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LAYEON

숨쉬기 좋은 봄날의 숲 영월, ‘어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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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좋은 봄날의 숲 영월, ‘어라연’

우리가 찾은 곳은 강원도 영월읍 거운리에 위치한 ‘어라연’이라는 곳이었다. 거운분교 맞은편으로 나있는 좁은 길을따라 걸으면 보통 30~40분 정도 후에 어라연에 도착할 수가 있다. 걷는 내내 길의 오른쪽으로는 폭이 넓은 강이 흐르고 있고, 복잡한 숲이 또 다른 쪽에 우거져 있다. 이곳은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지만 아름다운 ‘동강’ 때문인지 유독 여름에만 붐비는 곳이다. 봄과 가을, 특히 겨울엔 사방이 조용하다.

고요한 숲은 의외로 생명력이 넘친다. 더운 한철, 피서객들의 소음과 장마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있다가 가을과 겨울을 통해 긴 회복기를 갖는 것이다. 우리가 그 곳을 찾았을 때, 사람들은 전혀 없었지만 소란스런 와중이었다. 흙이 뒤집히는 중이었고, 뿌리에서 가지로 달콤한 물이 오르는 중이었다. 숲은 부르르 떨며, 깊은 숨을 끊임 없이 쉬고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안에서는 덩달아 우리도 숨쉬기가 아주 좋았다.

물론 평소에도 우리는 무리 없이 숨을 쉬며 지내지만 숲에서의 호흡은 정말 특별하다. 풀잎에서 나는 쌉쌀한 향과, 축축한 흙의 냄새. 서로 엉켜 있는 나뭇가지들에게서맡을 수 있는 시원한 냄새도 있다. 수많은 것들의 냄새가 섞여있다. 그리고 이 모두가 서로의 호흡을 돕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라연’은 ‘물고기가 비단결처럼 떠오르는 연못’이라는뜻이다. 청록색의 수면 위로 햇살이 비추는 모습이 아주 아름다운 곳인데, 그 강 바로 옆으로 숲과 함께 걷기 좋은 길이 맞닿아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걷다가 나무가 적당이 우거지는 곳에 멈춰 섰다. 그 곳에서 한나절을 보낼 계획이었다.

숲에서 한 일은 대부분 익숙한 것들이었다. 언제나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무언가를 먹고, 걷거나 눕고, 멍하니 앉아 어딘가를 바라보고, 그러다 잠에 빠져 버렸다. 그게 전부였지만 만족스러웠다. 전혀 따분하지가 않았다. 그 이유를 어떻게든 설명할 수 있겠지만, 말을 많이 할수록 점점 잘못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쨌든 숲에서 빈둥거리는 시간은 좋은 것’이라고 짧게 말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소리에 관해서는 꽤 확실한 이유가 있다. 깊은 숲에서는, 도시에서 영원히 들어야 하는 미세한 진동소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나무와 풀들이 울창하지만 어떤 소리도 부딪히거나 막히지 않고 멀리까지 나아갔다. 그리고는 어디선가 흩어져버렸다. 우리는 그 적막을 귀에 가득 넣고, 지독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쉬고 있구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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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WRITING BY JUN JIN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