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고르며 응시해야 하는 것들

자전거는 이미 지구의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한 이동 수단이다.

자전거는 이미 지구의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한 이동수단이다. 특히 유럽의 여러 국가는 일찍이 자동차의 운행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자전거도로 정비와 함께 평화로운 공원을 조성하는 데 힘썼고 사람들은 이를 반겼다. 수트를 입고서 자전거에 올랐으며, 출퇴근시간의 교통정체로 잃었던 시간을 돌려받아, 이제는 가족들과 여유롭게 저녁을 먹게 됐다. 이는 행복과도 연결된 일이다. 사람들은 자전거의 멋 자체에도 열광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클래식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고, 새로 출시되는 모델들도 거추 장스러움을 덜어내며 한결 세련된 모습을 갖췄다.

예전에도 물론 그랬지만,

자전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물건이자 문화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모른다. 자신에게 어떤 자전거가 필요한지, 어느곳으로 가야 평탄하고 아름다운 길을 만날 수 있는지 말이다.

우리는 자전거의 어디쯤을 바라봐야 좋은 걸까?

자전거를 고르는 일

모든 물건에는 ‘정도’라는 게 있다. 이때 말하는 정도라는 건 쉽게 말해 적당함을 말하는데, 그건 사실 굉장히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모든 물건의 정도를 가늠한다는 건 아마 불가능한 일의 범주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가를 만난다. 하루종일 생각해봐도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순식간에 해결될 뿐만 아니라,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도 조언을 들을 수 있다. 물론 항상 전문가만 찾아서는 안되겠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유연하게 사물에 접근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자전거를 고르는 일은 어떨까? 여기엔 분명 개인의 취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누가 그런 걸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취향이라는 건 무언가를 제대로 알고 난 뒤에 훨씬 그럴싸해지는 법. 당인리 길에 자리잡은 자전거제작소의 주인장 김두범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전거를 타는 목적은 무엇인지

현재에는 다양한 목적을 동시에 만족하는 형태의 자전거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의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계기가 되었던 MTB(Mountain Bike) 의 경우에도, 스포츠의 영역에서 본다면 그 분류를 XC(Cross Country)1, AM(All Mountain)2, DH(Down Hill)3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니악한 분류가 아닌, ‘안정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싶어요’

라든지 ‘한강주변을 달리거나 짧은 여행 정도’ 라고 말씀하시는 분에게는 타이어 폭이 넓고 서스펜션(Suspension)4이 앞쪽에만 장착되어 있는 XC를 권해드립니다.

주로 어떤 길을 지나다니는지

ROAD5의 경우에도 사실 골격을 이루는 소재 때문에 어떻게 타시는지에 대해서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본6의 경우 모래나 흙이 많은 곳에서 타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므로 그런 경우에는 아무리 무게가 더 나가더라도, 크로몰리7나 알류미늄 프레임을 더 권하고 있습니다. 또 도심에서 타시는 분이라면 수납이 용이한 미니벨로(접이식 자전거)를 추천합니다. 

도시에서는 유난히 도난문제가 많으니까요. 또한 미니벨로는 가속이 쉽고, 짧은 거리를 치고 다니기 괜찮은 자전거라, 여러모로 도시에서 타기 좋은 자전거입니다. 하지만 한강처럼 라이딩거리가 완만하고 비교적 길다면, 미니벨로는 적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가속-감속의 법칙 때문에 답답하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1. 자연지형을 이용해 장거리를 달리기에 알맞은 자전거.

2. 오르막과 내리막을 모두 즐길 수 있게끔 디자인 된 자전거.

3. 말 그대로 내리막 길을 달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로 리프트나 셔틀을 타고 높이 올라간 뒤 스키를 타듯 내리막을 즐긴다. 무겁고, 안정감이 좋다.

4. 물이나 스프링을 넣어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이나 충격을 막아주는 것.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있지 않은 자전거는 주행중 받게 되는 충격이 그대로 몸으로 전해져 승차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자전거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장점도 있다.

5. 보통은 사이클이라고 하며 빠른 주행을 목적으로 제작된 자전거다. 무게가 가볍고 날렵하게 생긴 것이 특징.

6. 탄소섬유 카본 그래파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이 소재로 만든 자전거는 가볍다는 장점, 다른 소재보다 다소 강도가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7. 크로미윰과 몰리데늄, 강철 등을 섞어서 만든 소재. 고유의 탄성과 단단한 성질 때문에 자전거 프레임 소재로 자주 사용된다.

어느정도의 거리를 타시는지

자전거를 타는 거리는 주행시간이나 주행강도를 의미합니다. 출퇴근을 목적으로 하시는 분이 장거리라이딩을 할 경우, ‘스포츠라이딩’이라고 분류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MTB(특히 XC)나 ROAD처럼 스포츠라이딩에 적합한 자전거, 또는 주행감이 좋은 고가의 미니벨로를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평상복을 입고, 20km이상을 달려야 한다면, 옷이 구겨지거나 훼손되는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짧은 거리 출퇴근용으로 이용하신다면, 굳이 스포츠라이딩을 위한 자전거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가격

자전거의 가격이라는 것도 천차만별이라, 아무리 적절한 용도와 형태라고 하더라도 예산이 맞지 않으면 구매가 부담스럽기 마련입니다. 

요즘에는 저렴한 가격대의 자전거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일정한 형태’의 자전거는 ‘일정한 가격 이상’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모양새

개인적인 선호가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모양은 정해져 있다고 봐야합니다. 프레임의 경우, 목적에 따라 적당한 길이라든지, 위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테면 안정감, 승차감을 원하느냐, 유연함과 과격함을 원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정해지게 됩니다. 

소재의 경우에도 각 소재가 가진 취약점을 보완하는 모양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자전거의 모양이 어느정도 결정되는 것입니다. 회사마다 디자인이 다르고 특성도 제각각입니다. 물론 압도적인 성능차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보통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멋진 자전거를 더 오래 타기 때문에’ 어떤 디자인이 더 좋다라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사이즈

자전거 프레임과 ‘셋팅’은 기본적으로 옷처럼 사이즈를 갖고 있습니다. MTB의 경우에는 시트튜브Seat tube의 길이를 표준으로 하고, ROAD의 경우에는 탑튜브Top tube의 사이즈를 표준으로 한다고 합니다(하지만 이는 어디를 기본 사이즈로 정할 것인가에 따라서 다르고 국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사이즈의 차이는 프레임의 기본골격을 결정합니다. 물론 각 프레임의 디자인과 도색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하지만, 되도록 사이즈에 맞는 자전거를 권해드리는 방향을 잡습니다. 아무래도 디자인의 영역은 ‘개인의 취향’이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되도록 기능성의 측면을 강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Bike talks to me

about story of the wind, alley or the season.

“자전거를 처음 구매하러 오시는 분에게 항상 묻습니다.

어떤 용도로, 어느정도의 거리를 타는지, 그 길의 노면은 어떤지,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예전에 자전거를 타보셨는지, 거주하는 곳은 어떤 곳인지, 자전거를 묶어둘 수 있는 곳인지, 수리를 받으러 나오실 수 있는지, 정비경험은 있는지 말입니다.”

자전거를 대하는 각자의 방식

김두범 i 자전거제작소 ‘두부공’ 주인

자전거를 고를 땐 뭐랄까,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청소를 하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가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면 일상을 다루는 장면들이(청소를 한다거나, 음식을 만든다거나 하는) 등장하는데, 지브리는 유독 그런 장면을 따뜻하게 그린다. 그걸 보고 나면, 갑자기 집을 청소하고 싶어진다. 

청소를 하고 나면 나도 따뜻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자전거를 고르는 것도 그런 기분이다. 나는 사실 체력이 좋지 않아서, 자전거를 남들보다 잘 타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어떤 자전거 앞에 서면 그 자전거가 가진 능력만큼 빨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걸 타고 멀리 가고 싶어지는 느낌이 들곤 하는 것이다. 

사실 멀리 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왠지 기분 좋은 바람이 불 것 같고(실제로 불지 않는다), 날씨가 좋을 것 같고(아열대로 들어서고 있는 한반도를 생각한다면 어림없는 생각이다), 좋은 인연을 만날 것만 같다(그럴리가). 그런 기분이 든다.

 

전진우  어라운드 에디터

처음에야 핸들 조작이라든지 속도조절에 신경을 쓰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일단 자전거를 잘 타게 되면 자전거는 우리에게 수많은 방식으로 말을 걸어온다는 걸 알 수 있다. 바람에 관한 얘기라든지, 골목과 골목에 관한 얘기, 계절에 관한 얘기. 

그러다가 조금 물렁해져 있으면 자전거는 바퀴의 역학, 프레임의 과학, 각도의 예술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그 정도까지 대화가(?) 오가고 나면 ‘자전거는 정말 오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자전거를 고를 때 그저 핸들을 쓰다듬어보거나 브레이크를 몇번 잡아본다. (물론 멈춰 있기 때문에 성능같은 건 알 수 없다) ‘어때, 내가 올라타도 얌전히 있을 수 있어?’ 그런 걸 물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이경  어라운드 편집장

어릴 적, 처음 두발자전거를 타기 위해 누군가 보조석을 잡고 뒤에서 밀어준 적이 있다. 나는 조금씩 위태롭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 이후 나는 연습을 거듭했고, 처음으로 혼자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그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내 몸은 ‘중심을 잡는 방법’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터득한 자전거 타는 법이라는 건 ‘균형을 잡기 위해 계속 다리를 움직이는 것’이었다. 자전거를 탈 때 다리의 움직임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자전거를 고를 때 내 키에 맞는 높이인지, 자전거 바퀴 크기는 적당한지 꼼꼼히 살펴본다.

그동안 접이식자전거와 비치크루져Beach cruiser, 클래식자전거를 타봤다.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조작할 수 있는 기어가 있는 빈티지한 디자인의 클래식 자전거가 특히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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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진우 사진 김이경

자료제공 김두범 자전거제작소 두부공 대표