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perfect day out

우리의 사적인 천국

사람들은 어디서나 아지트를 찾아 헤맨다. 아끼는 이들 몇몇만 비밀스럽게 데려가고 싶은 그런 곳. 종종 그런 곳을 발견하면 메리 올리버Mary Oliver의 말을 빌려 ‘사적인 천국’이라 부른다. 사적인 천국을 찾는 사람에게 좋은 곳은 시선을 멀리 둘 수 있는 변두리다. 한적한 하루가 필요한 날, 멜버른의 바깥에서 길고 쉬운 산책을 했다.

Abbotsford Convent

애보츠포드 수녀원

A. Abbotsford Convent 1 St Heliers St, Abbotsford

H. abbotsfordconvent.com.au T. +61 3 9415 3600

하루짜리 여행에는 어떤 조건이 붙어야 할까. 대중교통으로 갈 만큼 멀지 않은 거리, 맛있는 식사와 커피를 파는 카페, 오래 봐도 지루하지 않은 자연, 벌러덩 누워도 눈치 보이지 않는 공간과 분위기. 멜버른에서 그 조건에 부합하는 곳은 애보츠포드 수녀원이다. 

과거 수련 공간이었지만세탁업 착취가 벌어진 아픈 역사를 지닌 이곳은 현재 갤러리, 작업실, 레스토랑, 카페, 마켓 등을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옛 시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 안에는 작은 방마다 자신만의 작업을 이어나가는 예술가들이, 넓은 잔디밭 위에 그대로 누워 맥주를 즐기는 여유가 가득하다.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도 진행되는데 매주 넷째 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슬로 푸드 파머스 마켓이 특히 유명하다. 

바로 옆에는 콜링우드 칠드런스 팜과 팜 카페Farm Café가 있어 하루짜리 나들이로 손색없다. 콜링우드에서 위트 있는 가게들이 밀집한 스미스 스트리트와 존스턴 스트리트Johnston Street를 따라 걸어오는 길을 추천한다.

Studley Park Boathouse

스터들리 파크 보트하우스

A. Studly Park Boathouse 1 Boathouse Rd, Kew

H. studleyparkboathouse.com.au T. +61 3 9853 1828

멜버른은 야라강Yara River을 끼고 있는 도시다. 복잡한 서울에서도 한강이 휴식 공간인 것처럼, 야라강 주변에는 늘 여유를 찾는 사람들도 가득하다. 

강가의 펍에서 맥주를 즐기거나 길을 따라 걷는 것도 야라강을 즐기는 방법이지만, 사람보다 나무가 더 많은 곳에서 보트를 타는 방법도 있다. 도심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스터들리 파크 보트하우스는 1863년 야라강가에 지어진 첫 번째 보트하우스다.

 

노를 저어 가는 보트와 카누, 카약을 빌릴 수 있다. 구부러진 강을 따라 노를 저어갈 때 느낄 수 있는 물살의 흐름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준다. 

보트하우스에는 웨딩이나 소규모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 레스토랑, 카페, 갤러리도 갖추고 있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강 앞의 잔디밭과 스터들리 공원Studley Park이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공평하게 누울 수 있고 강가와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내리쬐는 햇살 또한 고르다.

Heide Museum of Modern Arts

하이드 현대 미술관

A. Heide Museum of Modern Arts 7 Templestowe Rd, Bulleen

H. heide.com.au T. +61 3 9850 1500

 

한적함과 고요함은 미술관의 미덕 중 하나다. 그리고 미술관의 탁 트인 공간은 온갖 쓸모없는 생각들이 제 나름의 고귀함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사유의 장소다. 

하이드 현대 미술관은 호주의 저명한 미술상이었던 존 리드, 선데이 리드 부부의 저택을 개조한 곳이다. 넓은 부지를 사들여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문을 열었고, 시드니 놀런, 알버트 터커, 조이 헤스터 등 멜버른을 대표하는 화가들이 작업하고 토론하며 이곳에서 지냈다. 

 

미술관은 정원과 조각공원을 품고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뉘는데 특히 리드 부부가 살던집을 개조한 미술관은 옛 서재, 화장실, 부엌 등 집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다정하고 소박하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하이드 메이커스 마켓Heide Maker’s Market은 멜버른 사람들의 손맛이 느껴지는 물건을 구경할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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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 Photography Lee Hy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