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ang Xi

후앙시, 영화감독

후앙시는 타이베이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뉴욕대학교 티시예술학교New York University Tisch School of the Arts에서 영화를 전공했으며,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두편의 영화(〈남국재견〉(1996)과 〈자객 섭은낭〉(2015))에 연출부로 참여했다. 〈조니를 찾아서〉는 후앙시의 연출 데뷔작으로, 대만에서 2017년 12월 15일 개봉했다.

감독님의 연출 데뷔작 〈조니를 찾아서〉는 어떤 영화인가요?

〈조니를 찾아서〉는 타이베이에 사는 세 사람의 일상을 다룬영화예요. 굉장한 드라마가 있는 영화는 아니고요, 홍콩에서 온 앵무새를 키우는 여성 한 명과 두 명의 남성이 등장해요. ‘조니’라는 캐릭터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지만 다양한 인물이 여주인공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조니’라는 사람을 찾으며 이야기가 펼쳐져요.

각본도 직접 썼어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요?

처음에는 타이베이의 대중교통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타이베이와 같은 대도시에 존재하는 대중교통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사람이 도시 사람들은 감정이 없고 차갑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눈에는 도시 사람들이 참 많은 감정을 지닌 것처럼 보여요. 다만 대중교통이라는 작은 공간에 많은 사람을 몰아넣어서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하게 억제한 것이죠. 그런 현상을 보면서 더 넓게는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대중교통의 영향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줄 수 있나요? 다른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타이베이의 지하철에서는 물조차 마시면 안 된다는 게 좀 의아했어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해요. 지하철과 버스, 심지어 비행기까지. 이런 대중교통은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특정한 시각, 같은 공간에 몰아넣고 어디론가 이동시키죠. 모두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지만 서로의 여정을 함께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알기론 페트병에 담긴 물은 가능해요(웃음).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조니’가 영화의 제목이 된 이유가 궁금해요. 세 인물이 찾아다니는 것도 조니가 아니라 앵무새 잖아요.

사실 이 이야기는 제 친구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거예요. 친구가 전화번호를 바꿨는데 모르는 사람이 계속 전화해 ‘조니’라는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였죠. 이 이야기에 굉장한 흥미를 느꼈어요. 조니가 누굴까 계속 생각했죠. 조니는 영화를 관통하는 이름이지만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아요. 저도 끝내 조니를 찾지 못했고요.

여주인공의 반려동물로 앵무새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먼저 여주인공의 성격과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여주인공은 홍콩과 타이베이를 수시로 오가요. 그녀에게 타이베이는 임시 거처인 거예요. 새로운 인연을 맺기 힘들죠. 혼자 외로울 것 같았어요. 동물을 키우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죠. 또한 그녀는 성격이 굉장히 급한 사람이에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동물보다 ‘자유로움’을 뜻하는 새를 키우기로했어요. 그리고 검소한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화려한 새를 원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새 중에서도 앵무새를 선택한 거예요.

앵무새는 주인공들의 연결고리이기도 하죠. 감독님의 말대로 ‘자유로움’을 뜻하는 새가 이들의 매개체인 것이, 이들이 느끼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이나 도시 생활의 답답함 때문일까요?

현실에 대한 무력감보다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사소한 일들이 만든 울타리에 구속된 거 같다고 느껴요. 이러한 작은 울타리를 사람들은 종종 벗어나고 싶어 하죠.

여주인공이 홍콩에서 왔다는 설정은 해외에서 생활한 감독님의 경험이 반영된 건가요?

이 영화는 저의 해외 생활 경험보다 타이베이에서 생활하며느낀 점이 더 많이 반영됐어요.

타이베이에서 생활하는 게 외롭나요?

요즘에는 많은 사람과 바쁘게 지내다 보니 외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네요(웃음).

〈조니를 찾아서〉는 얼마 동안 촬영했나요?

작년 6월 말에 시작해서 28일 동안 촬영했어요. 보통 두 달 동안 영화를 촬영하는데, 저는 28일 안에 촬영을 끝내다 보니 많은 일을 압축해서 빠르게 진행해야 했던 기억이 있어요. 배우들이 촬영에 적응하니 이미 촬영 마지막 주였던 게가장 아쉬웠어요.

촬영에 몰입하게 하기 위해 배우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나요?

각각의 캐릭터가 살거나 자주 찾는 곳에 가보라고 말했어요. 장소에 충분히 익숙해져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음악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어요. 많은 대만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린창林強과 함께했어요. 처음에는 가벼운 재즈 음악으로 노선을 정했어요. 하지만첫 주의 스크립트를 보니 전체적으로 스타일이 조금 바뀐것 같더라고요. 촬영을 하다 보면 어떤 때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영상을 편집한 후에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소 무겁다고 느꼈죠. 영화를 보면, 겉으로 보기에는 정서적으로 잔잔해 보이지만 느껴지는 감정은 사실 매우 무겁고 진해요. 그래서 음악 스타일을 재즈에서 전자음악으로 바꿨어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전자음악에는 린창 감독님이 단연 적임자예요. 그래서 함께할 수 있는지 문의하면서 영화의 최초 편집본을 보내드렸고, 다행히 저의 제안을 받아 들이신 거죠.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감독님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일은 굉장히 재미있는 과정이 었어요. 촬영이 끝나고 함께 음악 믹싱 작업을 했는데 논의할 내용이 많지 않았어요. 일주일 만에 음악을 완성했고 사운드 엔지니어와 함께 논의하며 수정했어요. 전자음악의 특성상 영화에 음악을 넣는 작업은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해요.

일반 관객들은 느낄 수 없는 사소한 디테일, 소리의 비율과 강도를 세세하게 조정해야 하죠. 세 사람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일이에요.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서로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일주일이라는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작업을 끝낼 수 있었어요. 셋의 협업은 처음이었는데 서로 잘 통했던 것 같아요.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이 〈조니를 찾아서〉의 프로듀서로 참여했어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허우 감독님은 어떤 조언을 해주었나요?

일단 제가 처음 두 개의 각본을 들고 허우 감독님을 찾아갔는데 감독님께서 〈조니를 찾아서〉의 각본을 선택하셨죠.

〈조니를 찾아서〉를 만드는 과정은, 제가 결정을 하고 결과를 감독님께 알려드리는 형식이었어요. 배우는 이 배우를 선택했습니다, 하는 식으로요.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줬다기보다 평소에 나누는 대화를 통해 제 개인적인 성격과 감독으로서의 성격에 많은 영향을 주셨죠.

허우 감독님의 연출부로 일할 당시 배운 부분이 있다면요?

대학에 다니면서 허우 감독님의 연출부로 일할 때, 처음엔 감독님이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어요. 옆에서 같이 일하고 있었지만 감독님이 어떻게 촬영지를 선택하는지, 어떻게 배우를 대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죠. 몇 년 동안 함께 일하다가 제가 대만 영화계를 떠났고 나이가 들어 다시 돌아왔을 때, 그제야 감독님의 생각이 이해됐어요. 그때 배운 것들을 〈조니를 찾아서〉를 촬영하며 많이 활용했죠.

허우 감독님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건지 궁금해요. 허우 감독님과 저의 인연은 제가 고등학생 때 시작됐어요. 당시 저는 해외에 있었지만 방학 때마다 대만으로 돌아와 영화 촬영지를 찾아갔어요. 그곳에서 감독님이 촬영하는 모습을 관찰했죠. 촬영지에서 많이 마주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아요.

 

원래 영화감독이 꿈이었나요?

초등학생 때부터 오디오 녹음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제가 중학생 때쯤 비디오 촬영이 보편화되면서 당시 혼자 영상을 촬영해보기도 하며 감독의 꿈을 키웠죠. 하지만 정말 감독이 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어요. 작가, 사운드 엔지니어, 심지어 프로듀서도 생각했었죠(웃음).

어렸을 때 타이베이를 떠났다고 들었어요. 감독님에게 타이베이는 어떤 도시인가요?

저는 중학교는 싱가포르에서, 고등학교는 밴쿠버에서, 대학은 뉴욕에서 다녔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만을 떠나서인지 사춘기 시절에는 고향이라는 개념에 대해 많이 생각했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내 고향인가?’ 하는 고민요. 하지만 이런 생활에 적응하고 성인이 되니 고향을 찾고 싶은 마음도 줄어들고 타이베이에 대한 그리움도 많이 줄더라고요.

그럼에도 타이베이로 돌아온 이유가 있나요?

외할머니가 타이베이에 계셔서 돌아오게 됐어요. 

돌아올 때 어떤 목표나 포부가 있었나요?

타이베이에 막 돌아왔을 때는 아직 젊었고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욕심이 많았어요. 인간의 본성과 철학을 담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죠. 영화와 관련된 일을 잠깐 접었지만, 결국 다시 이야기를 하게 됐네요. 타이베이를 다니며 만난 여러 사람이 타이베이를 자유로운 도시라고 말했어요. 이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자유 뒤에는 여러 구속이 존재해요. 인생과 비슷하죠. 어떠한 규범 안에서 누리는 자유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타이베이라는 도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지역이 있다면 어디일까요?

제 생각에는 고정구古亭區1) 같아요. 타이베이의 발전은 이곳부터 시작됐어요. 오래된 사원이 매우 많아요.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외부에서 침략자들이 공격을 해오면 사원에 있는 북을 쳐 알렸다고 해요. 그 북이 아직 보존되어 있어요. 이런 역사를 갖고 있어서 타이베이의 색을 가장 잘 표현한 동네가 아닐까 해요. 타이베이의 옛 모습을 보고 싶다면 1985년작 영화 〈타이페이 스토리〉를 봐도 좋아요.

타이베이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감독님이 좋아하는 장소를 추천한다면요?

타이베이의 장소보다는 음식을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야시장에서 파는 잡채 볶음이나 오징어 튀김, 해산물과 함께 맥주를 마시는 거요.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것도 좋고 야시장을 찾는 사람들을 보며 영감을 받을 수도 있어요.

이제 첫 영화를 내놨어요. 앞으로 감독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인생을 사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계속 이야기를 만들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1)고정구 古亭區 Zhongzheng District

Zhongzheng District, Taipei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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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혜원

포토그래퍼 오진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