잼과 유기농 버터처럼 기본적인 식재료부터 간단히 요리해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편식까지 품목이 다양해요.

추억이 우리에게 남긴 것

김희은 | 회색숲이야기 대표
김우주 4세

우주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곧 30개월을 앞둔 우주는 이맘때의 여느 아이들처럼 공룡과 중장비 차를 좋아하는 아이예요. 최근에는 모래놀이에 푹 빠져 있어서 주말마다 공원이나 해변을 찾고 있어요.

 

최근에 우주가 흥미로운 체험을 했다고 들었어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 다녀왔는데요. 우주가 정말 좋아했어요(웃음). 저희가 살고 있는 부산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아기 때부터 자주 찾던 곳인데 그땐 우주가 너무 어려서 유모차에만 앉아 있었거든요. 지금은 작품들도 제법 관심 있게 살펴보고 체험 활동에 적극적이더라고요. 미술관엔 아이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이 있지만 잘 찾아보면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이 많아요. 우주가 커서 문화,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런 시간을 자주 보내려 해요.

 

아이 교육의 일환으로 경험하는 일에 큰 의미를 두고 있네요.

주말에는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자연 속에서 많은 것들을 체험하며 시간을 보내려 애쓰고 있어요. 한적한 곳에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거나 장비를 간단하게 챙겨 미니멀한 캠핑을 즐기기도 해요. 귤이나 블루베리 따기 같은 농장 체험활동은 우주가 특히 좋아하거든요(웃음). 최근에는 경남 고성에 있는 공룡 박물관을 찾았는데요.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실내 전시는 운영하지 않았지만 야외에서도 우주는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내는 아이들을 보면 참 신기해요. 부럽기도 하고요. 저희 부부는 아이에게 단순히 좋은 장난감을 사주기보다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요. 그 경험들을 자양분 삼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우주가 귤 따는 모습도 보고 싶네요(웃음). ‘회색숲이야기’를 운영하고 계신데, 어떤 가치관을 가진 브랜드인지 궁금해요. 

회색숲이야기는 2014년에 오픈한 홈 패브릭 브랜드예요. 결혼 후 신혼집에서 사용할 패브릭 소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다가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오픈하게 됐어요. 무작정 유행을 좇기보다는 곁에 두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만듦새가 좋은 제품을 소개하고 있죠. 실제로 브랜드 초창기 제작했던 제품들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어요. 오래 사용하다 제품이 닳으면 다시 구매하러 오시는 분들도 많고요. 질 좋은 물건을 만들어 꾸준히 선보이자는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한 번의 소비를 신중히 하자는 마음이네요. 벌써 마지막 질문이에요. 가족의 일상에서 이룰 수 있는 현명한 소비란 어떤걸까요?

세상에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것들이 많아요. 자유, 경험, 어린 시절 행복했던 추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속하죠. 정말 좋은 추억은 물건처럼 쉽게 퇴색되지 않아요. 이런 의미에서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한 소비가 가장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해요. 우주가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경험과 추억이 주는 진정한 뜻을 알게 되었으면 해요. 그것들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도요. 끝으로 도미니크 로로의《심플하게 산다》의 한 구절을 답변으로 남기고 싶어요. ‘우리가 할 일은 인생을 물건으로 채우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몸을 감각으로 생기 있게 만들고, 마음을 감정으로 풍요롭게 만들고, 정신을 신념으로 성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THINGS WE LIKE

KID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
공룡 부활시키자 모래틀 

요즘 우주는 주말마다 공룡 모래 놀이 몰드를 가지고 놀면서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MOM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도자기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미술관이에요. 조용한 동네에 있어서 자주 찾는 곳이에요. 건축물도 주변 경관도 아름답고 매번 새롭게 바뀌는 전시 내용도 좋아요. 물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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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